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시 ‘해고회피 노력’에 관한 법원의 모순된 판단

노동사회

정리해고 시 ‘해고회피 노력’에 관한 법원의 모순된 판단

편집국 0 3,828 2013.05.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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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 안의 2개 사업부문이 회계 및 인사노무관리가 독립되어 있으며 기존에 인사교류가 없었으므로 한 부문의 과잉인원을 다른 부문의 부족인원으로 인사이동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서울행정법원 2007. 9. 18. 선고, 2006구합3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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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회사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70여 명이 일하는 호텔업과 제주도 제주시에 근로자 200여 명이 근무하는 카지노업을 행하고 있었고 호텔과 카지노에는 각각 단위노조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P회사는 경영적자와 고령화 등 비효율적인 인력구조를 해소하고자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 70여 명 중 36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하고 희망퇴직 9명 외에 17명을 2005년 12월29일 정리해고 하였으며, 회사는 해고 대상자 17명 중 산전후 휴가 중인 여성 근로자 1명에 대해서는 산전후 휴가 및 그 후 30일까지 해고를 유예하였다.

해고자는 모두 조합원이다. 

한편, P회사 호텔의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에 앞서 P회사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이 제한하고 있는 파견금지업종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제주지방노동사무소에 2005년 11월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P회사는 정리해고 이후에 12명의 불법파견이 존재하여 파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해당 업무는 합법적인 도급으로 전환하였다. 

P회사 카지노의 노동조합은 식음료팀에 근로자가 부족하여 인원충원을 요구하였으며, 2005년 12월에 6명을 충원하기로 통보를 받았으나 회사는 인원 충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식음료팀을 용역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P회사 호텔에서는 정리해고 이전에 인원 부족으로 자유로운 연월차휴가 사용이 불가능했는데, 정리해고 이후에는 인원 부족으로 시간외 근로시간이 증가한 반면 연월차휴가 사용일수는 더 줄어들었다.

한편 호텔에서 정리해고된 16명은 해고자 전체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고 제주지노위는 구제신청자 중 8명에 대해서는 과다인원 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나머지 구제신청자의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그러나 재심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한 정리해고 인원 수는 고도의 경영전략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전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해고자들은 이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2007년 9월1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계열사로의 이동은 가능하고 같은 회사 안에서의 이동은 불가능? 

대상 판결은 정리해고의 정당성 중 ‘해고회피 노력 및 해고인원 규모’와 관련하여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하고 있다. 법원은 호텔이 해고회피 노력으로 제시한 ①2005년 10월부터 임원 및 팀장의 임금 10% 반납, ②2005년 10월15일 1차 무급휴직, 10월21일 2차 무급휴직 실시, ③잔여휴가 소진, 시간외 근로 및 휴일근로 축소, ④주요 거래업체에 대한 원가절감 요청, ⑤2005년 10월14일 불용비품(식기류) 매각 및 소유 부동산인 아파트의 매각 추진, ⑥P그룹 전체의 기업홍보활동비 등 공통비용의 분담금 지급 유예 요청, ⑦희망퇴직제 실시, ⑧관계 계열사에 정리해고 직원 우선 채용 요청, ⑨해고목표인원 36명 중 해고자 16명으로 축소 등을 들어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카지노의 인원 부족과 관련해서는 카지노와 호텔이 회계와 인사노무관리가 독립되어 있어 호텔에서 카지노로의 인사이동이 어렵다고 보고, 따라서 P회사가 정리해고 전에 카지노로의 인사이동을 하지 아니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위반하여 파견금지업종에 파견근로를 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특히 판례는 P회사가 관계 계열사에 직원채용 계획이 존재할 경우 호텔의 정리해고자를 우선 채용할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 해고회피 노력으로 인정하면서, “카지노업 사업부문은 회계 및 인사노무관리가 독립되어 있으며 기존에 인사교류가 없었으므로 호텔업의 과잉인원을 카지노업의 부족인원으로 인사이동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실제 채용 가능성이 없는 관계 계열사에 채용 요청을 하면서 고용 유지가 훨씬 쉬운 같은 회사 내 사업부문 간에서는 인사이동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회사의 독립된 사업부문 간 인사교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카지노에서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있자 호텔로 설립 주체 근로자를 인사이동하였으며 이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에 대해서 P회사는 인사이동은 사용자의 인사권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있다. 또한 2000년도까지 14차례의 인사교류가 있었다.

정리해고에 앞서 인원이 남는 사업부문에서 인원이 부족한 사업부문으로 인사이동하는 것은 충분히 쉽고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법원이 이런 인사이동을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판결은 호텔에서 카지노로의 인사교류가 이루어지더라도 카지노의 식음료팀에 근무할 수 없다고 상세하게 설명을 곁들이고 있으나, 호텔의 해고자 중에는 식음료팀에 근무하던 자가 있어 판결이 억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인사이동이 불가능한 P그룹 관계사에 형식적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만을 가지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인정한 것은 해고회피 노력을 형식화하는 최근 판례의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불법파견’은 판단 유보, ‘정리해고 규모’는 사용자 맘대로

또한 대상 판결은 파견법이 금지하고 있는 파견금지업종에 근무하는 12명의 불법파견근로자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즉, 해고제한법리에 의하여 보호받고 있는 P회사 정규직과 파견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파견근로자 중 정리해고가 필요한 경우에 우선 해결하여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판결은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경영이 어려운 경우라도 파견법상의 불법파견근로자의 고용은 보호되어야 하고 해고제한법리에 의하여 보호받는 합법적인 근로관계는 종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결국 판결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불법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해고제한법리에 의하여 보호받고 있는 합법적인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리해고에 앞서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도록 한 이유는 합법적인 근로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파견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파견이 존재한다면 정리해고는 당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판결은 해고인원 규모와 관련해서도 고도의 경영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법원의 판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정리해고 이후에 인원이 부족하여 정리해고 이전보다 시간외 근로가 증가하고 연월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부족한 인원만큼은 과다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 직무에 3교대를 실시한다고 할 경우 최소한 30명이 필요함에도 정리해고로 인하여 25명만이 존재할 경우 부족한 5명을 채우기 위하여 시간외 근로를 한다면 이는 잘못된 경영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법원이 고도의 경영전략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한다면 사용자는 적정인원을 초과한 과다한 인원을 해고할 것이다. 

모순투성이 판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대상 판결은 회사에 각각의 사업부문이 존재할 경우 사업부문 간 인사교류 가능성 및 사업주의 노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리해고 필요성이 있는 사업장에 파견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파견이 존재하는 경우 불법파견을 우선 정리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불법파견은 보호되고 합법적인 근로관계는 보호받지 못하는 모순을 도출하고 있다. 해고인원 규모와 관련해서도 정리해고 이후 시간외 근로가 증가하고 연월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적정인원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고도의 경영전략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을 하지 아니한 것은 정리해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