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나아갈 길

노동사회

기사회생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나아갈 길

편집국 0 3,985 2013.05.29 09:44

지난 4월9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됐다. 결과로 본 제18대 총선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54%에 달하는 유권자의 정치적 외면 속에서 역대 최저인 46%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여대야소’ 정국이 창출됐다. 즉, 친미수구세력이 2006년 6월 지방선거, 2007년 12월 대선에 이어 2008년 4월 총선까지 승리하여 모든 권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등의 야당, 그리고 친여 성향의 무소속 의원 등을 모두 합치면 친미수구세력이 200석 이상을 차지했다. 이방호, 이재오 등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개헌 등 일방독주가 가능해졌다.  

수구 일방독주-사이비 개혁 몰락-진보 기사회생

둘째,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10년 동안 사이비 개혁진보 세력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심판이 확고해졌다. 실제 그 연장선으로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등 지난 열린우리당 정권의 핵심과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오영식 등 소위 386 세력들의 대거 탈락했다. 이는 한편으로 통합민주당 보수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셋째, 진보정당이 기사회생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창원을, 사천), 정당득표 5.68%로 비례대표 3석 등 총 5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이는 17대 총선에 비해 반 토막 난 결과다. 하지만 분열, 탈당사태로 인한 지지기반 및 당세의 약화에도 기사회생의 기회를 부여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진보신당도 선전을 통해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정당득표 2.94%를 획득해 정당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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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이 살려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불씨

2008년 2월3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 이후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에 입각하여 전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 한국청년연합 등과 함께 단결을 호소하면서 집단 입당, 평생당원 가입, 세액공제 사업 등 ‘구당운동’ 전개를 결의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가맹 및 산하조직, 단위노조에서 방침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호소하면서, 2차, 3차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총선 투쟁에 돌입했다. 이러한 총선투쟁전략에는 전략지역구 선정과 지역구 전략공천, 여성후보 발굴 등을 통해 세 자리 수 출마 독려, 울산 북구, 경남 창원을, 경기 화성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연합노조와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에서의 집단 입당, 3월17일 평생당원 100명 조직, 민주노총 광주본부, IT 연맹의 세액공제 사업 등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힘에 기초해 3월24일에는 서울 88체육관에서 1,800여 명의 조합원이 ‘총선승리 결의대회’를 통해 변함없는 민주노동당 지지와 총선승리를 결의하며 본격적인 총선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집중적인 사업에도 불구하고 분열, 탈당 사태 등으로 얼어붙은 현장 조합원들의 마음은 이석행 위원장과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현장순회에 돌입해서야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지역구 2석, 정당비례 3석이라는 결과는 그나마 조합원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불씨를 보듬어 주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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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유지했다. 개표방송을 지며보던 선거대책본부 대표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우세가 발표되자 환호를 지르고 있다.  ▶ 민주노총 ]

든든한 대중적 지지기반과 단결의 기풍을 확인해 

민주노총은 개혁, 진보세력의 지지기반 이탈과 진보세력의 분열로 인한 후과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제18대 총선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조건을 간부들이 솔선수범한 집단 입당, 평생당원 조직운동 등의 공중전과 지도부의 전략지역구 집중순회(현장방문), 상근간부 파견활동을 통해 해소해가며, 총선에서의 지역구 돌파 및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정치방침을 사수하고 불씨를 지켜준 데 근거했다. 이러한 민주노총 총선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과 부분이다. 

첫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불씨를 지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17대 대선 패배와 당의 분열, 탈당 사태는 대중조직에서의 분열과 갈등의 위기를 불러왔으며 아무런 희망을 그릴 수 없는 조건 속에 놓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광범한 위기의식은 한편으로 방침을 중심으로 단결하게 했으며, 지도부와 간부들의 헌신적인 구당활동,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 등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노력이 민주노동당 회생의 견인차인 권영길 의원의 재선과 강기갑 의원의 당선에 기여할 수 있었다. 또한 정당득표 5.68%로 3석을 더해, 전체 5석으로 원내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노동자 대표 권영길, 비정규 전략명부 홍희덕 등의 노동자 후보가 국회로 진출할 수 있었다.  

둘째, 노동자 밀집지역인 창원을에서 권영길 의원의 수성과 울산에서의 유의미한 득표, 농촌에서의 강기갑 의원의 당선은 이후 진보정당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밝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울산의 후보 평균 득표율 29.18%와 정당지지율 14.24%, 창원을 권영길 의원 재선과 정당지지율 21.3%, 사천 강기갑 의원의 당선과 정당지지율 23.4%는 노동자, 농민 밀집지역에서의 대중적 지지기반이 형성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8년간의 민주노동당 활동의 성과이며, 대중단체의 배타적 지지 방침, 영남 진보 삼각벨트에 대한 집중지원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 ‘1조합원 1정치교육’을 위한 전국순회 활동의 경험은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전략지역구 집중순회로 집약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지도부와 현장 조합원의 일치성 강화뿐만 아니라, 구체적 대중을 중심으로 한 조직선거의 정착을 통해 노동자 계급투표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도 노동자 밀집지역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 강화, 정치일꾼 발굴 및 육성, 일상적 정치활동(현장의 담벼락을 넘어 지역으로) 등을 통한 준비된 선거투쟁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집권 모델을 만들고, 집권 이후 진보정당의 정책과 노선을 실현할 주체로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집권전략이 실현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후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실화가 요구된다. 

셋째, 배타적 지지방침의 사수를 통한 전략지역구 집중 지원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지난 2월3일 민주노동당 당대회 이후, 사무금융연맹, 금속노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 서비스연맹, 충북지역본부, 울산지역본부 등 산별연맹, 지역본부, 단위사업장별 대의원대회가 개최되었으며, 이를 통해 현장발의안, 집행부안 등으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각급 대의원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발의안 자진 철회, 논의유보 등으로 배타적 지지 방침이 유지, 사수될 수 있었다. 

