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체결?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동사회

한미FTA 체결?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집국 0 3,054 2013.05.29 08:43

2006년 2월부터 1년 이상 한미FTA의 위험성과 졸속추진을 반대하는 운동이 쉼없이, 힘차게 펼쳐져 왔다. 2007년 4월2일 협상타결 직전 한미FTA 반대운동은 최대정점에 이르렀고, 택시노동자 허세욱 님은 죽음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추진의 ‘결연한 의지’로 국민을 배신하고 타결을 선언했다. 재협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던 정부의 약속 위반은 ‘추가협상’이라는 말장난 같은 이름 속에 은근슬쩍 넘어갔다. 그리고 6월30일, 대망의 한미FTA는 체결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쇠고기 수입재개, △약가 적정화방안 중단, △자동차배기가스 기준완화 등 4대 선결조건은 여전히 한미FTA가 퍼주기 굴욕협상임을 증명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검증?보고절차도 생략하고 이해단체 및 국민들의 진정어린 여론수렴이나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추진된 협상과정의 반민주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또한 농업, 의약품, 지적재산권, 금융서비스 등 전 분야의 구체적 피해와 투자자정부제소권, 상충법률, 위헌요소 등 주권침해사항은 명확한 반면, 한미FTA 최대성과로 과대포장된 자동차, 섬유 등의 분야에서조차 우리의 이익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도 변함이 없다. 협정문 공개 이후 국민과의 토론에 나서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은 어디로 갔는가? 국민들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호통만 치고 있던 철부지 독재자를 무력감에 휩싸여 지켜보아야만 했다.

dgkim_01.jpg
[ '한미FTA저지범국본'은 7월9일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시국 농성'에 돌입했다. ▶ 통일뉴스]

‘내 안에 이미 너 있다’… 한미FTA의 어두운 전조 론스타

한미FTA는 발효되기도 전에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은 최대 5조 5천억원의 시세차익을 해외로 유출하려는 본격적인 행보에 착수하고 있다. 5조 5천억원, 서민들의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지지 않는 액수다. 월급 100만원을 받는 노동자 10만명을 1년 동안 고용할 수 있는 비용이 1조 2천억원이다. 투기자본 론스타의 ‘먹튀’로만 최대 45만명의 일자리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얘기다. 

한국은 현재 역대 최고수준의 수출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내수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개방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노동자들의 정치파업 때문은 더욱 아니다. 바로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비어서 쓸 돈이 메말랐기 때문이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이익이 주주배당금과 시세차익의 이름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IMF ‘개방’ 이후 전체노동자의 55% 이상, 85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최근 최저임금이 3,770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하지만, 하루 8시간 30,160원, 주40일 근무로 한달에 787,930원이다. 노동자들은 쓸 돈이 없다. 삶이 너무 고달프다. 이것이 IMF 이후 한국경제의 현실이자, 노동자?서민의 삶이다. 한국경제가 마주하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IMF 개방으로 인해 서민경제가 이렇게 파탄이 났는데도, 한미FTA ‘전면개방’이 한국경제를 살릴 것이란 주장은 장밋빛 환상일 뿐이다.

이미 체결된 협정,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투쟁

국민들이 제대로 알기만 하면 한미FTA저지 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은 결코 버리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1년이 넘어가는 긴 투쟁은, 4월2일 협상타결 이후 별다른 대응을 벌이지 못 할 정도로 사람들을 지치게도 만들었고, 아무리 투쟁해도 대세를 바꿔낼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 빠지게도 했다. 그리고 이미 협상이 체결된 마당에 피해대책, 후속대책을 잘 세우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은 5월25일 협정문 공개 이후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독소조항들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가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한미FTA는 여전히 어렵다. 아직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은 계속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굴욕적인 한미FTA는 국민의 생존권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미래구상 준비위원회 발족 취지문, 2007년 1월)는 입장을 밝혔던 미래구상은,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차기 국회 상정”을 중요 정책으로 내걸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선회했다.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던 정치권에서도 이제 ‘대통합’이라는 깃발을 올리며 한미FTA문제에 소홀해지는 조짐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게 하고 있다.

이렇게 녹록치 않은 현실은, 2006년 11월 총궐기와 2007년 3월 체결저지 투쟁 이후 나름의 투쟁을 펼쳐왔지만 문제의 심각성과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투쟁을 만들지는 못했던, 범국본을 비롯한 한미FTA 반대진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미FTA 반대진영은 중요하게 추진했던 정치권과의 비상시국회의 구성, 국민투표 방안 등에서 힘 있는 결정을 내지 못하면서 협정문 공개, 체결서명 일정에 맞춘 따라가는 투쟁을 추진하기에 바빴다. 사실 마음 한편에서는 수동적으로 무언가 ‘큰 사건’이 터지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고, 우리의 준비정도는 낮고,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식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고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 허세욱 님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3월 말, 83% 이상의 국민이 졸속체결을 반대하며 협상을 차기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했던 민심을 기억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한국사회의 잿빛 미래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dgkim_02.jpg
[ 지난 7월13일 미국산 쇠고기가 진열된 수입육 코너에서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광우병 국민감시단. ▶ 통일뉴스 ] 

한미FTA투쟁, 내일은 늦으리!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정부와 협상단은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으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기상”으로 세계 최대시장 미국으로 달려가자고 한다. 동북아 금융허브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가자고 한다. 수출은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고품질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값싼 쇠고기, 값싼 자동차, 값싼 청바지로 소비자 후생복지는 향상될 것이라고 한다. 기회의 시대가 드디어 도래했다며 “FTA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칼날을 범국본을 비롯한 한미FTA 반대진영에게 겨누고 있다. 오종렬, 정광훈 범국본 두 공동대표에게 사전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이어, 향후 FTA저지투쟁 우려가 있다며 전격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정치탄압으로 ‘한미FTA 굳히기’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우리는 약자였다. 우리의 유일한 힘은 국민이다. 이제 새로운 결심이 필요할 때이다. 물론 운동방향과 창조적 방안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좁게는 내 삶과 우리가족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이고, 넓게는 한국사회 미래 100년 결정할 한미FTA를 막는 것에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안과 미래도 그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한미FTA가 발효된 후에 한미FTA를 직접 겪어내면서 싸우기엔 그 고통이 너무 크다. 내일 싸우기엔 늦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 당장 단결해야만 한다. 

이제 범국본은 공동대표 석방, 한미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농성과 실천단 활동에 돌입했다. 정부가 전면적 탄압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전면전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제 단결된 모습으로 일점돌파를 통해 한미FTA투쟁의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투쟁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의료비 폭등, 건강보험 위협, 부동산, 공공서비스 등 살아있는 생활의제에 불씨를 지펴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한미FTA투쟁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한미FTA 의제를 대선과 총선까지 끈질기게 구체적으로 쟁점화해야 한다.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들이 민심을 저버리면 당선될 수 없다는 위협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지역에서부터 국회의원들과 정당, 대선후보들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 정치권은 살아있는 민초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가장 무서워한다.

한미FTA 반대투쟁, 유일한 승리의 지름길은 밑바닥부터 민초들의 마음과 실천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 싸움은 조급하면 이길 수 없다. 지금은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새로운 운동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민중의 힘과 지혜를 모으면 한미FTA 반대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