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조직화 사례

노동사회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조직화 사례

편집국 0 8,028 2013.05.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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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한국 노동운동에게 반드시 달성해야 할,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그 어려움을 현장에서는 어떻게 뚫어가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모았다. 암중모색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자그마한 불빛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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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조직화 사례
②이랜드 홈에버 노동자 조직화 사례
③연세대 시설관리 노동자 조직화 사례
④의료연대 간병 노동자 조직화 사례
⑤퀵서비스 노동자 조직화 사례
⑥대리운전기사 노동자 조직화 사례
⑦기타

1. 조직화 사례 개요

최근 샤넬, 로레알, 엘카, 클라란스, 라프레리 등의 외국계 수입 화장품 회사에 노동조합이 설립(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되면서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8월 기준으로 국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화장품 업체 75개 브랜드(1,452개 매장)의 판매직 노동자 규모는 5천 5백여 명에 달한다. 현재 노동조합이 설립된 국내 외국계 주요 화장품 회사는 프랑스나 미국 등에 본사를 둔 초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이며, 1990년대 초부터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엘카, 로레알, 샤넬, 클라란스, 라프레리의 시장 점유율은 43.6%인데, 조합원 수는 2,145명으로 전체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판매직 노동자(4,596명)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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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조직화 전개과정

1) 조직현황


현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된 외국계 화장품 5개 회사는 조직구조가 사업부제로 되어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각 사업부에 브랜드별로 주된 사업부서인 영업, 마케팅, 교육 부서들을 공통적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업체별 상황과 필요에 따라 기타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현재 화장품 5사 노조는 각 브랜드 영업부의 판매직 사원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국계 화장품 업체 노동조합은 2004년 8월 샤넬(2004년 8월2일)에서 가장 먼저 조직되었으며, 로레알(2005년 6월4일)에서 두 번째로 건설되었다. 그 후 로레알 노동조합 활동의 효과로 인해 엘카(2007년 9월3일), 클라란스(2007년 9월28일), 라프레리(2008년 7월9일) 등에서 급격하게 노조가 건설되었으며, 상급단체 없이 활동하던 샤넬 노동조합 또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2007년 7월8일)하게 되었다. 외국계 화장품 5사의 노동조합 중 샤넬과 로레알을 제외하고는 건설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신생노조이며 단체협약 또한 이제 겨우 체결된 상태다. 이제 화장품 5사 노조의 조직화 과정은 어떠했으며, 조직화 이후 운동의 확장과 전개 과정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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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월28일 화장품 노동조합 4사 간부교육 모습. ▶ 샤넬노동조합 ] 

2) 주체형성과 노조 설립

①조직화와 동원의 계기


화장품 5사 노조 조직화의 주된 계기는 본사의 매출 압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와 열악한 노동조건(임금, 성과급, 수당)이었으나, 중간관리자의 비인격적인 관리, 인사승진, 업무배치(로테이션), 업무관계 등 노동환경 전반에 대해서도 불만이 쌓여 있었다. 화장품 5사 중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장 먼저 가입한 로레알 노조의 경우 주5일제 도입과 관련된 임금 및 수당 문제나 업무상 본사(관리직)와의 갈등이 노조 건설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엘카와 클라란스, 라프레리 또한 로레알과 비슷한 경우이며, 샤넬이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변경한 이유도 작업장 내 노동과정과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본사 및 중간관리직의 매장 운영 방식에 대한 판매사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노조 조직화의 주요한 계기였다. 노조 건설 이전에는 화장품 판매사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연장수당이나 휴일근무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절대 다수가 여성인 사업장임에도 판매사원의 모성보호(임산부)와 관련된 근로조건 조항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화장품 영업부 관리직들(대리, SM)의 비인격적인 매장 관리(반말 등)로 인해 현장에서는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②초기 주체와 공식조직 결성

일반적으로 백화점 화장품 회사의 경우 자사 브랜드별로 전국 매장(60여 개) 매니저들이 월 1회 참여하는 본사 영업회의를 운영한다. 통상 백화점 매장 판매사원의 고참격인 매니저(‘첫째’)는 영업회의를 통해 상시적으로 전국 주요 매장의 상황이나 작업조건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때문에 본사 영업회의에 참여하는 매니저들끼리 서로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열악한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었고, 실제로 화장품 5사 노조 조직화는 영업회의에서 출발했다. 

