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육 현장탐방] ‘노동자 교육’으로서의 인성교육

노동사회

[노동교육 현장탐방] ‘노동자 교육’으로서의 인성교육

편집국 0 3,524 2013.05.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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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주최하고 <함께 깨어나기>(인성교육 강사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인성교육 강사훈련’이 2008년 2월22일 초급(1단계 훈련)을 시작으로 중급(2단계), 고급(3단계) 과정을 거쳐, 2008년 7월18일 전문가(4단계) 과정까지, 매 단계마다 1박2일로 진행되었다. 주로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 관련 단체 활동가들 20여 명이 참여하였다. 나 역시 그 참여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이론 공부와 실습, 토론을 함께 하면서 경험한 내용과 참여자들에게 제공되었던 자료의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인성교육? 그거 받으면 착해지는 거야?

한 때 전인교육이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인성교육이라는 말이 사회 각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만나는 사람의 양은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만남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많아지고, 관계 속에서의 단절감이 확대되고 사회공동체 의식이 점차 희석되면서 제기된 것이 이른바 인성교육이다.

교육을 교육이 목적하는 바를 지향하여 피교육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성교육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질, 성격 등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인간의 삶에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교육’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집단을 이루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고, 실제로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들 속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주로 사람과 사람, 나 자신과 자아와의 관계회복 등 주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인간 내면에 접근하는 내용을 가진 것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자기표현훈련, 자아발견훈련, 감수성훈련, 부모역할훈련, 가치관 정립훈련, 인간관계훈련 등의 교육들이 통칭적으로 인성교육이라 불리고 있다.

사람을 변화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체험이다. 직접 부대껴서 얻은 경험은 종종 사람이 세계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놀라울 정도로 변화시킨다. 심리학 등에서 성장환경이나 가족관계, 특별한 경험들을 중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일상 속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체험을 프로그램화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한 사람의 세계관이나 가치관, 인간관계의 변화는 당장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서서한 변화는, 우리가 자라면서 경험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즉각적인 우리 삶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안에 녹아 있어 서서히 우리 삶을 끌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루어진다. 

‘하루하루 투쟁도 바빠 죽겠는데…’를 넘어서기 위해

노동운동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흔히 사람 사업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동운동은 그 어떤 일보다도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운동을 하면 할수록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신뢰가 옅어지고, 사람보다는 일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누구보다도 가까워야 할 동지들과 업무적인 만남 이외의 인간적인 만남을 갖는 경우도 점점 드물어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고 서로 힘을 주고받기 보다는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노동조합은 그 목적과 활동상 ‘경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교육내용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만으로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실천단위로서의 노동조합이 어떻게 힘을 갖게 될까”라는 숙제에 완전한 답을 주지 못한다. 실천단위인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함께 그 목적에 동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부 구성원들 간의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개인들의 성찰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직의 힘이 좌우되는 것이다. 조직 내부의 민주적인 힘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의 힘’이다. 그렇기에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교육에서 내부의 의사소통 과정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성찰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성교육의 출발점은 세상의 변화는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사람의 질적인 변화가 함께 맞물려질 때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요즘같이 동지들과의 인간적인 관계에 갈증을 많이 느끼고 전망을 갖기 어려운 시점에, 노동운동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 구체적으로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 등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필요에 따른 사안별 교육이나 실무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노동자 교육 속에서 인간의 내면에 접근하는 인성교육은 그 보완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교육에 써먹는 게 아니라 성찰하는 게 목적인 강사훈련

그러나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아직 인성교육이 낯설게 느껴지고 인성교육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부터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성’교육이라는 말에서 오랫동안 우리가 우리자신의 권리에 반하는 강요로 점철되었던 도덕교육을 연상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노동현장 곳곳에 시급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인성교육 혹은 인성교육강사훈련은 너무 여유롭고 한가한 프로그램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때문에 실제로 강사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을 현장 조직에 돌아가 실행해야 하는 참여자들과, 강사훈련을 근본적인 인성교육의 의미대로 진행하고자 하는 강사들 간에 적지 않은 이견과 마찰도 있었다. 아무래도 하루하루 투쟁의 일선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경우 인성교육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이 강사훈련에서 배운 내용을 자기 조직, 자기 활동 단위에 돌아가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생각에 훨씬 더 골몰해 있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체제로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초국적 자본의 횡포가 세계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파괴해 가고 있고, 이러한 영향력은 이미 우리네 노동 현장에도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하에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내몰렸거나 내몰릴 상황에 처해 있으며, 노동조건도 턱없이 열악해지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나 목소리는 그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를 통한 자본의 막강한 힘 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본이 이윤 창출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기업에 맞는 ‘기업형 노동자’로 노동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막대한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에 조응하는 강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도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운동 진영의 노동교육 현실은 이러한 자본가들의 교육 투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이번 인성교육 강사훈련은 소속 노조 및 지역 활동가들에게 수련회 등의 인성프로그램(2~4시간), 1박2일 정도(10~12시간)의 기초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내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며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인성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노동해방’을 자기 삶의 가치관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노동운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노동운동 진영의 운동 현실과 교육 현실을 함께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인성교육 강사 되기, 이론부터 실습까지

