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차 노동포럼 경제위기와 노동운동의 대응

노동사회

제69차 노동포럼 경제위기와 노동운동의 대응

편집국 0 4,040 2013.05.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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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경제위기와 노동운동의 대응
시간: 2008년 12월12일 오후 3시 ~ 6시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사회: 이병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발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
      임영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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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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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제69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그동안의 노동포럼 중에 오늘처럼 성황리에 진행된 예가 굉장히 드문데요. 오늘 주제가 워낙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고민케 하는 것이고, 또 오늘 나오신 분들이 노동운동의 앞으로 활로를 찾는 데 나름대로 좋은 말씀을 주시리라는 기대 속에서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주 발제 없이 여러 선생님들께서 집담회처럼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텐데요. 말씀을 각각 듣고 오신 분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면서 노동운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을 함께 찾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먼저 김종각 본부장님께서 발표해주시죠. 

forum_02.jpg김종각: 반갑습니다. 저희들 고민도 이제 시작입니다. 오늘의 토론이 현 상황에 적합한 대응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 발표하는 건 조직 내에서 공식적으로 정리된 입장은 아니고 토론회 참여를 계기로 개인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지금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금융위기가 실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일 텐데요.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2009년 상반기 정도에 극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 전망들이 있습니다. 그 규모나 폭이 어느 정도 될지는 지금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텐데요. 오늘 점심에 제가 금융권에 있는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은행 사정을 들었더니, 전체적인 건 아니지만 굉장히 심각하다, 아마 10~15% 정도의 구조조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노사 간에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 교섭까지는 아직 안 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그런 것들이 첨예화되고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이 올라도 수출이 늘지 않는 상황

각 기관들이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 예측치를 보면 2008년 10월경에는 3%대로 전망됐고, 이후 점점 낮아져 가장 극단적인 경우 UBS는 -3.0%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한국은행은 2.0%로 전망하고 있더군요. 한국은행은 중국만 한 7% 성장하고 나머지 전 세계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단적인 예로, 통상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은 좋아지는 게 상식입니다만, 지금 환율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음에도 경제성장은 마이너스입니다. 물건을 싸게 내놔도 안 팔린단 얘깁니다. 자동차산업 같은 데도 파장이 가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국은행이 1999년부터 ‘금리정책’을 시행했습니다. 1999년 이전에는 ‘총통화정책’이었습니다. 즉 돈 풀리게 되면 돈 묶고 필요하면 풀고 이런 형태에서, 금리를 통해서 통화량을 조절해보자는 것으로 바뀐 거죠. 그리고 한국은행은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는 기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날짜로,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을 시행한 이후 가장 낮은 금리인 3%로 내렸습니다. 이것은 한국은행조차도 물가를 포기하고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고 판단을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경제위기라고 하는 것은 결국 기업과 우리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다가옵니다. 업종으로 보면 현재 건설과 조선 등이 자금 문제가 있고, 자동차 같은 경우는 시장 수요가 문제고요. 크게 보면 이렇게 세 개 업종이 문제지만, 아시다시피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고 연관되어 있는 산업이 다 영향을 받는 방향으로 갈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정부가 아니죠. 어떤 형태로든 대응을 하겠다고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그게 종합돼 2008년 11월3일 ‘경기종합대책’으로 발표됐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시장을 살리면 그 효과가 밑으로 내려갈 것이다, 대기업·금융·기업·대기업·중소기업·가계·소비자 이렇게 내려갈 것이다, 라는 게 이명박 정부의 기본 경제 패러다임임이 드러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이나 기업 지원을 통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하고 있고, 종합대책 지원 규모를 대략 14조 원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 중에 직접고용 지원 사업에 쓰는 건 6천억 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13조 4천억에 해당하는 것이 결국은 기업 지원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이든 대기업에 대한 지원금이든. 

