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토건형 신자유주의 앞 한국경제

노동사회

쿠오바디스! 토건형 신자유주의 앞 한국경제

편집국 0 4,061 2013.05.29 09:28

2007년 말 우리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1987년 이래 20년간 경험했던 짜릿한 흥분이나, 혹시나 하는 애태움도 없었다. 국민은 어정쩡한 ‘좌파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명실상부한 ‘토건형 신자유주의’에 희망을 걸었다. 절망의 구렁텅이 안으로 확실히 들어가 보자는 걸 막을 사람은 아무 데도 없었다.

ctain_01.jpg‘멕시코의 길’로 치닫다 벼랑에서 떨어지기?

기실 대중의 불만은 자신의 삶이 상대적으로 때로는 절대적으로도 나빠졌다는 사실, 즉 양극화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심판론’의 사회경제적 근거이다. 참여정부는 어정쩡한 신자유주의를 추구하였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아주 느리게, 소규모로 시행하는 한편,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으로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것은 앵글로 색슨형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반(半)영구적으로 우리 안에 깊이 새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대통령 스스로는 3불 정책을 지키고 병원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으며 종합부동산세를 유지하면 시장만능정책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미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은 증명됐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그 최소한의 장치를 모두 해체하고 있다. 임기가 한 달 남은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거부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한미 FTA 협정을 폐기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실로 한미 FTA와 이명박의 결합은 최악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기조는 자발적 민영화/자유화이며 한미 FTA는 이런 정책기조를 영원히 역전 불가능한 것으로 못 박는다. 그러나 이런 기조의 원산지인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들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즉 금융세계화의 귀결이다.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외부적 충격을 흡수하는 제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양극화는 극단으로 진행될 텐데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이 질문에 대한 국민의 선택이다. 공공성을 버리고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공공연히 추구하는 것이 미덕이 된 듯한 사회의 선택이다. 입으로는 “공교육 강화”를 외치지만 돌아서서는 좋은 학원을 찾고, “집값이 올라서 못살겠다”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서라도 ‘버블 세븐’에 입성하려하는 이중성이 초래한 결과이다. 모두가 공공성을 외면하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자명한 진리는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서 드러난다. 물론 극소수는 여전히 이익을 본다. 이런 경우 대다수 국민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을 택할지, 아니면 나만은 극소수에 들어갈 것이라고 부질없는 희망을 품을지는 미지수이다. 

실제로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개방화/민영화로 위기가 오면 더 많은 개방화/민영화를 택하고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맞는 길을 택했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활짝 열릴 ‘멕시코의 길’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세계경제 지축 흔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한 알의 씨앗에는 장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작년부터 세계경제를 요람처럼 흔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바로 그 씨앗이며 그 귀결은 30년 가까이 진행된 금융세계화의 종말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2003년 1% 수준으로 떨어진 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이다. 2000년대 앵글로 색슨형 경제에서는 저금리가 되더라도 투자가 증가하지 않았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주주자본주의하에서 경영인은 여유만 있으면 배당을 늘리고 또 자기 주식을 되사서 주가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금융기법의 눈부신 발전은 투기의 위험을 세계적으로 분산시킬 테고, 저금리 속에서 부동산 값은 웬만하면 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은 곧 지난 20여 년간 금융세계화의 결과인 것이다.

서브프라임이란 신용이 나쁜 사람에게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들은 집값의 100%를 대출해줬다. 집값이 오르는 한 문제는 없었다. 이자율이 오른다 해도 집값 상승분을 더 대출 받아서 갚으면 그만이었다. 

모기지 회사는 대출채권을 바탕으로 주택저당채권(MBS)를 발행해서 투자금을 회수한다. 투자은행이나 대출은행은 이 채권을 기초로 해서 부채담보부채권(CDO)을 발행하고 헤지펀드나 타국의 금융기관들은 다시 여기에 기초해서 파생상품을 판매한다. 온 세계로 위험은 분산되고 어디에서 문제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 게임, 또는 다단계판매의 폰지 게임이다.  

