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전문성 계발교육을 통한 전교조 강화 전략 모색

노동사회

교원 전문성 계발교육을 통한 전교조 강화 전략 모색

편집국 0 4,190 2013.05.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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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는 2007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국제교원노조운동연구 프로젝트로서 준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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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진보진영의 곳곳에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보다 폭넓은 지지를 받는 세력으로 다시 태어날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전교조도 마찬가지로 조직혁신 전략을 준비하며 조합원 증가와 교육복지 증진 및 교육공공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정세 아래에서 조합원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교원 전문성 계발교육의 활성화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고, 그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자 쓰였다. 특히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전교조 조직을 강화할 방안을 찾아보고자 하며, 그러한 길을 먼저 개척해온 해외사례에서 교훈을 찾고자 한다.

보수언론을 돌파하기 위하여,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하여 

다양한 해외 교원노조들이 교사의 전문성 계발교육을 단체협약의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고, 또한 교원노조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조합원 확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학교교육의 질’(경쟁력?) 향상을 주장하는 주류 언론의 영향력을 돌파하기 위하여 교원노조들이 교사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전문성 계발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교사들에게 광범한 인문교양을 제공하고 경쟁기제가 아닌 협력에 기초한 학습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승진이나 퇴출과 같은 평가/보상을 전제로 하지 않기에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전문성 계발교육과 같이 ‘노사협조’적인 주제를 조직의 중심사업으로 설정하기 어렵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권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 때문에 정부와 파트너십을 형성하자는 논의는 공허한 외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교육 담론의 확대와 더불어서 정부도 노동자의 학습권에 대한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운동이 정부와 대립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전문성 계발교육과 같은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경계할 것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전문성 계발교육이란 용어를 ‘직업적 기능향상’이라는 의미로 협소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사의 직무를 예로 들자면, 학생과의 상담이나 학습욕구를 파악하는 문제는 교과목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광범한 인문교양을 동원하여 해결되는 게 보통이다. 또한 학교에서 교사가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할 때 학생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 수 없으므로, 교사는 스트레스를 조절할 육체적, 정신적 방법을 숙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규직 교사는 학부모, 상담전문가, 영양사, 방과후학교 지도교사, 지역아동센터 교사, 사회복지사, 지역사회 문화센터 강사 등 학교 안팎의 전문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지역의 전문가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전문성 계발교육 프로그램은 (이들이 모두 함께 참여한다면) 좋은 대화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교원노조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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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자유교사대학 학생들은 2년의 교육을 마치고 3년간 현장실습을 위주로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자유교사대학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실습 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들.  ▶ 덴마크 자유교사대학 ]

이제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덴마크, 캐나다와 미국, 영국 등의 해외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정규 - 비정규 교사들이 함께하는 덴마크 자유교사대학

덴마크는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로서 1971년부터 노총(LO)과 사용자단체 간의 단체협약에 의하여 노동조합 교육훈련기금을 조성하고 노동자의 유급교육휴가권까지 인정하고 있다. 노총본부와 산별노조들의 교육원을 비롯하여 노동자대학과 노동자교육협회 등이 이러한 기금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강고하게 자리 잡은 민중교육운동의 전통에 근거하여 “노동자는 노동자가 가르친다”는 원칙 아래, 현장 대의원 출신의 강사단을 광범하게 조직하여 노조 의사결정 참여 및 정치문제 이해 등에 대하여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재정부족과 유급교육휴가제도의 후퇴 등으로 영향력이 크게 작아졌다(윤효원, 1997).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1949년 설립된 덴마크 자유교사대학(DFL: Den frie Laererskole)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적 교육운동 주체들이 교사의 전문성계발 교육기관 설립할 때 참고할 부분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자유교사대학은 전체 학생의 13%가 등록돼 있는 사립/자유학교의 교사 양성기관으로서 설립되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안학교와 비슷한 자유학교(free school)뿐 아니라 방과후학교(after school)나 평민대학(folk high school)에서 교사로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등록하고 있다(2004년 감리교신학대 송순재 교수를 단장으로 한 덴마크 교육기행팀의 칼 크리스틴 에기디우스 교수 인터뷰 기록에서 인용).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운영의 주체로 참여하고, 수업의 교과과정도 교수와 함께 계획하는 방식으로 2년의 교육을 마치면 나머지 3년간 현장실습을 위주로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시간은 한 학기 교과활동의 절반에 이른다. 덴마크 정부 역시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전인적 인간을 키워낼 수 있는 교사가 된다고 믿기에, 대학재정의 90%를 정부가 지원한다(덴마크 교육탐방 팀원 안승문과 인터뷰). 

