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당선과 미국 노조운동

노동사회

오바마의 당선과 미국 노조운동

편집국 0 4,751 2013.05.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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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 채드 그레이(Chad Gray)는 과거 의류산업, 요식업,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UNITE-HERE에서 조직가로 활동했으며, 코넬대학에서 산업 및 노동관계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밟았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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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d_01.jpg“미국인들이 최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에 직면했다”고 정치인들과 언론의 비평가들이 떠드는 것은, 4년마다 겪게 되는 진부한 클리셰(cliched: 상투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 선거는 아마도 실제로 이러한 선전 문구에 걸맞은 최초의 선거가 될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 직전까지도 노동은 갈림길에 직면하고 있었다. 최근 20년간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조합원과 영향력을 잃었으며, 재활성화(revitalization)에 대한 내부 논쟁, 조직화 전략, 조직 개혁 등에도 불구하고 노동은 조합원 및 교섭력 감소의 출혈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명실상부하게, “최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2008년은 노동이 15년 동안 유지해온 정치 전략이 비로소 제값을 하기 시작하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노동은 로비를 하고 정치인들을 조직하고 법률가 단체들을 움직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뚜렷한 결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 특히 조지 부시가 재임한 8년간은 정책 방향의 초점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국가안보 위협, 친기업적 환경, 거시경제적 탈규제 등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노동이 정치무대에서 실질적인 주체로서 활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들은 스미스필드, 신타스, 월마트 등의 회사들에서 노조를 조직하기 위해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데 매진했으나, 이러한 노력들은 정치 및 제도적 지지 없이 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을 뿐이다. 

한편, 올해의 금융 붕괴로 인해 정치권은 노동의 전략에 훨씬 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더욱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함을 의미한다. 친기업적인 공화당 내에서도 민간 자본이 경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정부가 월 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과 은행들에 7,50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위기 극복 과정에서 연방 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chad_02.jpg오바마 당선이 노조에게 가져다 줄 선물들 

그런데 월스트리트 회사들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 위기로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좀 더 포괄적인 경제 회복 계획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노총(AFL-CI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론 블랙웰(Ron Blackwell)은 실업보험의 확장, 즉 연방예산을 각 주 정부들(주 정부의 예산은 부시 행정부 치하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에게 지원할 것을, 그리고 몰락한 실직자들과 신용불량자들에게 단기적으로 요구되는 식량배급(food stamp) 프로그램들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노동은 단지 법률적 의제로서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조직적 성장을 위한 희망으로서 노동자자유선택법(EFCA: Employee Free Choice Act)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EFCA의 발효는 노동조합의 최대 압박 무기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또한 (오바마의 승리를 통해) 노동조합들은 노동부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수천 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자격규정에 도전했던 켄터키 리버 판결과 같은 사례들은 앞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변화들이 미국 노사관계를 노동친화적 환경으로 급격하게 변형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노동조합들에게 자신들의 지위를 방어하고 새로운 조합원을 조직하기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의 승리는 노동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특히 오바마의 자유무역 정책은 노동조합운동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filibuster)를 막기 위한 의석 수, 60석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60석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의사진행방해가 일어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바마가 경제 재건을 위한 장기적인 약속을 통해 노동계급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11월4일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계급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노동계급과 진보적 이익을 효과적으로 연합시키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오바마가 선도적으로 노동친화적인 태도를 보여 노동자들의 가슴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조직화보다 더 긴요하게 요구되는 제도적 변화

금융 위기는 실업, 임금동결, 가계압류 등을 통해 명백하게 노동계급에게 가장 심각한 상처를 주고 있으며, 이는 노동조합들을 조직 및 교섭을 하는 데 있어서 더욱 어려운 조건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금융 위기가 노동조합들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까?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은 과거 8년여 동안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으며, 현재의 ‘위기’는 그러한 타격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의 극단화일 뿐이다. 

그렇지만 기존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더 많은 조직가들을 투입해 가정방문을 하고 조사연구를 하는 것은 자본과 대면하고 있는 노동의 구조적 지위를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노동이 맞이하고 있는 최대 시련은 거시경제적 도전이다. 노동조합의 전략을 정치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특히, 노동친화적 정책과 정부의 개입을 끌어내기 위해서 로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지원은 노동조합들이 회사 수준에서 그들의 지위를 위해 투쟁하는 데 긴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