그런데 최근에는 경제성장과 투자증가의 고용유발 효과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고용탄력성을 보면 2008년 3/4분기 같은 경우 0.153으로 1년 전의 0.249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고용탄력성은 1% 성장할 때 고용 증가율은 얼마냐는 건데, 고용탄력성이 0.153이라는 건 1% 성장하면 15만 명 정도 고용 증가가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아마 더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10억 원 투자했을 때 고용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를 봤을 때도 2005년에 14.7명인데, 1995년에는 24명, 2000년에는 18명이었습니다. 2008년에는 더 떨어져 있을 겁니다. 그만큼 경제성장을 하고 투자를 해도 고용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적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부가 현재의 패러다임대로 돈을 쏟아 붓는 정책을 펴더라도 소위 트리클다운(trickle down), 즉 아래로 과실이 내려가는 효과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같은 경우도 내년에 24조 8천억이 책정이 되어 있습니다. 금년보다 무려 26.7% 증가한 금액인데, ‘건설공화국’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드러냅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6차선 지방도로가 뻥뻥 뚫리고, 놀게 될 지방공항들을 엄청난 돈을 들여서 건설하는 현실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용으로 연결되지도 않을 사업들만 벌이고 취약계층 및 고용에 대한 직접 지원이 없다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장기불황으로 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할 것 같습니다. 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쿠폰 형태로 현금을 나눠주는 정책을 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가 워낙 위축되니까 정부가 직접 쿠폰을 지급했는데 그것도 쓰지 않고 은행에 저축하는 악순환이 발생했죠. 우리의 경우도 자칫 이런 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할 정도로 엄중하고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기업 살리기가 아니라 사회서비스 일자리 만들기  

그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2009년에 정부는 비정규직법의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법정 최저임금도 어떤 형태로든 삭감해 기업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도 2010년 시행을 앞두고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정치적 대응을 해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우리 노동조합운동은 고용을 최우선하는 사업방향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2009년의 가장 큰 문제가 임금과 고용이라고 한다면 임금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고용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서 고용을 유지하고 이것을 노동시간 단축과 연동해서 가야 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소득 감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잔업이나 특근이 축소가 되면 이 또한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정부 및 자본 차원에서 일방적 잣대를 들이대며 들어오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저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만 경기불황 상황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수세적이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폭발적일지는 의문이 듭니다. 

앞에서 고용 전망이 어둡다고 말씀드렸는데, 특히 현재상황에서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정말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사회적 일자리나 공공부문에서 만들어야 할 텐데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당히 작기 때문에, 공공부문을 좀 더 확충해서 고용창출과 아울러서 사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특히 복지서비스나 교육, 보건의료는 굉장히 취약합니다. 서비스 질 자체도 취약하고 인력도 그렇고요. 문제는 재원인데 이런 것들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 시장 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조세나 사회보장분담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어느 정도 세금 상승은 감내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음으로, 고용보험제도나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장 사각지대라고 얘기하는 비정규직들의 사회안전망,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국민연금, 이런 것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지금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상한선을 올리고 기간을 늘려서 실업자들의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합니다. 물론 비용 분담을 분명히 해야 할 겁니다. 실업자들의 훈련 부분도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낸 고용보험료보다 더 많은 훈련비용을 받고 있습니다만,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들 실업자들 같은 경우는 본인들이 냈던 것만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개선해야 할 것이고요. 또 기업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텐데, 건강보험을 실업자에게 1년 정도 연장해서 적용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한 쪽에서는 투쟁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사회적 대화 체계를 통해 채워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사회적 대화 시스템이라는 것이 일정 부분 타협을 전제로 하는 것이겠고 노동조합이 나서서 구걸하듯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기능을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병훈: 바로 이어서 김태현 실장님께서 민주노총의 입장, 여러 가지 대응에 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forum_03.jpg김태현: 김종각 본부장님께서 정세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요. 큰 흐름의 방향과 관련해 몇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 경제위기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떤 식으로 전망과 대안을 만들어갈 것인가 모색하는 상태에 있는 것이 현재의 조건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합니다. 기존의 사회주의는 몰락했고, 케인스주의는 1970년대 이전에 몰락한 상황이고, 신자유주의도 파산했죠. 다만 세계적으로는 기존 신자유주의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인식 속에서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는데, 현재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세나 규제완화, 각종 MB 반민주 악법 등을 추진하면서 대립전선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의 위기 상황을 더욱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내 금속의 경우를 보면 70%가 자동차 부문인데, 몇 주 전에 보니 250여 개 사업장 중에서 100개 정도가 휴업이나 조업단축을 진행했고, 이는 더 늘고 있습니다. 건설 같은 경우도 건설 수주가 20% 이상 감축됐고 그나마 안정적 일자리인 공공부문은 내년에 10% 이상의 인력감축이 예정되어 있는 등 전 방위적으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복수노조 등과 관련된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신자유주의적 법제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1996~98년 노동법 개정 총파업과 경제위기를 한 데 엎쳐 놓은 조건이 10년 만에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중층적으로, 공세적으로, 연대적으로 대응해야   