이 같은 덴마크의 경험에 비춰볼 볼 때, 우리나라 역시 공립학교에서 대안적인 교육방법을 실현하기 위하여 분투하고 있는 교사들과 대안학교의 교사들이 함께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자유교사대학과 같은 곳을 설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특히 낮은 급료와 학교운영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는 대안학교 교사들에게 안정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계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이러한 대안학교의 재정은 덴마크와 같이 정부가 상당부분 책임져야 하며, 또한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헌법정신(무상교육의 권리보장)에도 부합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확대시키기 시작한 방과후학교 역시 현재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개선책의 하나로서 자유교사대학의 설립을 통해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안정적으로 정규직 교사들과 함께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서 운영 중인 교육대학원을 활용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지만, 교육대학원은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형식화되어 있다. 자유로운 대안교육을 모색하는 교사들을 길러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한편, 자유교사대학은 정부-교원노조-교육운동단체(학부모단체)-대안학교협회 등의 파트너십에 의해 운영 및 설립돼야 하며, 덴마크에서처럼 교사와 등록한 학생들의 참여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전교조의 입장에서는 각 시도 단위에서 이런 자유교사대학을 설립 및 운영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정규·비정규직 교육노동자들 간의 연대와 소통을 확보하고 조직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무능교사 보호” 이미지 불식시키려는 미국 교원노조의 노력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교원노조의 중요부서로서 교육위원회가 있고 연 1회 1박2일의 발표대회가 조직되는 게 보통이다. 이 발표대회는 워크숍, 전시회, 강연 등의 형식을 통하여 단체협약, 교실수업방법, 학급운영, 교육개혁사상, 요가, 명상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그러나 발표대회 이후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이 제시되더라도, 참가 교사들이 경험을 교류할 후속모임을 이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회와 지부단위에서 조직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좀 더 안정적이고 교사 간의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 그 주요 내용은 신임교사 안내, 멘토링/동료 간 코칭, 교실수업 연구지원(자금, 시간, 전문가, 네트워크) 등이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무능교사를 보호하는 노조”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Bascia, 2000 참조).

미국의 전국교원노조(NEA: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는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교사가 함께 학교단위 교육관련 의사결정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프로그램 학습실습네트워크(Learning Laboratories Network)를 운영한다. 교육내용은 회의진행법, 전문성 계발교육 예산확보 방법(교사의 요구 반영), 조사연구 방법론, 교실수업 참관/비평방법 등이다. 학교 단위 의사결정을 통하여 교육의 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기업의 품질관리시스템을 적용하는 등의 일부 내용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 전국교원노조는 여성, 소수민족,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학교장 등 관리자 위치에 보다 많이 진출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전문성 계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를 우리의 현실에 적용한다면, 학교자치를 위한 교육주체들 간의 의사소통 및 협력증진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교원노조가 정부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정부의 지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그 때문에 전문성 계발교육 내용을 정규학교 교과과정에 한정시키거나, 모든 학교에 적용 가능한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Bascia, 2000). 이와 마찬가지로 학교교육 및 교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심한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교원노조와 정부 간 파트너십은 이를 통해 만들어질 전문성 계발교육 내용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주제 자체를 교실수업 개선과 같은 협소한 것에 한정하지 않고 교육개혁사상이나 학교자치와 같이 보다 폭넓게 선택한다면, 심도 있는 내용을 다양하게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상담 및 학교폭력의 문제와 같이 기능적인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는 문제를 중심으로 공립학교 교사, 학부모, 상담사, 지역아동센터 교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표준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보다 창조적인 교육 접근법을 찾아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교육 기회 제공하는 영국 유니슨의 개방대학

