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기름유출, 발뺌하는 삼성과 현대를 어찌 할까요

노동사회

서해 기름유출, 발뺌하는 삼성과 현대를 어찌 할까요

편집국 0 4,058 2013.05.29 09:35

대형 유조선에 의한 해양오염사고가 또 다시 국립공원 인근에서 터졌다. 사상 최악의 유류오염사고라 불렸던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보다 2배가 많은, 1만 톤 이상의 원유가 지난 2007년 12월8일 서해바다에 유출되었다.

사고 당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은 사고지점이 육지에서 10km 떨어진 곳이고 파도가 높아 해안까지 피해가 미치지 않을 거라 했으나 원유는 10여시간만에 바로 해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결국 리아스식 해안인 서해안은 해안과 섬 주변 곳곳이 모두 원유에 뒤덮였고 지금은 타르 덩어리가 제주도 앞바다의 양식장까지도 덮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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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2월9일 촬영한 사고 현장 모습. 유조선은 현대오일뱅크 소속이고 삼성물산의 예인선이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을 예인해 운항하다가 이 유조선에 충돌하면서 사고가 터졌다.  ▶ 환경운동연합 ]

기존 최악 사고보다 두 배 더 많이 유출된 기름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은 대산석유화학공단의 현대오일뱅크 저장시설로 원유를 이송 중이었으며, 한쪽 예인선이 끊어진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이 부딪치면서 대형 참사를 일으키게 되었다.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은 이중선체가 아닌 단일선체로서 사고가 날 경우 바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오일뱅크는 2007년 한해 1월부터 11월까지 91회의 대형유조선(5천 톤급 이상)을 이용하면서 55%인 50회나 단일선체 유조선을 이용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 소속의 초대형 크레인을 운반한 선박은 삼성물산 소속으로 인천대교 건설에 동원된 후 회항 길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책임회피를 위해 항해일지를 조작하기도 했다.

삼성의 항해일지에 따르면, “7일 새벽 0~2시부터 기상악화를 주시하고, 대산 해양청이 충돌위험을 경고한 새벽 5시23분께는 회항을 시도했으며, 새벽 6시30분께는 예인 강선이 끊어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자 유조선이 안전지역으로 이동해 줄 것을 수차 요청하고, 충돌예방을 위해 노력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해경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예인선단은 이미 새벽 0시께부터 순조로운 항해를 하지 못했고, 새벽 4시45분께 항해를 계속할 경우 인접한 유조선과 충돌위험이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5시23분께는 대산해양청의 충돌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충돌 10분전인 오전 6시56분에야 “유조선을 이동시켜 달라”고 무선을 보냈다. 결국 예인선단이 피항했거나 항해를 중단했다면 충돌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몇 년간 대표적인 인재사고의 책임 당사자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지난 1993년 부산 구포역 붕괴사건(80명 사망), 2006년 서울 양평동 제방붕괴사건, 2006년 고양시 정발산역 침수사건, 2006년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공사장 붕괴사건(1명 사망) 등 잦은 안전사고를 일으켜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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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24일 현대오일뱅크 서울 사무소 앞에서 ‘이중선체 유조선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환경운동연합 ]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 1월21일 검찰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업무상 과실, △선원법 위반,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등으로 선원 5명, 삼성중공업주식회사와 허베이스피리트호사를 기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어민 3명이 자살하고 연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되어 기름방제작업을 했음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규모의 기름유출사고에, 선원 5명 기소와 ‘업무상 과실’이라니…….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는 삼성중공업의 중과실 여부를 밝히지 못한 채 삼성중공업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면하기 어렵다. 방만하고 무사안일한 항해를 했음에도 선원 5명에게만 책임을 씌우고, 기업차원의 대응과 조작이 있었음에도 삼성중공업 간부 어느 누구도 조사 받지 않았다.

기업의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피해배상과 복구비용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막대한 규모의 환경복원과 어민피해에 대한 재원마련에 심각한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설사 국가가 책임을 진다고 해도 적극적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민과 환경피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중공업, 그게 사과인가!

삼성중공업은 검찰의 수사발표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 일간지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광고를 게재했다. 사고발생 이후 한 번도 입장을 밝히지 않던 삼성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사과광고는 광고문 어디에서도 진심을 찾을 수 없는 거짓과 기만의 광고였다. 삼성중공업은 사과광고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만 규정하면서, 악천후에 항해를 강행하고 대산 해양청 관제센터의 충돌 위험 경고를 무시한 삼성중공업 본인의 중대 과실에 대한 책임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지난 오십여 일 동안 기름오염을 방제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사고의 책임규명 등에 대해서는 일단 뒤로 미룬 채 최선을 다해왔다. “누구의 책임이든 우선은 어려움을 먼저 나누자”는 우리의 정서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정작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본인들의 주판알만 튕기고 있었을 뿐이다. 엄청난 환경재앙, 인재를 내고서도 삼성과 현대는 기본적인 책임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월21일 검찰의 수사발표 이후 시민단체들은 삼성을 재고발하기 위한 ‘삼성고발인단’을 범국민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는 너무도 간단하다. 벌인 만큼 책임지라는 것이다. 검찰이 기업의 편에서 애써 정의를 외면한다면 이제는 시민의 힘으로 정의를 다시 세울 것이다.

시민 힘으로 기업 책임을 물어야 할 때

아직도 서해안에는 매일 새벽이면 기름에 범벅이 된 방제복에 빨갛게 터진 볼로 답답한 가슴을 치며 돌을 닦고 있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계시다. 새벽길을 마다 않고 기름을 닦겠다고 서울에서, 경상도에서, 전라도에서 몰려오는 우리 어린 학생들이 있다. 방학을 했는데도 챙겨줄 사람이 없어 다시 학교 마당에 모여 있는 우리의 어린아이들이 있다. 멍든 가슴에 하늘보고 한숨 쉬는 우리 아버지들이 계시다.
삼성과 현대는 이번 기름유출 사고에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시민들의 힘으로 삼성과 현대의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