여기에 대응을 준비하는 데 있어 민주노총이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 있는 게 현실입니다. 10년 전의 위기 상황 때에 비해서 현장의 동력도 죽어 있고 조직 내부의 지도력이 신뢰를 모아내는 힘이 상당히 한정돼 있습니다. 의견조직들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지도부가 지도력 모아내는 데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조건하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제 개인적 생각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는데요. 먼저, 10년 전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들을 사업장별로 분산적으로 진행했는데, 이번 위기를 맞아서는 이것들을 총연맹, 산별, 단위사업장의 통일적인 전선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어쨌든 현재 위기의 근원이 신자유주의의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수세적인 대응을 넘어 공세적으로 구조적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가 핵심적인 문제겠지만, 단지 조합원들의 고용불안만을 매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및 여성 등 고용위기가 집중되는 취약계층 노동자문제를 노동운동이 내부의 단결과 연대를 통해 받아 안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김종각 본부장님이 사회적 대화 말씀을 하셨는데, 현재 비정규직법이나 최저임금법과 관련된 노사정위원회 진행상황을 보면 사회적 대화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그나마도 무력화되어 있는 조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투쟁 등을 통해서 정부로 하여금 강제할 만한 힘이 없을 경우에는 대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민주노총이 총 전선을 힘 있게 치는 부분이 필요한 거고, 이를 위해서는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나누기, 실업대책 등의 공세적인 제도개선 투쟁과 요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제위기의 대기업·재벌 책임론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 1월에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 이전에 전국적인 수련회 등을 통해서 우리의 인식과 요구를 통일시키고, 이를 통해서 선전 투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아마 2009년은 임단협 자체보다 고용보장을 위한 투쟁이 전면에 서게 될 것이고, 이런 부분들을 조기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절 이후 5월, 6월에 본격적으로 투쟁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 요구의 핵심은 총고용에 대한 보장과 확대, 또 이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현재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은 어쨌든 1차적으로 현재 밀려들고 있는 구조조정의 저지를 의미할 테고, 더불어 고용보장이 단지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만이 의미 있는 전선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일자리 창출이나 나누기 관련해서는 공공부문은 주로 일자리 확대, 제조업 부문에서는 실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에 비정규직법의 개악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하고 대규모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한편, 이 기회에 금융과 재벌 규제를 위한 연대체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산별노조 부분 관련해서, 저는 산별노조 중앙이 단위사업장에 대한 지도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속, 보건 등의 산별노조들이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비정규직 포함한 총고용 보장’ 관점에서 단사에 대한 지도력을 관철해야 한다는 겁니다. 산별고용안정기금 얘기도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다시 한 번 공세적으로 제안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고요. 민주노총이 총자본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면, 산별노조들은 산업별로 이런 산별 고용보장 요구와 투쟁들을 전개할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금속의 경우 교대제 개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이 가능할 텐데, 산별노조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용보험법상의 지원이라든가 직업훈련, 원하청 원가 문제해결 등의 요구들을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건설 같은 경우는 체불임금 문제, 직업훈련 문제들이 되겠지요. 공공 같은 경우 그야말로 공공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대 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고요. 이런 부분들을 산별로 모아 기업 단위를 뛰어넘는 투쟁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업장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용보장 협약을 중심으로 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이런 것과 관련된 요구안들은 각 조직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확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이명박 반신유주의 전선으로서 ‘민생연대 국민회의’ 강화