인성교육 강사훈련은 다음과 같이 네 단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단계인 초급 과정에서는 이 과정에 참여하는 활동가가 강사로서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직접 인성교육에 참여하여, 스스로 마음을 열고 참여자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성찰의 기회를 경험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강사의 입장에서 자신이 참여한 프로그램을 분석해보고 평가하며, 참여자로서 그리고 앞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할 강사로서 서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단계인 중급 과정의 목표는 우선적으로 도입-전개-마무리의 각 단계별로 인성교육의 기본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것과, 인성교육의 심리학적, 철학적 원칙과 배경을 이해하고 인성교육 강사로서의 자세와 소양을 인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인성교육의 도입 프로그램 한 가지, 전개 프로그램 한 가지, 마무리 프로그램 한 가지를 실제 교육처럼 진행하였고, 심리학적 접근을 기본으로 한 인성교육 이론과 ‘강사의 역할과 자세’라는 강의를 듣고 토론하였다.

세 번째 단계인 고급 과정에서는 역시 도입-전개-마무리의 각 단계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고, 인성교육을 진행하며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며, 참여자 각자가 인성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 진행 실습을 해 보았다. 이후 참가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진행 실습이 실시되었다. 또한 인성교육 강사로서 평소에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방법과 참고 자료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료가 제공되었다. 

마지막 단계인 전문 과정에서는 미리 과제로 제시되었던 몇 개의 교육요청서를 바탕으로 참여자가 각자 자신이 선택한 교육요청서의 교육조건을 고려하여 교육진행안과 교육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참여자들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실제로 완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실습이 실시되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네 가지 교육요청서에 따라 실제 교육 진행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모든 교육 조건을 고려하여 교육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교육 준비물을 준비하는 것, 교안을 작성하는 것, 실제 교육을 진행하는 것 등의 전 과정이 실제처럼 실시되었다. 이 모든 실습 과정은 VTR로 촬영되었다. 그래서 실습이 끝난 뒤 모든 참가자가 각 참여자의 실습 진행 동영상 중 일부를 함께 보고 평가해 주었고, 이러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기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인성교육 강사로서의 기본 훈련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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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는 동지애로 서로 배려하는 훈련

그럼 이제 강사훈련에서 진행된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보자.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무엇보다 우리가 많이 경험했던 교육들처럼 주입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참여자들의 생활과 가치관, 삶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프로그램들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내용일 수 있고, 그러므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참여자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함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은 경청하는 동지애로 서로를 배려하는 훈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하는 데에는 비판적인 시각이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사고가 아니라, 애정 어린 시선과 마음을 열고 함께 하겠다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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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 프로그램

⊙ 열린 관계를 위한 마음을 여는 네 개의 창
개별 및 조별 활동을 통한 집단적·체험적 교육 방식으로 활동가가 인간관계 및 인성교육에 참여하여 스스로 마음을 열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성찰의 기회를 경험하는 프로그램.

⊙ 다섯 장의 카드로 표현하는 나
인성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신을 개방하고 서로를 수용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여, 이후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보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프로그램. 일상에서 인식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함.

⊙ 의사소통 - 일방, 쌍방통행:
자신과 타인의 언어·청취 습관을 체험 속에서 발견하며 일방적인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한계를 체험하고, 일방적 의사소통과 대비된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정확한 청취와 의사전달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
⊙ 혼자 말하기
⊙ 함께 듣고 그리기

2. [전개] 프로그램

⊙ 내 영혼의 빛과 그림자
우리가 스스로 느끼고 있는 나의 장점과 단점을 이미지를 통해 찾아내고, 부정적인 어둠의 요소마저 활력으로 전환시켜 성장의 자양분으로 바꾸어 통합시킴으로써, 완전한 인간은 아무도 없으며 사람은 누구나 성숙을 위한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

⊙ 내 마음의 갈망 찾기 - 몸에 새기는 마음의 지도(신체 본뜨기)
우리 신체는 각 부위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므로, 내 신체와 내 신체에 해당되는 곳과 관련된 참여자 개인의 상처와 희망을 나눔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를 통해 객관화시키고 자신의 바람직한 열망을 집단 안에서 나누도록 하며, 우리 자신의 갈망을 이미지를 통해 객관화하여 힘을 보태는 프로그램.

