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위기하의 한국노총 일자리 정책과 전략

노동사회

고용위기하의 한국노총 일자리 정책과 전략

편집국 0 2,992 2013.05.29 11:00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부터 전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미국발 금융위기 및 주택경기의 부진이 지속됨으로써 전 세계로 글로벌 금융불안 및 경기둔화가 확산되어 세계 경제침체의 장기화를 전망하고 있다. 

노사정 주체들에게 복합적으로 어려운 2009년 

세계은행은 「2009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0.9%로 발표하였는데, 이는 지난 1970년 보고서를 낸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대로 재조정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더라도 중국 이외에는 거의 모든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과 실물경기 둔화,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주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세, 소득 부진 등을 근거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바닥을 예측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우 심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수출과 내수의 동시 침체라는 마이너스 성장률 시대의 충격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은 더욱 한계적 상황에 내몰리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으며 생존권 확보 차원의 극한 갈등과 대립이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비정규직법의 현행 2년 사용기한의 연장, 노조 전임자 문제의 해소 등을 둘러싸고 노사정 간 대립과 갈등요인이 잠재해 있다. 노사정의 입장 차이로 매우 대립각이 큰 사안들이다. 

따라서 2009년에는 무엇보다도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압박으로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사회적 취약계층의 보호문제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 13년간 유예된 바 있는 노동기본권 차원의 전임자임금·복수노조문제까지 전면에 나서게 되면, 경제위기에 따른 일자리 문제와 노동기본권 쟁취라는 노사정의 갈등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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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25일 열린 2009년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 한국노총은 경제위기 극복과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악 저지를 올해 사업목표로 정한 바 있다.   ▷ 한국노총 ]

“네 집 건너 한 집이 빈곤가구가 될 수도 있어”

금융과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조선, 반도체, 자동차, 석유정제 및 시멘트 산업까지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과 공공부문에서 10~20% 인원감축이 진행되고 있고, 실물부문에서는 우선 감산 및 감원 계획을 통하여 라인축소, 공장폐쇄 등 인적 구조조정이 촉발되고 있다. 2007년 28만 명, 2008년 1월 23만 5천 명이던 취업자 수는 2008년 11월에는 7만 명, 12월에는 1만 2천 명으로 감소하더니, 2009년 1월에는 작년 동월 대비 10만 3천 명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또한 최근 실업률도 4.1%에 이르러, 2009년 1월 실업자 수는 84만여 명, 실질 실업자 수는 346만 명에 달했다. 일자리 창출 문제와 실업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가계조사」(1998)에 의하면 지난 IMF 경제위기 시 하위분위의 가구일수록 가구소득 감소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빈곤층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또한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IMF와 같은 경제위기가 재연될 시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절대빈곤층의 규모가 23.3%에 달할 것이며, 기초노령연금과 아동양육수당 시행을 가정하더라도 20.9%의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준년도(2006년)보다 절대빈곤층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절대빈곤층이 2배 가까이 증가해 “네 집 건너 한 집이 빈곤가구”가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보면 현재의 사회안전망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인해 빈곤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대책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일자리 정책, 일자리 나누기와 노사정 대화 

한국노총의 일자리 정책의 기본은 경제위기하에서 일방적인 양적 구조조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한 고용보장과 생활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노사 간의 공동 인식과 노력을 추진하고, 고용보장과 기업회생 문제는 노사정 간의 대화와 협상으로 풀며,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한국노총 중앙, 산별, 지역차원의 단호한 연대로 저지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조직적으로 중앙과 산별, 지역에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대책팀을 구성 및 운영하여 종합적으로 대처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경제위기 시 조합원의 고용보장과 실업대책 요구안을 정부와 경영계에 촉구하고 있다. 