한편, 지금 현재 노동만의 투쟁으로 이끌어가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고 임시국회에서도 감세 논쟁이 붙고 있습니다만, 그런 측면에서 반이명박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더욱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민생민주 국민회의’가 민생 관련 여러 기자회견과 투쟁들을 했는데, 이런 부분들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실업문제 같은 경우는 노동뿐만 아니라 자영업이나 중소상인, 중소기업가들까지 포함한 투쟁들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진보정당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이 조직의 단결을 굉장히 어렵게 하는 측면들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보연대도 수년간의 지루한 논쟁 속에 여전히 절름발이 상태에서 놓여 있고요. 이 위기 속에 진보세력들의 통합적인 총단결과 관련해서,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구체적인 고민들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계기들을 통해 통일단결 노력들이 가시화되고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범국민 운동체로서 강화된다면, 이명박 정부에 맞선 전체 노동자와 서민들의 대중전선을 토대로 하여 민주노총이 총연맹부터 단위사업장까지 일관된 투쟁전선을 만들어서, 새로운 대안 만들기나 위기의 돌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씀 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

이병훈: 바로 이어서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님으로부터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여성노동운동 입장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forum_04.jpg임윤옥: 이런 자리에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사회자께서 노동운동이 다시 희망을 주는 운동으로서 설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말씀해 주시기를 요청했는데요. 저는 전체 노동운동은 잘 모르겠고, 제가 속해 있는 여성노동자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의 연대단위로 ‘한국 사회적경제연대회의’라고 있습니다. 어제 거기서 워크숍을 했는데 실업빈곤과 관련해 현장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될 건가, 또는 정부에 끌려 다니지 않고 정세를 주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화두는 2009년 한국경제의 위기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 것인가였는데, 모임에서 발표를 맡아주신 우석훈, 노대명 두 선생님 말씀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한국경제는 빅뱅이다, 내년 말에 우리가 살아남아서 다시 이런 얘기 한다면 성공이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말씀하시더군요. 하나는 빈곤률이 두 배로 치솟을 것이라는 건데요. 그 얘길 듣고, 지금 차상위계층까지 합쳐서 우리가 빈곤률을 15%로 잡고 있는데 빈곤률이 30% 정도 된다면 정말 기아를 걱정해야 되지 않을까 혹은 폭동이 일어날까, 이런 생각을 했고요. 두 번째는 아마 파업하면 긴급조치 때릴지도 모른다는 거였는데, 최근에 전교조 교사 해임하고 그런 거 보면서 그게 지나친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먼저 드리는 거는 내년 경제위기를 정말 비상하고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여성, 지역, 환경 세 개의 화두를 가지고 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상한 시국, 노동빈민이 어떤 선택 하는가가 중요해

첫째, 지금 경제위기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 위기일 거라는 데 대부분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저는 상당히 긴 호흡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구조라는 건 ‘틀’이잖아요. 우리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대책들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거나 어떤 것을 증대시키고 감소시키는 거였는데, 이런 게 아니라 틀을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틀을 바꾼다고 했을 때 한국사회가 어떤 틀로 가야될 것인지에 대해서 큰 그림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대안이라는 것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일 수 없겠죠. 때문에 지금 시점은 이 틀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거기에 대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러스틴이라는 학자는, “현재 체제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들어설 체제는 자본주의는 아니겠지만 더욱 극단화되고 위기화된 더 나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비교적 민주적이고 평등적이고 더 좋은 것일 수 있는데, 그것은 주체들의 투쟁에 달려 있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모든 가치를 다 사치스런 가치로 취급하고 무조건 참아라 하면, 저는 파시즘이 다시 대두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둘째, 그런 측면에서 운동 주체의 재구성이 절실히 필요하고 또한 요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 알다시피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고 위기 극복을 위해 여성이나 비정규직 같은 취약계층을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걸 ‘내부 식민지’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던데요. 어쨌든 현재 근로빈곤층, 노동빈민층은 매우 부실한 사회안전망의 복지 대상자로 전락해 있거나, 아무리 일을 해도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노동자회 와서 상담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월수입이 100만 원 미만이라는 분들이거든요. 그 수입으로 가계 전체를 꾸려가는 거예요.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의 지경에 와 있는 거거든요. 

