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제89차 총회

노동사회

ILO 제89차 총회

admin 0 3,261 2013.05.07 10:32

제89차 ILO 총회가 6월 5일부터 2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의 ILO본부와 UN 건물인 국민궁(Palace de Nation)에서 열렸다. ILO 총회가 열리는 국민궁은 눈 덮인 몽블랑과 레만호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답고 조용한 스위스의 제네바에 위치하고 있다. 

총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늘의 게시판, 즉 「Daily Bulletin」을 확인하는 일에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여기에 각종 회의 일정과 특별 행사에 대한 일정과 내용이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임시기록부(Provisional Record)에서 중요한 회의의 결정과 총회의 보고서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위원회에 비치된 자료를 수집하여 총회 내용에 관한 자료를 입수할 수 있다. 회의는 주로 국민궁에서 열리지만, ILO 본부에서 열리는 회의도 있기 때문에 셔틀버스를 타고 두 건물을 왕래하면서 회의에 참가하여야 한다. 회의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 것이 보통인데, 때에 따라서는 저녁 9시까지 회의가 진행되기도 하고 토요일에 회의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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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 노동자 그룹회의는 방청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사진은 노동자 그룹회의를 방청하고 있는 각국 노동조합 간부들   ▷ LEK ]

ILO의 회의 구조

회의는 총회 전체회의, 각 위원회 노사정 전체회의가 있으며, 노사정회의를 준비하는 노동자그룹 전체회의, 각 위원회별 노동자그룹 회의가 있다. 그 외에도 초안위원회 등이 각 위원회에 구성된다. 노동자그룹회의에서는 각 사안에 대한 노동자그룹의 입장을 정리하며, 노사정 3자 회의에서는 노동자그룹에서 논의된 내용을 노동자 대표가 발표하고 노사정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정의 입장이 상충될 경우에는 표결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그룹에서는 출석 점검을 철저히 한다. 매 회의마다 출석을 점검하여 3번 이상 결석하면 정위원에서 제외시켜버린다. 각 위원회에서 논의된 결과는 총회 전체회의에서 표결 처리하여 최종 결정되어야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회의에서는 불어와 영어, 스페인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모든 보고서와 회의는 3개 언어로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데 실제 회의에서는 불어, 영어, 스페인어 외에도 포르투갈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동시 통역이 되고 있었다. 특히 중국어와 일본어는 중국과 일본 대표만을 위하여 통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그 비용은 해당국이 댄다. 

ILO총회는 매년 6월 첫째주 화요일에 개회되어 3주간 회의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총회는 특별히 긴박한 사안이 없는 한 개회 이후 처음 1주일간은 휴회하며, 둘째 주 월요일부터 셋째주 화요일까지 사무총장과 이사회 의장의 보고서에 대한 일반토의만을 진행한다. 일반토의는 각 회원국의 노동자, 사용자, 정부 대표 각 1인이 각 5분의 발언시간을 가진다. 지난해에는 민주노총이 한국의 노동자를 대표해서 연설하였으며, 올해에는 한국노총이 노동자 대표연설을 했다. 총회는 마지막 이틀에 걸쳐 각 위원회의 보고서와 기타문서에 대해 의결하고 89차 총회를 마무리한다.

총회는 사무총장 보고를 토의하고 사회노동정책을 검토하며, 협약이나 권고를 채택하기 위한 의제를 토론하고, 이미 채택된 협약 또는 권고에 대한 회원국의 조치 내용을 검토하며, ILO 예산을 심의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89차 ILO 총회에 보고된 후안 소마비아 총장의 보고서는 '양질의 노동'(decent work)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총장 보고서는 세계경제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변화로 '양질의 노동'이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요구되고 있으며, 양질의 노동을 현실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ILO는 노동기준, 고용, 사회보장, 사회적 대화를 4가지의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01년 11월에 세계고용포럼(Global Employment Forum)을 개최하는 등 고용을 세계적인 이슈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총장은 보고하고 있다.

총회 개회 일에 총회는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의장 연설을 들으며 이사회의 보고서와 사무국 보고서 및 선정위원회 보고 등을 듣는 것으로 개회 첫날의 일정을 마치고, 총회의 거의 모든 실질적인 업무는 선정위원회의 추천으로 총회 첫날 본회의에서 결정된 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위원회에는 선정위원회, 자격심사 위원회, 협약 및 권고 적용 위원회, 정부대표재정위원회, 결의안위원회, 의사규칙위원회 등의 상임위원회가 있으며, 협약 및 권고의 토론과 채택을 위한 전문위원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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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사의 자유, 인권보장 등 노동기본권을 홍보하는 ILO 포스터   ▷ ILO ]

한국 노동자 대표의 활동

이번 총회에서 한국의 노동대표는 협약권고적용위원회, 협동조합위원회, 사회보장위원회에 참가하였다. 이번 총회에서는 협동조합위원회와 사회보장위원회, 그리고 농업에서의 안전과 건강위원회 등 세 가지 전문위원회가 열렸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일반토의로 1999년 이사회 결정으로 2001년 총회 의제로 상정되었다. 『사회보장: 쟁점, 도전, 전망』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토론된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이 '양질의 노동'(decent work)을 위한 핵심적인 과제로 이해하고 많은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사회보장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위원회는 세계화로 인한 새로운 도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논의하였으며, 사회보장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사회보장에 있어서 여성 문제, 고용불안정층 문제, 노령인구 문제, 사회보장 재원 문제 등을 논의하였으며, 사회보장의 확대를 위해서 사회협약이나 관련 주체들간의 협조가 필요한 점 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일반토의로 다루어진 사회보장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열리는 제90차 ILO 총회의 협약 및 권고 채택을 위한 의제로 상정될 예정이다. 

