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을 ‘밥장사’로 만들려는가

노동사회

학교급식을 ‘밥장사’로 만들려는가

편집국 0 3,376 2013.05.29 10:39

최근에 배가 아파서 이른 아침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마침 일요일이라 가까운 동네의원이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배를 손바닥으로 쓰다듬고 찬장에서 소화제 비슷한 것을 찾아 혹시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한 두알 먹어 봤지만, 결국 통증이 가라앉질 않아 병원으로 간 것이었다. 

의사가 배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는지, 어느 부위가 아픈지, 무엇을 먹었는지 등 이것저것 물었다. 엑스레이, CT 촬영으로까지 이어지더니, 의사는 ‘맹장염’(‘충수염’이 맞는 표현이라고 함)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는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3~4일을 입원하고 병원신세를 지면서, 병원은 꼭 필요한 곳이지만 다시는 갈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간 일도 못하고 식구들 고생시키고, 거기다가 돈도 깨지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006년 대형 식중독사고 이후 도입된 학교급식 직영원칙 

이렇게 개인적인 맹장수술 경험기를 첫머리부터 장황하게 꺼내는 이유는, 식중독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학교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병원신세를 지는 일은 반드시 없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학생들이 식중독사고의 피해자가 된다. 

특히, 지난 2006년 6월, 며칠 사이에 동시에 발생한 초대형 학교급식 식중독사고는 국민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었다. ‘CJ’라는,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굴지의 대기업이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교육부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시급히 대책을 발표해야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2006년 한 해 동안에는 식중독사고 피해학생 수가 6,992명에 이른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이 식중독 사건으로 학생들은 엄청난 고통을 당했고, 급식이 중단된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몇 달간 도시락을 싸야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그 사건을 계기로 ‘학교급식법’이 개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위탁급식’ 상황에서 식중독사고 발생률이 높았기 때문에, 국회가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학교급식의 직영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수년간 시민단체들이 학교급식법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허겁지겁 법 개정을 한 셈이다. 즉, 2006년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수천 명 학생들의 고통과 희생의 결과물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국회를 ‘앰뷸런스 국회’라고 종종 부르곤 하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터져야 비로소 제도를 개선하는 특징 때문이다.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와 학교급식법 

천운을 타고나서인지 수많은 문제들에도 어떻게 당선은 되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하자마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중심에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굴욕적인 협상을 거쳐 수입하기로 한 데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불씨를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광우병 쇠고기 학교급식’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학교급식의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의 불안과 외침은 정당했다. 

대통령은 두 번이나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그 사과에는 진정성이 전혀 없었다. 그 사과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언론 장악, 공기업 민영화, 사교육 폭등 유발 정책 등을 연이어 쏟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것이 한 인터넷 논객의 글 때문인 양, 국가정보원까지 동원하고 모든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 시절을 모범으로 삼은 듯한 이명박 정부의 과거회귀 정치의 특징은 학교급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 저격수로 이름 높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이제는 ‘위탁급식업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내년까지 모든 학교의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행 급식법이 문제 있다며 위탁급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친환경급식 확대’ 등 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난데없는 백태클이 들어온 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억지’인 열 가지 이유 

학교급식은 교육인가? 아니면 밥장사인가? 답이 뻔할 수도 있는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위탁급식이냐 직영급식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이상한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위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 열 가지를 대보겠다. 이 열 가지 이유들 모두의 핵심에 자리 잡은 것은 ‘학생들의 건강’이다. 