영국은 노동자교육협회(WEA: Workers' Education Association)와 노동자대학으로 대표되는, 오랜 노동교육의 전통을 가진 나라이다. 더욱이 1990년대 말 재집권에 성공한 노동당 내각은 평생교육정책을 중심에 두고 개인학습구좌제도 운영, 성인경력개발 안내 등을 총연맹인 영국노동조합회의(TUC: Trade Union Congress)와 함께 실시했다. 

특히, 노동조합마다 학습위원을 두어, 이들이 조합원의 교육수요를 발굴하여 프로그램화하거나 정부에서 설치한 직업훈련(자격인정)에 참여하도록 소개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학습위원의 활동은 정부와의 협약(Bargaining for Skills)으로 보장되는데, 노조학습기금(Union Learning Fund)에 의해 재정적 지원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훈련이 단체협약 의제로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높지 않고 학습위원의 활동이 모범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도 소수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최영호 등, 1999).

1990년대 후반 실시된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중앙지방직공무원 및 보건노동자 140만 명을 포괄하고 있는 공무원서비스노동조합(UNISON)의 개방대학(open college) 사례다. UNISON은 현장 단위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인  현장학습연합(Workplace Learning Partnership)을 운영하면서, 여성, 시간제 근로자, 교대제 근로자들이 평생학습 프로그램(강의 또는 스터디그룹)을 부분적으로 근무시간까지 활용하여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UNISON의 개방대학은 이런 취지를 더 확대하여 대학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조합원들에게 평생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4단계로 이루어지는 개방대학의 교육과정은 △입문과정(기초학습기술, 공동작업 등), △학습안내(학습복귀프로그램 등), △선택학습(개인학습 포트폴리오 작성, 직업경력에 대한 학점 인정 등), △계속교육(전문자격과정 또는 학위과정)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를 원격학습, 지역학습센터에서의 야간소모임, 숙박교육 등의 형태로 이수하게 하고 있다. 개방대학협회의 인증을 받은 1, 2단계의 교육만 마쳐도 학점평가용 과제물을 완성하면 대학편입자격이 주어진다. 4단계까지 마치는 경우에는 자격취득이나 학위취득이 가능하다(최영호 등, 1999).

협동과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NUT의 교원 교육프로그램

영국의 노동조합이 노동당 정부와 평생교육 파트너십을 형성하여온 사례는 영국교원노조(NUT: National Teachers' Union)의 『교사의 전문성계발을 위한 발표대회 보고서』(2003)에서도 발견된다. NUT의 교육 및 기회평등국장인 존 뱅스(John Bangs)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영국교원노조는 미국의 사례와 달리 자신들의 관점을 명확하게 관철시키려고 노력하였기에 전문성 계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증대시키고, 이것이 신규조합원 확대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NUT, 2003). 

NUT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은 교사들 사이에 경쟁보다는 협동작업과 연대의식을 높이면서 창조적인 수업방법을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NUT, 2003). 이러한 방식이 교사 개개인에게 자신감, 성취감, 교수활동 변화에 대한 의지 및 지식 증대를 가져온 것은 물론이다. 이는 또한 학생들과 학교의 관리자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물론 때때로 일부 관리자들은 교육 참가를 위한 출장처리 등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NUT가 시도한 대표적인 전문성 계발교육 사례가 동료 간 코칭 프로그램인 <Teacher 2 Teacher> 코스이다(A to Z of Peer Coaching, NUT 홈페이지 www.teachers.org.uk 참조). 우리가 ‘동료장학’이라고 부르는 방식과 비슷한 것인데, 같은 학교 또는 인근 학교의 교사 두 명이 서로의 수업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서로 관찰한 바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보다 창조적이고 질 높은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NUT 교육센터에서의 1박2일간 도입세미나를 진행한 이후 각자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 차례 10분 정도씩 수업을 상호 관찰한다. 이를 기반으로 서로의 의견과 고민을 나누며, 학기말이 되면 또다시 1박2일간 마무리 세미나로서 코스를 종료하게 된다. 

