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을 활용한 전국민주연합노조 조합원 교육

노동사회

동영상을 활용한 전국민주연합노조 조합원 교육

편집국 0 3,975 2013.05.29 09:50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조합원 2,800명에 서울, 경기, 강원, 충청권 등에 지부를 두고 있는 전국일반노동조합이다. 주로 시구군청이나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환경미화원, 도로수로준설/보수업무, 청사와 공원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속해 있다. 하는 일의 특성상 조합원들의 평균 학력은 초졸이나 중졸 정도로 낮고 평균 연령은 50세 이상으로 매우 높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은 조합원. 이런 대상들에겐 어떤 교육이 효과적일까? 김헌정 부위원장, 김유진 선전국장을 만나 전국민주연합노조의 동영상 교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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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우리 모습이 나오네!

처음엔 강의로 했죠. 그런 교육은 모두들 지루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작년에 정치자금 세액공제 사업을 설명하고 질문 받는데 거의 8시간 걸렸어요. 근데 교육 끝나고 서명 받으려고 하면 또 설명해 달라는 거예요. 강의 효과가 없는 거죠.
좀 전에도 보셨지만, 교육이 좀만 길어지잖아요? 괴로워합니다. 강의식 교육은 엄청나게 싫어하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힘드니까. 그래도 영상을 틀어놓으면 시간은 잘 가잖아요. 집중할 수도 있고. 조합원들이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조합원 동영상교육. 2006년에 부분적으로 시도를 해보고 호응이 좋아 2007년부터는 교육 때마다 동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동영상은 노동조합의 역사부터 최근 현안까지 필요에 따라 만들고, 때로는 재편집을 통해 새로운 교육자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동영상 교육이라고 해서 교육 시간 내내 동영상을 틀어 놓는 것은 아니라는 점. 

강의 중간 중간 3~5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보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어떤 영상을 쓸 것인지 선택의 폭이 넓다. 예를 들어 ‘우리 노조의 역사’를 강의할 때, 노조 창립 때부터의 사진을 넣은 슬라이드와 노조 창립 행사의 동영상, 조합원 인터뷰들을 보여주는 식이다. 

보통 동영상을 제작한다고 하면 큰 사업이라고 여긴다. 때문에 큰 행사가 아니면 기획하기 어렵고, 전문 업체에 외주를 주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자체 제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상집회의에서 조합원 교육에 대한 주제를 선정하면 내부에서 담당자 3명이 제작을 시작한다.

우리끼리 볼 거고 팔 것도 아닌데 정교하게 만들 필요 있나요? 장비나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요즘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건 우리가 하지요. 요즘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거든요.

제작이라 하지만 평소 틈틈이 집회나 회의, 교육, 활동에서 캠코더로 찍고, 지부별 행사나 모임 사진을 본부에서 모으기 때문에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아 적당히 배열하면 된다. 상영 시간이 길거나 특별히 공을 들여야 할 것은 최종 편집만 외주업체에 맡기고, 대부분은 자체에서 해결해서 비용도 많이 안 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동영상이 100여 개. 새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많지만, 예전 것을 재편집해서 다시 사용하기도 한다. TV에서 방영되는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교육 주제와 관련한 영상을 빌려오기도 한다.

텔레비전에서 뉴스나 시사프로에서 방영된 영상을 보여주잖아요. 조합원들이 ‘노조에서는 다 그렇게 이야기하지’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TV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니까 “아, 저게 사실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훨씬 잘 이해해요.

조합원 교육시간 악착같이 확보하기

이렇게 동영상을 활용한 교육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단체협약에 교육시간을 반드시 삽입하는 집행부의 의지가 있다. 시도군청별로 단체협약을 맺어 지부마다 내용에 편차가 있지만, 모든 지부에는 매월 2시간의 유급조합원교육시간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도 조합원에게는 반기별로 1박2일 숙박교육이 보장된다. 그래서 매월 교육은 지부에서, 숙박교육은 본부노조에서 맡아 진행한다. 

지부에서의 교육은 지부장이 담당을 한다. 그렇기에 교육 주제는 전체 지부장들이 모인 상집회의에서 결정하고, 만들어진 동영상의 최종 점검도 상집회의에서 이루어진다. 이 회의에서는 단지 점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어 지부장이 교육을 준비하고 훈련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동영상은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CD로 만들어 지부별로 배포한다. 매달 반복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조합원 동영상 교육이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10~12명이 반을 이루어 토론을 하게 한다. 토론내용은 지부 수렴을 거쳐 본부노조까지 올라온다. 이걸 바탕으로 노조 사업과 평가도 이루어진다. 이 때 특이한 것은 회의나 평가할 때도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다는 것. 

그때 장면을 다시 보게 되니까, 이건 잘 했다, 저 집회에서 이건 좀 실수였다, 다음엔 하지 말자, 이런 생생한 의견들이 나와요. 보면 기억이 나잖아요. 그렇게 한번 회의하고 나면 다음에는 실수가 줄죠.

재미있는 조합원 교육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흔히 지금을 영상시대라고 한다. TV와 인터넷에는 시민들이 직접 찍은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걸 노동조합 활동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노조 교육 시간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조합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노동조합이 점차 늘고 있다. 단협에 보장된 교육 시간에 회의를 하거나, 관성대로 강사를 배치하고 작년에 했던 교육을 반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유형을 만들어보자. 그 노력에 전국민주연합노조의 사례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