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로 오십시오!

노동사회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로 오십시오!

편집국 0 3,194 2013.05.29 11:02

2008년 12월부터 충남 천안에 있는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 고용지원센터 건물 벽에는  특별한 현수막이 붙었다. “경제위기 부당해고 대응! 민주노총으로 오십시오.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전화 1577-2260”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에서 붙인 현수막이다. 이 현수막을 붙이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고용지원센터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노동부 공무원들이 성의 없이 상담을 한 결과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많아졌고, 이에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가 공무원들의 무성의한 상담에 대한 항의 표시와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상담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걸어 논 현수막이었다. 그 결과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민주노총 충남본부의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에는 상담이 폭주하고 공무원들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로 오십시오!”

지금 전국 각지의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민주노총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의 모습이 대부분 이러하다. 상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상담센터와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실직 노동자들이다. 경제위기 상황에 가장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바로 이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비정규 노동자들이 우선 해고되고, 체불 및 계약해지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어디에도 지원을 요청할 곳이 없기에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민주노총을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이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이 폐업을 하거나 정리해고를 당해서 실직하게 되면, 두 달 안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못 찾을 경우에는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 올 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온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그냥 돌아갈 경우에는  경제적 타격이 엄청나다. 따라서 이들은 거의 ‘불법체류’를 선택한다. 이들에 대한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도 이주노동자의 이러한 조건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아래 노동부는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라며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니, 정말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방치된 중소영세·여성·이주 노동자들 

2008년 우리나라 노동 통계자료를 보면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규모는 700만 명이 넘는다. 이중 83%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또 법정최저임금 근처의 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5인 미만 노동자는 근로기준법도 온전히 적용 받지 못한다. 

이들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쟁의를 해도 단체협약을 제대로 따낼 수가 없다. 설사 단체협약을 천신만고 끝에 성사시킨다고 하더라도, 폐업 위협 등 지속적인 사용자들의 협박으로 노동조합을 유지하지 못하고 단체협약도 휴지 조각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동조합은 지불 능력이 있는 사업장 혹은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87년 대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졌던 전노협 소속 사업장 중 중소기업 노동조합은 거의 없었다. 중소영세업체 사업장은 거의 폐업을 했거나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노총의 노조들은 정규직, 대기업 및 공공부문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사업체 중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규모가 300인 이상 사업장은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거의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70~80%에 달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의 조직되었다는 뜻이다. 공공부문 조직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결국 미조직된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 노동자들인 셈이다.  

이미 조직된 비정규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화물, 덤프, 학습지, 레미콘,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제외한다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내하청 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원청의 지불 능력이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는 셈이다.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서는 열악하지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며, 정규직과의 연대와 투쟁도 다른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 비하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중소규모 사업장의 비정규직의 투쟁은 길면 4년, 적어도 1년 이상을 싸워야 하는 지경이다. 해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래서 현재 노사분규의 80% 이상이 이들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공공노조와 같은 전국 단위 산별노조도 단체교섭을 통해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려 하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특히 사내하청이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요구가 주로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위기하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700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200만여 명의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데, 이들의 요구를 누가 제기하고 사회적으로 쟁점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위기 해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진정한 연대

민주노총이 2009년 비정규사업 방향으로 ‘노동자의 계급적 대표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결정한 것은 가장 고통 받는 700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1,600만 전체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 계획인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을 비정규사업의 전면에 배치하고 자원을 집중 배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비정규운동의 중심인 지역본부가 중심에 서서 최저임금,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노동문제가 아닌 차별과 빈곤,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고 투쟁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자 권리 찾기 상담센터 사업을 강화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체계화하며, 이주노동자, 실업, 민생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실업, 빈곤,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 하여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그 중심에 민주노총이 설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이란 개념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개념이다.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체제에 순응하여 자본과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어용 노총을 부정하고 군사정권의 철권통치에 파열구를 열고 만들어진 노동조합들이 민주노조이다. 이들 노조들이 모여서 연대하고 투쟁했던 결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전노협이고,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규모와 관계없이 1,600만 노동자의 희망이요 노동자의 미래였다. 

그러나 지금 민주노총은 자랑스러운 과거를 뒤로 한 채 커다란 시련에 봉착하고 있다. 성폭력으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 지도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의 약화는 현장을 무력화시키고 무장해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자본과 정권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를 모든 현장에 유포하고 임금동결과 삭감을 강요하며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규직 노조가 무너지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더 큰 고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가 반면교사가 아닐까? 자본의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이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고통 분담을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시기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결국에는 합의를 한 모양새가 된 파견법과 정리해고법으로 인해 전체 노동자의 과반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양산되었고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기반이 서서히 무너져 내려간 것이 아닌가? 그 때의 교훈을 되살려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본과 정권의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는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투쟁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 노동자들의 경제위기 해법은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욱 아래로 내려가 중소영세·여성·비정규·이주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 연대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어야 한다

2009년 4월이면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된다. 민주노총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노사정 틀에서 하는 임금 협상이다. 올해의 최저임금 협상은 한나라당의 최저임금법 개악과 맞물려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09년 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이다. 2010년의 최저임금은 엄청난 물가 폭등과 환율 인상 등으로 노동자·서민의 생존권이 바닥을 향해 갈 것이 뻔하다. 

이런 조건을 예견하면서 법정최저임금 인상투쟁은 민주노총이 강력히 전개해야할 중요한 임금 인상투쟁이자 사회안전망 강화투쟁이며, 노동자 계급의 계급적 대표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실화해야만 노동자들 전체의 생존권이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올해의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 투쟁은 전 조직 역량을 동원하여 투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제 세력과 연대하여 반드시 ‘2010년 최저임금 시급 5,121원 쟁취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