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뉴딜’ 사업은 고용위기를 구할 수 있을까

노동사회

‘녹색뉴딜’ 사업은 고용위기를 구할 수 있을까

편집국 0 4,664 2013.05.29 10:57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06년 가을 이후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으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로 확산됨으로써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미국경제의 위기는 직접적으로는 대출심사 부실, 파생금융상품 부실 등 금융기관의 비도덕적이고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8년 4/4분기 성장률 -5.6% …… 사라진 ‘747’ 신기루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실물가치의 생산보다는 금융부문에서의 가공가치 거래를 통한 지대추구에 몰두해온 금융자본주의 및 이를 뒷받침해 온 시장만능주의 이념과 정책의 실패라는 점에서 ‘체제 실패’를 의미한다. 이번 금융위기가 곧 지난 3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해 왔던 신자유주의 체제 종식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제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조차도 더 이상 이를 강하게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경제위기의 영향에서 한국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외의존 체질이 심한 한국경제는 미국 경제위기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은 크게 두 방향에서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금융시장을 통한 영향이다. 즉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주식과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는 등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시중의 돈줄이 마르면서 중소기업이 자금위기에 빠지고, 개인신용의 위험도 크게 높아졌다. 이는 다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경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실물시장을 통한 악영향도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이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그 결과 수출기업이 먼저 위기에 빠지면서 내수부문의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이미 금융, 건설, 자동차, 조선, IT 등의 산업에서 경영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도산, 매각, 합병, 구조조정 등이 시작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외 각종 경기예측기관들의 국내경제에 대한 예측 역시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이 금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전망치가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예측기관들 역시 그 동안 계속 플러스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해 왔으나 최근 한국은행이 2008년 4/4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5.6%로 발표하면서 국내기관들의 금년 성장률 예측치 역시 일제히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특히 가장 권위 있는 국제통화기금(IMF)마저 한국경제의 금년 성장률 예측치를 -2~-3% 전후라고 밝히면서, 금년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한층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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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 동안 계속해서 금년에 3~4%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사태가 이렇게 바뀌자 최근 입장을 슬며시 바꾸어 금년에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하였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률 수치에 너무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시 내세웠던 ‘747 공약’은 이미 허공의 신기루로 사라져버렸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경제위기가 지난 1998년의 IMF 위기 당시와 같은 ‘V자형’보다는 불황의 지속기간이 길어지는 ‘U자형’, 혹은 ‘L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경제불황이 적어도 2~3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회복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IMF 경제위기 당시에는 아시아 국가들만 경제위기를 경험하였으며, 따라서 경제위기에 따른 환율 평가절하 효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도 급속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위기이며 더욱이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이 모두 경제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회복의 계기를 찾기 힘들다.

2009년 유사실업률 10% 가까이 될 수도 있어

이처럼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모든 부문이 당분간 큰 고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엇보다도 큰 걱정은 실업률의 상승과 고용불안 등 고용위기이다. 2009년 고용시장은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경기 급랭의 영향으로 기업의 투자 위축과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면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파산, 신규채용 동결, 비정규직 계약해지, 정규직 명예퇴직 및 정리해고 등이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 고용의 최후의 방어선이 되어야 할 공공부문마저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여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 감소, 공기업 선진화(10% 인건비 삭감) 등 고용조정에 들어갔다. 