또한 어려운 때일수록 방침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노동조합운동의 기풍이 발휘돼, 울산, 창원 등에서의 현장갈등이 지도부의 현장순회를 통해 해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총선지침 1호, 2호를 통해 민주노동당 집단 입당, 평생당원 가입, 정치기금, 세액공제 모금 등의 사업이 이루어 질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다 쓰러져 가는 민주노동당에 지역구 돌파, 정당득표 5.68%의 기사회생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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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울산북구 등에서 노동자 후보를 내고 계급투표를 조직하는 데에 집중했다. 현대자동차지부 사무실 앞에서 열린 이석행 위원장의 이영희 후보 지지 기자회견 모습  ▶ 노동과세계 ]

분열의 후폭풍 속 급조된 선거운동의 한계

다음으로 한계를 살펴보겠다. 첫째, 당의 분열, 탈당 사태로 인해 당 파괴와 간부대오의 분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도약의 기회가 박탈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진보정당의 분열과 탈당세력의 당 파괴 행위는 진보정치를 열망하는 당원들과 조합원들을 실망케 했을 뿐만 아니라 차갑게 돌변하게 만들었다. 또한 대중단체의 간부들은 입장 차이로 인해 소극적으로 활동하거나 따로 행동하였고, 때문에 힘이 분산되어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전체의 도약의 기회가 박탈됐다. 분열의 후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 확인하게 된 총선이었다.

또한 종북주의 논란으로 인한 당의 훼손 때문에 18대 총선 의제에 있어서도 민생정당만을 강조하게 되면서, 자주통일, 주한미군 문제 등 반전평화통일 의제를 외면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슈파이팅에 있어서도 진보정당다운 이슈를 만들기보다는 등록금 폭등, 불완전 고용 확대 등 민생이슈의 해결을 앞 다투어 자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둘째, 중앙당의 공중전 부재와 수도권 지역에서의 한계로 인해 정당지지율이 정체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텔레비전, 한겨레와 경향 등의 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인터넷매체 등 주요 언론에서는 국회의석 6석인 민주노동당보다 민주노동당에서 떨어져 나간 원외정당인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보도해왔다. 이른바 여론 주도층인 학자, 연예인 등이 대부분 진보신당에 결합해 지지선언과 선거지원을 하였기 때문이다. 대운하 문제도 진보신당은 창조한국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였으나, 민주노동당은 등록금 폭등 및 비정규직 문제를 부각시키는 선에서 행보해왔다. 한나라당 대운하 의제 선점 및 네거티브 공격, 공기업 구조조정 쟁점화, 공공성 약화 쟁점화 등 강력한 반(反)이명박 대척점을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진보연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빨간 등 운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하려는 흐름만이 의미 있었을 뿐이었다. 

셋째, 공동선거대책위원회 활동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 2월3일 임시당대회 이후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의 사퇴와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 등의 탈당 선언으로 당의 분열이 공식화되었다. 2월20일 임시 중앙위원회에서 천영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축하고 비례대표 전략공천,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 구성, 당의 재정비를 위해 당직공직 동시선거의 실시 등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후 3월3일 공동선대위를 구성하고 총선 선거대책본부를 출범시키고 여성후보 발굴, 전략공천, 영남 삼각 진보벨트 당선을 위한 공동지휘부 구성 등 숨 가쁘게 선거운동이 전개되었음에도 이는 급조된 대응 수준을 넘지 못했다. 민주노총 역시 전략지역 선정, 후보 발굴 등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집권을 향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제    
                        
이제 총선투쟁이 남겨준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첫째, 실천 속에서의 진보진영 단결과 단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18대 총선은 진보진영의 분열의 후과가 얼마나 뼈  아픈지를 경험하는 장이었다. 앞으로 실천 속에서 단결할 것인지 소모적 논쟁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는 온전히 대중단체의 몫으로 남아 있다.  

둘째, ‘8010 계급투표 전략’ 실현을 위해 민주노총과 당의 유기적 결합력을 높이고 노동정치역량을 비약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계급투표 전략은 선거를 거듭할 때마다 중요성을 재확인해왔다. 당과 선거 기획 및 집권전략 수립 단계부터 결합력을 높여 공동계획을 세우고, 적절한 역량배치를 통해 전략지역구에서의 공동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요구된다. 창원을, 사천, 울산에서의 경험을 살려 노동자?농민 밀집지역에서 2010년 민중집권의 토대를 만들자.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에서 정치교육의 강화와 정치부대의 양성이 필요하다. 쓰러져 가는 당을 구하기 위해 평생당원에 가입하고 집단 입당, 정치기금 납부, 세액공제 조직에 나선 간부들처럼, 위기일수록 더욱 빛나는 정치간부들이 현장 곳곳에 필요하다. 향후 정치위원회 내부 핵심사업으로 일점돌파가 필요하다.   
     
셋째, 2010년과 2012년을 목적의식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언제나 지역의 대중지반, 간부역량이 튼튼해야 수성, 돌파, 탈환이 가능하다. 특히 동시 지방선거는 1,000여 명에 가까운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대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수도권 재선거에서 30%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12년 총선은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집권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노총 후보 29명을 포함한 지역구 103명, 비례 10명의 후보가 있었기에 재도약의 발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분열, 탈당 사태의 후과를 극복하기 위해 구당차원에서 분연히 일어선 당원들이었다. 평균 득표율은 17대 총선에서 지역득표율 7.89% 보다 조금 높은 8.38%이다. 준비된 선거투쟁을 통해 19대 총선에서는 지역득표율 15%를 넘어 보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