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노동쟁점과 한국노총 투쟁방향

노동사회

하반기 노동쟁점과 한국노총 투쟁방향

admin 0 2,281 2013.05.07 10:25

1. 들어가며

최근 정부는 사람자르기 위주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강행하며, 노동자들을 국정의 파트너라기보다는 구조조정의 장애물 또는 비용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비민주적이고 '기술관료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양산하여 고용불안 및 근로조건 저하를 심화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의 기대는 이제 대부분 사라지고, 이에 따라 노사, 노정관계는 날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inmypark_01.jpg지난 3년 반 동안 우리 노동자들은 경제위기에 따른 '눈물의 계곡'을 건너는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임금인하 등 실로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집단행동도 자제하고, 솟구쳐 오르는 근로조건개선 요구도 스스로 억눌러왔다. 2001년 상반기 임단협의 경우에도 민주노총의 6.12 연대파업 및 한국노총의 6.24 서울역집회에도 불구하고, 노동손실일수가 전년도의 1/3 수준에 머무는 등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매우 잦아드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정부와 재계는 '파업이 나라를 망친다'는 등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강화하고 파업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구속·수배 등 전면적인 탄압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온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김대중 정부는 노동정책에 있어 자신감을 거의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그 동안 정부와의 정책연합과 노사정위원회 참여 등 '참여와 투쟁의 병행노선'을 견지해온 한국노총은 6.24집회를 통해 공안적 노동탄압을 규탄하고, 정부가 계속해서 노동탄압 기조를 버리지 않을 경우 정부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민주노총과 연대하여 반정부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였다. 이로써 앞으로 정부가 반노동적 행태를 지속할 경우 노동계와의 전면적 충돌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처럼 노정갈등이 심화되면서 하반기의 노동현안과 제도개선이슈들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정 모두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방안을 강구해보도록 할 것이다.

2. 2001년 하반기의 주요 노동현안

하반기 노동정국의 양상을 규정할 핵심 변수는 무엇보다도 공공부문을 필두로 하는 구조조정 문제이다. 현재 공공부문은 '산업전쟁의 전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 동안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던 노동자들조차 이제 본격적인 저항의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남미나 동구에서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조개혁은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행해져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단기간에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극약처방'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될 정도이다. 그러나 2001년 2월말까지 완결하겠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일단락하지 못함으로써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희생에 대한 대중들의 인내가 짧고, 정치인들의 용기 또한 제한적이다'는 구조조정과 관련된 명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구조조정의 약효가 발휘될 수도 없다. 그 동안 고통을 참아온 노동자들에게 반격을 위한 호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가 무리수를 반복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노총은 이남순 위원장의 12일간에 걸친 단식과 이후 대통령 면담 등을 통해 일방적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리고 민주적이고 질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해 어떠한 수정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부터 잘못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수정·보완하겠다는 너무도 당연한(?) 답변을 어렵게 얻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에서 공기업 자회사의 민영화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민영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을 준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하반기의 노동현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정부가 공기업 자회사 민영화, 철도민영화 등에 있어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을 포기하느냐 여부가 핵심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하반기의 노동현안과 관련해 중요한 변수는 비정규직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 사안의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강력하게 표면화되지 못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노조로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정규직의 과보호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재계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발휘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재계의 논리는 저임금·저생산성 체제를 지향하는 비용논리에 입각한 것으로, 우리 경제의 저기능 경제화, 소득불균형의 확대를 통한 사회통합의 저해 등 각종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정책이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는 모든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걸었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조차 제기될 정도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 차별철폐와 조직화를 중심으로 하는 비정규대책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노총의 비정규대책은 노사정위를 통한 비정규직 보호 입법방안의 강구, 노총내 비정규직 특위를 통한 조직화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 나갈 것이다. 

이처럼 구조조정 및 비정규직 확산 등으로 하반기의 노동정국은 매우 불안정한 양상이다. 현재 정부와 기업은 경제위기 극복이후 우리 사회의 비전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인가 조차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과 동남아 등 저임금 경제의 추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저생산성 체제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들을 생사투쟁으로 내몲으로써 IMF 이전과 같은 산업전쟁이 부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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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22일 한국노총 지도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운동 탄압과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2001 총력투쟁 사이트 ]

3. 제도개선관련 주요쟁점

1) 주5일 근무제


1997년 말 경제위기 이후 노동계는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및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주40시간으로 단축하여 주5일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1998년 2·6 사회협약을 통해 근로시간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방안을 강구한다는 점에 합의한 바 있다.

2000년 5월 대통령이 근로시간단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노사정위는 근로시간단축특위를 구성하여 노사간 쟁점사항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왔다. 2000년 10월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기본방향에 합의한 이후, 이제 남은 쟁점은 법정근로시간단축 일정, 연월차휴가제도 개정방안, 유급생리휴가제도 개정방안 등이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조속한 법정근로시간 단축, 월차유급휴가제도 존치 및 연차휴가 부여요건 완화, 생리휴가의 현행유지 및 자유사용 보장' 등을 주장하는 데 반해, 경영 측은 임금삭감 없는 법정근로시간단축이 이루어지면 약 14.4%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한다는 비용논리에 입각해 '월차, 생리휴가의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2) 비정규직 보호입법

2001년 5월31일 제20차 본위원회에서 노사정은 비정규직근로대책특위를 구성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비정규노동자의 보호입법을 위한 구체적 논의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 동안 비정규문제는 노사정위의 경제사회소위에서 다루어져 왔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노동계는 비정규특위의 구성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리고 5월 한국노총 위원장과 대통령간의 면담을 통해 비정규특위 구성문제가 일단락되었다.

