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구조조정 평가와 노조의 과제

노동사회

공공부문 구조조정 평가와 노조의 과제

admin 0 3,493 2013.05.07 10:20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구체제의 폐해 온존시켜
노동조합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공공부문 개혁과제에 대한 성찰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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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면서

현 정부는 IMF 위기 이후 공공부문 개혁을 4대 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발빠르게 진행해 왔으며, 공공부문의 경우 ① 인력감축, ② 민영화, 해외매각 등 공공부문 축소, ③ 남겨진 공공부문 역시 경영혁신을 추진해 효율성과 수익성 제고를 지속 추진하였다. 공공부문에서만 13만 1천명(공무원 7만 명 포함)을 감원하고, 전력 민영화 법안 처리, 포항제철 등 6대 공기업 민영화, 한국통신·한국전력 해외DR 발행(정부 지분율 감소), 자회사 민영화 등을 추진했으며, 인력감축 외에도 아웃소싱, 간부사원에 대한 연봉제 도입, 계약직 확대, 퇴직금누진제 폐지, 학자금·주택자금 지원 폐지 등 '비용축소'를 목표로 한 유연화 공세를 계속했다. 물론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 등 이해당사자와의 논의를 외면하고, 기획예산처의 지침을 정부산하기관 경영진이 이행하는 관료적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김태현,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현황과 발전방향」, 『노동사회』 2001년 5월호를 참조). 

2.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문제점

신자유주의·국제금융자본에 굴복 


지난 3년 동안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IMF위기를 이유로, 민영화·유연화 등을 전면화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다.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 정책의 핵심인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이런 구조조정의 본질이 무엇이었던가를 확인시킨다. 

우선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국제자본과 재벌의 압도적인 영향력 하에서 입안된 정책이며, 해외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라 한국경제를 재편하는 정책이었다. 이러한 민영화 정책이 현 정부의 자율적인 선택이었는지 역시 의심스럽다. 정부는 집권 초기 IMF 등과의 공공부문 민영화 관련 협상에서 민영화 대상 사업을 제한하고(전력의 송배전 사업 유보 등), 일정을 2003년 이후로 미루며, 포항제철, 담배인삼공사 등의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미국 측의 강압적인 압력에 굴복해서 현재 추진중인 민영화 일정이나 범위를 수용한 바 있다. 

민영화 정책의 결과 역시 외국자본의 국내 시장 지배력 확대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민영화를 완료한 포항제철은 외국인이 전체 주식의 60% 내외를 지배하는 사실상 외국자본 지배기업이 되었으며, 지난 3년 동안 계속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기통신공사 등의 정부 지분을 인수한 자본 역시 해외금융자본이고, 현재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분할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는 주체(인수 의사를 갖고 있고, 능력이 있는 자본)도 사실상 해외자본이다. 

더구나 이들 산업이 대부분 국민들의 일상 생활, 산업의 기초와 직결된 필수공공서비스산업,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공공부문 민영화가 매각대금 등의 수익으로 일시적으로 정부 재정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일회성에 그칠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서비스가 자본(특히 해외자본 또는 재벌)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해서, 필수공공서비스 질 저하나 서비스 요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고, 저소득층의 부담 비율 증가 등 사회적 형평성의 파괴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 역시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듭 "세계시장의 추세가 민영화"라고 강변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자국내 산업기반보호정책, '필수서비스 제공 정부 책임 유지'를 국가정책으로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주장은 일반화하기 어렵다. 또한 주식시장의 냉각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국부의 헐값매각 의혹을 지울 수 없고,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 역시 외면되고 있다. 

