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전쟁으로 치닫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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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전쟁으로 치닫는 미국

admin 0 2,501 2013.05.07 10:19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애초부터 '출구 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11일 일어난 뉴욕, 워싱턴 D.C 테러 사건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한 이후, 미국은 그와 그의 조직을 방어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격 목표로 삼아 연일 폭격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 조직의 궤멸이나 탈레반 정권 붕괴와 교체 등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한정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파괴적인 영향은 물론이요 미국 내 여론의 향방도 장담할 수 없고 이슬람권의 반발이 강해질 경우, 미국이 진퇴양난의 기로에 처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민간인 희생자들이 늘어나면서 세계여론도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 조짐이어서, 미국의 부시정권으로서는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부터 미국의 패권체제 위기가 감지된 가운데 탈 위기 전략으로 전쟁시스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테러가 계기가 되어, 그로써 선택한 전쟁이 실상은 미국 자신의 패권체제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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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일 용산 미8군사령부 정문에서 전국민중연대 소속 단체들이 전쟁반대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 전국민중연대 ]

넓어지는 반미전선

테러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은 "보복전쟁"을 즉각 선포했고, 미국 내 여론은 이에 매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일부 반전평화운동의 전쟁중지요구와 미국 외교 정책 자성론이 있긴 했으나,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이 같은 대세에 밀려 부시정권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저지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테러 척결만이 아니라 탈레반 정권 교체와 아프가니스탄 내부에 친미정권을 근간으로 하는 신체제를 수립한다는 정치적 목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전략의 대강이 마련되었다. 다시 말해, 중앙아시아에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근거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목표가 세워진 것이다. '전선의 확대와 전쟁의 장기화'라는 전략적 기본 방향이 설정된 것도 바로 이러한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의 양상은 이로써 이제 미국과 테러 조직간의 싸움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근거로 하는 이슬람권의 반미 전선과 이를 격파하려는 미국간의 싸움으로 그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근거지로 지원을 확보한 파키스탄 내부에서 반미전선이 급속하게 형성되고, 1만 명 가량의 파키스탄 부족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 미국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바로 이번 전쟁의 성격이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약 한 달간의 탐색전과 준비과정을 거친 다음 마침내 결행된 전쟁의 양상이 미국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쟁 수행과정에서 반미전선은 날로 확대되어가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고립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덧붙여, 테러의 발생은 지난 50년 간 미국의 대외정책이 야기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미국 자신의 대외정책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 또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minwkim_02.jpg고립되는 미국

전쟁이 시작되기 전, 유럽은 다음의 네 가지를 미국에게 지원조건으로 내걸었다. 첫째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 배후라는 명확하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할 것, 둘째 공격목표를 정확히 한정해서 민간인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할 것, 셋째 유엔의 지지를 받을 것, 넷째 이슬람권의 지지를 받을 것. 그런데 이 네 가지에서 첫째만 유럽이 증거로 인정했을 뿐(그것도 증거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나머지 세 가지는 사실상 전혀 충족되지 못한 상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향후 이 세 가지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이는 모두 미국의 전쟁 수행에 중대한 장애로 작용할 것이며, 사태를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등장하게 됨을 뜻한다. 즉, 민간인 희생은 지금 계속 늘고 있는 추세며, 이로써 미국의 전쟁 수행은 세계적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엔은 현재 공습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유엔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면 미국은 국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이슬람권의 지지는커녕 반발과 저항만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중대사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전쟁추진 직전,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중동과 중앙 아시아 이슬람권을 순방하면서 지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 마저 등을 돌린 상태에서 미국의 전쟁은 자칫 이슬람권 전체와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들은 모두 미국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으며, 전쟁의 전개 양상이 미국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이 전선을 확대하기 전에, 전선이 확대되어 사면에서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minwkim_03.jpgNo War!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첫째, 테러의 발생에 대한 근본적, 역사적 성찰이 필요하다. 테러 행위에 대한 비난과 응징으로 테러의 재발이 저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당연히 이 전쟁은 옹호되어야 하고 그로써 테러의 뿌리가 뽑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테러 행위가 반 생명적인 것 못지 않게, 그런 테러 행위에 최후의 기대를 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긴 이들의 삶에 가해진 반 생명적 폭력의 양상에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력 시사지 『르 몽드 디쁠로마띠끄』의 편집자 이그네시오 마로네의 말은 그러한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테러의 대상이 된 미국인들은 무고하다. 테러 행위는 응징되어야 마땅하며 반드시 인류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마찬가지의 이치로, 지난 세월 수많은 나라의 테러 분자들을 지원하여 포악한 군사정권을 세우고, 암살, 납치, 학살 등의 행위에 관여해온 미국 정부는 결코 무고하지 않다.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고는 테러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가져오고 있는 전쟁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목숨과 다를 바 없이 이들의 생명도 귀중한 것이다. 테러행위에 대한 분노는 다른 것이 아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짓밟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원칙으로 우리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전쟁에 대해서 분노해야 옳은 것이 아닌가?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고, 미국인의 목숨은 사람 목숨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셋째, 테러에 대한 국제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식이 고안되어야 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증거가 있다면 오사마 빈 라덴을 법정에 세울 의향이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물론 탈레반은 이슬람권 법정이라고 제한했지만, 이는 재판의 공정성만 보장되면 조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오사마 빈 라덴을 그토록 잡으려 하고 죽이기까지 하려는 판에, 힘들이지 않고 국제적 재판대에 그를 세워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처벌을 한다면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고 테러행위에 대한 준엄한 역사적, 세기적 심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범행증거가 여전히 공개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공정한 재판의 기회를 받게 하는 것 또한 정의다. 미국은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2차대전이 끝나고 연합군은 뉘렌베르그에서 세계적인 전범재판을 시행했다. 그로써 나치즘의 죄악은 세상에 구체적으로 폭로되었고, 전쟁범죄는 응징되었다. 오늘날 세계는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군사적 행동이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대하고 있는 이 국제형사재판소야말로 테러행위에 대한 인류적 응징체제다. 

모색해보면 인간의 비극을 심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최선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선택의 가능성을 두고도 폭력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 된다. 부디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더 이상 빠져들지 말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나라가 되기를 빈다. 그것만이 미국 자신과 세계를 위해 남겨진 유일한 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