첫째, 위탁급식은 온갖 교육비리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일부 학교장들이 위탁급식업체 대표와 수년간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둘째, 위탁급식은 직영급식보다 식중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위탁급식의 식중독 발생률은 직영급식의 5.3배에 이른다. 셋째, 위탁은 저질 수입농산물 사용이 많다. 일례로 수입쇠고기 사용비율이 직영의 20배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위탁급식에서는 89.6%가 수입쇠고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넷째, 위탁급식은 학부모가 내는 급식비 가운데 식재료비 사용 비율이 직영보다 훨씬 낮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위탁급식은 급식비의 64%를 식재료비로 사용하고 직영급식은 89%를 사용했다. 다섯째, 위탁급식의 목적은 ‘영리 추구’다. 직영은 학교장 책임 아래 영리를 배제하고 운영되지만 위탁은 그렇지 않다. 수입농산물 사용이 직영보다 많고 급식비 가운데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도 위탁급식의 목적이 영리 추구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학부모들이 직영급식을 선호한다. 위탁급식을 허용하는 학교급식법을 제출한 조전혁 의원이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더라도 학부모의 80.9% 직영 전환을 찬성하고 있다. 일곱째, 법을 통한 직영급식 전환은 헌법재판소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위탁급식업자들이 강제직영 전환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8년 2월28일 이러한 헌법소원에 대해 이유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여덟째, 위탁은 학교급식비도 직영보다 비싸다.  권영길 의원실 발표를 보면 서울의 학교를 전수조사한 결과, 위탁이 직영보다 561원이나 급식비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아홉째, 학교급식 위생상태도 위탁급식이 더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를 보면 2007년 위생 점검 결과 ‘D등급 이하’는 직영 2% 위탁 6%였다. 

마지막으로, 직영학교 입장에서는 위탁급식 허용 주장은 관성의 법칙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2008년 현재 위탁급식 비율은 고작 11.4% 뿐이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학교가 이미 직영급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위탁급식도 상관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보면, 오히려 위탁급식이 ‘전문적’이기 때문에 급식의 질이 좋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앞에서 제시한 객관적인 수치들을 보면 그 주장이 말도 안 되는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왜 학부모들 대부분이 직영급식으로의 전환을 원하는지를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위탁급식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어느 영양사의 고백 

※조전혁 의원이 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조전혁 의원 홈페이지에는 항의글이 계속 게재되고 있다. 그 중 위탁급식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어느 영양사의 글을 일부 소개한다.

저는 대학교에서 식품영양을 전공하면서 취업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높은 연봉만을 생각하고 일단 위탁급식회사에 입사 했습니다. 하지만 영양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면허증을 취득한 대한민국의 영양사로서, 자부심은커녕 죄책감이 들어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도 퇴사를 늘 고민해 왔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CJ 급식사고 대란으로 학교급식 직영화 추진이 급속히 이루어졌으며, 직영학교에는 영양교사를 배치하는 법도 생겼습니다. 저는 적절한 시기다 싶어 과감히 퇴사를 하고 영양교육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물론 영양교사가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영양교사가 된다면 제가 늘 영양사란 이름으로 겪어 왔던 죄책감을 씻어 버릴 수 있을뿐더러,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건강을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 학교급식법대로 위탁급식을 조속히 직영급식으로 전환하여 영양교사를 배치해야 하는 시점에서 의원님은 무슨 생각으로 위탁급식을 다시 추진하신다는 겁니까? 

작년에 저는 직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 모 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다녀왔습니다. 위탁에서만 근무하던 제가 한 달간 직접 직영급식을 접해보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이 피땀 흘려 내주신 급식비… 그 중에 식재료비는 위탁과 직영 간에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직영급식은 전부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위탁급식이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의원님, 위탁급식과 직영급식의 차이점은 알고 계십니까? 궁금하네요. 

하나만 생각하십시오. 학교 급식의 대상은 교장도 교감도 행정실 직원도 아닌, 바로 학생입니다.
 

건강한 미래 만드는 친환경 급식을 위하여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2006년에 법을 개정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디딤돌이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 750만 명이 학교급식을 먹는다. 성장기 12년을 학교급식을 먹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급식을 먹이느냐, 어떤 식습관을 가르치느냐는 평생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과 중국 식품의 멜라민 검출 사건은 우리 국민들에게 식품 안전성 확보의 중요성을 톡톡히 학습시켰다. 다행스럽게도 안전한 먹을거리와 친환경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친환경급식 지원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일시에 붕괴시킬 수 있는, 위탁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그런 속에서 안전한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국에서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꿈을 꾸고 산다. 우리 아이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는 꿈, 그리고 우리나라 농업이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을 통해 희망을 찾는 꿈. 학교급식운동은 이렇듯 교육, 환경, 농업, 자치 등의 분야에서 우리가 꾸는 꿈,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가치를 이뤄가는 운동임을 강조하고 싶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