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노동 3권

노동사회

무너지는 노동 3권

admin 0 3,469 2013.05.07 10:33

민주노총의 6월 12일 총력투쟁(시기집중 공동파업)에 대하여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할 것임을 천명하였으며, 대검공안부, 경찰청도 연일 불법파업관련자를 끝까지 추적해서 엄벌하겠다고 한다. 6월 20일 현재 이미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과 대협국장을 구속하였고,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하여 사무총장, 대외협력실장, 서울본부 조직부장, 조직차장을 수배하였으며, 민주노총 교선실장, 사무차장, 조직국장에 대하여 출석요구서를 보내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하 공공연맹 위원장에 대하여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보건의료노조위원장도 대기중이다. 그리고 19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조직강화위원장, 민주노총 쟁의국장이 연행되었다. 또한 대한항공, 효성, 동아공업 등 단위노조의 간부들도 연일 구속되고 있다. 6월 25일 현재 6월 구속자만 46명이 넘어섰고, 구속노동자수가 YS정부 5년 간 507명이었던데 비해 김대중 정부 들어서 이미 575명이 구속되었다. 지난 5월 11일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 ① 파업을 범죄시하지 말 것과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소추를 중지할 것, ② 파업에 경찰력 사용을 자제할 것, ③ 파업의 합법성을 판단하는데 관련행정기관에 과도한 재량권이 부여되었음을 우려하고, ④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노동3권 보장 촉구 등을 권고하였음에도 현 상황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한편 언론은 민주노총 공동파업을 '이 가뭄에 웬 파업인가'로 시작하여 '붉은 머리띠를 풀어라'(중앙일보 6월 14일 자), '항공·병원노조 잇단 파업, 온 나라가 흔들린다'(조선일보 6월 14일 자), '정부 불법파업 손 놨나'(동아일보 6월 14일 자)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붉은 머리띠'는 노동자의 파업에 색깔공세를 펴는 것이고, 동아일보는 직접 정부의 경찰력 투입을 요구하는 제목을 뽑고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파업이 시작된 12일 KBS 9시 뉴스는 '경제부터 살려야'라는 제목으로 파업의 시기를 문제삼았고, MBC 역시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땅은 마르고 하늘은 막히고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였습니다"라고 아나운서가 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 두 방송사가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보여주고 있다(오마이 뉴스 기사 인용). 

불법파업?

김대중 정부와 언론에 따르면 파업이란 사회악이며 또한 범죄이다. 그러므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은 척결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그런가?

민주노총의 이번 시기집중 공동파업이 불법인지를 하나씩 살펴보자. 결론부터 내리자면 헌법의 노동 3권 보장취지가 무색하게 제한규정을 촘촘히 두고 있는 노동법률과 이런 법률조차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더라도 이번 민주노총 시기집중 공동파업은 전반적으로 합법파업이었다.

정치파업(또는 산업적 정치파업)이 어려운 우리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비록 명칭은 '총파업' 또는 '총력투쟁'으로 표현하였지만, 실제 내용은 시기집중 공동파업을 매년 해왔다. 시기집중 공동파업이란, 단위노조는 각 사업장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사항을 가지고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되 만일 일정한 시기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사전에 조정절차 등을 거쳐 동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 때 민주노총, 즉 총연맹은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사립학교법·모성보호법·언론개혁법 등 개혁입법촉구 등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사회에 쟁점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문제 등 전체 노동자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에 관련된 요구를 가지고 각 단위노조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는 산업적 정치파업조차 국제기준(ILO 등)이나 일반적인 학설에 따르면 불법이 될 수 없다. 하물며 단위노조의 파업시기를 집중하는 것에 불과한 시기집중 공동파업이 불법일 수는 없다. 파업권을 거의 형해화시키는 해석을 늘어놓고 있는 노동부 발간 「업무편람」(2000년 3월)조차 시기집중 공동파업에 대하여 정당성(합법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이다. 

대한항공의 경우에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대검 공안부는 불법파업으로 규정하였고, 현재 집행부 4명이 구속되었다. 쟁의행위 절차적 요건중의 하나로 조정전치주의가 규정되어 있어 조정신청을 했을 때, 노동위원회가 당사자간 교섭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더 교섭을 하라'는 식으로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하게 응하기만 하면 교섭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없어 행정지도가 나올 수밖에 없고, 노동조합은 합법파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합법파업여부를 사용자와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이 괴상한 결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우리 법원은 수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가 있어도 파업이 불법은 아님을 밝힌 바 있다(대전지방법원 2001. 5. 16. 선고 99가합5341, 판결춘천지법 1999. 10. 7. 선고 98노1147판결, 청주지방법원 2000. 6. 9. 선고99노534 판결 등 다수).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2001년 6월 26일) 대법원은 '노동위원회가 행정지도를 내린 이후 쟁의행위를 하였을 경우라도 쟁의행위의 절차에 있어서 정당하다'는 요지의 판결(대법원 2001. 6. 26. 선고 2000도2871판결)을 내림으로써 학계의 일치된 견해와 수많은 하급심 판결의 입장이 타당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정지도와 직권중재제도 