물론 '모든'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대해 '신자유주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타당성이 명백하고, 국민적 합의가 있는 사업부문의 민영화는 필요하다. 군사독재 시절에 형성된 불필요한 공공부문(위인설관식 정부산하기관 설립, 시장에 대한 불필요하고 부당한 개입 등)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에도 도움되는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간통신사업, 철도, 전력, 지역난방 등 에너지 분야 등 필수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 정책은 엄정한 평가를 요구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외국 금융자본의 영향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이런 현실이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조건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민영화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내부구성원과의 민주적 협의를 통해 설정한 경우, 민영화 과정에서 폐해(서비스/재화의 부당한 요금 인상, 민간독점, 잠재적인 부당이익의 이전 등)를 최소화해야 하고, 직원의 고용안정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조화한 관료주의'의 온존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대부분 개발독재 과정에서 형성되었고, 민주적이지 못한 과거 정부가 구조화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조직 내부적으로 관료화한 의사결정구조(관료에 의한 경영, 경영진 낙하산 인사, 내부 경영진 무책임의 고질화)와 서비스 수혜자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아왔다. 이로부터 공공부문의 부패나 비효율이 배양돼왔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물론 공공부문의 방만 경영은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였으며, 관료들이 거대 공기업을 좌우하는 관치 경영이 그 주범임이 명백하지만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당연히 구조조정은 이런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의사결정구조의 민주화, 책임경영의 구현, 국민 서비스의 혁신이 요구되고, 이를 통해 부패를 털어 내고, 효율성을 높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내부 의사결정의 민주화(민주적·참여협력적 노사관계)와 외부 감시체제(시민단체 등의 감독기능 등을 통한 경영투명성 제고) 구축이 필요하지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정부당국은 이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현재 공기업 경영 관련 의사결정은 해당 기업의 노동조합에도 감추어져 있으며, 시민단체나 국민의 감시 감독 장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업비 운영에서의 비리나 수의계약에서 오는 국가 손실은 정부당국이 주장하는 정부산하기관의 과다 인건비에 비할 바 아니며, 불필요한 예산(예를 들면 업무추진비, 품위유지비, 판공비 등)이 지금도 버젓이 편성되고 있다. 또한 관치경영의 구태(낙하산 인사, 관료적 통제, 기획예산처 지침에 따른 경영으로 '자율경영 확대' 주장이 서류로만 전락한 현실)가 '개혁' 담론 안에 온존하면서, 더욱 내면화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렇듯 확고한 개혁 철학과 사회적 합의 없이, 대다수 국민들은 알지도 못한 채, 공공부문을 축소·해체하고, 내부 성원 중 노동자들만 공격하는 구조조정이 지난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에 더하여 국정 전반의 개혁 철학 부재, '제한된' 개혁 정책마저 거듭 좌초하고 있는 현실, '신자유주의 기조'의 경제운용 정책의 폐해 노출 등이 겹치면서 국민들, 특히 '고통분담'에 내몰렸던 노동자들의 분노와 실망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편,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운용 수단과 방식의 관료주의는 복지사회·민주행정의 경험 없는 개발독재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온존된 '한국식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되짚어보게 한다. 오늘의 한국사회, 현 정부의 정책을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할 때, 이는 북유럽 등에서 나타난 '(너무 많은) 사회복지의 축소를 지향하는, 기존의 복지국가 모델의 수정(사회복지 축소, 감세,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철폐, 민영화 등)'이 아니라, '사회복지 없는 구체제의 유지'이며, 노동기본권을 비롯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을 구조화한 군사독재식 사회 운영의 악폐를 고스란히 온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즉, '한국식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야말로 현정부의 개혁 실패, 개혁의 좌초를 처음부터 배태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행 구조조정의 반개혁성 

인력감축 등 수량적 유연화 정책마저 고위직은 온존시킨 채 하위직 위주로 진행되었다. 정부지침에 따라 공기업들이 인력감축에 나서던 1998년의 경우 일차로 사무보조원을 포함한 기능직을 우선 '권고퇴직'시킨 것처럼, 하위직 위주의 구조조정 양상이 거듭되었고, 정규직을 감축한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우는 사례도 다반사다. 총인원 7만 명이 감축된 공무원의 경우에도 중앙부처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감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직급별 비중에서도 6급 이하, 또는 기능직·고용직 공무원에서 감축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관료를 장악하지 못한 현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 실현 수단으로 삼는 '행정의 타락'(퇴직에 몰린 관료들의 퇴직 후 일자리 보장, 자치단체들의 방만 행정 등)을 방관하고 방치했다. 인력감축이 집중되었던 초기, 편리한 감축수단인 정년단축의 경우에도, 직급별 퇴직 정년의 차등 적용토록(상위자는 60세, 하위자는 57세 등) 하거나, 이전에 있던 차등 연령 폭을 넓힌 사례가 공무원을 비롯해 정부산하기관에서 확인되고 있다. 

