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의 교육파탄 정책과 전교조의 과제

노동사회

시장주의 교육파탄 정책과 전교조의 과제

편집국 0 3,060 2013.05.29 09:31

지난 1월17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참교육실천대회장에는 “입시지옥, 사교육 폭등시키는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 명의의 이 슬로건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미칠 영향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 경제의 파고로 인해 폭락한 주식시장에서 유독 교육주가 상승하고 있고, 청소년신문 『바이러스』는 초·중학교 아이들이 자율형 사립학교 도입에 불안해한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mjhan_01.jpg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사교육비 폭등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월25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주최로 열린 이명박 차기 정부 교육정책 항의 학부모 기자회견.  ▶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

대운하마저 젖힌 장안의 화제, ‘이명박 교육정책’

한반도 대운하 논쟁을 뒷전으로 돌릴 정도로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이명박 교육정책은 모든 이슈를 압도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 우호적인 조·중·동조차도 일부 정책에 있어서는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향후 우리 교육사에서 이른바 “이명박 교육정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정책들의 본질은 무엇인가? △경쟁과 자율, △선택과 집중,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구호 아래 추진되는 정책은 한마디로 ‘교육의 시장화’이다. 이러한 시장원리의 적용은 천민자본주의와 학벌체제인 한국사회에서 결과적으로 교육의 계층화와 무한 입시경쟁을 부추기게 된다. 대선 시기에 이명박 후보는 “학교교육 만족도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는 산뜻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태생적으로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 구조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 자율화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이명박 후보조차 여론을 의식해 시기상조라던 기여입학제도의 도입을 그의 모교 총장이 언급하고 나섰다. 이명박 후보에게 75% 이상의 몰표를 던져준 강남 사람들에게 점수제 수학능력고사는 당연히 챙겨야 할 전리품이다. 『조선』, 『동아』, 『중앙』이 평준화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할애한 지면은 셀 수 없을 정도이고, 특히 『조선일보』는 <맛있는 공부>라는 학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그가 대변하는 세력을 위한 리그와 트랙을 제도화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준화를 넘어서 다양화! 그런데 부자들만! 

우선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을 살펴보자. 대학입시 전형에서 내신과 수능 등의 반영 비율을 대학에 맡기고, 수학능력고사의 과목을 줄여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3불 정책’을 궁극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지만 계층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과제로 유보시켜 놓고 있다.

수학능력고사가 점수제가 될 경우에 어떠한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될까? 점수제로 돌아가게 되면 이른바 상위권 대학은 수학능력고사의 비중을 높이고 사실상 무력화되어버린 내신의 비중을 더 낮추려 할 것이다. 이미 2007년 2학기 수시모집에서 연세대와 고려대는 내신과 수능의 비중을 1 : 8 정도로 만들어 노무현 정부의 간섭을 뿌리치고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킨 바 있다. 