⊙ 관계 바로보기 - 서바이벌 시추에이션 (산불 상황)
집단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인간관계 과정과 합리적인 과정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자신의 태도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 관계 풀기 - 내 짝의 장점 인터뷰
상대방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험을 함으로써 상대방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시선 변화를 통해 칭찬하게 되고 좋아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자기 자신 역시 무조건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누구와도 친밀해질 수 있고 열린 관계 형성이 가능함을 체득하며, 참가자들이 모두 긍정적 에너지를 발휘할 때 집단 전체의 에너지도 밝고 힘 있게 바뀔 수 있음을 확인하는 프로그램.

3. [마무리] 프로그램

⊙ 자비 명상을 통한 자기성찰
자비명상 수행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 사회에 대한 사랑의 수용능력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부정적인 마음을 극복하게 하여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일으키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야기된 장애와 혼란을 치유한다.

⊙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너 - 절 명상
절 체험을 통하여 동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식하고, 자기 자신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임을 경험하며, 동료들과 서로 섬기는 자세로 일해야 함을 일깨우는 프로그램

⊙ 오브제를 통해 성찰하기
인간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개선하고 사람들과 상처를 주고받지 않으면서 자기의 감정을 존중할 수 있으려면 타인보다 자신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배우고, 여러 가지 사물 가운데에서 자기가 이끌리는 것을 선택하여 이 이끌림에 대해 성찰해 봄으로써 자신의 상태와 욕구를 심도 있게 알아차리며, 누군가에게 자기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보다 나은 행동 방식과 삶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하는 프로그램.

4. 기타 프로그램 

⊙ 지금-여기, 깨어 있기
일상생활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 순간 자신의 상태와 사고, 감정을 알아차림으로써 보다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올 수 있으며, 짧은 휴식 시간을 잡담으로 보내지 않고 보다 깊고 명료해지는 휴식을 취함으로써 기운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 돌봄과 배려의 관계 맺기 (몸풀기와 차명상)
활동가가 자신의 몸을 보살피고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동료 간에 서로 몸을 보살피고 돌보아 줌으로써 관계 맺기를 경험하게 하고, 몸을 돌본 이후 차 명상을 통해 마음과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시간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

⊙ 자연과의 명상, 바디 스캔 등 

※ 자세한 내용은 민주노총 교육원(02-2670-9222)으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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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나, 힘나는 관계, 튼튼해지는 조직’을 위한 노동자 교육  

이번 강사훈련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 사실 오랜 기간 노동운동에 복무해 온 활동가들에게  ‘자기성찰’이라는 것은 아주 낯설었다. 초급·중급 과정에서는 자기를 돌아보라는데 ‘자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운동’의 현실만을 드러내기도 하였고, 실제 이 프로그램들의 근본적인 목적과 무관하게 노동조합 일상 활동에서 이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만 고민하다 프로그램 본래의 의미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초급·중급 과정을 지나 훈련을 거듭하면서, 이 강사훈련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강사로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또한 나름대로 자기성찰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자기 자신과 주변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 성장은 물론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강사훈련에 참여할 때의 고민이 보다 실무적이고 기능적인 고민이었다면, 강사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하고 자신에게 던져진 숙제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인성교육 강사훈련은 기초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를 양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내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며 살고 있는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자기를 성찰한다는 것, 그리고 힘나는 관계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 또한 서로 힘을 주는 관계들이 결국 튼튼한 조직을 세워 간다는 것은, 우리가 꿈꾸는 변화가 나로부터 너와 나에게로, 우리로부터 우리 조직과 전체 노동운동 그리고 우리 사회로 번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나와 우리, 그리고 사회가 단선적이고 단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변화가 동시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통일적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할 것이다.

네 단계의 과정을 거쳐 전문가 과정까지 강사훈련을 모두 마친 참가자들은 ‘민주노총 인성교육 강사단 준비 모임’으로 후속 모임을 이어가기로 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인성교육에 관한 교육 경험 및 상호 의견·정보를 교환하고 분기별로 보수교육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인성교육’, 비록 십여 명 남짓 소수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진행됐고 이번 강사훈련을 마친 활동가들에 의해 향후 이 교육의 이름이 다르게 바뀔지도 모르지만, 훈련 과정과 수료식을 진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시작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과 관계들을 서로의 눈빛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분명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