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정책파트너와 사회개혁적 조합주의

노동사회

비판적 정책파트너와 사회개혁적 조합주의

편집국 0 3,494 2013.05.29 09:35

얼마 전 이명박 정부는 취임사에서 노동문제와 관련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가자”면서 과격한 투쟁과 노사분규를 경계하는 취지의 연설을 하였다. 노동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표현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2008년은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정부가 제시하는 노동정책 방향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 큰 시기이다. 특히 금년의 노사관계가 향후 5년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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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적 탈규제 정책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바, 노사관계는 2007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불안정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08년에도 양극화 등의 사회적 위험 요인이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으며, 경제정책의 주된 방향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맞추어질 경우 이런 사회적 위험 요인과 노사의 갈등양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통합과 전진’을 기치로 조직의 역량강화와 통합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노총 장석춘 집행부도 새롭게 출범하였다. 한국노총의 새 집행부로서는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출범하게 된 이명박 정부와 어떤 관계설정을 해 나갈 것인가’, 또한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조직운동단체로서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을 실천하고, 조합원과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얻기 위하여 어떠한 사업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새 정부 출범, 낙관할 수 없는 정세 전망

우선 한국노총은 2008년 사업기조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정세를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진단하였다. 첫째, 성장과 투자, 규제완화를 내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다. 현 정권은 소위 ‘747공약’이라는 성장과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중심의 경제운용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산분리 철폐 및 총액출자제한제도 폐지,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을 통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되고 재벌의 지배체제 역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에 유독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노동정책에 있어서는 △지역 노사민정 대타협 등을 통한 노사분규의 억제, △노동유연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통한 시장주의적 효율성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관계 제도에 있어서도 ‘노동유연성 강화’ 측면에서 △비정규직법(기간제법, 파견법) 개정, △노동관계법상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등 해고제도 변경, △노동시간 규제완화, △근로감독 규제·처벌 규정 및 과태료·산업안전 의무 등에 있어 규제완화 조치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사회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대표되는 이분화된 사회구조가 지속될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 시행에도 비정규직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차별시정 효과도 크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상·하위 계층 간 소득격차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의 성장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비정규직 확대와 차별, 1999년 이후 최대인 소득격차,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 가속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와 차별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셋째, 노동조합운동 안으로 보면 노조 조직률 저하 및 기업별 조직체계의 온존과 새 정부의 양대 노총 분리정책을 전망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으며, 조직의 다수는 기업별노조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양대 노총의 산별노조 건설이나 산별교섭 제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으로 기업별 노사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민주노총의 전투성은 배제하고 한국노총과는 일정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분리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책연대와 비판·투쟁의 병행

이러한 정세 속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노총 장석춘 집행부는 조합원 총투표로 이루어진 현 정권과의 정책협약의 이행을 관철시키는 정책적 파트너이자, 새 정부의 친기업적 시장주의 정책을 비판·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한국노총의 운동방향인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를 더욱 계승·발전시키고, 조직의 내외적인 통합과 전진을 실현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이를 위하여 지난 2월28일 대의원대회에서 다음과 같이 사업방향을 설정하였다.  

첫째, 한국노총은 새 정부와의 정책연대 및 2007년 12월10일 체결된 정책협약이라는 연결고리를 적극 활용하여 정례적인 정책협의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대선 시기 이명박 후보가 약속했던 정책 요구들의 이행을 담보하고 그 외 한국노총의 중요한 조직적 현안사항들을 제기하고 관철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현 정권의 노동정책의 부재를 정책적으로 보완하고 노동배제적 성장 위주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둘째, 현 정권이 추진하려는 무분별한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일방적인 공공부문 민영화를 저지하고 공적 서비스의 사회공공성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 기능을 무시한 채 시장적인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강행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및 민영화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것이다.

셋째, 노동정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기업현장에서는 노사의 주도하에 실노동시간 단축과 평생학습훈련체제를 구축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추구하고, 사회적 갈등과 노동현안을 대화와 참여로 해결하고자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체제를 전면적으로 확대, 강화할 것이다. 

