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운동의 여성노동자 조직화 현황과 과제

노동사회

노동조합운동의 여성노동자 조직화 현황과 과제

편집국 0 5,502 2013.05.29 09:31

1987년 이후 우리나라 조직률은 1989년에 18.6%로 정점에 달했고 이후 계속 감소현상을 보이다가 10%대에서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 조합원 수는 156만 명으로 조직률은 10.3%이다. 이를 성별로 구분해 보면 남자는 122만 명으로 약 14%정도 되고, 여자는 34만 명으로 6%정도밖에 안 된다. 이를 조합원 내 성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전체 조합원 중에 여자는 22.1%, 남자는 77.9%다. 즉 조합원 10명 중 2명만이 여자라는 얘기다. 

노동조합 힘의 원천이 조합원 수인데 왜 여자들의 조직률이 이렇게 낮은가? 여자들만 아니었어도 조직률이 꽤 높아질 텐데 말이다.

“남자만 있으면 노조 조직률 꽤 높아질 텐데?”

[표1]에서도 알 수 있듯, 1975년과 1980년에는 여성노동자의 조직률이 전체 조직률을 웃돌기도 했다. 그러나 1989년 이후 여성노동자들의 조직률은 계속 감소돼 1988년 13.7%에서 1999년에는 5.9%로 하락했다. 남자에 비해서도 감소의 추세가 훨씬 빨랐다. 한편, 1999년에 전체 조직률과 여성의 조직률, 노조 내 여성의 비중이 조금 높아진 것은 여자의 비중이 높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법성을 확보하면서 조합원 수가 급증한 것에 의한 것이다. 이렇듯 1987년 이후 1999년까지의 일반적인 흐름은 지속적인 조직률 감소, 특히 여성노동자의 조직률이 더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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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조직률이 파악되지 않아 성별 조직률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체 조직률과 조합원 중 여성의 비중 변화를 살펴봤을 때, 2000년대 노동조합 조직률은 10~11%선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조합원 중 여성의 비중은 약 21~22%정도에서 유지되고 있다. 

여성노동자는 비켜갔던 노조의 구조조정 대응전략 

지난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노동조합 조직률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산업 구조조정이었다. 달리 말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조정이 조직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대응력 또는 활동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산업 구조조정 과정을 잠시 돌아보고자 한다.

한국사회가 근대 산업사회로 들어선 이후, 1980년대 말에 제조업의 여성집중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었다. 또한 지난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서면서 집중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있었다.

1980년대 말에 있었던 구조조정은 1960~70년대 정부에 의해 육성된 의류, 신발, 전자업종에 등에서 이뤄진 것으로, 제조업 여성노동자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당시 주를 이루는 구조조정 방식은 휴?폐업과 하청화였는데, 이로 인해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제조업 여성노동자의 수가 29만 1천여 명(14%p)이나 감소했다. 전자업의 경우만을 살펴봐도, 1987년에서 1992년 사이에 남성의 경우 13.6%p가 감소했는데, 여성의 경우에는 감소폭이 35.3%p로 남성의 3배가량이나 됐다. 또한 여성을 중심으로 임시고용형태들이 더욱 확대되기도 했다.

이 시기 여성단체들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산업구조조정 시 집단해고에 대한 규제, △고용보험제도 도입, △임시직 증가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에 따른 균등대우 등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조합들이 구조조정을 “성장하는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협소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의 대응방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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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말과 IMF 이후 진행된 산업구조조정에서의 해고, 비정규직화 등의 파도는 주로 여성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1월 17일 열렸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

1997년 이후 벌어진 구조조정 역시 본질은 과거의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영향이 남성노동자와 대규모 사업장에까지 폭넓게 확산됐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노동유연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은 현상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비정규직 확산의 파도가 여성들을 더 빨리 덮쳤고, 정리해고 과정에서 여성들이 우선 대상이었다는 점, 1970년대나 있었던 결혼?임신 퇴직제가 되살아났다는 점 등의 성차별적 요소 역시 분명히 존재했다. 

이렇듯 지난 시기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운동의 대응을 돌이켜 보면, 1980년대 말 여성노동자들에게 닥쳤던 구조조정을 단지 노조 탄압으로만 협소하게 이해했다는 점, IMF 금융위기 이후에도 사회적 대안 제시는 취약한 채 조직된 노동자들의 당면 이해 요구에만 치우쳤다는 점, 또한 여성노동자들에게 더욱 가중돼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관심과 대응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 등 때문에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에 대해 아쉬운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여성노동자 조직화, 누가 왜 해야 하는가

