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노동탄압, 영남대의료원을 고발합니다!

노동사회

상상초월 노동탄압, 영남대의료원을 고발합니다!

편집국 0 3,924 2013.05.29 09:21

2006년 7월부터 시작된 영남학원과 영남대의료원 측의 노조 말살책동의 부당한 탄압에 맞선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의 500여일이 넘는 투쟁이 지난 12월5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최종조정에서 노사 간 잠정합의를 통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영남대의료원 노사의 오랜 불신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상존해 있다. 영남대의료원은 대구지역의 대표적 대형 투쟁사업장이자 보건의료노조 내에서도 상징성 있는 장기투쟁사업장으로서의 위상이 있다. 게다가 사측의 극악한 탄압의 양상과 질이 이후 여타 사업장에 미칠 파장도 상당하기 때문에, 대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상당히 주목을 받으면서 진행되었던 투쟁이다. 그렇기에 동지들과 함께 경과와 과제를 나누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두서없이 글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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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8월24일 영남대의료원지부의 파업 모습. ▶ 매일노동뉴스 ] 

‘희생양’이 필요했던 대학본부와 의료원

학교법인 영남학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휘하에 구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병합하여 설립되었으며, 1988년에 당시 박근혜 이사 체제를 몰아내고 재단 민주화 과정을 거친 뒤 지금까지 남한 최장의 관선이사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총장과 교수협의회의 권한이 강한 편이며 2006~2007년 노사문제는 대학본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주도 속에 진행됐다. 본부와 의료원의 적대적 노사정책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지부는 1987년 8월 영남대학병원 노조로 설립되어 1990년도에 현재의 투쟁성향을 가진 민주적 집행부가 들어섰다. 1995년에는 당시 의료원 측의 전면적인 단체협약 개악안에 맞서 병원노련 대구경북지역본부와 공동투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기만적인 직권중재에 50일간의 전면적인 총파업으로 맞서, 대병원노조 역사상 최장기 파업투쟁으로 놀랄 만한 투쟁력을 보인 바 있다. 이때도 의료원 측은 미리 기획된 탄압으로 사전에 형사출신의 외부 노사담당자를 영입하여 탄압을 진두지휘했고, 자율교섭보다는 불법파업을 유도함으로써 노조파괴공작을 펼친 바 있다. 12명의 파면과 해고,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구사대를 동원한 파업조합원 폭행 및 현관폐쇄, 공권력 침탈 등 의료원 측의 극악한 탄압은 하늘 무서운 줄을 몰랐다. 

그러나 노조는 지속적인 현장추동을 통해 2년 만에 복직합의와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이끌어냈고 임단협 체결 이후 빠르게 노사관계를 회복해갔으며, 이후 10여 년간 일상적 임단협 투쟁과 산별노조 차원의 투쟁을 진행해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사측은 해를 거듭할수록 노조의 성장에 대해 부담을 느껴왔다. 더구나 2004년 주5일제 도입과 관련한 인력충원 합의 불이행과 40여 가지의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한 노조의 저항, 그간 교수와 수련의들에 의해 발생했던 크고 작은 직원 폭행사건에 대한 노조의 원칙적 대응, 2005년에 의료원이 일방적으로 실시한 전 직원 집체교육으로 인해 빚어진 노사 간의 갈등 등을 겪으며 피해의식을 갖게 된 사측은, 대노조 정책에서의 강경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원이 대학본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꾀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의 무한 수익창출구조의 체제정비과정에서 유일하고도 결정적 걸림돌인 노조를 제거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1983년 의료원 개원 이후 질주가도를 달리던 의료원의 눈부신 성장이, 2000년에 6개월에 걸친 의사들의 폐업으로 인해 25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으면서 발목을 잡혔고, 이에 따라 의료원은 2006년 노조의 파업 돌입 당시까지도 대학본부와의 채무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65억 원에 달하는 빚이 남아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교 60주년을 맞는 영남대학교 본부로서는 대내외 대규모 토목공사와 외연의 확장 등으로 의료원의 채무를 조속히 반환받을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의료원의 완벽한 독립채산, 더 나아가 재정 자립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대학본부의 부담완화를 꾀하고자 했다. 

