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촛불운동’ 점화를 노동자의 손으로!

노동사회

‘제2의 촛불운동’ 점화를 노동자의 손으로!

편집국 0 3,033 2013.05.29 10:56

해가 밝았건만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비롯된 세계적 불황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쳐 지난 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5.6%로 급락하였으며, 일자리도 12월 말에 전년 대비 1만 2천 명(-0.1%)이 줄어들었다.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로 졸업예정의 대학생 청년들이나 소위 ‘사오정’(45세 정년)세대, 그리고 가계를 책임지는 여성 비정규직 등과 같은 많은 서민들의 속내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bhlee_01.jpg암울한 경제불황의 길, 경악스런 반노동 공세

지난해 12월 말 공식 실업률이 3.3%(78만 7천 명)에 그치고 있기는 하지만, 구직단념자·취업준비생·불완전취업자 등을 포함하여 준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300만 명을 훌쩍 넘어 체감실업률이 12%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실업급여의 신청자 수가 9만 3천 명으로 전년대비 무려 84.3% 증가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실업문제가 우리 사회에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조만간 조선·건설업·자동차·해운산업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또 2월 말이면 60만여 명의 고교·대학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3월 위기설’이 두루 나돌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연평균 4%대 수준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암울한 징후들이 1998년∼1999년에 겪었던 실업대란이 재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998년의 외환위기 당시에는 다행스럽게도 ‘V자형’의 빠른 경기회복을 통해 실업대란이 짧은 기간에 극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경기불황은 이제 막 시작되어 상당히 오랜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 들어선 수많은 노동자·서민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그저 막막하기만 한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적) 국정운영’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절체절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말 반노동적이며 반민주적인 ‘MB표 개혁정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오늘의 세계공황이 신자유주의의 본산지인 미국과 영국에서 비롯된 점에 잘 드러나듯이, 지난 30년 동안 온 세계를 풍미해온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MB정권이 보다 공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강행하려 하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못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이를테면 MB정권은 방송언론부문의 공공성에 아랑곳없이 산업융합의 경제적 효과만을 강조하며 미디어개혁의 법제화를 강행하려 하거나, 재벌들의 금융지배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려는 금산분리법의 형해화를 추진하여 이미 연초부터 의정중단의 국정분열을 초래하였다. 또한 지난 1월20일에는 용산 세입철거민들에 대해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서둘러 과잉진압을 시도하다 여섯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끔찍스런 불상사를 초래하여, 인명경시와 개발과잉의 국정태도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비정규직 양산, 최저임금 삭감이 ‘고용대책’이라니…

이에 더하여, 고용위기를 맞이하여 MB정부가 그동안 공표해온 실업대책은 실로 문제투성이다. 출범초기부터 ‘강부자(강남땅부자)’ 내각임을 여실히 보여준 MB정부는 부자들에게 감세와 종합부동산세 삭감으로 큰 선물을 안겨준 반면, 노동자·서민에게 돌아갈 일자리와 소득은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부문의 우선적인 개혁과제로서 비정규직 보호법과 최저임금제에 대한 규제완화의 의지를 공공연히 천명해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비정규직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노동시장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을 “세계에서 최첨단의 보호수준”이라 평하면서, 사용기간을 현행의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실업문제를 핑계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제도 개악에 나서겠다는 노동부 수장의 발언은 참으로 억지스럽기만 하다. 

또한 노동부는 기업들의 인건비 절감을 명분으로, 취약노동계층의 생계비를 받쳐주고 있는 법정최저임금제도마저 후퇴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이라면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놓여 있는 취약노동계층에 해당되는 만큼, 정부가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좀 덜 해주더라도 이들 노동자의 몫을 챙겨주는 것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사회양극화의 억제를 위해서나 내수활성화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최저임금을 낮추려 하고 있으니, 엉뚱하기 그지없다. 고령노동자들, 신규취업의 수습근로자들, 그리고 재직근로자의 최저임금을 현행 수준보다 일정하게 낮추려는 노동부의 개정시도는 기업들에게는 자상한 배려를 해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인색한 MB정부의 편파적인 친기업 국정기조를 잘 드러내고 있다. 

