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일자리’ 노동조건에 대한 비판적 검토

노동사회

‘사회서비스 일자리’ 노동조건에 대한 비판적 검토

편집국 0 5,085 2013.05.29 10:00

1. 들어가며

정부는 2006년 9월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등과 같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목표 아래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11개 부처가 39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작년 한해 1조 2,94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정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복지 확대와 더불어 사회서비스 영역을 고용창출의 미개척 분야로 선전하면서, “4년 동안 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은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모양새는 사회복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고용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서구 복지국가 사례를 연상케 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에 따른 각종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준비 단계에서부터 우려를 일으키고 문제점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사회서비스를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또한 그 안에서 시장원리의 작동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심어지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사업은 예산부족으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또 하나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현재 부닥치고 있는 사회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문제는, 향후 늘어날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사업에서 노동자들의 처우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살펴본다. 

2. 정부 사회서비스 사업 현황

우리 사회에서 ‘사회서비스’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또한 각 영역에서 달리 정의되고 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의미가 다소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사회서비스라는 개념이 범위와 영역에 따라 달리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좁은 의미에서 사회서비스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넓은 의미에서는 ‘교육, 국방, 공공행정 등을 포괄하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한편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 특히 대인서비스(personal service)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일부에서는 서비스 성격에 따라 산업분류 체계를 이용하여 사회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속에서 정부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사회서비스의 개념은,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과 관계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또한 그 특징으로 “사회적 소비 총량은 개인적 선택의 결과보다는 집단적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공공재적 서비스’와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서비스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일자리 창출이나 사기업들의 이윤창출 공간으로서 형성하려는 정부의 접근방식을 엿볼 수 있다. 

1) 정부 일자리 지원 사업의 특징

정부는 2007년 15개 부처 주관으로 102개의 일자리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국회 예산정책처(2006)의 분류방식에 따르면 이러한 일자리 지원 사업은, △청년실업대책, △사회서비스 일자리, △취약계층 일자리 및 직업훈련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jblee_01.gif

‘청년실업대책 일자리 사업’은 직장체험 활성화, 단기 일자리 제공, 해외취업 인턴 활성화, 청년층 직업훈련강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및 직업훈련’은 노동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노인, 여성, 장애인, 탈성매매여성 등을 대상으로 하여 사업이 이루진다.

이렇듯 정부 일자리 지원 사업은 대상과 방식에 따라 각기 사업이 구분된다. 그러나 그러한 근저에는 공통적으로 단기적 고용, 저임금 노동, 노동자성 부정이라는 특징들이 깔려 있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가 직접고용하는 부문에서의 일자리의 고용기간 역시 1년 미만이 58%에 이른다. 또한 2006년은 전년에 비해 1년 미만 노동자가 늘어났다. 이렇듯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는 임시적임을 여러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금 수준에 있어서도 정부의 일자리 지원 사업은 ‘불안정 노동’의 특징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공공부문 일자리 지원사업 자체점검 결과」에 따르면, 실제 인건비는 월 50만 원 수준이고 최대 100만 원을 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체 평가에서도 가사간병방문도우미 사업과 자활근로사업에 대해 공통적으로 “예산편성단가가 낮고 사업비가 미반영되어 예산상 목표인원을 참여시킬 수 없는 실정”이라고 그 저임금 실태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 사업 참여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법제처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의 개념을 자활사업 참여자에게는 적용하고 있지 않다. 법제처는 조건부 수급자가 받는 급여는 “빈곤층에 대한 생계보조금 성격”을 갖고 있고, 차상위계층은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행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노동자성 부정의 근거로 든다(법제처, 2006). 

정부가 조건부 수급자에게 ‘자활사업 참여’(근로)를 전제로 생계급여를 지급하면서, 한편으로 ‘근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내적 모순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적용 기준의 일관성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정부의 주장대로 조건부 수급자의 급여가 “생계보조금 성격”을 갖는다고 치더라도, 차상위계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하에서 시행되는 자활사업에 참여만 할 뿐, 엄격한 의미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차상위계층의 자활사업 참여는 일자리 선택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행하는 사업”을 노동자성 유무의 기준으로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2) 정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실태