이런 대학본부의 사정이 한 축이었다면, 대학본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던 의료원으로서도 의사폐업으로 인한 채무 반환 및 경영상 문제의 책임을 의사집단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희생양’이 또한 필요했던 것이다. 대학과 의료원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과 대상이 생긴 것이다. 드디어 공격이 시작되었다.

y0077sys_01.jpg준비된 기획탄압! 인정사정 볼 것 없다

2006년 지부선거를 통해 오랜 간부경험을 갖고 있는 현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4개월에 걸친 일상활동을 진행했고 조합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기대심리도 상당히 높아져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원은 일방적으로 “1년을 준비했다”면서 노조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6월24일 이사회까지 통과시킨 상태에서 팀제의 도입·실시를 공표하고 노조에 통보해왔다. 노조는 즉각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일방실시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7월19일에는 의료원장, 의료원 사무국장과 지부장, 지부 사무장의 면담을 통해 진행 중인 산별교섭과 이후 지부교섭의 원만한 마무리 후 팀제와 관련한 논의를 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의료원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여 단체교섭 시기에 노사 간의 긴장과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지부는 2006년 산별노조 투쟁일정에 맞추어 8월8일에 조정신청을 냈고 8월24일 산별파업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8월23일 전야제 날에 경북지노위의 행정지도가 내려졌다. 그러자 의료원 집행부는 노조가 다음 날 산별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어떠한 대화의 시도도 없이 “행정지도 중의 파업은 불법”이라는 지노위의 행정해석만 들이대며 불법파업 매도와 파업조합원 문자발송, 대자보 부착, 식당 내 전광판 설치 등의 이미 준비된 방법으로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파업 파괴행위에만 골몰하였다.

10월19일에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사태해결 촉구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하자 수백 명의 구사대를 동원해 고의적으로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여 노조 간부 10명에 대해 고소·고발을 했고, 이후로는 일체의 대화단절,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조합비 3억 원에 대한 가압류 신청, 고소·고발된 간부 10명에 대한 급여통장 가압류, 남성 구사대를 동원한 밤낮·새벽을 가리지 않는 16차례의 폭력적 농성장 침탈 및 농성물품 강탈 행위 등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임금을 일방지급하고 연말에는 전 직원들에게 격려금 2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원 측은 노조의 싹을 자르기 위해 10월3일 1층 로비에 고성능 CCTV를 집중 설치하였고 이를 근거로 2007년 새해 벽두부터 지부장과 교육부장에 대한 1차 파면과 해고를 단행했다. 특히 구정 명절을 앞두고서는 전·현직 간부 26명에 대해 추가해고 8명, 정직 8명, 감봉 10명 등의 부당징계를 자행하는 등 광기어린 탄압으로 일관하였다. 

지부는 이에 대해 2006년 8월24일 산별파업을 포함하여 불연속 간헐적 부분파업을 4일에 걸쳐 진행했고, 이후 집회투쟁으로 전환한 후에는 중·석식 집회 수십여 차례, 보건의료노조 차원의 2차례 집중투쟁, 지부장의 37일간의 단식투쟁과 2차에 걸친 간부파업, 영남대 총장실 앞 복도 연좌농성, 부당해고 부당징계에 대한 지노위 구제신청, 탄압의 주범인 병원장 집 앞 집회, 지역 인권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CCTV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기 등으로 맞서 싸웠다. 하지만 영남학원과 의료원의 탄압 일변도의 정책기조를 바꿔놓지는 못하였다.

해가 바뀌었어도 바뀌지 않은 노동권 탄압

의료원의 일방적 임금지급으로 2006년 교섭의 일방종료 선언 후 더 이상의 교섭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2007년 단체교섭에 돌입했으나 의료원은 상견례 요청일에 단체협약 일방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100개항에 달하는 전면적인 단협개악안을 제시하는 등 노골적인 노조파괴의도를 드러냈다. 게다가 사전에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하에서 노조 탈퇴 작업을 진행, 900여 명에서 단기간 내에 400여 명 정도까지 조합원 수가 감소하는 등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와 치밀하고 교묘한 노조 무력화를 동시에 꾀해왔다.