MB정부가 경기부양과 실업대책으로서 추진하는 ‘녹색뉴딜정책’ 역시 우리 경제패러다임과 고용구조의 선진화와는 전혀 어긋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4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경부·호남 고속철도의 조기 개통, 자전거 도로 등 녹색교통망 구축, 친환경차 개발 보급,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절약형 주택 확대 등 36개 사업에 무려 50조 원을 투입하여 9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대선 시절의 ‘747공약’과 같은 과욕의 국정목표를 다시 세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정책들을 통해 창출되리라 기대되는 일자리 대부분(대략 95.7%)이 토목·건설 분야의 단순노무직이라는데,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대졸 청년들과 여성 그리고 고령노동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고용대책이라 할 수 있을지가 심히 의문스럽다. 낙후한 국민복리후생의 선진화와 잠재력 있는 지식서비스경제의 발전을 동시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교육·고용 등의 사회공공서비스부문에 대한 재원투자를 크게 확충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21세기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1960~70년대의 토목공사방식으로 경제패러다임과 고용구조를 후퇴시키려는 것 같다.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다보니 MB정부의 녹색뉴딜정책을 두고 “녹슨 삽질”이라고 빗대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만 하다. 

아울러,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현시점에 정부는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여 좋은 일자리의 10∼15%를 축소하고 있다. 또한 그러는 한편에서는 청년실업대책의 일환으로서 ‘알바(아르바이트)’형태의 실속 없는 행정인턴제 시행을 ‘땜방’식의 미봉책으로 추진하고 있어, 엇박자로 노동정책을 꾸려가고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만지는 것마다 후퇴하는 MB정부, ‘마이너스의 손’

그리스 신화의 ‘마이더스’가 만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변화시켰다면, MB정권은 하는 일 마다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경제정책 실패를 초래하고 있으니, 오늘날의 MB정부를 혹자는 손대는 것마다 후퇴를 낳는 ‘마이너스’라 부르자고 한다. 

지난해에는 국민 건강을 무시한 채 미국과의 예속적인 쇠고기협상을 관철시켜 온 나라 시민들의 크나큰 분노를 사며 엄청난 촛불운동을 겪었음에도, MB정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또 다시 기업·부자·보수언론 등 상류층의 이해대변을 위한 계급적 이념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반노동적이며 반민주적인 ‘국정개혁(?)’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누구라도 MB표 개혁정책이 재벌 중심의 금융지배와 방송언론의 상업성논리 예속, 전 국토의 토목건설 경제화, 그리고 비정규직의 양산과 최저생계기준의 저하에 따른 사회양극화의 첨예화 등을 초래할 것을 불 보듯이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정권과 여당은 이러한 MB표 개혁입법을 이번 국회에서 여론과 야당의 반대에도 밀어붙여 강행처리하려 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실업대란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국론분열과 정치갈등을 유발하려는 MB정권의 국정운영을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그들의 국정농단에 의해 비롯되는 민주주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니, 이에 맞서는 ‘제2의 촛불운동’을 모아내야 한다는 절박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는 듯하다. 정부여당의 독주에 저항하는 야당들로부터, 미디어법·금산분리제도의 개악에 맞서는 방송·금융 노동자들, 용산참사와 공안탄압에 분노하는 철거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반MB연대’가 형성되고 있다.

벼랑 끝 노동운동, 연대와 단결의 길로 나서자 

그런데 어느 운동단체보다 대중적인 조직 동원력을 갖추고 있는 노동운동진영 내부를 살펴보면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한국노총의 경우에는 정부여당과의 ‘정책연대’에 붙잡혀 장내 협상에만 매달리고 있어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악 시도에 맞서 장외투쟁에 나설지가 의문스럽다.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이석행 위원장의 구속에 따른 지도력의 취약화와, 조직내부의 정파적 분열 그리고 현장조합원들의 보수화 등으로 인해 1997년 총파업 때와 같이 힘 있게 대중적 투쟁동력을 조직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제2촛불운동의 발화지점으로 노동운동이 나서주길 바라는 기대가 적지 않으나, 이처럼 그 내부사정을 따져보면 간단치 않음을 쉽게 확인케 된다.

