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화]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으로

노동사회

[노동문화]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집국 0 3,381 2013.05.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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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누 집행위원장이 제3회 이주노동자영화제 자원 활동가 교육에서 했던 강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지금은 서울 개막전이 끝나고 지역 상영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상영 일정으로는 2008년 9월15일에 안산 국경없는 마을 놀이터에서 폐막전이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영화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신 분들은 내년을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평상시에는 <이주노동자의방송>(MWTV)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이주민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영화제와 <이주노동자의방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www.mwtv.kr로 접속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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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8~10일 동안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어느 별에서 왔니?’를 주제로 열린 2008년 제3회 이주노동자영화제 개막전 모습.  ▶ 이주노동자의방송 ]

지금 한국에는 40만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미디어에서 비춰질 때만 이들을 생각하고, 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옆에 살면서 존재하는 것 자체를 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주노동자·이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축제를 마련해보자는 생각에서 이 영화제를 시작했습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많은 한국인들과 이주노동자·이주민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만나 상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저는 서로가 접촉하면서 생기는, 서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남녀 간에도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먼저 접촉하고 가까워지는 것이 필요하잖아요. 똑같은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또 어떤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생각해야 하고, 또 조금의 노력만 있으면 알 수 있는 문제인데도 아직은 너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노래방·삼겹살·소주를 넘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또 하나 이주노동자들의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서 다른 분야의 한국인들과 접촉하고 함께 얘기하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었어요.

굉장히 안타까운 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한국에 오면 바로 공장에 투입돼 일요일마저도 일하는 상황이거든요. 이들이 아는 문화는 노래방, 삼겹살, 소주문화 이 세 가지밖에 없어요. 한국에는 더 많은 아름다운 문화들이 있는데 그런 걸 접촉할 기회가 전혀 없는 거죠.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현실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이주노동자 지원 센터에서 행사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문화를 즐기러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지요. 너무나도 가슴 아픕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이 굉장히 많죠. 저희가 미디어 네트워크가 있는데 여기를 통해서 일본과 미국에서 온 분들이랑 같이 얘기할 기회가 자주 있습니다. 그들 얘기로는 저희 MWTV처럼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방송이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대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방송이지요. 다른 나라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거든요. 그래서 일본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 분들이 한국에 오시면 꼭 견학을 오세요. 그래서 예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한국과 다르게 자기 나라보다도 발전된 어떤 의식에 굉장히 신기해 하시죠.

이제는 이렇게 이주민·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무언가를 한번 해보자” 하는 노력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번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 때도 이주노동자들이 도와주러 가기도 했고 그 이외에도 많아요. 한국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한국사회의 좋은 점 나쁜 점 어려운 점을 같이 생각해 보고 결합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이주노동자들이 돈만 벌고 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마시고, “이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하고 한국사회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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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이주노동자영화제에 함께 했던 집행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 이주노동자영화제 집행위원회 ]

같은 노동, 다른 사람… 일자리 뺏는다는 건 오해

70, 80년대 한국 노동자들의 삶을 시로 표현한 박노해 시인께서 자신의 시들로 음반을 내게 됐는데, 그때 저희 밴드(미누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 다운>의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도 참여하게 됐어요. 박노해 시인께서 저희에게 시를 주시며 이걸 노래로 만들어보라고 하셨어요. 

그 노래가 어떤 한 노동자의 손목이 잘려나가는 내용의 “손무덤”이라는 노래예요. 그 시를 처음 받고서, 그 때 저희 밴드 사람들이 다 우울해했습니다. 20년 전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지금 이주노동자들이 그대로 전부 다시 겪고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20년 전 한국인 노동자들이 목숨을 바쳐야 했고 손목이 잘려야 했던 현실을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다는 게 굉장히 아이러니한 거죠. 그 노래를 이주노동자들이 부르게 되었다는 현실에 밴드 사람들이 많이 우울해 했었어요.

이주노동자들을 못마땅해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는 것이지요. 사실 일자리 빼앗는다는 게 일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각으로 맞는 말인지는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하는 문제죠. 지금 이주노동자들이 20년 전의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떤 시각으로 보아도 맞는 말이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생활방식도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90년 초반부터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했고 한국의 변화를 많이 봐왔는데 그때와 요즘은 다르거든요. 지금은 그 말이 안 맞는다는 얘기죠.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하는 일들이 ‘3D 업종’,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것인데, 정말 언제 손목이 잘려나갈지 몰라요.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영화제!

작년 영화제에 대한민국에서 불법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보여준 다큐멘터리가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만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영화를 보다가 지루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졸던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게 무슨 다큐멘터리냐, 거의 10분 정도 똑같은 신들만 보이고 기계 소리만 들리고 너무 지루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 반응에 감독은 “우리가 이렇게 십 분만 봐도 지루하고 힘들고 짜증나는데, 하루 종일 그 기계소리만 들으며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어떤 사람들과 대화도 없는 노동자들은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똑같은 일만 하면서 기계가 빨라지면 자기 손도 빨라지는 기계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죠. 감독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리고 저는 감독의 의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영화제는 이처럼 이주노동자·이주민의 삶을 다각도로 보게 하는 진지한 내용의 영화들이 주로 상영됩니다. 그렇지만 겁내지는 마세요. 진지한 영화를 보고, 즐겁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많이 있으니까 놀러오세요.

다문화 사회 이주민 시대, 소통의 기회를 나누자

이주노동자·이주민이라는 특별한 주제를 다루는 우리 영화제는 다문화 사회, 국제화 시대에 꼭 필요한 행사입니다. 멀리 다른 나라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이주민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서로 접촉할 수 있는, 다른 영화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기회니까요. 여러분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에 동남아시아에서 오신 분들부터 서양인들까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한국에 태어나셨지만 외국에 나가서 사실 수도 있고 반드시 한국에서 살아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자기 자신을 위해 외국으로 가야만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이주노동자영화제를 통해 21세기 국제화 시대,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사회의식을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