화장품 브랜드의 작업장(매장) 조직구조를 보면, 근속기간에 따른 비공식적 위계구조(‘첫째[매니저] - 둘째[부매니저] - 셋째 …… 막내’)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작업장 내 서열과 노동 분업뿐 아니라, 지식감독과 통제의 역할로도 연결된다. 매니저의 경우 판매사원 근무경력이 약 10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매니저는 일상적인 업무와 휴일·휴가 등의 배치뿐 아니라 신규 사원의 추천도 가능하며, 직원 평가의 권한까지 일부 주어진다. 때문에 노조 조직화 과정에서 매니저들은 해당 브랜드 판매사원 조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노조 건설 이후에도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화장품 판매사원들의 작업공간(1층)이 동일하다는 점은 노조 조직화의 이점으로 작용했다. 사실 화장품 판매직 매니저들의 경우 오랜 동안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많았으며, 몇몇 매니저들끼리는 상호 간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초기 조직화를 주도했던 대형 브랜드 매니저들은 초동 주체로서 상대적으로 쉽게 여타의 자사 중소 브랜드 매니저들을 조직할 수 있었다. 특히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장 먼저 가입한 로레알 노동조합이 화장품 4사가 노조 조직화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매개역할을 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장품 5사의 노조 조직화 과정은 거의 동일한 경로를 밟았다. 그리고 상급단체와 관련해서, 먼저 로레알 노조는 노무사를 통해 서비스연맹과 연을 맺게 되었고, 다른 화장품 4사(엘카, 클라란스, 샤넬, 라프레리)는 로레알이나 다른 화장품 노조 간부(대의원)의 소개를 통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연결되었다. 한편, 화장품 5사는 노조 건설 당시 각 브랜드 매니저들을 중심으로 집행부와 대의원 체계를 수립했으며,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도 조합원 범위에 포함했다. 

2008년 11월 현재 화장품 4사의 노조 조합원 수는 2,145명인데 이는 지난 2007년 10월(1,921명)보다 224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조합원 증가는 신규 노조(라프레리 37명)와 조합원 순 증가(로레알, 엘카, 샤넬) 효과인데, 이는 현재 화장품 브랜드 매장의 확장 등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편 샤넬의 경우 국내 사업부 중 화장품 사업부의 영업직 판매사원들만이 조직되어 있으며, 로레알의 경우 마트사업부와 헤어살롱사업부에서도 조합원이 가입한 상태다. 

3) 주요 투쟁

①요구와 동원


화장품 5사 노조의 요구사항은 주로 임금 및 복지제도 등의 근로조건 향상과 노조 인정과 같은 기본적인 단체협약의 체결이었다. 초기 노동조합의 건설 당시 노동조합 요구사항은 △임금인상(기본급 및 기타 수당 신설), △단협 체결(노조 전임자, 사무실, 노조활동, 기타 단협 조항 합의)이었는데 노사 간의 의견차이가 매우 컸다. 특히 주5일제 운영과 맞물린 인력충원 문제나 급여체계 변경 문제 등은 지금도 노사 간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그렇게 의견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화장품 5사 중 2개 사업장(로레알, 엘카)에서는 임금협상 문제로 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을 거쳤으며, 엘카 노조의 경우 백화점 판매직 최초로 3일간(2008년 5월15일~17일)의 파업을 했다. 

로레알 노조는 2007년 6월 노조 건설 이후 2달 만에 본사에서 약 300명이 참여한 집회(2007년 10월17일)를 가졌으며, 당시 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과 복지 이외에 주로 노조 전임자와 사무실 등 단체협약의 체결이었다. 당시 로레알 노조 집회에는 약 300명의 조합원과 연대단위들이 참석했으며, 집회 이후에도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을 거쳤다. 한편 엘카 노조의 경우 2008년 5월 종각에서 약 950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업을 진행했다. 엘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은 임·단협이 진행되던 지난 2007년 10월 1인 시위(2007년 10월15일~17일)를 가진 이후, 2008년 1월부터 2월까지 1인 시위(2008년 1월30일~2월13일), 집회(2008년 2월25일, 400여명) 그리고 파업(2008년 5월14일~16일, 960여명)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화장품 판매직 노조 중 최초로 파업까지 경험한 엘카 노조의 단체행동 원인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사측의 태도 때문이었다. 먼저 2008년 2월 집회는 회사 임금체계 변경과 관련하여 엘카 인사부가 설명을 하던 중 “일부 수당(아티스트 수당)의 기본급화 대상자들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언행이 나오면서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노동조합은 자사 브랜드 중 맥과 바비브라운 조합원들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는 사측에 대해 성명서(2008년 1월18일)로 항의 표시를 했으며, 이에 회사 측이 사과가 아니라 노조 성명서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하자 단체행동을 한 것이다. 당시 집회는 주로 매장 휴무가 잡힌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식이었다. 
본격적인 엘카 노조의 파업은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결렬된 이후 진행되었다. 엘카 노조의 임금협상은 9개월 동안 진행되었는데, 약 20여 차례에 걸쳐 교섭(노조 15% vs. 회사 측 5.5%)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신청(2008년 4월13일)까지 간 상태였다. 하지만 중노위의 조정절차가 최종 결렬(2008년 4월25일)되면서 3일간의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②사용자의 반응과 태도