비정규직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동계가 비정규직의 차별금지를 위한 입법화를 주장하는 데 반해, 기업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현행 비정규 고용형태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의 규모와 관련한 통계에서도 노동계가 최고 58.4%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경영 측은 26.4%라고 주장하는 등 노사의 의견대립이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화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임시직, 계약직 등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노동자의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그 사용사유 및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간제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정규근로자의 70% 이내로 하고, 정규직 전환의 우선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26개 대상업무 중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업무는 제외하고, 파견기간은 현행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끝으로 학습지 교사, 레미콘 지입차량 노동자,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를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여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법적 보호장치들이 마련되어야만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용이해질 것이며, 이는 곧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철폐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공무원노조와 관련된 논의는 기본적으로 1998년 제1기 노사정 합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2·6 사회협약을 통해 노사정은 제1단계로 공무원 직장협의회 구성을 허용하고, 제2단계로 '국민적 여론 수렴과 관련 법규의 정비 등을 고려'하여 공무원노조를 허용한다고 합의하였다. 노동계는 동 합의가 정리해고제 및 파견근로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에 대한 양보의 대가로 노동계에 부여된 중요한 노동기본권 신장조치 중 하나라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중요한 쟁점은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공무원노조의 이원적 구조를 전제로 하느냐, 아니면 공무원노조의 단일구조를 전제로 하느냐 하는 문제, 공무원노조의 허용시기, 공무원노조 입법시 조직대상의 범위, 노동3권의 허용범위, 조직 및 구성 등이다.

이에 대해 전공련과 양대 노총 등은 2002년부터 공무원직장협의회와 별도로 본격적인 노조결성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행자부는 공무원노조 허용이 시기상조라며 경제난 극복 및 공무원노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결성을 강행할 경우 사법처리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무원노조가 전교조처럼 법외노조로 출발하여 정부의 갖은 탄압을 받다가 종국에 합법화되는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4) 직권중재폐지 및 필수공익사업 철폐 등 

지난 6월 연대파업 과정에서 대한항공조종사노조와 병원노조의 파업으로 '불법파업 논쟁'이 제기되면서 필수공익사업의 범위 및 직권중재제도의 철폐문제가 노사정간 공방의 중요한 대상으로 등장하였다. 

우선, 노동계에서는 필수공익사업 조항을 폐지하고, 공익사업의 범위는 항공관제, 수도·전기·가스, 병원사업, 우편·전신 및 전화산업 등으로 축소·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필수공익사업의 존치는 물론 그 범위를 항공운송사업 및 폐수처리사업, 시내버스 운송사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계가 직권중재를 폐지하고, 국민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 한해 긴급조정제도에 의해 분쟁을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경영 측은 현행의 직권중재제도를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수공익사업의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경영 측에 맞서 노동계는 필수공익사업의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은 필수공익사업의 개념적 구성 요소, 즉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이라는 규정과 정면으로 모순된다는 점을 들어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5) 기타 제도개선 과제들 

기업구조조정에 따라 제기되는 노동법적 문제, 즉 합병, 사업양도, 분할, 자산 매각 등에 따른 고용승계의무를 강화할 것인가(노동측) 아니면 완화할 것인가(경영 측)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영 측은 상법, 노조법, 근로자참가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기업구조조정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로 이를 철회한 상태이다. 

임금 및 퇴직금제도와 관련해서 정부와 경영 측은 현행 퇴직금제도를 기업연금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반해, 노동계는 퇴직금은 어디까지나 후불임금으로서 사외적립 등 적립방식의 변경 이외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모성보호문제를 둘러싸고 노동계는 출산휴가 등 모성보호의 강화 및 고용보험 등을 통한 모성보호비용의 사회적 분담 등을 주장하는 데 반해 경영계는 모성보호법의 입법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4. 노동운동의 대응방향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 노동법개정은 노사간의 힘 관계를 반영하기보다는 국가의 비상조치 등을 통해 이루어졌고, 법개정 내용에서는 노동조합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권위주의적 노동통제를 강화하는 대신에 근로기준법 등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노동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행 이후 노동법개정은 노사정 3자간 힘 관계를 직접 반영하기 시작하였으며,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조직노동의 민주화 요구가 강화되는 데 비례하여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경영 측의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도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2001년 하반기의 제도개선투쟁의 방향도 큰 틀에서는 이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IMF 이후 노동법개정 과정에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조치들이 폭넓게 이루어진 데 반해,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한 조치들은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노동계로서는 비용논리에 근거한 정부와 재계의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를 방어하면서 노동시장의 민주화를 더욱 진전시켜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이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총결집하여 연대투쟁에 나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계가 이같은 과제를 어떻게 이루어 내느냐에 하반기 제도개선 과제의 성패가 달려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