근데 역설적으로 이 분들이 계급이해를 가지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명박 정부 지지층이 되었다는 것에 저는 우리 진보세력의 비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노동빈민이 정말로 어떤 새로운 체제를 향해서 폭동이든 뭐든 변혁 세력으로 갈 것인지, 즉 불만을 갖고 뭔가 조직화된 움직임으로 갈 건지, 아니면 체제순응화해서 국가 경제발전 논리의 동원대상으로 다시 갈 것인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고, 여기에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실제로 이러한 노동빈민 계층이 자신의 요구를 가지고 싸울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되고 조직적 구심체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생활세계의 거점인 ‘지역’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시민사회단체 따질 것 없이 지역 속에서 그런 거점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또한, 사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정부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다 포섭되었는데, 이를 끊어내고 새롭게 채울 수 있는 우리의 내용이 뭔가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환경입니다. 광우병 파동을 거치면서 환경은 이제 그냥 우리가 고려해야 할 조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질을 규정짓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진보세력의 답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더 이상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지점은 이미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너지 위기나 식량 위기에서 나타나듯이. 그리고 경제성장을 위해 달려오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 승자독식, 효율 이런 이데올로기가 구성원의 일상과 영혼을 규율하고 있습니다. 

어느 신문기자와 얘기하다가 만일 이사를 간다고 하면 어떤 조건을 가장 고려할 것 같냐고 그랬더니, 그 기자가 한참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얘기하면 집값이 얼마나 오를까 하는 생각을 할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그 곳이 정말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가를 보는 게 아니라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이걸 먼저 생각한다는 거죠. 말하자면 우리는 돈벌이에 종속된 삶을 산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의 비전을 제시할 때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속에서 일자리 문제나 실업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들어가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경제위기일수록 돌봄 노동의 제도화 확보돼야

지금 여성노동자 현실은 너무 잘 아실 것 같아요.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비정규직, 근로빈곤, 저임금, 사회보장, 이런 용어로 여성노동자 현실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극단적으로는 2004년 기준으로 했을 때 중위임금 2분의 1에 여성노동자 21%가 해당됩니다. 여성노동자가 바로 ‘88만원 세대’입니다. 또한 가사·간병·보육 이런 여성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아예 적용 제외이기 때문에 어떤 사회안전망에도 들어 있지 않고, 여성노동자들의 조직률은 5%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 경제활동인구 성장률도 굉장히 둔화되고 있고, 여성 일자리 증가폭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성노동자들이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었는데요. 그런 부문의 일자리들이 감소되면서 직격탄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경제위기의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여성노동의 현실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게 저희들의 진단입니다. 왜 바뀌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진단이 있는데요. 하나는 가족의 임금 문젠데, 여전히 사회통념상으로는 남성 단일 생계부양자 모델이 지배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이건 무너진 지 오래됐습니다. 그러나 여성노동은 가족 생계에서 부차적이고 보조적 위치라는 이러한 사회통념 때문에 여성의 저임금이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둘째, 임신·출산·육아에 대해서 성별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모성권이 제도화되기는 했지만, 비정규직 여성 등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결국 누가 아이와 노인, 가족을 돌볼 것이냐는 ‘돌봄의 문제’가 있는데, 이와 관련된 공공사회서비스 인프라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안정적인 노동시장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고, 들락날락하면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고용형태가 계속 하락하는 그런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여성은 그래서 경제활동 참여 자체도 어렵고, 고용형태도 비정규직이고 기업규모에 있어서도 굉장히 열악한 그런 규모에 취업할 수밖에 없으면서 다수의 취약계층을 형성하게 되는 거죠. 이는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여성노동의 문제는 가족 생계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의 문제로 봐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전략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금 여성 중 고용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비중이 25% 정도인데 이를 확장할 수 있는, 이중화된 노동시장을 넘어설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추진돼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고, 그걸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적용 제외되어 있는 가사·간병·보육 등의 비공식부문 노동자를 공식 영역으로 통합하고, 보다 중요하게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인 복지전략과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실업과 일자리 관련해서는 정말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쪽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쪽배가 아니라 이게 힘이 되는 배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함께 해서 힘이 나는 연대를 조직해야 하는데, 연대 회의에 나가보면 힘이 나기보다는 아직도 어떤 개별조직의 이해관계나 이런 것 때문에 별로 힘이 나지를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 뛰어넘어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디에 있나 이것만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어느 회의에서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운동은 있고 경제는 없다, 뭔가 막 요구는 하는데 살림살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그것으로부터의 운동은 없는 것 같다, 사업은 있는데 사람은 안 보인다, 개별조직은 있는데 관계는 없다, 개별 단체는 있는데 지역은 없다, 등등. 그런 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연대, 소통하는 연대 이런 것들이 저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이병훈: 다음 순서는 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님을 모시려고 하는데요. 시민사회에서 바라는 노동운동의 연대에 대해서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민영: 반갑습니다. 사실 시민운동도 잘 못하고 있는 주제에 노동운동 얘기를 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서 연구소 부탁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하도 강권을 하시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이야기가 잘 정리되지 않아서 중구난방이라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forum_05.jpg전 국민 경제학습의 시대, 한국 진보진영의 정책역량은?