정부에는 괜찮은 일자리의 창출, 고용보장, 실업자 및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요구하고, 함께 사회적 대화 틀을 구성하고자 하고 있다. 노사정의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을 실천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취약계층 및 고용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해 양극화 해소와 장기불황에 대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고용 없는 성장 추세에서 신성장 동력의 확충을 통한 고용창출로의 전환, △공공부문의 부당한 인력감원 추진 저지, △SOC 투자에서 사회서비스분야 투자로의 확대, △실업대책과 취약계층 사회안전망에 과감한 재정 투자, △녹색뉴딜사업에서 단순 노무직 일자리 확충보다는 인적자본과 교육에 대한 집중 투자로, 저탄소·청정에너지 경제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의 고용전략을 추진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노총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일자리 창출사업, 고용유지사업, 실업대책사업, 사회안전망 구축사업 등의 요구사항으로 31조 9천억 원의 재정 부담을 정부에 요구하는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첫째가 일자리 창출 사업이며, 여기에는 ①공공서비스 20만 개 일자리 창출(2조 5천억), ②SOC 예산 조기집행으로 일자리 확대, ③청년고용 지원 대책 10만 명 추가 확대(3천 6백억), ④중소기업 지원 원스톱체제 구축을 통해 10만 개 일자리 창출, ⑤한시적 해외투자 자제기업 지원으로 일자리 확대 등이 포함된다. 둘째는 고용유지 사업으로, ①실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②일자리 나누기 지원, ③고용유지지원금 확대(4백억), ④공공직업훈련을 통한 실업예방 지원, ⑤실업자·비정규직에 대한 취업상담·알선 및 직업훈련, ⑥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지원(11조 4천억), ⑦임금피크제 확대로 고령자 고용안정 확보 등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셋째 내용은 실업대책사업으로 ①실업급여 수급 기간 확대 및 조건 완화(1조 6천억), ②특별연장급여 확대, ③체당금제도 강화 등이며, 넷째는 사회안전망 구축사업으로, ①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 확대(9조 6천억), ②긴급복지지원제도 확대(6천억), ③실직자 긴급생계비지원 제도 도입(1조 3천억), ④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4조 5천억), ⑤공공의료 체계 30% 구축, ⑥사내 상담소 설치 의무화 등이다. 

또한 한국노총은 경영계에게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일방적 대량해고, 단체협약 해지, 임금체불 등을 자행하지 말고 노사 간의 대화와 고통분담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위기극복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경영투명성과 경영참가를 통한 신뢰 구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감소 동참, 사회공헌기금 기부로 비정규직 및 취약계층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 지난 1월22일 한국노총과 경총은 공동으로 대화 틀 구성을 제안했고, 그 결과 2월3일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구성되어, 2월23일에는 전문과 64개항의 본문으로 구성된 ‘노사민정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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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2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 채택 모습  ▷ 한국노총 ]

일자리 정책 등에 대한 노사민정 합의

2월23일 노사민정 사회적 합의가 선포되었다. 지난 1998년 2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협약 이후 11년만의 일이다. 1998년 노사정 사회협약은 국지적이고 단발성의 외환 유동성 문제로 발생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체결되었던 반면, 이번 합의는 전 세계로 확산된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라 우리나라의 장기적이고 글로벌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사민정의 사회협약이라 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경제위기 속에서 일방적인 대량해고를 막고 고용안정을 도모하며,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고자 하는 인식하에 작년 연말부터 정부의 대책을 요구해왔다. 이미 경제위기로 인하여 임금동결을 합의한 노사도 있고, 현장에서 연장근로 제한, 생산라인 축소, 공장가동 중단 등으로 임금 동결 및 감소가 현실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경영환경이 어려운 기업단위 노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교섭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며, 일선 현장의 무분별한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에 대한 저지 필요성이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노동조합 내셔널센터로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비상대책회의의 구성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2월23일 노사민정 합의는 일방적인 해고 대신에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여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자는 것이 핵심 골격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여건을 고려하여 임금동결, 반납 또는 절감을 통하여 해고 대신에 고용유지를 하자는 것으로, ‘임금삭감’을 주장한 경영계의 의견을 막아낸 것이다. 또한 노사민정 합의문은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실업자와 취약계층이 대량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실업대책 및 사회안전망대책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과 과제를 포함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해고로 인한 심적 고통과 가계 생존의 어려움을 노사가 고통분담을 통하여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자가 실업상태로 가더라도 실업급여를 지급받고 실업급여 기간이 종료되면 훈련과 생계지원을 지급받도록 하여 빈곤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와 경영계에 촉구했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고, 위기극복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 본다.

이번 합의의 주요내용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유지, △대기업의 하청·협력업체(노동자 포함)에 대한 지원,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 세제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단기 저임금인 재정지원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노사 공동훈련 사업 확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재정지원, △실업급여 수급요건의 한시적 완화, △취업지원 패키지(취약계층 훈련실시와 취업알선)의 확대와 수당 지급, △저소득 계층의 건강보험료 감면, △저소득 취약계층의 의료비 대출제도 실시, △기초생활수급자의 국민연금 가입,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제도화와 지원기간 연장,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 및 보육료 지원대상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합의가 그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이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노사민정 주체들의 역할과 과제라고 본다.

합의문 서명한 정부·경영계, 일자리 만들기 적극 나서야

그런데 지난 2월25일 제기된 30대 기업에서 대기업 대졸 초임 임금 28% 삭감 주장이나, 경총의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의 주장 등은 결국 노사민정 합의 정신을 위배하고 경제위기를 빌미로 일방통행식 전횡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노사민정의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에서는 노동자의 일방적 해고나 대폭적 임금삭감을 자행하는 기업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종합적인 실업대책과 사회안전망대책을 위한 재정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