화장품 5사 사측은 노조가 건설되자 일반적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은 인정한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으나, 일부의 경우 노무사나 외부 노사담당자를 영입하는 등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로레알과 엘카에서 집회와 파업과 같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발생하자 사측은 민감하게 대응했다. 먼저, 로레알과 엘카 모두 중간관리자(SM)를 통해 각 매장 직원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전화 연락을 했으며, 노조 집회 등으로 인해 회사가 어렵게 된다는 등의 발언으로 조합원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특히 로레알의 경우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의 불이익 문제를 거론하는 등의 간접적인 위협을 하기도 했다. 엘카는 파업 당시 각 매장에 아르바이트 및 본사 직원 등을 파견하는 등 대체근무를 통해 노조 파업효과를 최소화하고자 했으며, 노조 간부를 본사 관리직(SM, 대리)으로 승진 시키는 등의 인사발령을 통해 노조 조직을 파괴하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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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4일 클라란스코리아노조의 제1차 대의원대회 모습. ▶ 클라란스코리아노조 ]

4) 조직 정착과 제도화

①조직 체계


화장품 5사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유통분과)으로, 조직 형태는 모두 오픈 숍(open shop) 형태며 각 브랜드의 판매사원(BA)들이 조합원에 가입된 상태다. 현재 화장품 5사의 조직체계를 보면, 집행부와 상임집행부, 그리고 대의원(분회) 등의 기본적인 골간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화장품 5사 노조 간부인 상집과 대의원은 매니저 혹은 부매니저들로 회사 조직구조 내에서 가장 선임자들인데, 이는 노조 조직구조와 회사 조직구조를 일치시켰다는 점에서 노조 조직력을 유지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특히 노조 상집은 경력이 오래된 매니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화장품 5사의 노조 조직체계는 기본적인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체계 형태를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②교육훈련

현재 화장품 5사 노조의 주요 활동은 조합원 교육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조 건설 초기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게 내부 구성원들의 결합된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노동조합은 조합원 교육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 노조들은 건설 초기 위원장 전국 순회 간담회나 권역별 조합원 교육을 공통적으로 진행했다. 현재 화장품 5사의 교육훈련 내용을 보면, ‘상집 - 대의원 - 조합원 - 신입조합원 교육’의 4단계로 이루어지고 있다. 화장품 5사 중 로레알이 상대적으로 조합원 교육이 체계화되어 있으며, 다른 화장품 4사 노조도 노조 교육에 다른 무엇보다 많은 자원을 할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조 교육활동은 조합원들의 의식을 높이고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노조의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노조 교육을 받은 후 노동조합의 필요성이나 노동자로서 정체성 등 계급의식이 향상된 측면을 상당부분 엿볼 수 있다. 한편 화장품 5사 중 라프레리를 제외한 4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절반가량(53.9%)은 “사업장 내에서 근무 중 고충사항이나 불이익을 당할 경우 노조로부터 도움”받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③교섭관계

화장품 5사의 교섭구조는 모두 기업별 교섭이며, 로레알과 엘카의 경우 임단협 체결 과정에서 노동위원회에 조정과정을 거쳤다. 특히 로레알의 경우 노조 건설 이후 매년 조정과정을 겪고 있으며, 엘카는 백화점 판매직 화장품 노조 중 최초로 3일간의 파업까지 했다. 화장품 5사의 교섭특징을 보면 단협을 체결하는 데 적게는 5개월에서 많게는 13개월까지 걸렸다. 교섭의 주요 내용을 보면 주로 노조 전임자, 사무실, 기타 복지제도 등의 기본적인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교섭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사용자측의 ‘노조 길들이기’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편 화장품 5사의 노조 효과성은 매우 크다. 먼저, 노조 대부분 기본급이 6~9% 정도 인상되었으며, 임산부 수당(10~15만 원)과 같은 복지제도 또한 매우 향상되었다. 로레알의 경우 노조 설립 이후 서비스수당(3만원), 여름 휴가비(10만원) 등이 신설되었으며, 엘카의 경우 감정수당(3만원), 자기계발비(5만원) 등이 신설되었다. 클라란스 또한 자기계발비(3만 원) 등이 신설되었다. 게다가 화장품 5사에 노조가 건설된 이후 현장에서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작업조건이나 상황들이 하나 둘씩 변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조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매니저 같은 경우는 늦어도 9시30분까지 출근을 하죠. 매니저는 9시30분에 출근보고라는 것을 해요. 담당 과장이 있어요. 그 과장한테 매장 전화로 하는 거예요. 얘기는, 안녕하세요. 출근 잘 했습니다, 어 수고해라 끝, 이거예요. (매일 오전에 전화로) 출근을 확인하는 거죠. 미친 거죠. 그런데 노조 건설 이후 없어졌어요.
- 화장품 D사 노동조합 조합원


④의사소통

현재 화장품 5사 노동조합은 전국 사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조합의 공지사항은 주로 노조 인터넷 카페나 회사 인트라넷(intra-net)을 활용한다.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의견반영을 위해 다음(daum)의 노조 커뮤니티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20대 중반(평균 26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은 매우 중요한 노조의 소통 수단이다. 지난 1년 사이에 커뮤니티 가입 회원 수는 900명 가까이 증가했다.

