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2차전 앞둔 언론노동자들의 투쟁

노동사회

임시국회 2차전 앞둔 언론노동자들의 투쟁

편집국 0 3,935 2013.05.29 10:59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지난 1월8일로 끝이 났다. 2008년 12월26일부터 13일간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이번 파업은 일단 언론노조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파업은 2008년 12월3일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의원)가 발표한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디지털전환법, IPTV법, 전파법 등 7개 법률의 개정안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언론노조의 파업과 여론의 반발, 야당의 국회 점거 등으로 개정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2009년 1월6일 여야 원내대표 모임에서 “방송법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 법안 6건(방송법·신문법·IPTV법·정보통신망법·디지털전환법·저작권법)은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 다만, 미디어 관련 법안 2건(언론중재법·전파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13일 언론중재법과 전파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언론 관련법안 개정의 핵심이었던 신문법과 방송법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여야가 합의처리하기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언론노조의 파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jslee_02.jpg예정된 싸움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다

언론노조의 실질적인 총파업은 지난 1999년 방송법 개정 반대 총파업 이후 9년 만이다. 그만큼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절박했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안 개정안 발표 즉시 논평을 내, “재벌과 조중동에게 방송을 쥐어주어 자당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고 신문지원기관을 통폐합하여 조중동의 언론독점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12월24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12월26일 오전 6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7대 언론악법’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모양새지만 사실 언론노조의 투쟁은 오래 전부터 시작된 ‘준비된 싸움’이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대선 전부터 언론에 대한 공세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촛불시위와 금융위기 때문에 조금 지체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업 준비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근 1년여 동안 이번 싸움을 준비해 왔다는 얘기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절박한 만큼 파업을 위한 준비에 공을 들였다.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구성이 다양하다. 방송, 신문, 출판, 인쇄, 인터넷, 케이블까지 망라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파업 준비를 하면서 산별노조로서 자사 이기주의적인 생각들을 정제하기 위해 산별교섭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산별노조를 강화하는 다양한 형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내부의 동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언론노조는 1년여 동안 산하 본부와 지부를 순회하면서 교육·홍보 사업을 벌였다. 실질적인 파업형태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나, 언론문제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노조 밖에서 함께 결합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할 네티즌들과 시민사회단체들하고도 이번 파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같이 논의하고 준비를 해 왔다. 밖에서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보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희는 거의 1년 내내 긴장을 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언론장악 저지’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또 “속도전, 입법전쟁, 전광석화 이런 용어들을 써가면서 정부 여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1년 동안 축적했던 역량을 총 집결해서 파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조금씩 서서히 추진을 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강한 힘을 모아서 대응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1차전 선봉장, 왜 MBC였나?

이번 파업에서 선두에 선 것은 MBC 노동자들이었다. MBC의 기자들과 아나운서들은 길거리로 나와 시민들에게 7대 언론악법의 폐해를 알리고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 MBC가 선두에 선 1차적인 이유는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위협이었다.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언론사들의 투쟁이 YTN과 KBS의 낙하산 인사 저지투쟁부터 시작됐지만, (언론 관련법안 개정은) 일개 기업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공공적 측면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이 하나로 모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은 소유와 경영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구분된다. MBC는 방송문화진흥위원회가 대주주인 공적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경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런 구조는 MBC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감시와 견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최상재 위원장은 “MBC는 정권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BBK 사건이나 촛불시위, 대운하 등의 사안에 있어 가장 냉혹하게 비판을 가한 MBC를 순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나라당의 법 개정안이 MBC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박성제 본부장은 “(언론 관련법안 개정 시도가) 미뤄지면서 MBC에 대한 (현 정권과 한나라당의) 원한이 훨씬 더 깊어졌을 거라고 본다. (그 사이 있었던) 촛불시위 같은 것을 PD수첩이 거짓방송 왜곡방송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한나라당으로부터 ‘잃어버린 10년’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왔던 MBC가 촛불 정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과 정부의 일방통행 등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자 그 원한이 더 깊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문·방송 겸영과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허용하는 데 있다. 그런데 SBS는 이미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KBS는 대통령·여당·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 이사회에서 이사장과 사장을 선임한다. 결국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할 경우 ‘먹잇감’은 MBC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 개정안이 공영방송 체제의 근간을 허물 뿐 아니라 권력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온 MBC를 통제하기 위한 ‘표적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프라인 최강 전문가들, 온라인에 접속하다

이번 파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파업 기간 동안 실시된 4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항상 60%를 넘었다. 이는 언론노조의 ‘언론 공공성 수호’라는 명분이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여론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여론을 형성한 데에는 ‘온라인 전략’이 단단히 한 몫을 했다.

