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먹튀’ 사태,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동사회

쌍용자동차 ‘먹튀’ 사태, 누가 책임질 것인가

편집국 0 7,189 2013.05.29 10:59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쌍용자동차 법정 관리인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상하이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한 달 만에 본격적인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쌍용자동차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회생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될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전제로 천신만고 끝에 회생한다 하더라도 그 후 독자생존이 가능할지, 또다시 해외매각 되는 것은 아닌지, 오리온 전기처럼 아예 공장이 청산되고 노동자들이 전원 길거리로 나앉게 되지는 않을지, 현재로선 그 어느 경우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당장 7천 2백여 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하청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까지 포함해 수만 명의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 쌍용자동차 사태가 터졌다는 점 때문에 한국경제에 미친 충격은 더 크다. 실제로 GM대우, 르노삼성은 물론 현대·기아차 그룹조차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줄도산과 본격적인 경제파탄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자동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해당 노동자들은 물론 전체 노동자와 서민의 입장에서 중대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쌍용자동차 문제는 단지 일개 기업의 경영진과 노동자들 간의 노사문제의 범주를 벗어나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사태의 원인을 차분히 따져보고, 노동자들의 대처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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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정상화의 책임은 기술만 챙기고 빠진 상하이자동차와 비상식적 매각을 강행한 정부에 있다. 1월13일 쌍용차 "먹튀"사태 올바른 해결촉구 시민사회단체 합동 기자회견.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인수했으면 잘 키워야지, 자살행위를 하면 어쩌나

2004년 상하이자동차는 장기투자와 고용안정을 약속하며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그러나 상하이자동차는 1조 2천억 투자약속은 온데간데없이 단 한 푼의 신규투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쌍용자동차의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는 데만 골몰하며 1천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하다가, 급기야 4년여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상하이차의 투자약속 불이행은 현 쌍용자동차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노동집약적인 동시에 기술집약적이기도 한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필수적인 대규모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투자가 유지되지 않으면 급속한 경영악화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된 이후 새 모델이 출시되기는 했지만 이전 경영진 시절 개발된 모델일 뿐이었고 상하이차가 개발한 모델은 없었다. 게다가 영업망을 지속적으로 축소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상하이자동차가 자동차 회사로서는 사실상 ‘자살행위’를 하고 있는 동안 쌍용자동차의 상대적 강점이었던 스포츠범용차량(SUV)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급속히 잠식당하게 됐다. 이 시기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물론 GM대우, 르노삼성까지 경쟁적으로 SUV 신차종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SUV 내수 시장에서 쌍용자동차가 가지고 있었던 상대적 우위는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변변한 수출시장이 없는 쌍용자동차로서는 생존의 기반자체가 잠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고유가로 국내외 시장에서 SUV의 경쟁력 자체가 줄어들고 세계적 경제위기 격화에 따라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은 국내 최하위 자동차 메이커인 쌍용자동차의 설자리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기술만 빼가고 투자는 제로… ‘먹튀’의 결정체

상하이자동차가 이런 악조건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도를 했다는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하이자동차는 그저 쌍용자동차에 축적된 기술을 자국으로 빼내가는 데만 골몰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6년 6월 노동조합과 무관하게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완료하기 위한 이른바 ‘L-프로젝트’를 쌍용자동차와 체결했다. 외견상 이 프로젝트는 중국 현지에서 엔진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쌍용자동차의 차종 ‘카이런’을 양산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쌍용자동차로서는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우선 당시 체결된 계약의 금액은 240억 원이었는데 이는 같은 차종을 개발할 때 소요되는 비용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자동차업계의 관행에 비춰볼 때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계약이었다.

또한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와 연구소를 통합해서 쌍용자동차의 부품설계도를 중국 자동차 업계에 무단으로 유포했다는 의혹을 산 일이 있다. 서로 독립된 법인인 두 자동차 회사가 연구소를 통합하고, 통합전산망을 유지하면서 회사의 1급 기밀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설계기술을 서로 공유한 것도 자동차 업계의 관행상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관련하여 당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쌍용자동차 경영진 전원을 검찰에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상법상 ‘회사 충실의 의무’가 있는 쌍용자동차 이사들이 상하이차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유출한 행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했으므로 이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했던 것이다.   

한편 상하이자동차와 노동조합은 2005년 5월17일 특별노사합의서를 체결했는데, 이에 따르면 상하이자동차는 4천억 원을 신규투자하고 30만 대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한 중장기 투자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합의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경영난이 가중되자 노동자 대량감원을 자행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은 투자약속금액은 총 1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이같은 상하이자동차의 경영행태는 노동자들과 기업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그 이윤을 대주주와 경영진이 전취하는 행위로서, 우리가 투기자본의 행태라 부르는 것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들이 유상감자나 고율배당 등을 통해 현금을 빼돌렸다면 상하이차는 현금과 다를 바 없는 완성차 제작 기술을 빼내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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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30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서울역에서 쌍용자동차 정상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