그러나, 검찰과 노동부, 노동위원회의 위와 같은 잘못된 해석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성실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행정지도 결정을 받아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조종사 노조는 2001년 3월 29일 교섭안을 제시하고 교섭을 시작했으나, 회사측의 교섭거부, 회피, 불성실은 계속되었다. '합법파업을 막기 위해 행정지도를 얻어내는데 주력하며…',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파업시 주동자 사법처리, 새 집행부 구성 후 대화'라는 회사측 대외비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대한항공 사측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중앙노동위원회는 5월 11일과 6월 8일 두 번이나 행정지도를 내렸다. 불법파업이라는 검찰의 규정에 회사측은 '단기적으로 혼란 예상되나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단호한 결단 필요'라는 시나리오에 따라 교섭에 적극 응하지 않고 경찰력에 의존함으로써 파업이 장기화되는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 병원파업은 직권중재제도 때문에 항상 불법파업의 굴레를 쓰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에 조정신청을 하면 노동위원회는 거의 예외 없이 직권중재에 회부하고, 그러면 15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에 중재재정이 내려지게 되면 그것이 단체협약이 되어 파업은 원천 봉쇄된다. 이 직권중재제도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도 이미 다수의견(5인)으로 위헌임을 밝힌 바 있다.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단결권, 단체교섭권이란 무의미한 것인데,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이 제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또한 응급실, 수술실 근무인원은 대부분 근무하게 하고 일반병동에서도 최소한의 인원은 근무토록 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하고 있으며, 서울 시내에 병원급만도 170개가 있는데, 몇 개 병원이 파업을 한다고 하여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는 파업'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노동위원회의 무분별한 직권중재회부 자체가 불법이 된다. 결국 직권중재제도 자체가 위헌적인 제도이고 노동위원회의 회부결정 또한 불법이므로 이번 병원들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 병원 사용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나오는 중재결정이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내용보다 훨씬 유리하므로 교섭에 성실히 응할 리 없고, 결국 불법파업이 되면 노조간부들을 적절히 징계할 수도 있어 파업 전에 성실히 교섭을 하려고 않는다. 즉 이 제도가 노사관계를 갈등과 파국으로 몰면서 파업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자와 힘센 자의 폭력은 늘어만 가고 

더군다나 지난 6월 19일 아침, 노조 인정과 단체교섭이라는 소박한 요구를 가지고 평화적인 농성을 진행중인 건설운송노조에 경찰력이 투입되어 사람이 있는 차안에 해머, 망치를 동원하여 유리를 깨고 창문 안으로 망치를 집어던지는 폭력진압을 강행하였다. 노동부, 노동위원회의 결정, 법원의 판결이 모두 노조활동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사업주단체의 대표인 유재필은 노조를 인정치 않고 교섭을 거부해 왔다. 500명 부당해고, 단체교섭 거부, 노조탈퇴협박, 불법레미콘 유통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사용자에 대하여는 지난해 9월 22일 노조 설립 신고증이 교부된 때로부터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합법파업을 진행중인 노동자들은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진압하고 3명 체포영장 발부, 2명 구속영장신청을 할 수 있는가. 법이 가지는 최소한의 형평성마저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 조치에 연행된 조합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지난 16일 있었던 민중대회에서 일어난 동대문서장에 대한 우발적 사건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조차 서장이 뒷걸음치고 있어 발이 엉켰던 점이 주된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경찰의 폭력행사에 항의한 민주노총 간부에게만 전적인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외상도 없고 CT, MRI 검사결과도 이상이 없었으며, 담당의사가 입원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병원장 지시로 입원시키고 다음날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녀가고 저녁에는 척추이상자만 사용한다는 목대까지 요청하여 착용하는 쇼를 부리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이를 기화로 도심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등 초법적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대우차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살인적 폭력에 대하여는 아직 한 사람도 처벌받은 바 없고, 경찰청장은 치료비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면서 이 사건을 기회 삼아 아예 집회시위의 자유를 봉쇄하려 하고 있다. 언론은 덩달아 집회 시 교통불편, 주변상가 피해만은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경찰의 폭력뿐만 아니라, 사제권총, 사제폭탄, 사시미칼, 쇠파이프로 무장한 조직폭력배가 상당수 구성원으로 되어 있는 용역깡패들에게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2000여 개에 달하는 용역경비업체 수입의 70%가 노동쟁의현장에서 나온다고 하며, 사용자들은 교섭보다는 용역깡패와 경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시사저널』, 『한겨레 21』 보도). 이처럼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인권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어디에

민주노총은 사실 올해만이 아니라 매년 시기집중 공동파업을 해 왔다. 6월 15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 노동쟁의가 작년 같은 기간 109건에서 77건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매년 있어왔던 시기집중 공동파업에 대하여 정부와 언론은 왜 이렇게 '나라가 흔들린다'면서 '민주노총을 해체·재편하고서라도' 다시는 파업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난리들인가.

파업을 범죄시하고 불편과 혼란만을 강조하여 사회악으로 간주하면 파업이 일어나는 원인과 해결책은 찾는 일은 요원해지게 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은 장식적인 기본권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부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집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집회나 시위로 인한 피해를 접수하여 친절하게 소송 구조까지 해 줄 작정이라고 한다. 헌법의 기본권을 하나의 장식쯤으로 생각하는 공안세력의 머리에서나 나올 수 있는 발상들이 신문지면을 메우고 있다. 1300만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제 인권과 민주주의가 군사정권 치하로 회귀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인가.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