또한 의료원은 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과 복직명령에 불복하고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내는 등 복직시키지 않다가, 지역사회의 여론과 지부 및 상급단체 등의 저항에 밀려 노조와 일체의 협의 없이 복직시켰다. 그러다가 4개월 만에 또다시 동일한 사안에 대해 기간만 구분해서 재해고하는 등의 탄압을 계속하였다. 의료원 측이 제기한 노조간부 10명에 대한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이 합법파업 판결을 내렸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항고를 신청하였다. 이 즉시항고는 아직까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의료원 측이 설치한 CCTV에 대해 명백히 목적 외 설치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에 따라 일부 철거 및 이전내용을 삭제하고 정보통신부 및 OECD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관리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라는 강제권고안을 제시했음에도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중심 특성화대학’이라는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대학임에도 인권보다는 노조탄압이 더 우선임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중앙노동위원회에서의 지부장을 제외한 전원의 부당해고 판정과 일부 부당징계 인정 태도에 대해 의료원과 영남학원이 어떤 태도를 보여줄지 의문이 들고 있다. 모든 국가공적기관의 판정과 판결에 불복하는 의료원의 이런 양태는 공권력에 도전해서라도 목표한 노조말살을 이루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며, 이런 의지가 바로 법의 허점을 노려 사전에 철저히 준비되고 기획된 이성 잃은 탄압의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악랄한 탄압에 대해 지역과 영남학원 내 양심진보세력, 산별노조, 지부의 투쟁이 이어졌지만, 의료원은 외부에서 고용한 전문 노무사의 입을 통해 ‘법과 원칙’이라는 앵무새와 같은 말만 되뇔 뿐 스스로 말한 법과 원칙조차도 지키지 않는 이중성을 지금껏 견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법과 원칙 타령은 의료원이 고용한 노무사가 관장하는 다른 사업장, 즉 연세대 세브란스, 부산 동아대의료원 등에서 그 탄압양상과 개악안 내용, 사측의 태도 등에서 동일한 양태로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더더욱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의료원이 처음부터 자율적 교섭보다는 1995년도에 이어 외부를 통한 의도적 노조파괴행위에 더 목표를 두고 있었음을 여실히 입증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람의 심장’으로 바뀌는 그날까지!

2007년 12월5일 밤 12시, 경북지노위의 4층 건물은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노위 조정위원들조차도 이렇게 사측이 조정안을 낸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했다. 한해한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단체교섭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서 벗어난 영남대의료원의 노사교섭은 그렇게 단체협약의 일부내용이 개악되는 합의서에 조인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이 과정 속에 녹아있는 영남학원 자본의 폭압성과 반노동적, 반지식인적, 반사회적, 비도덕적 양태는 여전히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팀제의 일방적 도입과 임금의 일방결정 및 지급, 노조의 원내 홍보활동 불인정, 합의사항 불인정, 1997년도에 이은 대단위 조직적인 노조탈퇴 작업, 노조의 일상활동 불허 등 기본적으로 노동조합과 노조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의료원 측의 행태는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의 부정이다. 단협 일방해지를 통보하고 100여 가지 전면적인 단체협약 개악안을 들이밀며 “사측안을 심의하지 않으면 노조안도 심의할 수 없다”고 단체협약 갱신의 취지와 의미를 무너뜨리고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단체교섭을 부정하는 행위는 단체교섭권에 대한 부정이다. 또한 어떤 법적 구속력도 없는 행정지도를 빌미삼아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며 대화보다는 파업파괴와 탄압으로 일관한 것은 단체행동권에 대한 부정이다.

우리는 인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자 중요한 노동권을 전면 부정하고 법의 허점을 교묘히 분석하고 악용하여 탄압을 자행하는 이들이 오히려 법과 원칙을 떠드는 이 거대한 썩은 상아탑의 진리 속에서, 법과 원칙 이전에 기본과 양심이 우선되는 노사관계를, 인간관계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들과 만나고 싶다는 절실한 갈구를 해본다. 누군가 “자본의 심장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2006~07년, 영남대의료원지부가 진정 만나고 싶어했던 것은 바로 ‘사람의 심장’을 가진 이였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