동료 간 코칭의 주제가 되는 것은 비단 수업교과목만이 아니다. 생활지도, 상담, 범교과통합수업, 국제이해교육, 다문화교육 등 동료 간 코칭이 포괄하고 있는 영역은 매우 다양하며 주로 인터넷통신을 위주로 진행된다. NUT에서는 동료 간 코칭에 익숙한 교사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새로운 참가자의 필요 시 경험자로서 도움을 줄 수 있게 하고, 좋은 사례는 전파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책담당자들에게 이런 방식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인정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 정부도 인정한 노조 주도적 연수활동 효과 

sgkim_02.jpg영국 교육청의 시각 또한 NUT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3년 NUT가 주최한 교원전문성 계발을 위한 발표대회에 참석한 교육청 관료들은 코치/멘토를 활용한 교육코스를 더 많이 만들고 이웃 학교 간 학습팀을 조직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NUT 집행임원 역시 학교단위로 학습네트워크를 설립하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노동조합마다 학습위원을 두고 평생학습을 독려하는 영국의 현실에서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교사들이 주체가 된 전문성 계발교육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광범하게 인정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도입 초기에는 ‘교육개혁’의 수단으로서 강조됐던 교원의 전문성 계발이, 최근에는 교사의 직업 만족도 향상을 통한 교사부족사태(교원평가/학교평가제도 실시의 결과로 인한 부족)의 해결책으로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2003년 NUT 발표대회에서는 햄프셔 지역 교육청에서 실시한 ‘2~3년차 신임교사에 대한 전문성 계발교육 시범사업’ 사례발표가 있었다. 그 주된 내용은 교육청의 재정지원을 받되 스스로의 책임 아래 학습소재와 장소를 선정하게 함으로써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었다. 햄프셔 자치의회는 우수 교사를 유치하기 위하여 Teaching and Leadership College를 설립하고(칼리지의 자체 건물은 없음), 초등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한 바도 있다. 루이셤 지역 교육청도 교육고용부가 실시한 신임교사 전문성교육 프로그램 시범사업에 참가한 9개 교육청 중 하나가 되어, 2년간 교사에게 2천 파운드(약 380만 원)를 지원하였다. 

