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동아리 운동’을 제안하며

노동사회

‘학습동아리 운동’을 제안하며

편집국 0 2,731 2013.05.29 10:52

“힘들다”, “지겹다”, “재미없다”, “답답하다”, “어렵다”, “필요는 하지만 싫다”, “강제적이다”, “일방적이다”……. 이 단어들은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교육’하면 즉각 떠오르는 것을 두 가지씩만 말해 달라고 했을 때 나온 대답들이다. 우리가 교육이라고 말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학교교육’이기 쉽고, 우리가 받은 학교교육이란 대개 “일방적”이고, “억압적”이고, “강제적”인 주입식 교육이었기 때문에 이런 대답들은 우울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조합 강화하고 교육에 대한 편견 깨는 ‘학습동아리 운동’  

그렇다면, 노동조합이나 운동 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노동교육은 학교교육과 좀 달랐던가? 우리의 노동교육 역시 그 내용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7·80년대 학교의 교실처럼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 조합원들을 빼곡히 앉혀놓고, 조합에서 정한 시간에 조합에서 정한 강사가 시간에 쫓겨 달리기하듯 숨차게 강의를 하고, 기껏해야 질의응답 시간 몇 분으로 교육생들의 참여를 한정시킨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충분한 교육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많은 조합원들을 교육해야 하며, 일상적으로 교육해야 할 현안이 많은 노동조합에서, 이런 식으로 교육을 진행해 온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2008년 촛불들에게 배웠던 것은 더 이상 지금까지 해온 것과 같은 방식만을 고집하는 운동으로는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없다는 거였다. 

일반적으로 노동교육활동은 교육시간이 있어야 하고, 강사가 준비되어야 하며, 교육장소도 있어야 하고, 예산이 필요하다고들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제안하는 ‘학습동아리 운동’은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요구한다. 학습동아리 운동은 일하는 공간, 활동하는 공간을 학습의 장으로 조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동아리란 일정한 인원의 노동자들이(운영주체),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여(결성과정), 정해진 주제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위해서(운영목적),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운영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소모임 학습은 강의나 강연과는 달리 스스로 학습할 주제를 정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학습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자기의 경험을 교환하고 평소에 부딪치는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공부함으로써,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자신을 변화시켜 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참가자의 수가 5~10명 정도이므로 노조사무실, 회의실, 식당, 자취방 등에서도 쉽게 모일 수 있고 모이는 시간을 조절하기도 좋다. 

또한 학습동아리는 지식이나 경험의 수준이 비슷하고 학습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끼리 모이게 되므로 학습의 효과가 높다. 게다가 소모임에는 적은 인원이 참가하여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므로 서로가 친해지게 되며 인간적인 유대를 쌓게 되는데, 이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강화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조합원들은 소모임 활동을 통해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결정하고, 실천하고, 상호 비판하는 올바른 집단 활동의 원칙을 체득하게 된다.  

결국 학습동아리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는 일석 이·삼·사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조합원들은 소모임에서의 공부를 통해 올바른 노동자적 의식을 갖게 되고, 민주적인 집단생활의 훈련을 쌓게 된다. 또한 소모임은 노동조합의 기간조직이 되는데, 조합원들이 소모임을 통해 조직되어 있으면 집행부와 현장조합원 간의 의사소통도 활발해지고 조합의 활동이 체계적이고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다. 

“간섭·지도·계몽은 사절! 연대·지혜·토론은 환영!”

그렇다면 이러한 학습동아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운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노동조합 간부들과 교육담당자들의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조합 간부들이나 교육담당자들도 일방적이고, 억압적이며, 강제적인 교육을 주로 받아온 사람들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교육에 대해서 다양한 상상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그동안 학교교육과 비슷한 관점과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해 온 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점의 전환을 위해 우리는 2008년 광장을 달구었던 촛불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촛불시위는 우리가 그동안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던 교육관을 상큼하게 파기해 버렸다. “간섭·지도·계몽은 사절! 연대·지혜·토론은 환영!”이라는 아고라의 언명은 기존의 교육이 갖고 있는 전제에 대한 비판이자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정민승, “교육에 대한 관점 전환의 고리, 학습동아리”). 그리고 촛불은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없이는 21세기의 대중들과 우리의 진보운동이 함께 갈 수 없음을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진보운동이 ‘대중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한 것이다. 

다음으로, 학습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한 교육담당자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학습교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는 일, 다양한 학습동아리가 구성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동아리 지도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일 등에 있어 노동조합 간부와 교육담당자들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2008년 11월에 열렸던 2008년 제2회 민주노총 교육활동가 대회에서는 전국의 교육활동가들이 모여서 이러한 학습동아리 운동의 필요성을 공유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산하 교육활동가들 이외에도 수많은 노동조합 간부들과 교육활동가들이 이러한 운동의 의미를 공유하고 교육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노동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 노동운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배워서 남 주기’ 함께 실천합시다

하여, 이미 현장에서 활동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중심으로 몇 그룹의 학습 소모임을 2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국에서 더 많은 노동조합 간부들과 교육활동가들에게 이렇게 학습동아리 활성화 운동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학습동아리 운동 혹은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 지식들, 학습 자료들을 제공하는 한편, 가능한 대로 다양한 학습동아리들의 사례를 발굴하여 취재하고 소개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학습동아리를 운영하고 계신 분들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국으로 많은 연락 주시길. 다양한 학습 자료와 다양한 사례의 공유를 통해, ‘배워서 남 주기’를 실천하기 위하여!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