이처럼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상황 악화가 계속되면서 금년도 신규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KDI가 금년도 연간 고용에 대해 “순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을 필두로 하여, 주요 민간 연구기관들 또한 앞 다투어 신규취업자 수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경제연구소는 금년 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신규취업자 수를 마이너스 3만 명 내외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다 비관적인 마이너스 10만 명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신규취업자 수가 4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치도 다소 낙관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1997년 이래 지난 10년간의 실질경제성장률과 취업자증가율 간의 상관관계를 계산해보면 [그림1]처럼 성장률과 취업자증가율 사이에 『y(취업자증가율) = 0.3717x(성장률) - 0.2542』의 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만약 금년도 실질경제성장률을 -2%로 잡을 경우, 취업자증가율은 약 -1% 정도로 예상되며, 성장률을 -3%로 잡을 경우 취업자증가율은 약 -1.4% 정도로 예상된다. 이를 2008년도 취업자 수 2,357만 7천 명에 대입해보면 금년도 취업자는 전년 대비 23만 6천 명~33만 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졸업자, 여성 등 신규 노동력의 자연증가율이 매년 1%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금년의 실질적인 미취업 노동력율은 2~2.4%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전부가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취업을 단념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남겠지만, 어쨌든 금년도 실업률은 정부 전망치인 3.4%를 훌쩍 넘어 4~5%대에 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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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순히 실업률의 증가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선진국처럼 고용보험에 의한 실업급여의 혜택이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잃더라도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되거나 저임금, 단시간의 불완전취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등 이른바 ‘유사실업자’가 많은 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성미(2009)의 조사에 의하면 2008년도 한국의 공식실업률은 3.15%인 반면, 유사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7.41%에 달하였다. 따라서 금년도 실업률이 4%대 후반~5%대에 달할 경우 유사실업률 역시 10%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더 나아가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를 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 파견노동자, 일용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하청용역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도산, 휴·폐업과 구조조정, 고용조정 등에 따라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청년실업자들이다. 고용위기의 영향이 모든 계층에 골고루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이들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곧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혼란이 더욱 악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집중된 ‘녹색뉴딜’ 사업

정부도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위기 상황에 대해 대처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우려하는 점은 물론 고용위기로 인한 고용불안과 소득상실 등도 있겠지만 이에 더 나아가 대규모 실업증가와 고용불안이 자칫 사회적 불안과 혼란으로 이어져 지난해의 ‘촛불항쟁’처럼 현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봄 2~3월경이면 대졸자(전문대 포함) 약 56만 명과 고졸자 중 대학 미진학자 약 10만 명 등 총 66만 명의 신규 학교졸업자가 노동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이 제대로 취업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사회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우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 7일 4대강 살리기 등 이른바 ‘녹색뉴딜’ 사업에 2012년까지 총 50조 원을 투입해서 약 9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세부사업별로는 △‘4대강 살리기’ 및 그 연계사업에 18조 원을 투자하여 2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녹색 교통망 구축에 11조 원을 투자하여 1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림 바이오매스 사업에 3조 원을 투자하여 2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에너지 절약형 주택 및 그린스쿨, 그린 오피스 건설사업에 9조 원을 투자하여 1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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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녹색뉴딜 사업은 ‘녹색’과 ‘뉴딜’을 내걸어 과거의 경기회복정책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녹색도 아니고 뉴딜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녹색뉴딜 사업이 저탄소, 친환경, 자원절약 등 녹색성장전략에 고용창출 정책을 융합한 것으로서, 과거의 성장위주 전략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대로 전체 총 50조 원의 투자 중 4대강 살리기 및 그 연계사업에 18조 원(36%)이 투자되는 등 이번 사업의 핵심은 녹색이 아니라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녹색’도 ‘뉴딜’도 아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친환경적인 녹색사업이란 정부의 주장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25일에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으며, 그 내용은 이번 녹색뉴딜 사업에도 대부분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농업용저수지 사업(3조 4,887억 원) △댐 및 홍수조절지 사업(3조 1,889억 원) △하도정비 사업(2조 6,321억 원) △제방보강 사업(1조 7,368억 원) △하천환경정비 사업(1조 4,316억 원) 등으로, 대부분 저수지용 댐 건설, 하천바닥 준설, 제방정비 및 보강 사업 등 SOC 건설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사업은 공교롭게도 그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왔던 대운하 사업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곧 대운하 사업의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예컨대 하도정비 및 제방보강은 대운하 수로확보사업과 일치하며, 농업용 저수지나 댐 및 홍수조절지 건설사업은 운하용수 확보사업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다(박창근, 2009). 이미 선진국에서는 하천정비 방향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 난 제방위주 사업이나 댐건설 사업 등 자연을 파괴하고 시멘트 칠을 하는 방식의 사업에 이명박 정부가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곧 대운하 건설을 위한 우회로로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편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18조 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면서도 비용·수익분석 등 경제성 평가나 환경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졸속으로 계획을 수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번 녹색뉴딜 사업은 ‘뉴딜’ 사업도 아니다. 최근 뉴딜(New Deal)이란 용어가 남용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뉴딜 정책은 1930년대에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경제 구조와 관행을 개혁하고,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추진했던 경제 정책이다. 뉴딜이란 트럼프의 카드를 새로 나누어 준다는 뜻으로, 과거 후버 대통령 시절의 친기업적 정책을 일신하여 새로운 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대공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미국 국민들을 구하겠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철학이 담겨 있는 용어이다. 

