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된 노동자에게도 파견법상 고용의제 적용돼

노동사회

불법파견된 노동자에게도 파견법상 고용의제 적용돼

편집국 0 4,380 2013.05.29 08:57

2006년 11월 개정 이전의 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고용의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즉, 이 규정에 의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아서, 2년이 초과한 다음날부터는 파견노동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 부당해고나 임금체불 등을 다툴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이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특히 현실에서 만연되어 있는 하도급 관계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그동안 법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 논란은 두 가지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정상적인 도급과 위장도급/불법파견의 구분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정상적인 도급이 아니라 위장도급/불법파견으로 판정된 경우에 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이 적용되는가의 문제이다. 

지난 6월1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불법파견된 노동자에게도 (개정 전)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던 파견과 도급의 구분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한편, 불법파견된 노동자도 2년을 초과하여 근로한 경우 파견법의 고용의제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이하에서는 각각의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을 살펴보기로 한다. 

파견과 도급의 구분기준에 대하여

법원은 “업무도급계약이 진정한 도급계약관계에 해당하는지 파견근로관계인지 여부는 그 계약의 외관이나 형식이 아니라, ①도급계약의 대상이 된 업무의 내용, 범위, 특성 및 도급금액 지급의 기준, ②수급인이 독자적인 자본, 기획, 기술을 가지고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며 작업현장에서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 지휘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직접 행하는지 여부, ③수급인이 도급인에 대하여 노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실제로 부담해 왔는지 여부, ④수급인의 업무수행과정이 도급인의 업무수행과정에 연동되고 종속되는지 여부 등 전체적인 근로제공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 이라고 판시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①업무 자체의 특성, ②도급비 지급 방식, ③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작업방식과 근무형태, ④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업체에 의한 관리감독 여부를 검토하였다.

먼저 업무 자체의 특성을 보았을 때, 법원은 자동차 부품 조립업무의 특성상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흐름생산방식에 의하여 생산이 이루어지므로 각 공정이 독립적일 수 없다는 점과, 수급인의 전문적인 기술이나 근로자의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대상업무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도급비의 지급 방식과 관련하여서는,  현대자동차에서는 사내하청업체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노무비와 복리후생비 등 직간접 인건비에 법정비용,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고려하여 산정한 도급금액을 지급하였으므로, 도급금액의 조정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도 자동적으로 조정된다는 점, 현대자동차가 직접 하청 노동자들에게 격려금 등을 지급하는 점 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수급인이 자체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는 도급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작업방식과 근무형태와 관련하여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현대자동차 소속 노동자들과 하청 소속 노동자들이 같은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현대자동차 소유의 시설과 부품을 사용하고, 현대자동차의 작업지시에 따라서 작업을 수행한 점, 하청업체의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이 투입되지 않고, 현대자동차 소속 노동자들과 하청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동일한 점 등을 볼 때, 하청업체의 업무가 원청의 업무에 연동되거나 종속 됐다는 것이다. 

원청업체의 관리감독 여부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의 판단이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지시에 따라 근무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점, 현대자동차 소속 관리자가 별도로 존재하여 하청 노동자들의 근태 등을 관리한 점, 작업 중 불량이 발생한 경우 현대자동차의 관리자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며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불량까지 함께 포함하여 월별 불량통계를 작성한 점 등을 볼 때, 현대자동차가 일반적인 도급인으로서의 지시·감독권을 넘어서서 사실상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노무관리를 수행하였다고 본 것이다.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한편, 정상적인 도급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되는 위장도급(불법파견)인 경우에도 (구)파견법 제6조 제3항에 의한 고용의제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그간 법원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아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고용의제 규정이 불법파견에도 적용됨을 명확하게 하였다. 즉, 근로자파견의 개념에 대하여 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제2조 제1호)이라고만 정의하여 고용관계의 형태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파견대상업무 해당 여부나 파견법상 허가 유무를 그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의 정의에 부합하기만 하면 고용의제 규정을 포함한 파견법의 제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구)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은 장기간의 파견을 규제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취지에 주목하여, 위법한 파견에는 고용의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도리어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고용불안 해소가 어렵게 되고 사용사업주로 하여금 고용의제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하여 불법파견을 선호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불법적인 파견근로관계에도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