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총회를 다녀와서

노동사회

UNI 총회를 다녀와서

admin 0 2,521 2013.05.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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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 총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대표단이 구속노동자 석방 촉구 연설을 하고 있다.    ▷ 공공연맹 ]

들어가며

UNI(Union Network International)는 세계 148개국 1500만 명이 참여하는 국제적 영향력을 지닌 조직이다. 이는 FIET(The Internatioinal of Federation of Commercial, Clerical, Professional and Technical Employees), CI(The Communications International), MEI(The Media and Entertainment International), IGF(The International Graphical Federation) 등 4개의 국제노동단체가 2000년 1월 통합하여 만든 것으로 이번에 최초로 통합 세계총회를 개최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노총의 금융노조·체신노조·정보통신노련과 민주노총의 공공연맹·사무금융노조·보건·대학·민간서비스·KBS노조 등 9개 조직, 38만 명이 UNI-KLC 라는 형태로 연대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번 베를린 총회에도 KBS노조를 제외한 전 조직 24명이 참여하였다.

UNI는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필연적인 전략적 선택이었다. 특히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세계 자본시장의 일방적 지배전략으로 경제 하부구조가 취약해졌으며, 일방적 구조조정과 민영화 정책으로 고용불안 및 비정규직 증가 등을 겪어왔다. 이에 UNI에의 참여는 노동조합 조직의 불안정과 정부자본의 탄압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를 통해 세계화에 맞서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독일 대통령이 축하연설

UNI 세계 총회는 9월3일∼10일까지 독일의 베를린 서부 외곽에 있는 ESTRL Convention Center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는 독일에서 주로 노사관계·정치·철학 등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의 유학생들이 대거 참여하여 통역에서 안내까지 도움을 주었다.

세계총회에 앞서 9월3일∼9월5일까지 UNI 세계여성대회가 400여명의 여성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신임여성의장에는 폴란드태생의 미국광부 이민노동자의 딸로서 박해와 탄압을 받고 자란 미국의 Barbera Sterling이 선출되었다.

UNI 세계총회 개막식 날 회의장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노동운동을 함께 하는 만국 노동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개막식 행사로 자유와 평화연대를 상징하는 독일전통 악기의 문선대 공연과 함께 독일의 연방대통령 Johannes Rau의 축하연설이 있었다. 그가 실업문제 해결책과 세계화에 대응하는 친 노동정책을 발표하자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독일노동부 장관은 정부차원에서 ILO에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침해당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도록 촉구했으며, 실업문제의 해결책으로 여러 가지 고용창출 방안을 제시하면서 특히 청년실업문제에 20조 마르크와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체제에 대한 노조의 대응

9월6일 총회에서는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 대한 분석과 노조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세계수출이 70조 달러로 1990년대 전 세계 GDP의 21%를 차지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1997년에는 4000억 달러로 1970년대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1998년 일일외환 거래량이 20억 달러에 달하고, 매년 5900만 명이 전 세계를 여행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체제에 대한 여러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빈곤국의 부채탕감운동을 전개해온 Jubilee Plus의 Ann Pettifer는 아르헨티나 경제위기가 글로벌 경제체제 하에서 예고된 위기라 진단하면서 아르헨티나가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하에 70%의 임금하향과 달러화 및 페소화의 1:1환율정책, 반강제적인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과 외국은행의 아르헨티나 은행자본 75% 지배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부채의 국유화로 국민들의 피폐한 경제생활에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이를 강요하는 IMF 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후 Ann Pettifer씨는 만찬석상에서 특히 한국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적극적 참여와 정책적 연대가 필요하다며 아태 지역에서 아르헨티나 Jubilee Plus와 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최근 전 세계 NGO들이 인도네시아 부채 탕감에 관심을 갖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북한이 외국자본을 유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문제와 우리나라의 장·단기부채 등으로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노동조합도 장기적 관점에서 대안과 국제연대를 강화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투쟁의 장으로 

세계총회가 갖는 여러 조건 때문에 학술적 세미나 형식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점을 비추어볼 때, UNI 세계총회 역시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Korea Campaign과 미얀마, 콜롬비아의 '평화와 민주화를 위하여'라는 Campaign에서는 달랐다.

한국의 투쟁상황을 보고하기 전, 미리 준비해간 'UNI Call for Workers Rights in Korea'가 쓰여진 1700개의 머리띠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었다. 필립 제닝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구속된 노동형제를 생각하면서 모두 머리띠를 묶고 회의에 임할 것을 제안했다.