또한 뉴딜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광범한 사회개혁을 포함한 정책이다. 여기에는 △테네시 강 개발계획을 포함한 건설토목공사를 통한 경제의 단기회복정책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밖에 △노동조합 인정 및 노사관계 개혁, 농민에 대한 지원정책, 사회보장법 실시 등 노동자, 농민, 빈민을 위한 광범한 사회개혁정책, △경제, 화폐공급, 물가, 생산 등에 대한 연방정부의 통제 및 개입 증대 등 시장실패 보완을 위한 정부개입 정책(이른바 수정자본주의), △독과점 규제를 위한 법률, 은행법 개정 등 반독점, 반재벌 정책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정자본주의 또는 복지국가체제로 불리는 현대 자본주의의 초석을 놓은 광범한 사회, 경제, 정치개혁정책의 총합이 바로 뉴딜 정책인 것이다. 

따라서 뉴딜 사업을 겨우 “일자리 창출용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이해는 ‘무식의 소치’라 아니할 수 없다(기획재정부 등, 2009). 공공투자사업 외의 대규모의 민간자본 유치를 계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친기업적이고 반개혁적인 사업에 뉴딜이란 용어를 붙인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96만 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새빨간 거짓말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녹색뉴딜 사업이 설혹 자연을 파괴하고 대운하 건설을 위한 전초사업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돈이 풀리고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는 있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환경파괴와 같은 장기적인 악영향보다는 당장 내 일자리가 급하고 내 수입이 급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문제는 과연 녹색뉴딜 사업이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렇게 커다란 고용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지적해야 할 점은 정부가 말하는 “96만 개 일자리 창출”이란 표현은 상당히 과대 포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건설투자에 의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정부의 투자가 끝나면 없어져 버리는 1년간의 한시적 일자리이다. 정부는 4년간 50조 원을 투자해서 총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간 12.5조원(50조 ÷ 4년)씩 투자해서 연간 24만 개(96만 개 ÷ 4년)씩 일자리를 마련하되, 2년째부터는 이 일자리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24만 개의 일자리를 4년간 유지한다”는 표현과 “총 96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표현은 분명히 다른 의미이며, 고의로 국민들에게 혼동을 가져오게 만드는 과대 포장 표현이라 하겠다.

건설투자에 따른 고용효과 역시 과장된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가 그 산출근거로 삼은 것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도 기준 산업연관표상의 건설업 고용효과로서, 즉 10억 원 투자 시 16.6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표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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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발효과, 건설업보다 사회서비스가 훨씬 커 