MBC본부는 <힘내라! MBC!>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개설해 파업의 내용과 정당성을 알렸는데 이 블로그는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블로그 개설 하루 만에 접속자 수는 18만 건에 육박하며 티스토리(블로그 제공 사이트) 전체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했다. 아나운서에서 보도국으로 옮긴 김주하 기자, <9시 뉴스데스크>의 박혜진 아나운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등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조합원들의 파업지지 동영상은 조회 건수가 20만을 넘었다. 문소리, 정찬, 조재현 등 유명 연예인들의 파업지지 동영상도 인기를 얻었다. 이런 효과는 파업 기간 내내 언론 공공성 수호라는 파업의 명분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힘이 됐다. 

MBC본부는 파업 초기부터 30여 명의 조합원들로 네티즌과 소통하는 역할을 담당할 ‘디지털 파업팀’을 만들었다. 박성제 본부장은 “UCC(사용자 제작 컨텐츠, User Created Contents)를 만들거나 유명 인사를 인터뷰해서 지지발언을 이끌어내는 건 사실 우리 조합원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전문가 그룹 아닌가? 기자들, 피디들도 있고 엔지니어들이 편집도 할 수 있다. 그런 걸 활용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얘기가 돼서 부문별로 조합원들이 나와서 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MBC본부의 블로그도 대박이 났지만 ‘블로거 기자’들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블로거 기자들은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작성한 글(포스팅)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다음 블로거 뉴스>나 <믹시>, <올블로그> 등의 사이트로 ‘출판’한다. 블로거들의 포스팅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정보이자 기사가 된다. 사람들의 관심 분야가 모두 다른 것처럼 블로거들의 전문 분야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한 자리에 모아 놓으면 그 정보성이나 시의성, 전문성에서 웬만한 언론보다 나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한 블로거 기자들은 지난 촛불시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MBC본부는 이 블로거 기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었다. 박성제 본부장은 “20여 명의 블로거들이 매일같이 MBC에 오셔서 다 취재할 수 있도록 해드렸다”고 말했다. “조중동이 얘기하는 것처럼 밥그릇 파업인지 자사 이기주의인지 한 번 직접 보시라”는 취지였다. 박성제 본부장은 “밥그릇 싸움이라면 구조조정이나 월급이나 잘릴 얘기를 하면서 싸우자고 하겠지만 13일 내내 그런 얘기는 한 번도 안 나왔다. 모두 방송 사유화를 막아야 된다, 조중동 재벌방송 폐해를 막아야 한다고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셨기 때문에 그 분들이 저희를 믿고 성심성의껏 도와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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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언론노조 MBC본부의 홍보 포스터   ▷ 언론노조 MBC본부 ]

2차전의 뜨거운 감자, ‘공영방송법’

이렇듯 성공리에 마무리한 파업이지만 언론노조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아직 남아 있다. 한나라당은 2월2일에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공영방송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발전특위 위원장은 지난 1월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영방송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른 미디어 관련 법안들과 함께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영방송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실히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법이 모태로 하고 있는 ‘국가기간방송법’(2004년 한나라당 발의)은 공영방송은 광고 수입을 전체 재원의 20%로 제한하고 있다. 광고 수입이 20%가 넘어가면 공영방송의 테두리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MBC는 사실상 공영방송으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된다.

공영방송법의 칼날은 KBS도 겨누게 될 가능성이 크다. KBS가 가지고 있는 두 개 채널 중에서 광고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KBS 1TV뿐이다. 공영방송법이 MBC뿐만 아니라 KBS 2TV의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설사 광고 수입 20% 제한을 맞추기 위해 수신료를 인상한다고 해도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한국에서 이는 지난한 합의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법은 또한 ‘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9명의 경영위원으로 구성되는 경영위원회는 공영방송의 사장, 부사장과 감사의 임면권을 갖는다. 9명의 경영위원 모두 여당 출신인 국회의장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코드인사와 통제력 강화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수신료 결정과 예·결산 편성을 경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도 공영방송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이렇듯 MBC와 KBS 모두를 겨누고 있는 공영방송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 관련 최대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은 지지세력으로, 여당은 적전분열로