이들 대학이 내신무력화를 집요하게 추진한 것은 특목고나 강남 등 특정 지역의 학생들을 뽑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었다. 대학은 별도의 선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전국 단위의 순위가 매겨진 학생들을 편리하게 배정받게 될 뿐만 아니라, 학교 발전기금 모집 등을 통해 대학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성적과 집안 배경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율형 사립학교는 현재의 고등학교를 귀족학교와 서민학교로 재편하는 노골적인 계층화 정책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민족사관학교 등 자립형 사립학교의 학비는 1년에 1천 8백만 원 정도이다. 사학재단의 요구는 자신들이 내야 하는 재단전입금의 비율은 더 낮추고 등록금은 더 올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없는 집 아이들도 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정부가 장학금을 줘서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족사관학교 개교 이래 소재지인 평창군 출신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혹여 일부 학생들이 계층갈등 완화 차원에서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을까? 1974년 평준화 도입 이전에 존재하던 경기고 등의 이른바 명문학교는 적어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진입이 차단되는 학교는 아니었다. “평준화를 넘어서 다양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학교선택권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학 등록금이 1년에 천만 원에 육박하는 세상에서 고등학교부터 이러한 과중한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이경숙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여론에 밀려 철회했지만 영어 몰입교육을 넘어서 영어 공용화 정책을 운운하고 나서기도 했다. 명목은 기러기 아빠를 퇴출시키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누군들 이러한 목표가 실현된다면 그 정책에 반대할 것인가! 하지만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또한 영어격차(ENGLISH DEVIDE)를 벌어지게 하고 수업권마저 침해하는 것이다. 영어인증제도를 도입하여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확보한 성적으로 대학 입시에 활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높은 점수를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사교육이 이 시험에 맞추어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하게 될 경우에 초·중학교 단계에서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학생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다. 강남 지역의 아이들의 영어 사교육비가 영어 유치원부터 어학연수 등을 감안할 때 8천 4백만 원 정도라고 한다. 출발점 격차가 분명한 현실에 대한 보완장치 없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경우, 영어능력이 취약한 아이들은 현재 받고 있는 영어교육의 혜택마저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여타의 과목을 영어로 진행한다고 하면 영어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교과내용에 대한 이해조차 어렵게 되면서 수업 받을 권리마저 침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mjhan_02.jpg
[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해 튼실한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교육개혁시민연대 주최로 1월14일 진행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분석" 토론회 모습.  ▶ 교육희망 ]

도약과 몰락의 갈림길에 선 전교조 

“전교조 대항마”를 자처해온 뉴라이트 교사연합이 뉴라이트신교직원노동조합(신교조)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신교조는 “노무현 정부와 전교조의 교육평등 이데올로기로 인해 공교육 실종과 사교육 시장의 범람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영국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영국의 교원노조는 대처 정부의 무력화전략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은 전교조 무력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전교조 무력화전략이 반(反)전교조 교원노조의 출범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 불평등 구조를 격화시키고 온 나라를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이명박식 정책은 전교조 운동에 있어서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 가진 자들을 위한 정권임이 이미 교육 분야에서는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학입시에 있어서도 상위권 일부 대학의 이해와, 중하위권 대학 및 지방 대학의 입장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다.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 권한과 자신의 교과수업에 대한 자율성마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수학과 과학 교사에게 영어수업을 해야 한다는 군대식 명령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40만 교원의 자율성과 민중의 교육권을 대변하는,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대항마로서의 전교조의 위상이 또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이 가지고 있는 반민중적, 반교육적인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이러한 정책으로 고통 받게 될 모든 세력을 묶어 나가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른바 ‘국민적 차원의 저항운동’을 조직해 나갈 것이다. 

전교조는 교육 부문의 투쟁을 넘어서 공공부문의 사유화 정책에 대한 공동 투쟁의 차원에서 교육 시장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싸워 나갈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방송의 사유화, 의료권조차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체제는 본질적으로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권하에서 집요하게 추진될 것이다. 각개격파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이 파고에 맞서기 위해서 크고 튼실한 연대투쟁체를 만들어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교육양극화 벽 뚫고, 아이들 속으로! 학부모 곁으로!

하지만 국민들에게 고통이 되어 버린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전교조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명박식의 교육정책이 문제라면 너희들은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전교조는 해야 할 것이다. 전교조는 2007년부터 “모든 이들에게 질 높은 공교육”이 실현되는 ‘교육복지체제’가 우리교육의 대안임을 천명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교육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한국사회에서 최소한 그 골을 메우기 위한 계층할당제, 고등학교까지의 무상교육 실현, 농산어촌교육특별법, 이주노동자와 국제가정 자녀의 교육권 실현 등을 사회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전교조가 학교와 지역에서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과 교육 시장화 저지투쟁을 올바르게 결합시키지 못할 경우에 전교조는 교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대를 일삼는 ‘좌익 교원노조’로 매도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와 교실 안으로 들어온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더 깊숙이 “아이들 속으로”, “학부모 곁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동을 힘차게 전진해 나가야 한다. 그 길 위에서 일부 특권층을 위한 자율이 아니라 모든 학교와 모든 학생들에게 자율이 부여되는 전교조가 꿈꾸는 교육의 전망이 열리게 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