회사 내팽개친 경영진에게 파산법원이 해야 할 일

한편 상하이자동차는 2009년 1월9일부로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이 역시 황당한 일이었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부도가 난 회사도 아니고 심지어 자본이 잠식된 회사도 아니었다. 단지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과 아무런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인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법정관리는 통상 기업이 부도가 났거나 경영악화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부채를 상환 받기 위해 채권자들이 신청하는 제도로서, 기존 경영진에게는 일종의 징벌적 성격이 강한 제도이다. 쌍용자동차의 경우처럼 대주주가 나서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는 국내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상하이자동차는 투자대비 이익을 이미 충분히 거뒀다고 보고 더 이상의 운용자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경영에서 손을 떼려고 했던 것이다. 이는 상하이차가 스스로 ‘먹튀’ 자본임을 공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관리인은 당장의 운용자금 조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텐데, 그동안의 전례를 볼 때 회생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해고계획을 받아들이라고 협박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오늘날 쌍용자동차의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상하이자동차에 있다. 따라서 파산법원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행되지 않은 상하이자동차 측의 투자 약속금을 강제 납입시키는 것이다. 또한 불법 유출된 기술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청구해서 쌍용자동차의 운용자금을 조달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즉 법정관리 신청과 무관하게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 인수 당시 협약사항인 1조 2천억 원의 투자 약속을 이행하고 부채 8천 2백억 원을 해결토록 해야 한다. 또한 상하이자동차가 기술유출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며, 만일 상하이자동차의 주장대로 기술유출이 아니라 합법적인 ‘기술이전’이라면 아마도 수조 원이 될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통상 신차개발비가 3천억 원에 달하는데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 SUV 전차종과 체어맨, 커먼레일 엔진, 하이브리드카 기술까지 완벽하게 빼내간 상황이다.

싫다는데도 팔아넘겼던 정부, 책임 피할 수 없어

한편 현 사태는 2004년 매각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따라서 당시 매각을 인가했던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4년 전 쌍용자동차의 매각 당시부터 노동자들은 매각 후 기술유출과 그 이후 닥칠 경영난을 예상하고 매각반대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사측과 채권단은 노동자들에게 매각동의서 서명을 강요했고, 심지어 중국으로의 매각 실패 시 모든 책임은 노동자의 몫이라고까지 협박한 바 있다. 

당시의 비상식적 매각방침에 대해 비판여론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결국 매각이 강행된 것은 정부의 강력한 강행 의지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의 반대를 강제로 억누르고 매각위로금 몇 푼으로 부당매각을 관철시킨 장본인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였다. 쌍용자동차 매각은 애초부터 중국과 한국 정부의 주도하에 성사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도 책임을 지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매각 이듬해인 2005년부터 기술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상하이차의 투기적 행태가 사회적 비난 여론의 도마에 올랐음에도 이렇다 할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술이전계약서조차 제대로 체결되지 않은 채 기술유출이 이뤄질 당시에도 수수방관하기만 했다. 여론의 뭇매로 부담이 커진 상하이자동차가 신차개발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이전료로 책정하고는 이조차 납입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국가가 관장하던 디젤 하이브리드카 기술이 정부 승인 없이 유출됐음에도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기술유출 논란이 거세지자 검찰이 작년 하반기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검찰은 결과 발표를 미룬 채 쉬쉬했고, 그러는 사이 상하이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해버렸다. 따라서 쌍용자동차 위기의 책임을 단순히 상하이자동차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다른 모든 투기자본의 폐해 사례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듯이 한국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노조의 책임은 강성이지 못해 먹튀 못 막은 것

기업 회생을 빌미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보수진영 일각에서 쌍용자동차 경영악화에 대한 ‘강성노조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노조에게 책임이 있다면 투기자본의 ‘먹튀’를 저지할 만큼 충분히 강성이지 못했던 데에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상하이자동차의 횡포로 1천여 명이 해고됐으며 수시로 이뤄지는 휴업·감산에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벼랑에 내몰리게 됐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현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정부는 긴급자금지원은 물론 장기적인 공장경영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모두 취함으로써 투기자본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삶이 위기에 처한 노동자와 서민을 구해야 한다.  과거 오리온전기는 법정관리 후 또다시 투기자본에 매각됐다가 급기야 매각 후 6개월 만에 공장이 청산됐다. 1천 3백여 명의 노동자들은 일시에 해고됐다. 쌍용자동차가 그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생계가 벼랑에 내몰린 관련 서민들의 삶을 구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자금지원과 쌍용자동차 회생 과정은 자본가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투기자본이 불법적으로 빼돌린 막대한 자산과 그들이 탈루한 세금, 그리고 재벌의 사내유보금 등에서 동원해야 한다.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으로서 정부는 쌍용자동차를 국유화해야 한다. 국가의 재원을 투입하여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

투쟁의 적기(適期) 놓쳐선 안 된다는 교훈 상기해야

쌍용자동차 사태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벌어질 기업도산과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급격한 고용불안정 사태의 전초전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노동운동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일종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사태의 책임은 투기자본과 정부에 있다. 그들이 위기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결국은 노동자들의 투쟁력이 사태 해결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다. 제대로 된 쌍용자동차 사태 해법의 열쇠는 결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우중의 방만한 경영으로 순식간에 부도위기에 처했다가 법정관리 후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해외매각된 대우자동차 투쟁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노동자들이 공장점거파업으로 강력히 맞섰지만 이는 상당히 뒤늦은 감이 있었다. 이미 수천 명이 감원된 뒤라서 투쟁동력도 약화될 대로 약화된 상태였다. 투쟁의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황의 초입에 이명박 정부에 맞선 본격적인 첫 전투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될 지도 모른다.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전체 운동에 큰 자신감을 안길 것이다. 따라서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과 전체 노동운동이 연대의 채비를 갖춰야 할 때가 됐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