언론파업 ‘1차전’은 파업에 우호적인 여론을 통해 함께 싸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연대를 이끌어낸 언론노조의 승리로 돌아갔다. ‘2차전’ 역시 1차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의석 수 171석의 한나라당은 여전히 건재한데 이번 싸움은 언론이 이름지은 대로 ‘입법전쟁’이다. 어차피 결론은 국회에서 날 수밖에 없다. 여론을 통한 압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상재 위원장은 “대부분의 언론 관련 문제들은 입법사안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 여론이라는 수단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단이라는 것은 가장 유용하고 가장 큰 수단이다. 재벌방송이나 조중동 방송 문제에 대해서 여론을 최대한 모으고, 그것이 야당에 대해서는 투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당 의원들 같은 경우에는 거꾸로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이견들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언론악법 통과를 막을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론을 통한 여야 압박에 주력해 야당은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여당은 내부에서 적전분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방향도 마련되어 있다.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언론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도 지역구 의원들, 특히 영남권 의원들에 대해서 공세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고 지역구의 주민들과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한다면 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 최대한 부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악법 전반에 대한 넓고 두터운 전선이 필요하다

2차전에서 주목할 한 가지 변수는 ‘MB악법’ 저지선을 어떻게 넓고 두텁게 확장할 것인지다. 최상재 위원장은 “2월에는 언론노조와 관련 시민단체 힘만으로는 힘들다고 본다. 다른 악법들을 포함해서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저항선을 쳐야 한다”면서 “그 중요한 축이 민주노총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악법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보호법의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연장 문제, 최저임금 문제 같이 노동자들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총연맹 차원의 ‘반 MB악법 전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용산 사건에서도 봤지만 도시 서민들과 빈민들을 위협하는 법안들, 교육과 의료 관련해서 개악하는 법안들이 다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런 힘들을 최대한 함께 묶어야 한다. 2월 싸움은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민생 관련 악법들의 직접 이해 당사자들과 같이 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게 되어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최대한 저지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현대미포조선 현장조직 탄압사건과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사업으로 논의할 것을 의결한 바 있다. 

KBS노조는 방관자에서 당사자로 나설 수 있을까

한 가지 더 주목할 변수는 KBS노조다. 한나라당이 공영방송법의 제정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KBS 역시 언론파업 2차전의 이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KBS노조의 강동구 위원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사안을 놓고 언론노조 및 KBS사원행동과 갈등 끝에 언론노조를 탈퇴한 박승규 전 KBS노조 위원장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KBS사원행동 측에 노조 내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서의 역할을 제안하는 등 상대적으로 ‘말이 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KBS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아직 정리된 것은 아니다. ‘낙하산 인사 반대운동’을 벌였다가 1월16일자로 파면되었던 양승동 전 KBS사원행동 대표와 김현석 전 KBS기자협회장, 해임되었던 성재호 기자에 대한 징계는 KBS기자협회와 KBS피디협회의 설 연휴를 전후한 제작거부 투쟁으로 각각 정직 4개월과 정직 1개월로 수위가 낮춰졌다. 하지만 처음에 함께 제작거부를 시작했던 KBS노조가 1월28일에 투쟁지침으로 정상근무에 복귀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KBS 내부에서 다시금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상재 위원장은 KBS노조의 정상근무 복귀 지시 이전 인터뷰에서 “KBS가 지난 1차 파업 때 같이 하겠다고 선언을 했고, 이번 사원행동 파면 사건을 계기로 더 확실하게 우리 대오에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세부 내용까지 일일이 다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새 집행부나 직능단체 협회하고도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노조의 생각과 언론노조의 생각이 언론 관련되는 법안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거의 일치한다고 봐도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이미 KBS 내부의 파면 해임 문제와 관련해서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함께 할 것이라고 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KBS기자협회의 한 기자는 “우리도 노조를 버리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실무선에서는 노조와 계속 협의도 이뤄지고 있다. (사원행동 징계 재심 건도) 우리가 직접 사측과 협상한 것이 아니라 노조가 협상을 하면서 기자협회와도 계속 협의를 했다”고 말해 KBS노조의 정상근무 복귀 지시가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남은 시한은 한 달, 사즉생의 각오로 임할 것

2월 임시국회는 2월2일에 시작해 3월2일에 끝난다. 각 상임위원회별 쟁점법안 심의는 2월16일부터 시작되고 법안을 처리할 본회의는 27일에 열린다. 언론노조는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19일부터 총력체제에 들어간다. 최상재 위원장은 “국민의 3분의 2가량이 반대하고 있고 여야의 적지 않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공권력을 동원해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의회 쿠데타이자 정권퇴진운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차 파업을 정리하면서 ‘또다시 국민 설득 없이 적절한 절차와 과정 없이 밀어붙인다면 그 때는 정권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공언을 했다. 언론 전체를 장악하려 한다면 그만큼의 저항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언론노조의 2차전은 “국민을 위한 공정 언론이 되겠다”며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던 1차전의 초심으로 MB악법의 피해자가 될 시민들과 함께 할 때 이길 수 있다. 언론파업 2차전, 그 막이 올랐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