이러한 교사들의 자기주도적인 연수활동은, 교직에 대한 매력을 높여주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교원노조가 이런 교육청의 정책과 부합하는 동료 간 코칭을 실시함으로써, 중견교사들이 코치로서 역할을 한 후 젊은 교사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신규 조합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확인한 영국교원노조(NUT)의 경험은 전교조의 경우에도 당장 실시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관리자의 협조와 학교 전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겠지만, 시·도 단위 교육청과 전교조지부 간의 파트너십에 의해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다. 참교육활동으로 단련된 노련한 조합원과 신규교사로 팀을 만들거나, 의욕에 찬 중견조합원들로 팀을 구성하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교조의 지부나 지회 단위에서 ‘참교육 연수프로그램’을 강의식으로 운영하면서 몇 차례 진행하다 보면, 같은 주제를 반복하거나 참여자 수가 줄어들어 결국 중단되는 일이 잦았다. 그나마 역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이런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2008년부터 가동하는 전교조의 원격교육망을 통하여 NUT와 같은 동료 간 코칭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교사들 간에 수업상황을 녹음, 녹화해서 서로 교환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전교조가 교과단위이든 범교과, 특별활동, 학급운영이든,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교육청과의 협조를 통하여 연수학점 인정 및 출장에 대한 협조를 가능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신규조합원 확충의 통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도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영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도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교원 간의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기조가 무조건적으로 관철될 거라 미리 비관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교원평가와 학교평가 같은 경쟁위주의 정책으로 교원부족 현상까지 가져왔던 영국에서는 지금,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자율적인 연수프로그램을 파트너십에 의해 운영함으로써 교원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영국교원노조가 교사들이 주도권을 갖는 전문성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하여 신규 조합원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을 우리에게도 적용시켜,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대응하여 교원 전문성 계발에서의 주도권을 전교조가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참교육을 위한 활동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여 교원연수활동으로서 수업/학생상담을 비롯한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데 앞장서면서, 이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영국과 같이 지부/지회/분회별로 학습위원을 두고 학교별로 학습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대신, 참교육실천위원회를 보다 내실 있게 조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순히 승진점수로 교사들의 전문성 계발 욕구를 왜곡해온 교육당국(관리자 지향형 교사들 포함)의 관성을 비판하고 경계하면서, 대중적인 교원연수 활성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교조가 교사 전문성 계발교육 분야에서 거두어 온 성과를 제대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시도 교육청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교육프로그램 개설, 출장처리, 수강료 지원 교육프로그램 개설, 학점 인정 등을 진전시킨 것은, 해외사례와 비교해서 부족한 점은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간다면, 해외 교원노조와 교육연구 교류프로젝트를 만들고 이에 대해서 교육부의 지원을 받거나, 공공기금에서 교원 전문성계발 교육기금을 확보한다든지, 유급학습휴가제도 및 안식년 제도를 실시하는 것 등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복지 실현이라는 전교조의 목표에 맞추어, 학생 청소년 지도에 종사하는 대안학교 교사, 사회복지사, 공부방 교사, 상담 전문가, 영양사, 사서교사, 기간제 교사 등이 함께 수강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방자치정부에서 지원하도록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전교조 시도지부와 시도 교육청 간의 협약을 통해 현실적으로 교사들의 일상생활에 보다 밀착한 내용과 형식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동료장학이나 교과협의회를 장려하는 교육청의 방침을 수용하면서, 이를 전교조의 내용으로 채울 수 있는 멘토링/동료 간 코칭/워크숍 등을 주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학교단위로 학생상담 등을 주제로 학부모나 지역인사들까지 초청하여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런 종류의 다양한 내용을 분회/지회 참교육실현대회에서 발표하여 공유한다면, 전교조 조직강화에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노조원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영국 UNISON의 개방대학이나 덴마크 자유교사대학 사례처럼 전교조가 민주노총 또는 공공부문노조(공무원, 보건 등)와 함께 지역사회에 기반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일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평생학습원이나 도서관처럼 지역사회에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기관과 제휴하여 교육, 노동, 환경, 복지 문제 등에 대한 인문교양학습 프로그램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참가, △지방의회 예산감시, △지역도서관 살리기, △도농 간 자매결연 추진 등 지역사회의 의제에 참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서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들을 평생교육기관으로 변모시키는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기업체-노동조합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조합원들이 등록할 수 있는 직업능력과정과 인문교양과정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안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잔업을 금지하고(동일임금을 지급하는 시간노동자 고용 증대) 이들이 대학의 평생교육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지원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 또는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농산어촌의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또는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평생교육센터를 지방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군 단위까지 설치하도록 제안한다면 어떨까?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의 제기가 험한 시대를 뚫고 가는 힘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영국교원노조(2003), Report of the CPD Conference: "Never Mind the Buzzwords - What Evidence Shows Works in CPD for Teachers". 
교사의 전문성계발을 위한 발표대회 보고서(
http://www.teachers.org.uk/resources/word/REPORT_OF_CPD_BUZZ.doc)
윤효원(1997), 덴마크 노동조합 교육제도: FIU, 『노동사회』(16호/1997,    9-10월), pp.118-132,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최영호, 박태준, 홍선이, 고혜원, 오학수(1999), 노동조합의 직업교육훈련 참여방안 연구: 주요 선진국의 사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Bascia, Nina (2000), The Other Side of the Equation: Professional Development & the Organizational Capacity of Teacher Unions, Education Resources Information Center <microform>.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