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

노동사회

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

편집국 0 5,547 2013.05.29 10:08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 변화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수입, 생활방식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모든 경제 영역에서의 고용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온실가스 의무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교토의정서’의 이행에 따라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 및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의 급격한 고용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기후변화 정책이 석탄산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201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안정화시킬 경우 1,5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Polidano, 1997)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인해 철강 산업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저비용 국가들로 공장이 이전이 되면서, EU-25개국 총 35만 개의 일자리 중 5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석유 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정제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으로 전체 12만 개의 일자리 중 2만 개가 감소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기도 하였다. 

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

환경변화, 기후변화가 노동자들의 일자리, 생존문제와 연계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노동운동진영을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기후변화 의제들을 수용하고, 기후변화 대응과정에서 발생할 피해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조의 입장을 주장하고 협의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 운동은 1970년대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 노조(Oil, Chemical and Atomic Workers, OCAW)의 토니 마조치(Tony Mazzocchi)의 제안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에서 석유, 화학, 원자력 노동자들이 설 일자리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보상, 교육, 재훈련의 기회를 지원하는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Superfund for Workers)’를 제안하였다. 슈퍼펀드는 노동자들이 학교로 돌아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체제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마조치의 슈퍼펀드 제안은 이후 캐나다 에너지화학노조(현 캐나다 통신·에너지·제지 노조)의 브라이언 쾰러(Brian Kohler)가 “정의로운 전환”으로 명명한 비슷한 제안을 하고, 1999년 캐나다노동조합연맹(Canadian Labours Congress, CLC)이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하여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통과시키면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아직 확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정의로운 전환이란 ‘건강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제(녹색 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하고, 노동자 및 지역 공동체의 이익과 노동기간의 손실 없이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전환의 비용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와 지역 공동체에 전가되지 않고 공정하게 사회전체에 분배되며, 만약 이것이 불가능할 때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재교육/재훈련, 그리고 새로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의 고용을 연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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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노동조합연맹(Canadian Labour Congress)이 제기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

― 공정함(Fairness): 정의로운 전환이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고용주가 공장(산업) 문을 닫을 때 노동자와 그 산업에 의존하고 있던 공동체를 정당(공정)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필수적인 것이다. 
― 재고용 또는 대체 고용(Re-employment or alternative employment): 정의로운 전환의 주요 목표는 임금, 혜택, 노동기간의 손실 없이 고용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는 최소한 보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어야 한다.
― 보상(Compensation): 고용의 지속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당한 보상은 대체수단이다.
― 지속가능한 생산(Sustainable Production):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더 지속가능한 생산 수단과 그것을 지지할 수 있는 서비스 부문으로의 이동(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 프로그램(Programs): 정의로운 전환은 사안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발생하는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적합한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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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30일 유럽재생가능에너지협회와 공공운수연맹, 녹색연합, 민주노동당,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는 '기후변화 대응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 진보정치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조의 참여 사례

지속가능한 고용은 반드시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 ‘건강한 생태계’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지역수준에서부터 국제적 차원까지 노동자(노동조합), 기업, 지역공동체, 정부는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스페인> 노사정이 ‘기후변화 계획’을 만들다
2005년에 스페인의 대표적 노조인 CC.OO와 UGT는 정부, 경제인 협회와 함께 교토의정서의 국가적 채택에 따른 공동 감시를 제도화하기 위한 협약을 채택하였다. 이 협약의 목적은 “교토 의정서에 따른 기후변화 정책의 채택으로부터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특히 경쟁 및 고용과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 부정적인 사회영향을 감소하고, 피하고, 예방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협약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구성되고, 노조는 ‘대화 테이블’을 통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실행에 대한 모니터링과 의제에 관한 감시역할을 책임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 <노르웨이> 노동조합이 ‘기후 전략 계획’을 세우다
노르웨이 노동조합연맹(LO)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참여를 위한 목적, 과정, 분야를 명시한 ‘기후 전략 계획(Climate Strategic Plan)’을 채택하였다. 이 계획은 기술 전환과 생산 및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요하게 주장하며, 다양한 분야(환경기술, 재생가능에너지, 에너지 집약 산업, 교통, 관광 등)에서의 도전 과제와 잠재성을 소개한다. 

LO는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노르웨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식 수준을 높이려고 계획 중이다. 기후 전략 계획은 정치적 의지, 충분한 수단,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잠재성이 있는 분야를 확인하고, 정부에게 단기간 또는 장기간 수단을 통해서 감축할 것을 촉구한다.