1년차 논의(first discussion)의제로 채택된 협동조합(Promotion of cooperatives)은 기존의 127호 협약의 개정논의이다. 127호 협약(한국은 미비준 상태임)은 1966년에 제정되었으나, 경제 사회적인 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시대 상황에 적절하며 모든 회원국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안건으로 채택되었으며,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실업이나 소외 계층 문제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높이고, 지구화된(globalized) 시장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협동조합에 관한 논의는 사무국에서 제출한 최초보고서(白書)와 각 회원국에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2차 리포트(黃書)를 근거로 이루어졌다. 1년차 토론이 종료되면 사무국은 최초 토론에서 채택된 결론에 입각한 협약 초안을 포함한 3차 보고서를 준비하여 모든 회원국들에게 보내 정부가 해당 사용자 및 노동자 단체와 협의를 거친 후 협약초안에 대한 의견을 사무국으로 다시 제출하게 된다. 각국의 의견을 수렴하여 4차보고서(靑書)를 작성하여 차기 총회에 제출하게 되면, 제2차 토론은 청서(靑書)를 기초로 진행하게 된다. 

2년차 토론(second discussion)에 들어간 '농업의 안전과 보건'은 2000년 6월 15일에 열렸던 88차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에 의거하여 농업의 안전과 건강에 관한 협약과 권고(Convention and Recommendation)를 채택하기 위해 89차 총회에 상정한 안건이다. 89차 총회에 보고된 보고서는 88차 총회의 결과에 대한 각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하여 작성한 「보고서 4-1」과 「보고서 4-2」에 기초하여 토의하여 협약과 권고의 채택을 결정하게 되는데 총회의 최종 기록투표에서 2/3의 찬성이 필요하다.

기준적용위원회(Committee on the Application of Standards)는 일반토의, 조사, 그리고 개별안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일반 토의는 ILO가 점검한 각 협약에 대한 각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논의하며, 조사는 특별한 사항에 대한 조사보고를 하고 있는데 금번 총회에서는 야간노동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정신대 문제

총회에서는 지난해 총회에서 강제노동금지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미얀마문제가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제88차 총회에서 미얀마 강제노동문제에 대한 제재가 결정되었으며, 89차 총회에서는 미얀마의 강제노동의 실태에 대한 보고와 그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국과 관련된 최대 쟁점은 노동 측에서 제소한 정신대의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ILO 제29호 협약 위반에 대한 안건 채택문제였다. 노동자 그룹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노동자 그룹의 안건으로 결정되었으나, 사용자그룹과의 정치적 절충과정에서 실종되어버렸다. 노동자 그룹은 정신대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으나, 사용자 그룹과 정부는 안건 상정에는 찬성하였지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외교력의 부족으로 3자 회의의 안건으로 채택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정신대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친 너무나도 안타까운 회의였으나, 일본의 막강한 로비 속에서 한국의 노동자 그룹이 문제를 제기하여 ILO총회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는 하였다. 의안상정에는 실패하였지만, 정신대 문제를 국제기구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시킨 점은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ILO 회원국에 대한 분담금 조정이 정부차원에서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의 분담금 인하 요구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문제가 재정위원회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었다. 한국정부의 처음 입장은 분담금 동결이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회원국이 되었다. 한국의 ILO 회원국 분담금이 0.99%에서 1.83%(600만 스위스 프랑)으로 거의 100% 인상되었다. 미국의 3% 등 다른 회원국이 삭감을 요구한 분담금을 한국이 1% 정도를 담당하고 브라질, 칠레 등이 일부 분담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노동외교에 더 많은 준비를 

ILO 총회는 노사정 UN기구 중에서 노사정 3자가 대표로 참여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모든 의사일정이 노사정 3자의 협의로 운영되고 있었다. 노동자 그룹과 사용자 그룹이 먼저 정치적인 절충을 하여 합의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사가 대립할 경우에는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의 구조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중요한 시기마다 노사관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서로가 숨막히는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관계, 급기야는 합법적인 내셔널센터의 현직 위원장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한국의 노사관계 구조에 질식할 지경인 필자에게 노사가 정치적인 협의와 절충을 시도하는 모습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협약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ILO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비추어 보면서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목소리와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분발하여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파란 하늘에 걸려있는 드골 공항을 떠나 가볍지 않은 마음을 이끌고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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