추가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대출금의 회수에 문제가 생길 때 이 게임은 끝이 난다. 더구나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회사는 대출 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모기지 회사가 파산하고, 이 회사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 그리고 파생상품을 만든 금융기관, 신용평가회사들이 줄줄이 위험에 빠진다. 금융세계화는 위험의 불씨가 세계 곳곳에서 일도록 했다. BNP 파리바(프랑스)가 지급 정지를 선언했고, 노던록 은행(영국) 앞에 예금을 회수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저 멀리 있는 한국의 중국 펀드도 삽시간에 천문학적 손실을 봤다. 

2008년 1월22일, 미국 연방제도준비이사회는 연방기금금리를 무려 0.75%p 떨어뜨렸고 8일 후 0.5% 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했다. 이제 미국 기준금리는 2004년 3월 2.75% 이후 최저 수준인 3%가 되었다. 과잉 유동성이 만들어낸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또 다시 유동성을 공급했고, 바로 그 유동성을 만들어낸 이자율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과연 불이 잡힐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각 기관들은 전 세계적 손실이 3,000억 달러라 하기도 하고, 2,000억 달러라고도 한다. 어쨌든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1980년대 말의 S&L(저축대부조합) 사건, 그리고 1990년대 말의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사건도 이런 종류의 위기였다. 그러나 LTCM의 경우는 경기 상승기여서 문제가 조기에 수습되었고, S&L은 금융세계화 초기단계여서 불씨가 미국 밖으로 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금융세계화가 만개한 시대, 그리고 경기 위축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금융사건이나 여타 외환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금융위기 부르는 세계적 불균형과 불평등 

1980년대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를 불러온 것이 오일 달러의 환류였듯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도 세계 차원의 거시적 불균형이 똬리를 틀고 있다. 금융세계화는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거시 불균형의 결과인 동시에, 불균형이 폭발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기특한 기제였다.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최근 산유국에 대한 미국의 거대 적자는 필연적으로 이들 국가의 흑자를 미국으로 다시 끌어들여 부족한 저축을 메우도록 했다. 흑자국에 대한 미국 재무성 증권, 유사 정부채권(페니 매, 프레디 맥과 같은 GSE의 모기지 대출)의 판매가 국가 GDP의 70%에 이르는 미국인들의 소비를 유지시켰다. 증권을 매입한 흑자국들은 다시 수출을 늘릴 수 있었고 세계경제는 흥청망청 호황을 누렸다.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발행하는 세계 최강의 군사국가이며, 또한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3종의 신기(神器)’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런 불균형도 유지될 수 있다. 아직은 미국으로부터 달러가 빠져 나와 금을 찾아 몰려갔던 1971년에 비견할 만한 상황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유가는 100달러 선까지 치솟았고, 곡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1972년 소련의 흉작으로 촉발된 곡가 폭등과 1973년 1차 석유위기가 결합된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장기 고도성장이 이어지면서 임금 등 요소가격이 상승했고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까지 겹쳤다. 수출가격을 기존보다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입국 미국의 물가안정은 흔들리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금융위기의 가능성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게다가 미국의 재정 적자가 보전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가 주요 흑자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 1980년대에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에 따라 일본이 그 역할을 감내했지만, 버블경제하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유럽연합이나 중국은 과거의 일본처럼 순순히 미국보다 더 낮게 이자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에서 무역보복 등의 무역전쟁, 환율전쟁이 발생한다면 세계경제가 공황상태로 급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는 미국이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미국의 전쟁비용 지출이 하루 30~50억 달러에 이르고 도로 등 인프라의 노후화 개체(改替) 비용으로 1.6조 달러가 필요하며,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보장 수령 시기가 2009년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편 미국 경제의 위기가 세계경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비동조화(decoupling)론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희망, 중국이 빨리 성장하고 있다 해도 여전히 미국 GDP의 약 1/5, 수입액의 1/8에 불과하다. 중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 미국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미국과 무관하게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성장이 세계경제에서 의미하는 바는 노동공급의 증가이다. 이러한 노동공급의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졌다. 말하자면 세계 차원의 불평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시장만능의 경제정책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거시적 불균형과 함께 대내외적 불평등은 금융자본의 과잉축적, 과소소비에 기초한 경제위기의 뿌리인 것이다. 이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명박 인수위가 내놓고 있는 경제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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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분형아파트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 전제돼야 투자자들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대운하, 지분형아파트 등의 무리한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은 극대화된 버블의 폭발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