화장품 5사의 노조 카페 중 가장 처음 개설된 것은 로레알코리아 노조인데 2005년 6월9일 카페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1,007명이다. 그 밖의 화장품 4사 노조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늦게 개설된 편인데, 샤넬(450명), 엘카(1,899명), 클라란스(244명), 라프레리(90명) 순이다. 화장품 5사 노동조합의 커뮤니티 특징은 직장생활 중 불만이나 애로사항 등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노동조합은 부당노동행위나 노동인권침해 등과 관련된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사원들이 일하고 있는 매장이 전국에 산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조합원과 노조의 의사소통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평가할 수 있다.

매달 뭐 카페 가면 그런 공감대 통하는 얘기가 되게 많이 있다고 누군가가 많이 적어놔요. 누군가 적어놔서 제가 보면 “아 맞아! 저래 진짜, 저래!” 그런 것에 대해서 공감대 형성이 많이 돼요. 내가 혼자 끙끙 앓고 그냥 말 일인데, 그 어느 한 사이트 통해서 딱 봐서 보면 아 얘도 나랑 똑 같구나 저렇구나! 그런 게 있죠. 그런데 나만 이렇게 힘들게 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도 저렇게 그 장소에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거에 공감이 되면서, 일단은 노조가 앞에 나서서 저희는 뒤에 따라가기만 하면 되잖아요. 따라가면서 하면 뭐 의견 같은 거 내라고 할 때 말하면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다 해주니깐. 웬만하게 개선해줄 수 있는 것은 많이 개선도 됐고….
- 화장품 A사 노동조합 조합원


3. 시사점

외국계 화장품 5사의 노조 조직화 과정이나 특징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확인 할 수 있다. 첫째, 화장품 5사 노조 중 4사 노조는 로레알코리아 노동조합의 효과성에 의한 것이다. 애초 화장품 5사 노조 중 가장 먼저 건설된 것은 샤넬이나, 실질적인 노조 활동(민주노총 가입, 단협 체결)은 로레알코리아 노동조합에서 시작되었다. 로레알 노조는 백화점 화장품 판매사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로레알의 노조 건설과 단협 체결 그리고 일상적인 노조 활동(교육)은 다른 화장품 4사 노조 건설로 연결되었다. 특히 미조직 사업장이던 엘카와 상급단체 없이 활동하던 샤넬 등의 대형 브랜드들이 로레알 노조의 소개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또한 로레알의 노사관계 제도화(임산부 및 서비스 수당, 작업장 불만 해소 등)는 이후 화장품 4사 노조에게 교섭의 기본 지침서가 되었다.

둘째, 노조 조직화의 초동 주체 및 핵심 세력인 작업장 내 고참(매니저)들의 역할이 컸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업체의 각 매장(카운터)에서 ‘첫째’로 지칭되는 매니저(혹은 점장)들이 노조 조직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노조 건설 이후에도 주요 간부를 맡고 있다. 통상 각 브랜드 매장 선임자는 매장 내 업무와 관련해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된 기술재(skill asset)를 갖고 있다. 때문에 매니저의 경우 직원 추천이나 평가와 관련하여 작업장 내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매니저는 노동자들의 권익과 보호를 위한 위치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사용자에 대한 헌신과 충성(loyalty rent)을 강요하는 위치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화장품 매장 매니저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무노조 사업장의 조직화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셋째, 노동시장 특성과 조직구조의 동질성에 기반한 노조 조직화 형태를 볼 수 있다. 화장품 판매직의 경우 조직 구성원 절대 다수가 여성이며, 각 업체 브랜드의 판매사원이 조직의 주된 구성원이다. 그런데 화장품 판매사원의 노동조건은 경력, 고용형태, 근속에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동질적이다. 예를 들면 임금 및 복지 그리고 작업환경 등 거의 대부분 비슷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때문에 판매사원들의 불만들 또한 비슷했다. 이런 이유로 노조 결성 과정에서도 화장품 5사 노조의 조합원 가입 범위는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수습, 계약직)까지 포함하고 있다. 통상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은 정규직 중심인 경우가 다수이며, 일부 사업장의 경우 비정규직 노조가 건설된 상태다. 화장품 5사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동조합에 소속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는 노동시장과 조직구조의 이질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조직화와 동원화의 잠재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