(1) 정부 사회서비스 일자리 추진 현황


정부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80만 개의 고용창출을 이루어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사업 1차년인 2007년은 민간부문의 자연 증가와 정부의 각종 제도 신설 및 규제완화를 통해서 일자리 창출을 이루고, 장기적으로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해서 진행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행정체계를 살펴보면, △각 중앙행정기관에서는 사업계획 수립 및 관련 지침 시달 및 국고 보조금 교부를 담당하고, △시·도에서는 지방비 보조금을 교부하고 지역 내 사업의 양을 조정 및 배정하며, △시·군·구는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하여 민간에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직접 사업을 시행한다. 

jblee_02.gif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업 참여는 취약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된 사업은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노인 돌보미 바우처, 가사간병 도우미 사업 등이 있다.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 교육인적자원부의 방과 후 학교, 문화관광부의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배치, 국가청소년 위원회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등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과 지자체가 직접 수행하는 사업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지자체가 직접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공공부분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으로 규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확충’이라는 덮개로 그러한 상황이 빚어내는 문제점을 희석시키고 있다. 

(2) 바우처 사업의 문제점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급여지급 방식을 ‘바우처’라는 제도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바우처(이용권)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계층에 대해 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일종의 전표”이다(보건복지부, 2007). 단순하게 급여지급 방식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전달체계는 물론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 사업에서 바우처 방식은 ‘4대 바우처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노인 돌보미,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에서 실시된다. 4대 바우처 사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약 3만4천여 명이다. 전체 사회서비스 일자리에서 큰 비중은 아니지만, 장차 바우처제도 도입이 늘어날 가능성에 비춰본다면 이러한 사업이 갖는 의미는 현재의 수치보다는 크다고 볼 수 있다.

jblee_03.gif

바우처 이용 방식을 간략히 살펴보자.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시·군·구에 신청을 한 후 결과에 따라 본인 부담금을 납부하고 바우처 카드를 발급 받고, △서비스 제공기관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은 후 바우처 카드로 결제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의 이면에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의 긴밀한 관계가 존재한다.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는 제공기관에 소속되어 일을 하고 기본적인 근로형태는 파트타임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업종에서의 파트타임 일자리는 하루에 일정 시간을 고정적으로 일하지만, 바우처 사업의 경우에는 노동시간이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서비스 이용자가 기관에 서비스를 요청할 때만 일을 하도록 되어 있다. 

2007년 지역자활센터의 실무자들을 통해서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을 제외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약 59만 4천 원이었다.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26.8시간으로, 파트타임 형식으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로서는 임금수준이 형편없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jblee_04.gif

보다 구체적으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을 예로 노동자의 임금을 계산해 보자.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시간 당 단가 7천 원에 한 달 동안 20일을 근무를 할 경우 월 89만 6천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 8시간을 일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는 한 집에서 약 2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서비스 수요가 있을 경우) 다른 집으로 이동한다. 즉 하루 평균 두 곳 정도만 방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작년 서울지역 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렇듯 절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뿐만이 아니다. 이 노동자들은 장소 이동이 필수적임에도 이에 따르는 비용을 지원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기타 부가급여가 제공되는 수준도 매우 낮았다.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이처럼 열악하게 결정되는 이유는 정부의 재정투입 수준이 낮다는 점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간시장 활성화’라는 방향에서 이루어지는 바우처 방식 자체의 논리 또한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우처 방식은 서비스 제공기관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고, 이러한 체계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바우처 방식을 통해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이용하지 않고, 현재 복지관 등의 각 기관에서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넘쳐남에도 사회서비스 노동자가 ‘대기’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해프닝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3. 글을 마치며

정부는 2006년 10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최저임금(83만 원)이상”이라는 답변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업을 일 년간 시행해본 결과, △일자리는 단기적이고 △상당수 사업에서 임금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정부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향상될 수 있을까?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영방식을 어떻게 취하는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바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직접적으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고 있고, 기관이 자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서 운영을 하라며 민간시장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예산이 늘어나더라도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자’의 이윤이 늘어날 뿐, 노동자와 서비스를 받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부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복지서비스 시장화 확대’로 점철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고려한 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노동조합운동의 적극적인 결합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감사원(2007),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사업 추진실태』.
국회예산정책처(2006), 『일자리지원사업 평가』. 
김종진(2007), “복지부 바우처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자활실무자들의 의견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법제처(2006), “법령해석 안건번호: 06-0053”.
보건복지부(2007), “07년 보건복지서비스 분야 4대 바우처 사업 실행계획”.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