넷째,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불평등한 차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할 것이다. 저임금구조의 해소와 비정규직 차별철폐, 원·하청 문제 해소 등 소득격차와 불평등한 차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주거·의료·교육 등 공적사회보장제도를 확대·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연금제도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휘둘리지 않는 ‘비판적 정책파트너’ 역할 할 것

앞서 언급한 2008년 정세전망과 사업방향을 바탕으로 한국노총은 “통합과 전진”, “현장이 만드는 국민 속의 노동운동”을 모토로 △사회개혁적 조합주의의 대중적 확산, △대화와 투쟁의 병행, △참여와 사회연대의 강화, △차별철폐 및 사회공공성 강화를 주요 운동기조로 삼아 8대 주요 사업목표를 관철해 나가고자 한다. 주요 8대 사업목표는 ①2007.12.10 정책협약 이행·관철, ②사회개혁적 조합주의의 현장 확산 및 대중적 지지 강화, ③조직력 강화 및 조직체계 전면 혁신, ④무분별한 규제완화 및 공공부문의 사회공공성 축소 저지, ⑤저임금 일소와 실노동시간 단축 관철, ⑥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고용 확보, ⑦사회양극화 해소 및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적정한 사회보장제도 확보, ⑧사무총국 혁신 및 역량강화이다. 한국노총은 8대 사업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추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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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은 정책협약의 이행을 위해서 정례협의 채널을 구성해 한국노총과 산별연맹의 현안을 적극 제기할 것이다. 1월 23일 열린 '한국노총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정책간담회'.  ▶ 한국노총 ]

첫째, 한국노총은 이명박 정부와의 지난 대선에서 정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07년 12월10일 체결한 정책협약의 내용에는 △비정규직의 편법적 남용규제와 차별철폐, △노조 전임자 임금 자율지급 및 복수노조 자율교섭권 확보, △노사발전재단 활성화, △60세 이상 정년보장, △2,000시간 이내로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전면 확대·강화 등 한국노총의 10대 핵심요구와,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입장과 이행방안이 반영되어 있다. 우리는 현 정부와 정례적인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한국노총의 10대 정책요구 및 산별 정책요구의 이행을 담보해 나가고자 한다. 더불어 정례적 정책협의를 통하여 제반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정책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둘째, 무분별한 규제완화 및 공공부문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민영화 방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전 조직적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노정교섭체계 확보와 공공부문의 사회공공성 강화 및 자율경영 확보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한국노총의 새 집행부가 출범하는 즉시 3월 중에 한국노총 본부와 산하조직을 아우르는 공공부문 대책팀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사업과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사회개혁적 조합주의’의 구체적인 상을 만든다

셋째, 한국노총의 운동이념인 사회개혁적 조합주의를 확산시키고 노동운동의 대중적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한국노총은 노사발전재단을 통한 노사파트너십에 기초한 노사공동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 사회적 대화 체계를 전면 확대·강화하여 노사 갈등요인과 사회 현안을 대화와 참여를 통하여 해결해 나가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슈화하고 노조의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운동의 대중적 호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넷째,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사회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정책 활동과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 활동을 금년 상반기 중에 전개할 것이다. 2008년에도 비정규직 문제는 보다 비중 있는 핵심쟁점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법의 실효성에 대한 실질적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며, 비정규직 문제의 쟁점이 ‘간접고용, 외주화’ 문제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확산 일로에 있는 외주용역 남용에 대한 입법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규제를 제도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특히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정책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그동안 사실상 소홀하였던 이주노동자들의 권익보장을 위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노동시장 내부적으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기준 설정, 최저낙찰제 개선 등을 통하여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사회양극화, 빈곤, 원·하청 문제, 지역불균형 발전 등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의제를 확대하여 우리 사회의 갈등과 위험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섯째,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고용 문제에 대한 노조의 적극적 대응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 실노동시간의 단축과 평생교육훈련(HRD) 체계를 구축하는 데 노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노사공동사업을 개발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노사발전재단을 중심으로 고용인적자원개발 노사공동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연대를 통하여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밝힌, 고령자에 대한 60세 이상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의 연내 추진을 목표로 제도 개선활동을 적극 전개할 것이다.

여섯째, 노동자 참여형 산업안전보건 개혁과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활동에 적극 개입하고 참여하는 한편, 영세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주노동자 대책사업의 하나로 이주노동자의 산업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이들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 역시 적극 전개할 것이다.

기초체력 다지기, ‘조직화’와 ‘사무총국 역량 강화’

일곱째, 100만 조합원 시대를 다시 열기 위한 조직확대 및 조직적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조직화 및 조직확대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소규모 유사산별을 통합하기 위한 논의를 적극 진행시켜 나가고자 한다. 특히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중앙 차원의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산하조직의 결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조직확대 및 조직강화 사업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하여 조직 활동가의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기금을 마련하는 한편, 조직확대를 위한 예산을 단계적으로 확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한국노총의 사업을 추진하는 중심에 서 있는 사무총국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사무총국을 정책협약 이행관철, 산별추진, 비정규직 및 공무원 조직확대, 이주노동자 사업 등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체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사무총국 구성원들의 업무능력 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임금, 복지도 개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하여 지도부와 총국 간부들 간의 정례협의회를 만들 것이다. 또한 정례적인 업무추진 현황 확인 및 사업평가 체계를 구축하여 효과적으로 사업추진과 사업성과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