그러나 이러한 추정치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이 표에서 보는 대로 동일한 10억 원의 투자액 대비 취업유발계수가 건설업보다 큰 산업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표에서 보듯이 농림어업은 51.1명, 음식·숙박업은 37.8명, 도·소매업은 30.4명, 사회서비스는 24.9명, 그리고 교육·보건업은 20.2명으로 건설업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훨씬 높다. 만약 산업분류를 보다 세분화할 경우 제조업 내에서도 건설업보다 고용유발효과가 더 큰 업종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고용유발효과만 따진다면 굳이 건설업에 집중 투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농림어업과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 분야는 제외하더라도, 교육·보건업이나 사회서비스 분야 등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는 분야로서 앞으로 고용을 대폭 확대해가야 할 분야임을 감안할 때 건설업에 대한 집중투자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흔히 건설업은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확실하기 때문에 경기회복정책으로서 건설투자 이상 가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일일 뿐 더 이상 그러한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자료로 입증된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이용하여 건설업의 고용효과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건설업의 고용유발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건설업이 과거와는 달리 인력보다는 중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등 점차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땅값 상승에 따라 토지구입비나 토지보상비 등에 들어가는 금액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설업 고용유발효과의 하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전망에 따르면, 건설업 투자 10억 원당 취업계수(총 고용효과)는 2006년의 35.7명으로부터 2016년에는 28.5명으로 7.3명(20.4%)이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한국고용정보원, 2007). 따라서 2005년도 자료를 기준으로 한 정부의 건설업 고용유발효과 추정치는 상당히 과대 포장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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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에서도 문제 일으킬 녹색뉴딜 투자

건설업 투자의 고용효과의 크기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 면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된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녹색뉴딜 사업에 의해 창출되는 일자리 가운데 건설 및 단순생산직이 95.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문·기술·관리직이 3.6%, 서비스·사무·기타직이 0.7%라고 한다. 특히 산림바이오매스 사업의 경우 3조 원의 투자로 2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인데, 사업비나 그 밖의 다른 비용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3조 원이 모두 인건비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3조 원 ÷ 23만 명 = 1,304만 원(연간)』으로서 월 100만 원 남짓한 보수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의 단순 공공근로사업 취로와 마찬가지로 한시적인 저임금 일자리의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실제로 건설업은 <원청업자 → 1차 도급 → 2차 도급 → 3차 도급→ 말단 일용노동자>로 이어지는 전근대적인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으로서, 저임금, 고용불안, 낮은 숙련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윤진호, 2001). 김유선(2008)의 분석에 의하면 2008년 8월 기준 건설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95만 3천 명이며 비정규직 비율은 67.8%로서 전체 건설업 취업자 3명 가운데 2명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나타났다. 농림어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영세자영업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율이며, 제조업의 비정규직 비율(33.0%)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치이다. 다시 말해 이번 녹색뉴딜 사업은 건설업 집중투자를 통해 고의적으로 저임금의 한시적인 건설업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겠다는 계획으로서, 한국의 고용구조를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겠다. 

건설업 집중 투자는 망국으로 가는 길

이처럼 건설업 투자는 환경파괴를 가져오고,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며, 고용효과도 의심스럽고, 고용구조를 왜곡시킬 뿐이다. 그럼에도 왜 이명박 정부는 그토록 건설업 투자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본경제를 연구해 온 알렉스 커(Alex Kerr)는 그의 책 『치명적인 일본(원제: Dogs and Demons)』에서 일본의 건설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이른바 ‘건설족’으로 불리는 정치인 - 건설관료 - 건설회사들 간의 공생관계(이를 ‘철의 3각형’이라 부른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수십조 엔에 달하는 공공건설공사를 따기 위해 건설회사들은 정치인과 관료에게 막대한 뇌물을 바치고 있으며, 대신 정치인과 관료들은 수의계약이나 담합계약에 의해 일부 건설사에 공공공사를 몰아줌으로써 일본의 건설업은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건설업에 쏟아 붓는 돈은 처음에는 이로부터 이익을 얻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에 의해 시작되었겠지만, 정말 무서운 점은 이러한 사태가 일정 기간 진행되고 나면 그 자체가 ‘관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초기에 이를 끊지 못하면 자기통제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이제 건설업에 ‘중독’되어 자기통제를 잃어버렸다. 관료들은 본능적으로 관성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일단 건설예산이 배정되고 나면 다음 해에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대중에 의한 아무런 감독이나 통제도 없는 상황 속에서 관료적 관성은 결코 뿌리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된다. 배정된 예산은 무슨 수로든 써야 하며 대형공사는 무슨 수로든 팽창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해에 더 많은 예산과 더 많은 권력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바로 전 국토를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싸 바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건설업에 이미 고용되어 있는 수많은 노동력도 건설업 중독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경제적 합리성을 따져 건설예산 배정을 중지하게 되면 많은 건설인력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며 이는 시골에 지역구를 가진 중의원 의원들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된다. 따라서 지역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건설공사 예산을 지속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정치인과 관료의 합작이 이루어져 쓸데없는 건설공사는 정부지원으로 계속될 수 있게 된다. 