공기업과 중앙/지방 행정기관의 비정규 고용부문의 경우, '효율증대 = 비용감축'이라는 명목으로 퇴출 등에 내몰렸으나, '노동인권 사각지대'라는 표현대로 노동조합 등 최소한의 자위조직도 없는 상태여서 그 피해 규모나 실태는 정확히 집계되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현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은 충분한 내부 논의와 사회 합의에 기초한 혁신·개혁이 아니라, 탁상에서 설정한 관료들의 기준에 기관을 끼워 맞추는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것이었다. 여기서 기관 경영방침 결정의 자율성이 도외시된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완충장치로서 공공부문의 역할이 전혀 도외시되었으며, 실업사태가 사회 문제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고용흡수 기능'을 정책으로 구현할 것이 요구되었으나, 정부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렇듯,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민주적 원칙을 위반하고, 사회 형평에 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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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부문 연대집회에 참가한 공공부문 노동자들   ▷ 공공연맹 ]

3.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과제 

정부, 특히 기획예산처는 지난 3월 초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큰 줄기가 잡혔으며, 사실상 하드웨어 개혁을 성과 있게 이루었다'고 공표하고, '설정한 경영혁신 계획의 이행, 소프트웨어 중심의 상시개혁체제'를 국정 2기(2001년 3월 이후) 공공부문 개혁의 과제라고 발표하였다. 다시 말하면, 인력감축을 주요 의제로 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한 고비가 끝나가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정국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하면서 이런 조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간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보여온 대중동원 전략은 위기에 대응하는 즉자적인 반발이 표출되는 것이었다. 이런 대중 동원(참여)에는 '대중들의 공포'가 근저에 작용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좋은 나쁘든 '변화'가 두려운 것이다. 물론 '잘못된 변화'를 강제하는 외부 힘에 대한 반발이었지만, 이런 식의 동원은 '변화' 요구가 이완되면, 동원의 동력도 이완된다. 

최근 들어 소위 '하드웨어 개혁'(핵심이 인력감축이었다)이 끝났다고 선언되는 시점부터 노동조합의 이완 현상이 확연하다. 인력감축 지침이 몰아치던 시기에 단위노조와 상급단체가 보여준 집중성은 뚜렷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당면한 투쟁 과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지난 3년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력, 철도, 통신을 비롯한 공기업 민영화 일정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2003년 이후에 공공부문 구조조정(또는 개혁) 논의는 고스란히 재현할 것이다. 우선 과거 정권의 유물인 공공부문의 비민주적 제도와 관행이 고쳐지지 않았으며, 더욱 강화되기까지 했다는 점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효율성'만을 잣대로 한 공공부문을 향한 시장논리 역시 여전히 맹위를 떨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노동조합의 대응의 한계, 문제점은 무엇인지, 다가올 새로운 상황에 맞설 수 있는 노동조합의 폭넓은 문제의식을 축적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노동조합이 개혁 주체가 되야 