최근 경제위기를 보면서 ‘전 국민 경제학습 시대’가 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미네르바 열풍’ 같은 게 벌어지고, 이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미네르바가 썼던 200편의 글을 열 번씩 베끼는 공부를 하는 분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저희도 최근 열었던 시민경제교실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정말 국민들이 경제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상황이 지난 20여 년간 신자유주의 이외에 무슨 대안이 있느냐 했었던 주장과 실천의 결과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도 사회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투기와 거품 위주의 경제라는 것, 그리고 건설업, 토목공사에 목맨 경제라는 게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고, 이것을 국민들이 서서히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진보진영이 본격적인 대안모델을 만들어내고 국민들과 이야기하고 공유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게 한편으로는 전 국민 경제학습 시대가 열렸다는 것과도 연계가 되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언론에서 ‘한국의 100대 싱크탱크’를 선정했는데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전 분야에서 단연 1등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서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라고 하는 건 굉장히 수공업적이고 어떻게 보면 영세하기 짝이 없는 실정인 것 같아요. 전 틈나는 대로 민주노총 산하에도 몇 개의 연구소가 있고 한국노총도 몇 개가 있고 그런데 차라리 이걸 하나로 뭉쳐서 좀 경쟁력 있는 연구소를 만드는 게 맞지 않냐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차제에 진보진영의 SERI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실제로 돈이 많이 들 텐데, 이를 가장 재정이 튼튼한 민주노총이 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게 안 된다면 어떤 형식의 정책생산 네트워크라도 가동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싱크탱크들만이 아니라 각 조직의 정책을 다루고 있는 단위들이 적극적으로 연계해서, 이명박의 경제정책에 대응하는 국민적 경제대안을 만들어내고 이걸 국민들의 요구로 만들어 가는 것, 이게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에 민생민주 국민회의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제반 단체들의 정책들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경제정책들을 다 끌어 모아서 만든 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연석회의에 내놓았던 ‘3대 방향 10대 과제’거든요. 비교적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현 단계 한국 진보진영이 만들 수 있는 경제정책의 압축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더 풍부하게 만들어 갈 거냐가 중요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노동운동의 과제에 대해서는 워낙 제가 모르니까 두서없이 몇 가지만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인력감축이나 노동조건 악화에 맞서 싸우는 건 기본이 될 것 같고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용과 실업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일 텐데요. 이번 10대 정책요구에 보면 이런 내용들이 있습니다. 첫째, 고용보험의 확대입니다. 즉 청년실업자와 신규 진입 실업자, 자영업 폐업자, 비정규노동자들을 실업급여의 대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고, 실업급여의 기반과 급여액 자체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서 상당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고용유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되고 쏟아져 나올 비정규직 해고자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용할지에 대한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200만 정도의 비정규노동자를 정규직화 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그게 한 6조 원 정도 들 거라고 얘기하는데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하면 될 겁니다. 

셋째는 사회적 일자리인데요. 저희는 사회공공서비스 쪽에서 연봉 2000만 원의 100만 개 일자리를 만들자,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결국은 고용보험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연봉 2000만 원의 1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이 돈 때문에 지금 예산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고요. 한국 정치사에서 예산을 놓고 국회가 저렇게 진지하게 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기존에 ‘예산 국회’라고 했던 것은 다른 법안을 중심에 둔 갈등에서 예산을 볼모로 하는 싸움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고용이나 실업대책, 서민지원을 위한 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그런 쪽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최초로 예산투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현 시기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 고리, 대중적 예산투쟁

그런데 이게 민주당의 헛발질로 굉장히 어려워지고는 있는데요. 어쨌든 이번에 예산안이 처리된다 하더라도, 2010년 예산을 놓고 벌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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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1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