정치인·관료·건설업계, 부패고리로 연결된 철의 삼각형

알렉스 커의 일본 건설산업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이른바 ‘건설업 중독’과 그 뒤에 숨은 정치인 - 관료 - 건설업계 사이의 검은 흑막은 한국에도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다. GDP에서 차지하는 건설업의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이 2005년 현재 9.1%로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심지어 일본보다도 더 높다([표4] 참조). 더욱이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건설업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반면, 한국의 건설업 비중은 1988년의 7.6%로부터 2005년에는 9.1%로 늘어나 일본의 건설업 비중을 추월하였다. 물론 그 동안 인천신공항 건설, 경부고속철도 건설, 새만금 사업 등 많은 대형공사가 있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한국이 얼마나 ‘건설업 중독증’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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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력의 비중은 한국이 7.9%로서 일본, 미국,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 등보다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 건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건설업 고용비율이 낮은 것은 한국의 건설산업이 그 만큼 고용흡수력이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같이 한국을 건설국가로 만든 배경에 관료 - 정치인 - 건설업의 3각 관계가 숨어 있다는 점도 일본과 마찬가지이다.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는 2000년 발표한 건설업 부패실태에 관한 보고서에서 공공공사 입찰의 80% 가까이가 제한경쟁 내지 수의계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건설회사들 간의 담합과 부정부패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단 공사를 딴 원청업자는 자신이 스스로 공사를 하지 않고 하청업자들에게 하청을 주며 원·하청업자 간의 수직적, 계층적인 관계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원도급업자는 자신이 부담하여야 하는 불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일방적으로 하청업자에게 전가시키는 부패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불투명한 하청업자 선정, 이중계약, 저가 하청행위, 부당한 하청대금 지급행위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건설업에 만연되어 있는 부실시공과 낮은 품질이 문제이다. 앞에서 본대로 원청업자의 저가 하청행위는 결국 하청업자로 하여금 부실, 조잡시공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련의 하청 고리 과정에서 부패행위가 관행화, 만연함으로써 결국 건설업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부패의 실질적 연결고리(자금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정치인, 관료의 역할이 명시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신문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이들의 역할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건설업에 대한 올인(all in)은 이처럼 합리적인 자원배분을 저해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고용구조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부실한 시공과 사회경제적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망국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대안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건설업 집중투자를 통한 경기회복, 고용창출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우리에게 분명한 대안의 길이 열려 있다. 즉 앞으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은 SOC 투자와 같은 하드웨어적 투자가 아니라, 교육, 의료, 복지, 금융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 부문에의 소프트웨어적 투자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사회서비스 분야의 여러 산업에서 매우 뒤떨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간호, 장기요양, 보육, 학교 밖 과외교육, 금융 등의 여러 분야에서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인력, 저임금, 그리고 낮은 질의 노동력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태로는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사회서비스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고용흡수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들 분야에서 이윤창출의 기회가 적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공공부문의 역할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할뿐더러 미래사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의 SOC 투자 위주의 녹색뉴딜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부유층 위주의 조세감면(총 20조 원)이나 건설사 지원(총 11조 원) 등 기득권층 지원 위주의 예산을 전용함으로써 재원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당장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나 계약해지 등을 중지하고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총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을 사회적 파트너들이 조속히 추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고통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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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