용감한 인수위의 ‘전국 투기장화 복합계획’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과연 용감하다. 총선 이전에 바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발표를 미루었지만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앞뒤재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물론 설익은 내용이어서 바로 뒤집거나 수정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말이다. 

호기롭게 약속했던 실제 성장률 7%를 6%로 수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7%를 달성하려면 ‘건설 붐’을 일으키는 등 온갖 무리한 성장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인하를 하반기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것도 현실을 고려한 후퇴이다. 당장 수도권의 아파트 값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듯 용솟음치고 있는데, 여기에 기름을 들이붓는 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총선에서 또 승리한다면 이제 ‘경제살리기’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종합부동산세 인하, 개발이익 환수 무력화, 용적률 제고 등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그나마 신상품이라고 내 놓은 ‘지분형 아파트 분양제도’ 역시 투기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야 투자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전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만일 투자자들의 신속한 자금 회수를 위해서 증권화를 허용한다면, 이 정책은 정확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똑같은 길을 밟을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값을 부추길 사업들은 의연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술합리성도, 경제적 합리성도, 또한 생태적 합리성도 없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간판 상품이다. 내외의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 쪽이 주장하는 만큼 수익성이 높다면 민간자본은 떼로 달려 들 것이다. 그러나 과연 민간자본만 유치하면 국민의 세금은 안전한 것일까? 과연 호텔, 골프장 개발을 위해 환경규제 등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지(환경파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세금이 필요하다), 이미 민자 도로 건설에서 드러났듯이 애초의 계획과 달리 수익이 나지 않았을 때 요금인상이나 정부보조로 부족분을 채우는 약속을 하는지(이 경우는 세금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지출하는지만 차이가 난다) 여부가 그 판단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정부 보조금이 나갈 거라면, 환경 파괴적 사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애초에 정부가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사업을 광역으로 확대하겠다는 ‘5+2 광역경제권 구상’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역시 초기부터 광역개발을 염두에 둔 바 있고 또 작년에는 현재의 클러스터들을 초광역 차원으로 확대하는 구상도 발표했다. 클러스터의 발전이 행정구역과 꼭 일치하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일견 합리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을 먼저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기존 국가균형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정부예산을 매개로 한 중앙지시형 사업이었다는 점이고, 둘째,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불필요한 부동산 건설사업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먼저 첫 번째 문제점과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도 지역의 건설업자-지방관료-지방언론-관련학계 등 지역토호로 이뤄진 지역혁신협의회의 문제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정부의 예산을 따내는 데 골몰한다. 이것이 현 정부 클러스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이에 대한 방지책 없이 오히려 토호와 대기업에게 참여 인센티브가 주어진 지역개발사업은 이제 ‘광역’에서 부동산투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수요를 넘어선 개발은 무안국제공항과 같이 과잉설비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창조적 광역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대기업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5대 광역권 중의 하나로 수도권을 집어넣어서 각종 규제완화, 인센티브 부여 등 개발 특혜를 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비수도권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재벌의 첫 번째 요구사항인,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 계획의 핵심이며, 이미 수립된 지방투자계획도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문제점 역시 반복될 것이다. 즉 다시 한 번 지역의 개발욕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국가균형사업에서 탈락했던 각 도시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는 광역에 걸쳐서 추가되고 전국이 ‘특구’가 될 것이다. 특구의 전국화는 곧 투기의 전국화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정확히 ‘총선대책’이다. 광역 클러스터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면 한나라당 의원을 뽑아야 한다. 나아가서 돈이 되는 호텔, 카지노, 골프장 건설권을 따 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멈칫멈칫하면서도 일정하게 억제해왔던 부동산 버블은 이제 한껏 부풀게 될 것이다.