연단에 한국대표들이 등단하자 한국의 투쟁상황이 멀티비전을 통해 중계되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 양경규 공공연맹위원장,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 등이 연설하고 경찰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이 나왔다. 한국참가자를 대표해서 금융노조의 김기준 사무처장은 은행합병 반대투쟁 파업으로 구속된 이용득 위원장의 즉각 석방촉구와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중단,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공공연맹의 양경규 위원장을 포함하여 구속된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즉각 석방 및 일방적 구조조정, 무분별한 민영화정책에 대한 투쟁을 UNI 세계총회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한국투쟁보고가 끝나자 모든 참가자들은 기립박수를 치면서 Free Lee! Free Yang!을 연호했다. UNI총회에 참가한 선진국이건 빈곤국이건 모두가 세계화로 인한 치열한 경쟁·노동강도·지속되는 고용불안 등에 모두가 연대해서 투쟁하자는 것에 공감하는 듯 보였다.

곧이어 모든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UNI 본부에서 마련한 편지지를 이용하여 이용득, 양경규 위원장에게 편지를 썼고, 석방탄원 서명을 해주었다.

또, 참가자 만장일치로 1)한국의 노조 지도자들의 조기석방, 2) ILO협약 87조와 98조에 의한 결사의 자유와 단협체결권 보장 준수 등 노동권보장, 3) 노동조건 후퇴없는 노동시간단축·비정규직 차별철폐·공무원노조 인정·직권중재 철폐·산별교섭체제 보장 등을 결의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방기하고 탄압을 계속한다면 UNI와 ICFTU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 역량을 모아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한심한 한국대사관

UNI 총회에 참가하여 박수와 함께 UNI 조직의 감사패를 받은 독일연방 대통령은 행사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그러나 베를린 주재 한국대사는 정반대였다.

9월7일 오후1시 UNI 참가자들이 서명한 7미터 상당의 두루마리 Freedom Roll과 채택된 결의문을 갖고, Kurt Van Haaran UNI 의장, Philip Jennings 사무총장을 포함하여 UNI 대표단과 한국참가자 전원 등 50여명은 대사관 근처에서 행진을 진행했다. 구속동지 석방촉구 집회가 계속되자 대사관측에서는 대표 2명만 만날 수 있다고 하여 아태지역 Joseph De Bryun과 한국대표로 UNI-KLC 집행위원장인 공공연맹 박희석 대외협력실장이 대표단을 대신하여 대사관에 들어갔다. 결의문과 석방서명지를 갖고 대사한테 공식입장을 전달하러 들어간 순간 대사가 자리를 비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 먼 고국에서 한국의 노동대표들이 왔는데 문전박대하고 도망가버린 한국대사를 보고 정말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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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 총회에 참가하여 미얀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화에 맞선 투쟁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았다. ]

최초로 여성위원장 탄생 

9월9일 총회 마지막날 핀란드서비스노조위원장인 Maj-Len Remahi가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2001년∼2003년까지 활동하게 되는 UNI 2대 위원장직에 여성이 선출된 것은 세계 남녀평등과 여성노동자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신장을 위해 진보적 국제조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UNI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였다.

이번 UNI 총회에 참가한 한국대표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30여명과 한국대표단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한국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건설이라는 주제를 갖고 토론회를 가졌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생운동이나 진보정당 활동 등에 경험을 갖고 있었고, 전공들도 노사관계학·사회복지·정치·철학 등이어서 한국의 노동운동상황과 고민의 지점을 잘 알고 있었다. 

오후4시에 시작하여 다음날 아침7시까지 이어진 토론회와 술자리는 서로간에 조언과 애정어린 비판과 대안으로 이어지는 갚진 자리가 되었다. 이 토론회의 결과로 독일유학생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유학생 Network를 형성하여 한국의 노동계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국의 노동운동상황과 특히 정치세력화·산별노조건설 및 운영과정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글을 맺으며

UNI 총회를 참가하며 미얀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화에 맞선 투쟁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았다. UNI 총회는 한국의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 정책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 전 세계 노동계급의 계급적 연대를 통한 투쟁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UNI 총회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1990년대 초까지 급속한 경제성장과 OECD가입 직후 IMF 외환위기, 남북 정상 회담, 노벨 평화상 수상, 그리고 그 이면에 가려진 심대한 노동운동 탄압, 수많은 노조지도자 구속 등 대조적인 한국상황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스템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주목과 초국적 자본의 침투 속에서 세계화에 맞선 투쟁에 승리하여 세계노동자들의 희망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한꺼번에 받고 있었다.

분단 이후 통일된 독일의 동서가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고, 동독의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 적응하지 못하고 알콜과 마약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독일 유학생의 얘기와 노동자들의 외침을 뒤로 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여 한국에 도착했을 때, 자본주의 심장 미국의 맨하탄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고 있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