지난 3년 동안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거듭되는 정부의 구조조정 공세에 방어와 반대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는 패배감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무엇 때문인가.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세에 맞설 개혁 담론에 정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으며,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의 시각에 주목하지 못했다. '우리 안에 문제투성이를 떠 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고치지 못하는 한, 누구도 우리를 변호해 주지 않는다. 잘못된 변화 요구는 그 자체가 투쟁의 대상이지만, IMF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내부 혁신'을 이미 요구받고 있었다. 그래서, 평가는 우리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이런 과제에 충실했던가를 돌아보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구조조정에 대해 '신자유주의'로 단정하는 편한 대응 역시 문제였다. 정부 정책의 정당한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가르고, '정당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조합원의 생활을 지킨다'는 노동조합 본연의 원칙 위에서 대응했던가. 과거 공공부문의 폐해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것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 관행, 노동조건, 노사관계 등에서 과거의 유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관료의 것이든, 경영진의 것이든) 경영 구조의 약점이 조합원의 실리와 교환되는 구조', 이것을 뿌리치지 못했다. 개발독재 하에서 '군정의 하위 파트너'였던 공공부문을 변화하는 시대 요구에 맞게 내부로 혁신하기 위한 투쟁, 기관 내부의 부실·부패를 털어 내기 위한 전투적인 혁신의 자세가 스스로에게 요구되었음에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연맹·총연맹 등 단위사업장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이끌 연합단체가 단위 조직의 실리적 행보를 변호하기에 급급하고, 구조조정 공세를 전면적인 공공부문 개혁투쟁으로 상승시키지 못한 한계 역시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결국 '권력과 자본'의 의제 안에 우리 스스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결합해야 

우리 사회는 군사독재에서 민간정부로 이행했으며, 이에 걸맞게 공기업 등 공공부문 운영방식에 대한 개혁 요구가 분출해 왔다. 개혁의 목표는 '시장원리'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국민경제의 장기적 전망, 공공서비스의 질 개선을 통한 국민 편익 도모, 효율성 제고, 내부 민주주의 구현 등에 있으며, 특히 시장을 견제·보완하는 공공부문의 고유 기능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공공서비스 공급체제를 정비하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여전히 구체적인 대안으로 정식화하지 못하고 있으나, 시민 일반의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요구가 여기에 있다는 점 역시 틀림없다. 

노동조합은 이 요구를 촉발시키고, 그 단초를 찾아 시장 논리에 맞설 공동의 대오를 구축하는데 혼신을 다해야 한다. '공공성'을 노동의 가치로 삼아온, 그리고 노동을 지킬 수 있는 보루도 사실상 '공공성' 그 자체에 있는 공공부문에서 '사회적 연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대'는 때로 요구수준이나, 기존의 관행·노동조건의 '양보'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노동조합은 '냉정한 계산'에 충실해야 한다. 주체역량을 타산하고, 지킬 것과 버릴 것을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구조 조정기 하에서 노동조합 정치 역량의 핵심이 여기에 있기도 하다. 

'연대'를 위해서는 또한 격렬한 '시장논리', 비판 없이 관철되는 신자유주의 기조에 대한 시민들의 대중적 인식이 조직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이를 촉발시키고 이끌어야 한다. 그를 위해 시민 일반이 갖고 있는 군사독재 시절에 형성된 공공부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명하고(표출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단위에서부터 사회적인 영역에까지 대안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서 '공공부문의 존립 가치'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넓혀야 한다. 이런 노력이 '전투'에 선행해야 한다. 실제로 공공서비스의 수혜자인 시민의 목소리가 없는 현실이야말로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신자유주의'가 비판 없이 관철되는 한국적 상황이지 않은가. 당면해서는 전력, 철도, 통신, 에너지 관련 산업의 민영화, 공공부문의 거듭된 축소가 대중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변화를 두려워 말자

둘러보면, 날이 갈수록 시민적 각성 역시 성장하고 있다. 민영화 정책의 폐해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서부터, 공공서비스 개선에 대한 요구까지 '공공부문의 존립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작업의 철학인 '시장 신봉론'은 시민 일반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것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적어도 시민과 노동자는 금융자본, 재벌의 막강한 영향력, 관료 집단의 정책 집행에 대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맡을 책임에 입각해야 한다. 

모든 '변화' 요구에 대해 신자유주의라고 강변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에 안주하고자 하는 한 빼앗길 것 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 '변화'를 요구하면서 '공공부문 구조조정 투쟁'을 새로운 장으로 전환시켜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본격화한 민영화 일정에 맞선 투쟁에서, 그리고 다가올 또 다른 '공공부문 구조조정' 논란에 맞설 이념적 조직적 정책적 대응을 준비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