여성노동자보다 남성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노동조합운동의 힘을 성장시키는 데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성노동자 조직화는 당분간 포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냉소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여성노동자 조직화는 되면 좋겠으나 어려운 일”, 또는 “여성(노동조합의 여성위원회나 여성국)들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왜 여성노동자를 조직해야 하는지,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또 각자가 속한 조직의 측면에서 명확한 입장이 서지 않는다면 여성노동자 조직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는 이유는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을 개선하고 여성노동자들을 세력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많은 남성들은 여성(노동자)과 남성(노동자)은 처한 조건의 차이 때문에 요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즉, 여성노동자를 조직화하려면, 요구의 차이로 인해 ‘성별 대립’이 생겼을 때 여성노동자의 입장과 관점에 서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전제되지 않은 채 소위 “전체 운동에, 또는 우리 노조의 힘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여성 조직화를 진행한다면, 여성노동자들을 온전히 주체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에 보조적인 지원 역할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노동자 조직화는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가? 또한 여성노동자를 온전히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원칙이 필요할까? 물론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만은 꼭 짚고자 한다. 여성노동자 조직화는 여성위원회나 여성국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노동조합 조직에서 조직국이 조직화를 책임지는 부서라면, 조직국이 여성 조직화를 해야 한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직국이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고 있는지,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기에 적합한 성원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보고 보강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이나 고려해야 할 사항, 여성노동 관련법의 이해 등에 대해서는 여성위원회나 여성국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노동조합에서 ‘여성’ 얘기만 나오면 조직화든 정책이든 교육이든 여성위원회나 여성국의 일로 돌리는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하여

이미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들의 특징은 대부분 정규직 중심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규직이 중심으로 되어 있는 노동조합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에서부터 여성노동자 조직화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현장에서의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업장에 여성노동자들은 얼마나 되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제, 용역, 파견 등 고용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우선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어떤 요구를 갖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사항들이 파악되었다면, 이를 토대로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규직 중심인 노동조합이 무엇을 지원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지, 비정규 여성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조합원들과 대립될 수 있는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에 대한 정규직 조합원들의 생각과 요구는 무엇인지, 남성들과 대립되는 내용들은 없는지 등등. 이러한 논의를 하다보면 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식이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기존 노동조합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조합원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고, 결국 조합원들이 수용가능한 선에서 기존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선택하고 결단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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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의 요구가 최소한의 변화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주체 스스로 이기는 싸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8월 전국여성노조의 학교비정규직 전국 대표자 회의 모습  ▶ 전국여성노조 ]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주체로 세우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들과의 논의 속에서 필요하고 가능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당사자인 여성들이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직화는 반드시 당사자들 스스로의 요구와 결단 속에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조합원의 낮은 의식을 탓해서도 안 되고, 조직대상인 여성노동자들에게 시혜를 베풀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원칙에 충실히 할 때만이 해결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며, 노동조합은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것이라는 노동조합의 첫 번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여성 친화적 조직모델

내가 속한 전국여성노동조합(전여노조)은 5~6%를 넘어서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조직률, IMF 구제금융 시기 여성 우선해고에 사실상 무기력했던 노동조합, 여성노동자들의 70%가 비정규직인 현실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조직이다. 1999년 4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6,000여 명의 조직으로 확대되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2007년 10월 조합원들 다수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조합원 99%가 비정규직이었다. 이제 실제로 여성비정규직을 조직했던 전국여성노동조합의 경험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출범 시 전국여성노조는 ‘여성친화적인 조직모델 개척’을 통한 여성노동자 조직력 강화를 조직의 목적으로 삼았다. 어떻게 이들을 조직할 것인가? 먼저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 조직, △월 1회 캠페인과 상담을 통한 조직, △조직 가능한 사업장이나 업종에 대한 조사사업과 조직정책 토론회 등을 통한 접근 등을 조직화 방식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업장의 권익개선 투쟁과 조합원의 요구와 결합된 제도개선활동(노동법 개정, 최저임금 인상 등)과 실업과 취업을 넘나드는 조합원들의 특성에 걸맞게 취업알선, 직업훈련, 경제공동체 등의 조합사업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정하였다. 

일상적인 활동내용으로는 교육, 소모임 외에도 여성의 성장과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여성친화적인 조직운영을 중요한 내용으로 설정하였다. 여성친화적 조직운영은 구체적으로 여성노동자로서의 권리찾기와 더불어, 여성으로서 자신을 말하고 서로 동질감을 발견하고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주요하게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전여노조의 조직화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주요 지역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법적 권리를 알리는 상담 및 홍보선전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상담을 통하여 현장을 조직하고, △상담으로 수집된 사례들 중에서 전국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국 조직사업을 기획하여 진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국적인 조직사업의 방식은 주로 조직화 목표집단에 대한 실태와 법적 권리 이행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사업을 매개로 한다. 이러한 조사사업을 통하여 노조 중앙은 사회여론화 및 전국적 요구 마련과 관계기관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지역에서는 지역차원에서의 사업 및 해당 주체들과의 설명회나 간담회 등을 실시하여 탄압 사업장을 찾아내고,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화를 하는 것이다.

최선의 요구가 최소한의 변화 방해해선 안 된다

전여노조는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사회적으로 여론화하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법제도 개선은 한 번에 완벽한 내용으로 될 수는 없다. 약간의 진전이라도 주체들에게 도움이 되고 조직화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전여노조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변화되는 법제도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최선의 안’으로만 할 경우, 자칫 주체들이 패배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선의 요구가 최소한의 변화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여노조는 조합원들의 처지와 조건에 걸맞은 투쟁방식을 고민한다. “투쟁을 위한 투쟁”이 되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서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당장은 해결되기 어려운 교육부와의 교섭투쟁을 요구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사례들 중 하나다. 법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는지를 간부들과 함께 논의한다. 단체교섭 방식은 현실적인 여건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며, 그 힘을 만들어 가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불안하고 복잡한 여성 비정규직들의 고용형태와 조건을 고려한 투쟁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조직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