그러나 1987년의 노동자대투쟁과 1997년의 총파업에서, 우리 노동운동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중적 투쟁으로 용솟음쳐 거대한 파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이 진행되면서 노동운동의 침체 및 비정규직의 양산과 함께 현장 노동자들의 개체화가 상당히 이뤄져 왔다. 그러다보니 오늘의 경제위기를 맞아 수많은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됨에도 아직껏 노동자들의 힘 있는 대응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노동자 대중을 다시금 뭉쳐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계기를, 역설적으로 MB정권의 반노동적이며 반민주적인 개악공세가 제공해줄 듯하다. 

현 정부는 이미 스스로 공공연하게 밝히듯이 친기업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비정규직의 사용제한 완화와 최저임금제의 보호조건 완화를 차례로 성사시킨 후, 숙원의 과제인 ‘정리해고의 전면 보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에 부쩍 강조되듯, ‘노사관계의 법치주의 통제’를 강제하여 노동운동의 무력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경제불황과 고용위기로 이미 심각한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나 지속적으로 침체를 거듭해온 노동조합운동이나, MB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유연화공세에 의해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벼랑 끝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만큼 당면한 주객관적인 위기상황에 대해 너나 가릴 것 없이 공감하며, 다시금 연대와 단결의 힘을 모아나갈 수 있는 기회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가져본다. 

‘제2의 촛불운동’ 점화를 노동자의 손으로!

최근 민주노총 내부의 여러 활동가조직들이 작금의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그동안의 소모적인 경쟁관계를 넘어서려는 전향적인 노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럽고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노동운동의 실천주체들이 기존의 타성적 운동방식과 배타·패쇄적인 실천관행, 그리고 물질적·정치적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지 않고서는 직면하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1987년 이후 관성적으로 되풀이해온 진부한 실천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주객관적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운동노선과 조직 내 헤게모니에 집착하는 과잉정치의 활동관성으로는 적전분열의 자중지란으로 힘 있는 조직적 대응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노동·시민사회의 연대를 구축하지 못한 채 노동조합들이 고립되거나 패쇄적인 투쟁에 몰두할 경우에는 신자유주의와 MB정권이라는 가공할 만한 괴물들에 대적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경제불황과 고용위기에 가위눌려 불안과 좌절로 움츠려 있는 노동자대중을 반노동·반민주적 구조개혁에 맞서는 투쟁대열로 모아내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지도자와 활동가들이 이제껏 보여 온 실천방식과 조직운영의 면모를 일신하는 노력이 선결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민주적 조직운영과 초정파적 조직단합, 그리고 개방적인 연대실천과 책임지려는 지도집행력을 진정하게 보여줄 때, 노동자대중들도 그들의 억눌린 분노와 변화를 향한 소망을 노동운동에 기대어 풀고자 할 것이다. 또한 불안한 일터의 고용조건에 의해 파편화된 이해관계 구조를 넘어서 정규직-비정규직, 그리고 지역·업종 차원의 대공장-중소사업장 노동자연대를 제대로 수용·실천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의 촛불운동이 학생들과 시민들 그리고 네티즌들이 주도하여 쇠고기협상에서 시민건강권을 도외시한 MB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응징하였던 전초전이었다면, 이제는 MB정권이 노골적으로 강행처리하려는 반노동·반민주적 개혁에 맞서는 제2의 촛불운동이 다시금 열화같이 용솟음치길 고대하게 된다. 노동의 일방적인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려는 MB표 구조개악을 저지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사회민주적 개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대중의 주체적인 동참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실천주체들이 과거의 관성과 불신, 그리고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하나 되어 거듭나야 할 것이다. MB정권에 의해 노동자들의 삶이 벼랑 끝까지 몰리는 오늘의 위기국면에서 우리 노동운동이 다시금 부활하는 새로운 출발이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