민영화? 규제완화 향한 거침없는 행보와 서민의 삶

공기업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구미에 딱 맞는 정책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들은 공기업에 대한 불만이 많다. 우리의 공공서비스가 국제 수준과 비교할 때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에 관한 객관적 평가와는 무관하게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며 ‘철밥통’이라는 예단을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공공성의 견지에서 볼 때도 개선할 여지는 많지만, 어쨌든 국민은 막연하게 삼성이나 외국기업 대신 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공기업 노동자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를 빼곤 민영화 반대세력이 별로 없다. 
둘째, 공기업 민영화는 단숨에 엄청난 수입을 보장한다. 철도나 우체국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자산은 천문학적이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에 따르는 예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이런 어마어마한 기업을 인수할 능력은 재벌만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현재로는 산업은행의 투자부문 민영화, 국민의 정부 시절 추진했던 철도, 가스, 우편 등의 민영화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대학입시 3단계 개혁이나 영어교육의 강화 역시 공교육 밖의 사교육시장을 육성하는 것이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의 폐지를 통한 의료민영화 역시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민영화의 폐해를 새삼스레 일일이 거론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이러한 민영화/규제완화가 현재 제공되는 최소한의 필수적 공공서비스도 무너뜨릴 것이라는 점은 지겹도록 강조돼야 한다. 예컨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정보의 비대칭성), 교육(외부성이나 평등 지향) 등 가치재 산업을 민영화하면, ‘고급 서비스 시장’이 발전하는 대신 공교육이나 공공의료에 투입되는 자원과 인력이 줄어들어 사실상 ‘공공성’이 무너지게 된다. 일반 국민은 그 동안 누리던 공공서비스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전기, 철도, 가스, 수도,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에는 자연독점과 교차보조의 필요성 때문에 공기업이 그 운영을 담당해 왔다. 이런 산업을 민영화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공급되는 서비스 가격은 급등하거나 서비스 자체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 어떠한 민간기업도 교차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이런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폐해 때문에 영국의 철도는 일부 재국유화했으며, 미국 애틀랜타 시는 수도 장기계약을 폐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은행의 주인을 찾아 주자”는 게 김영삼 정부 시절 재정경제원의 구호였다. 주인 있는 민영화만이 효율성을 높인다는 논리다. 물론 이번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이 주장은 되풀이될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법 개정 등이 원활한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쿠오바디스! ‘불도저’ 앞의 한국경제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실사지수(BIS)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당장 금년에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빠른 속도로 시장화가 진행된 한국경제 역시 과잉유동성에 따른 버블 경제화와 투자 부진의 결합이라는 앵글로 색슨형 경제의 특징, 즉 자산주도형 경제의 폐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른바 펀더멘털 측면에서 아직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1~2년간 중국경제는 여전히 활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을 계속 들쑤실 것이다. 전 국토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면 애초의 목표였던 7%를 넘는 성장률을 달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한다. 마치 폰지게임처럼,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게임처럼, 경제가 파국 직전의 정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열광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세계경제의 침체, 중국경제의 쇼크가 단숨에 거대한 버블을 터뜨리는 순간을 목도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금년 초에 한미 FTA를 양국이 비준한다면 문제는 더욱 끔찍해진다. 금융위기 등이 발생해도 외환통제와 같은 비상수단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온갖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식 시장만능론의 폐해는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안을 준비하고 또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서두에 ‘멕시코의 길’이라고 명명한 대로, 즉 지배계급의 뜻대로 국민들이 더 많은 개방화, 더 많은 민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시장해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해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특히 바야흐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생태문제, 농업문제에 시장 해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공공성을 강화해야만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고 지지를 얻을 것인가? 여기에 쿠오바디스의 해답이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