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운동의 대단결을 촉구한다

노동사회

민주노조운동의 대단결을 촉구한다

편집국 0 2,912 2013.05.29 10:51

지난해 연말연시 MB(이명박)악법 저지투쟁이 절박하게 진행되던 여의도 국민은행 앞, 투쟁의 현장에는 네티즌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만 보일 뿐이고 민주노총이나 노동운동 진영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당시 언론관계법 개악저지투쟁에 나선 MBC노조 등 언론노조 파업대오가 가세하기는 하였지만, 이른바 ‘노동운동 진영’은 MB악법 저지투쟁 현장에서 사실상 실종 상태였다.

가혹한 위기상황에서도 무기력한 민주노조운동

그런데 이런 노동운동의 무기력증이 단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여름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투쟁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과 금속노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전경들에 둘러싸여 원천봉쇄당할 때, 제대로 악도 한번 써 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였다. 

또 작년 11월 전태일 동지의 분신 18주기에 개최된 전국노동자대회는 집회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이 전투경찰에 의해 삼엄하게 통제되는 상황에서, ‘유례없이’ 행진도 진행하지 못하고 종료되는 굴욕적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다방면으로 MB정부의 막가파식 탄압과 독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노동운동 진영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뿐 의미 있는 저항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한국경제의 대위기상황으로 증폭되고 있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닥쳐오고 있는 최저임금법, 비정규법 등 노동법 개악시도와 휴폐업, 인수합병 그리고 가혹한 구조조정 공세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노동운동이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운동진영 내에 위기감이 절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비상한 대응태세나 비상한 실천방안이 운동사회에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일상적 매너리즘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은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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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1일 개최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모습    ▷ 노동과세계 ]

외환위기 당시의 고립된 투쟁 기억을 상기하라

오늘의 위기상황 극복과 관련해서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노동운동 진영은 자본 측의 공세에 나름대로 저항을 진행하였지만,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는 듯한 방식으로 각개격파를 당하였다. 초기에 미조직 사업장과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쓸려 나간 뒤, 의미 있는 최초의 저항투쟁은 1998년 여름 현대자동차노조에 의해 진행되었다. 

당시 나름대로 힘 있는 투쟁대오가 형성되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장렬한 전사’를 택하지 못하고 투쟁이 잘못 정리되었다. 그해 가을에는 만도기계노조의 투쟁이나 조폐공사노조의 투쟁을 거쳐 이듬해(1999년) 3월 서울지하철노조의 투쟁 등을 거치면서 각각 강력한 투쟁의지를 결집, 표출하였으나, 저들의 공세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로는 한동안 노동진영의 의미 있는 저항이 실천되지 못하였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들 각각의 사력을 다한 저항투쟁들이 결국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들의 입체적 공세에 대해 노동운동 전체가 함께 전선을 형성해 싸우거나 각계각층이 모두 참가하는 총전선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대규모사업장이었지만 개별 기업별노조의 힘만으로 각개약진 방식으로 투쟁하였던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대항 담론 형성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노동투쟁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투쟁으로 되었던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번의 경제위기 국면은 지난번 외환위기 때보다 객관적인 여건이나 주체적 조건 등이 더 열악한 상황에서 맞이하고 있다. 지난번 외환위기 때는 수출의 획기적 증대를 통해 짧은 시간에 위기극복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기가 급강하하고 국제적 수요가 급속하게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무역의존도가 70%나 되는 우리 경제로서는 세계 경제가 신속한 경기회복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빠른 시간 내에 경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객관적 여건은 더욱 나쁜 상황이라고 하겠다. 

또한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조직력이나 투쟁력이 지난번에 비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체적 조건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노동운동진영이 보다 더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쇄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위기극복은 단지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정파 넘어선 단결로 조기투쟁전선 가시화해야 

현재의 주객관적 상황에서 본다면, 민주노조진영이 조기투쟁전선을 힘 있게 가시화하는 것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모든 노조 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이 조기투쟁전선 구축을 위해 노선과 계파의 차이를 넘어서서 크게 함께 나아가는 대단결의 결의를 모아야 한다. 최근 민주노조진영 내의 주요 의견그룹(정파) 간에 조기투쟁전선 구축문제와 관련해 일치된 견해를 내놓고 있는 사실이 다행스럽긴 하지만, 언제 또 정파들 간 이해관계가 틀어지거나 갈등이 폭발할지 솔직히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희망하건데 이번 조기투쟁전선을 구축하고 투쟁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정파들 간에 있을 수 있는 다소간의 의견 차이를 극복해내고, 또 내부적 주도권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대승적 태도를 모든 의견그룹(정파)들이 지속적으로 견지했으면 한다. 만일 이런 위기국면에서조차 각 정파들이 종전과 같은 주도권다툼이나 벌이는 작태를 다시금 노정한다면 대중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필연적으로 모든 정파들에 대해 정파해체를 요구하는 대중적 압력이 급격하게 고조될 것이다. 

한편 민주노조진영이 조기투쟁전선을 채 펼치기 전이라도, 만일 2월 국회에서 MB악법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조간부나 활동가 파업이라도 해서 총투쟁에 복무하여야 할 것이다.  전체 투쟁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면 나중에 민주노조진영이 자신의 직접적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서더라도, 지난번 외환위기 때처럼 사회적으로 고립된 투쟁을 전개하게 되거나 ‘양파껍질 벗기기’를 당하게 될 것이다. 노동투쟁의 승리적 환경 조성 차원에서도 민주노조진영이 용산에서의 살인진압 규탄투쟁과 MB악법 저지투쟁을 선도해야 한다.

2월 투쟁, 산별노조의 위력 확인하는 계기 되어야

이와 관련하여 노동자 대중에게 의식화 교육이 신속하게 배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제위기 극복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비상한 투쟁 각오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 고용이나 임금 및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투쟁을 넘어서서 경제위기 국면에 대한 선제적·연대적·계급적 대응의 필요성과 그 유효성,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정책의 문제점과 대항담론, MB악법의 문제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교육이 전체 조합원들에게 실시되어야 한다.    

아울러 조기투쟁전선을 펼칠 때 기존의 기업별 투쟁 관행을 획기적으로 극복하는 ‘산별적 투쟁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해 사업장의 직접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노동자 계급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되면 전략적 요구를 걸고 모든 조합원들이 함께 투쟁해 나가는 산별다운 투쟁방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의 추진이 기본으로 포함됨은 물론이다. 

또 이번 기회에 그간 어렵사리 건설한 산별노조의 강점을 철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쟁이 기획·실천되어서, 산별노조의 위력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즉 이런 투쟁 과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를 완성해 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별노조는 조직통합과 산별교섭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여기에 더해 산별적 투쟁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사실 2009년에 닥쳐오고 있는 노동법 관련 투쟁 과제만 하더라도 최저임금법이나 비정규법만이 아니다. 정리해고 관련조항의 개악이나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조건개악 문제도 있고, 또한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 및 노조 전임자임금 문제 등 난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다. 노동자들로서는 가장 불리한 투쟁 여건이 조성되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이런 난제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춤거리면 그냥 쓸려 버리거나 밟혀 버릴 수밖에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국면이라면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투쟁해 나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진영의 대단결을 기초로, 용산 살인진압을 규탄하고 MB악법을 저지하며 서민 살리기의 민생우선 경제정책기조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과의 연대를 확장하는 비상한 결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 가지만 더 희망하면, 그간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조직노동자들에게 들씌워져 있는 ‘이익동물’적 이미지를 불식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간격 축소방안을 모색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결단을 통해, 선제적 감동을 형성하는 노력이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