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건설

노동사회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건설

admin 0 3,048 2013.05.07 10:13

지난 3월, 미조직·여성·비정규직·이주노동자를 묶는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이하 평등노조)'가 그 문을 열었다. 서울지역여성노조로 출발한지 2년 만에 가입대상과 명칭을 바꾸어 평등노조로 새 출발한 것이다. 

서울지역여성노조에서 평등노조로

wunion_01.jpg여성노동자 800만명 중 전문직 여성노동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IMF 이후, 정리해고 0순위로 고용불안을 겪으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수적으로 급격히 불어났지만, 기존의 노조운동에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끌어안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여성노동자들은 결혼·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자주 옮겨야 했고, 실제로 여성들이 90% 이상인 보험모집인의 예를 보면, 1년에서 심지어는 몇 개월 단위로 직장을 옮겨다녔다.
 
이러한 높은 이직률과 함께 회사 내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어렵거나 아예 노동조합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정규직 중심,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 분위기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출산, 육아와 같은 문제는 주변에 머무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바꾸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여성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여성노동자들의 조직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1999년 1월 10일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이 세워졌다. 1999년 서울지역여성노조의 주된 활동은 생리휴가 폐지 반대투쟁과 불이익에 대한 현장상담이었다. 그러나 상담만으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이들을 조직하기도 어려웠다. 여성노동자들이야말로 노자간의 모순을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대표적인 계층이고, 가장 열악한 처지이다 보니, 나 아닌 타인의 권리와 사회의 모순구조를 바꾸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노동자로서의 공통 분모를 똑같은 일(직종 업종)에서 찾기로 하고, 1999년 활동의 평가를 통하여 우선 직종별·업종별로 여성노동자를 조직화하기로 결의하고, 2000년 1월 필자가 교보생명에 입사하게 된다.

드디어 5월 6일 보험모집인들로 구성된 서울지역여성노조 강동지부가 결성되자, 교보생명은 2000년 6월 1일 필자를 해고시키고, 이어 7월 1일에는 이순녀(교보생명), 엄옥남(삼성생명)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시켰다. 7월부터 진행된 보험사 앞 선전전은 전국의 보험설계사들에게 보험모집인노조 출범을 알려내기에 충분하였다. 이후 전국보험모집인노조라는 전국조직을 건설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며, 마침내 2000년 10월 5일 전국보험모집인노조가 설립, 업종별 독자성을 갖는 전국조직으로 출발하면서 서울지역여성노조와는 한 가족에서 연대의 관계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보험모집인노조가 비록 아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조직 체계를 탄탄히 잡아가는 동안, 서울지역여성노조는 그 활동범위를 카드사지부, 건강식품 판매지부, 호텔지부, 학교지부, 정보통신지부 등을 설립하면서 넓혀갔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활동평가를 통해 서울지역여성노조 건설과 활동이 여성노동자 문제만이 아니라 소외 받는 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조직대상을 소외 받는 전체 노동자로 변경하고, 지역도 경인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뤄왔던 이주노동자 투쟁본부가 여기에 합류했다. 이에 2001년 3월 28일 규약개정을 통해 소외 받는 노동자를 모두 포괄하는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가 세워진 것이다. 

평등노조의 구성과 활동

평등노조는 지난 2년 간의 서울지역여성노조의 활동성과를 이어 받아 이를 공고히 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호텔지부, 이주지부, 학교지부, 카드사지부, 정보통신지부, 요식업종지부, 건강식품지부 등이 활동 중이며, 미용사지부 건설도 추진 중이다. 현재 평등노조의 조합원은 200여명 정도며, 조합비는 1만원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3명의 상근자가 성수동 노조사무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등노조는 여러 점에서 주목받아 왔는데, 그 중 하나는 중소영세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이주노동자지부 때문이다. 지난 5월 19일 결성식을 가진 이주노동자지부는 기존의 이주노동자투쟁본부가 중심이 되어 꾸려졌다. 평등노조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외국노동자의 노동3권도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이주노동자의 노조가입과 정당한 노조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평등노조는 서울지역여성노조 시기 꾸준히 활동해온 보험모집인노조와의 연대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현재 보험모집인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설립신고가 반려된 상태다. 그러나 보험모집인은 누가 뭐래도 노동자가 분명하다. 근로자에 준한 자, 또는 개인사업자 등은 모두 노동자를 착취하여 더 많은 이윤을 확대하고자 하는 자본의 음모일 뿐이다. 현재 보험모집인노조는 40대∼60대의 중년 여성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그저 자식 걱정이나 하는 '아줌마'이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내 자식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어한다. 

2000년 투쟁 중 잊지 못할 투쟁이 있었다. 바로 카드사종사원지부의 결성과 노동자의 승리로 마무리된 엘지캐피탈과의 부당해고 싸움이다. 엘지캐피탈은 1만 명의 직원 중 4000여명이 파견, 용역, 임시직 등의 비정규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2000년 5월, 60여명의 임시직노동자가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되었으며, 이중 4명의 조합원이 끈질긴 해고 투쟁을 전개, 9차의 노사교섭과 법적 대응 끝에 전원 모두 정규직으로 복직되었다. 못 받았던 연장근로수당을 소급하여 받았으며, 현재 엘지캐피탈은 파견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생리휴가를 보장하는 등의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사업장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은 끝없이 진행되는 비정규직의 양산과 장시간 노동문제를 안고 있다. 

평등노조는 2001년에 몇 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고 개인 노동자로 살고 있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40만원정도의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화하는 것이다. 업종별, 직종별 지부를 결성하고, 고통받는 노동자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이를 통하여 현재 자본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노동자의 생명인 단결권을 쟁취하는 것이다. 여성노동자 중심이며 남성을 포괄하는 평등노조로서는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등으로 분류되어 노동법의 보호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미용서비스 지부에는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헤어 디자이너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는 스탭들이 평등노조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현장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6개월째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한 조합원은 "나는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고 싶다. 최소한 일하면서 배고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미용 조합원(스텝)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통 12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오로지 기술을 배워 나도 오너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현장의 모든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평등노조의 고민들

평등노조는 서울과 경기를 지역노조다. 그리고 역사 또한 그다지 길지 않다. 지역노조의 특성상 기업노조보다 더 많은 활동가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많은 동지들이 전임으로 활동하기는 역부족이다.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교육하고,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홍보하는 일 또한 몇 안 되는 상근자들이 도맡아 활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장은 넓고 기회는 많다. 열악한 노동조건 자체가 그것이다. 평등노조의 활동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쟁취하고,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의 완전 적용하는 것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현재 임시, 계약, 파견으로 분류되어 절반의 차별을 강요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려 노력할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평등노조는 우선 각 지부를 조직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현재 각지에서 끊임없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사업장과 연대의 끈도 유지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민주노총이나 연맹단위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평등노조와 같은 비정규직 노조에 줄 수 있는 대안은 없어 보인다. 캐리어사내하청노조, 한국통신계약직노조 등의 흐름에 대하여 운동진영 안의 혼란이 한없이 답답할 뿐이다. 대다수 노동자들의 요구와 주장을 수렴하는 운동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