LO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사회적 비용은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며, 전 세계적인 이슈로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자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잠재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 <미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환경-노동이 연대하다
1997년, 미국 최대 노동조합 총연맹인 AFL-CIO와 시에라 클럽에 의해서 조직된 환경운동 그룹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동-환경 대화체(Labor-Environmental Dialogue)’를 구성하고 일련의 회의를 시작하였다. 이 회의는 1999년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60명이 넘는 노조 및 환경단체 대표들이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서 AFL-CIO의 대표 존 스위니(John Sweeney)와 시에라 클럽 대표 칼 포프(Carl Pope)는 “에너지 경제에서의 전환은 노동자의 권리와 기후에 위협으로 작용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 친화적인 국내 탄소배출 감축수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이 회의에는 이러한 책임을 수행할 여러 개의 워킹그룹을 구성하였고, 이 중 ‘시장기제 및 정의로운 전환 워킹그룹(Working Group on Market Mechanisms and Just Transition)’에서는 최종적으로 노동친화적인 기후변화 계획을 수립하기 위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에게 실현가능한 정책 수단과 장기적인 국가 계획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jyjang_02.jpg해외 노조의 정책 소개

○ 캐나다 통신·에너지·제지 노동조합(CEP)

캐나다 통신·에너지·제지 노동조합(CEP)은 1992년에 설립되었으며, 펄프, 제지공장, 통신회사, 방송사, 신문사, 석유, 가스, 화학, 광산업 등을 망라하는 현재 15만 개의 조합이 함께 하고 있는 캐나다 최대 노조 중 하나이다. 

캐나다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는 1980년대 초, 에너지화학노조(ECWU)에서 시작되었다가, CEP로 합병되어 더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CEP는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목표를 지지하며, 만약 환경 보전에 실패한다면 결과적으로 어떤 산업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조합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므로, 사회의 환경보호에 대한 욕구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될 노동자와 공동체, 산업을 위한 전환계획을 세우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CEP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은 환경과 사회변화에 대한 주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설정되었다. CEP는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사회구조에 기반한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공공정책이 노동자, 그 가족과 지역 공동체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혼란을 야기할 경우 그들은 공정하고 환경적으로 정의롭게 지원을 받아야 하고, 이는 단지 도덕적으로 정의로운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환경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CEP는 노조에서는 처음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만들었으며, 캐나다의 교토의정서 실행에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캐나다노동조합연맹(CLC) 

캐나다노동조합연맹(CLC)은 1956년에 설립되었으며, 300만 명의 조합원이 소속되어 있는 캐나다의 최대의 노조이다. CLC는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한 노동 관련 환경의제로 삼고 있다. CLC는 환경적 변화 기간 동안 노동자와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관해 세부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한 최초의 노조이다. 국제 노동조직과 연대하여 기후변화 관련 당사국 총회에서 로비 및 압력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CLC는 사회는 지속가능성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녹색 고용 창출’은 노동운동 정책의 필수요소로서 노동자와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수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사회는 반드시 변화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와 공동체의 전환의 짐을 나누어야 하고, 전환 프로그램은 재직업 훈련, 교육과정 지원, 노동자협회 구성 등을 포함해 다른 고용 기회들을 최대한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한다.

CLC는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의 요소로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대안적인 고용 제공, △실업보험을 통한 수입의 보전, △공공부문/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산업육성을 통해 공동체 지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고용,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교육 및 재훈련의 기회 제공,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위한 연구 개발, △지속가능한 산업과 서비스를 위한 공공 투자 기금 조성 등을 제시하였다. 

○ 국제 화학·에너지·광산 일반노동조합연맹(ICEM)

국제 화학·에너지·광산 일반노동조합연맹(ICEM)은 국제 화학·에너지 일반노동자연맹(ICEF)과 국제 탄광·광산 노동자연맹(MIF)의 합병 후, 1996년 1월 설립된 국제적인 노동단체이다. 2007년 현재 118개 나라의 384개 조합이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약 2천만 명에 이르고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ICEM은 세계 각국 회원노조의 의견을 조정하고, 집약된 의견을 각국, 산업계, EU 등에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자의 보건, 안전, 환경을 고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EU) 에너지정책 결정과정에 있어서는 이해관계자로서 의견 표명의 기회를 동등하게 갖고 참여하고 있다. 

ICEM은 산업의 전환(재구조화) 과정에서 일어날 노동자의 일자리 변화에 대해 노동자들이 새로운 분야로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전환과 관련된 비전 제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노동자 교육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노동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전환의 문제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ICEM은 세계에서도 가장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ICEM 산하 노동조합들의 대다수 조합원들은 직접적으로 에너지 산업분야(석탄광산, 석유, 가스의 채굴, 정제, 발전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ICEM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화학, 제약, 고무, 도자기, 제지, 부품 산업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즉 ICEM은 기후변화로 인해 일자리에서 영향을 크게 받을 산업 분야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1990년대를 넘어서며 ICEM과 산하 산별 에너지노조들은 경쟁과 민영화로 인한 에너지산업에서의 일자리 손실과 대변동을 겪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기후변화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더 높은 고용손실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만약 기후변화로 인해 수십 년 내에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들이 폐쇄되어야 한다면,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모두 사라질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ICEM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각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각국 정부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취하는 각종 정책 수단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ICEM은 정책적 우선순위로 ①특정 산업에서 발생할 고용 영향에 대한 건전한 이해가 기반이 된 기후변화 정책과 수단, ②구조조정의 고통을 국가와 국제 경제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의 전략과 지원자금 형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통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