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정, 뭐가 문제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노동사회

공무원연금 개정, 뭐가 문제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편집국 0 5,281 2013.05.29 10:38

2006년 참여정부 시기부터 논의되었던 공무원연금법이 전면 개정을 위해서 입법예고 됐다.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기 위해 2006년 7월부터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발전위원회’(이하 연금발전위)를 구성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 2006년 12월에는 연금발전위의 ‘1차 건의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의 연금발전위는 공무원연금의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의 참여가 배제된 상황이었고, 소수의 연금 연구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돼왔다. 다행히 금년 6월부터는 공무원·교원노조로 구성된 연금공동대책위원회가 참여하여 논의한 결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합의안 역시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상태에서 연금이 연금답게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1조에 이르는 수지 적자, 고령화와 낮은 정부부담률 문제

196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폐질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더하여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도를 대상으로 하는 직역연금제도, △노사 동일 보험료 갹출이라는 사회보험적 성격, △당해 연도 수지 부족분을 재정에서 보전하는 부양원리 채택, △유능한 인재등용을 위한 인사 정책적 수단, △재직 시 민·관의 보수 격차 보전 등의 성격을 가진 공무원을 위한 종합적인 복지제도이다. 

그런데 1993년부터 공무원연금 수지에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2000년 이후에는 연금수지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1993년 65억 원이 적자였던 공무원연금 수지는 2007년에 이르면 1조 원 가까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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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재정악화의 원인으로 가장 크게 들 수 있는 것은 인구 고령화와 낮은 정부부담률이다. 먼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수급자 수의 급격한 증가를 살펴보자. 현재 한국인들의 평균 수명은 공무원연금제도를 도입했을 때보다 25세 가까이 늘었다(1960년 52세 → 2006년 77세). 이에 따라 그 동안 공무원 수가 그다지 늘지 않았음에도 연금수급자 수가 대폭 증가하게 되었고(1990년~2007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 이것이 공무원연금 수지 악화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리고 고용주로서 한국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민간기업?외국정부 대비 낮은 부담률 역시 공무원연금 수지 악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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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공무원연금 수지가 악화된 데는 △고용주인 정부가 예산으로 부담할 부분을 연금기금에서 지출한 점(2007년 현가 기준 6조 532억 원), △정부 부담 없이 임용 전 사병복무기간 재직기간 산입(현가 약 3.2조 원 추정), △공무원 후생복지사업에 연금기금을 투자하여 기회비용 발생(공무원연금공단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현가 약 1조원 기회비용 손실), △정부재정자금 예탁으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2007년 말 1조 2000억 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민간기업, 외국정부보다 훨씬 낮은 한국정부의 부담률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지가 악화된 것은 공무원들만의 문제이니 악화된 수지에 맞게 연금을 대폭 삭감하면 될 일일까? 상당수 국민들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수평 비교하면서 이러한 입장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짓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들이 있다. 먼저, 구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다르다.  

가장 쉽게 드러나는 차이점을 들자면 공무원은 퇴직수당(퇴직금)을 민간에 비해 최대 40%밖에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현재 공무원의 보수는 일반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태이며, 민간 100인 사업장과 비교해도 89.7%에 불과하다. 공무원 연금은 이렇게 재직 시의 저임금에 대한 보전 성격을 갖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됨에 따라서 민간에 비해 공무원은 연금 보험료를 56%나 더 내고 있고, 민간부문에는 산재보험이 별도로 있지만 공무원은 산업재해 보상 부분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 징계로 면직될 경우 연금을 절반까지 감액하는 등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또한 10년만 납부하면 수급이 가능한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20년 이상을 재직해야 수급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민간기업과 비교해도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의 부담률이 너무 적다. 민간기업도 종업원을 위해 국민연금 및 퇴직금을 12.8%나 부담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의 연금 부담률은 8.125%에 불과하며, 이는 민간 부담률의 3분의 2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표1] 참조).



또한, 공무원연금끼리 비교해 봐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정부의 부담률은 너무 적다.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재직자가 수급자를 부양하는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서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려가고 있다. 아울러 공직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부가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부담률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연금 부담률은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물론 OECD 외 국가들의 평균인 1.33%에도 못 미치는 0.5%에 불과하다([표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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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적게는 4%부터 많게는 26%까지 더 크다. 공무원의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표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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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개혁”, “세금 먹는 하마”라고!?

공무원연금 개정안에 대해 언론들은 “무늬만 개혁”, “세금만 먹는 하마”, “눈 가리고 아웅” 등이라고 표현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언론의 시각대로 본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실패’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기여금을 더 많이 내고 퇴직연금을 더 적게 받아야만 성공한 개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무원이 기여금을 너무 적게 내고 연금을 엄청나게 많이 받아서 공무원연금의 재정이 악화된 것일까?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공무원연금도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즉 퇴직연금 수급자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서 현직 공무원이 퇴직연금 수급자를 부양하는 비율이 27.5%(2008년)에 이르고 있으며, 일시금 대신 연금을 선택하는 비율도 93.5%(2007년)로 급증하고 있다. 결국 공무원연금 재정이 악화된 것은 사회가 고령화되고 공무원연금제도가 성숙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낮은 부담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