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독일 금속 산별교섭 타결의 경과·결과·함의

노동사회

2007년 독일 금속 산별교섭 타결의 경과·결과·함의

편집국 0 3,307 2013.05.29 08:31

한국 노동운동이 계속해서 진통을 겪으며 집중화와 자기혁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핵심에는 누가 뭐래도 산별노사관계체제로의 전환이 있을 것이다. 혹자의 말대로 “산별교섭이 기업별 교섭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역사상 유례없는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의 노사관계는 기업별체제 하에서 손과 발을 키웠고 중앙교섭과 사회적 대화라는 머리를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정작 둘을 이어줄 ‘산별교섭’이라고 하는 척추와 허리가 부실한 상태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한국식 산별교섭의 첫 단추를 끼우려는 노력들은 노사관계의 허리를 만들어내려는 진통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노사관계도 ‘허리’가 중요해 

한국과 다른 역사적 경로를 통해 노동운동이 성장하고 제도화한 독일은 무엇보다도 노사관계에서 튼튼한 허리를 지녔다. 노동조합이 기업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또 한국처럼 몇 천개씩 되는 것도 아니면서 당당히 산업경영과 국민경제의 방향을 쥐고 흔들 정도의 조직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자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조 주체들은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또 사회적으로 책임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5월 초 독일에서 금속-전기부문의 산별협약이 갱신되었다. 자그마치 340만명의 임금과 고용조건의 얼개를 노사합의를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교섭은 준비기간까지 포함하여 작년 말부터 약 반년 동안 진행되었으며, 막판에 1주일간의 소나기 같은 경고파업의 진통을 제외하고는 큰 난관 없이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이러한 독일의 사례를 제도화의 극히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 산별교섭 상황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노사관계 모델의 큰 기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독일 노사관계 단체교섭 모델의 최근 현황을 점검해보는 것은, 장차 우리의 교섭 틀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도 유의미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교섭은 이구동성으로 “노조의 승리”로 해석될 정도로 오랜만에 독일 노동운동계에 신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 때문에라도, -한국의 보수언론에서 보도를 자제하고 조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는 한국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번 교섭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떠한 내용으로 결론지어졌으며,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니는 함의는 무엇인지 등을 간략히 짚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교섭절차상의 기본 얼개를 조망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겠다. 

독일 산별교섭의 구체적인 단계들  

mjpark_01.gif독일에서는 교섭의 유효기간은, 교섭 시마다 상이하지만 대체로 1년에서 2년 사이로 결정되는 게 관행이다. 즉, 산별 노사대표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향후 1~2년간 이 부문에 종사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명 노동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독일의 교섭은 십여 개 주를 기초로 구획되어 있는 ‘교섭지구’별로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교섭지구와 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이를 한국 상황의 예로 설명하자면, 도를 단위로 하여 해당 도를 대표하는 금속부문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교섭단을 구성하여 교섭을 진행하는 것으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차원에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고 명목상 ‘지역별 자율교섭’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노조와 사용자단체의 중앙에서 교섭을 관장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는 노조 민주주의의 제도적인 절차를 기반으로 한다. 대체로 전체 교섭지구 가운데 주요한 지구 한 곳에서 표본적으로 타결을 이루면, 이를 다른 지구들이 다소의 수정을 거쳐 수용하는 유형교섭 형태다. 단체교섭 과정은 분쟁절차와 맞물려 몇 가지 단계들로 나뉘어 제도화돼 있다. 이러한 단계들은 크게 △요구, △협상, △산업평화의무(Friedenspflicht), △협상결과, △협상실패, △파업찬반투표 및 파업, △중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요구’는 교섭의 가장 초기단계로, 이 시기에는 기업 및 지역별 노조원총회, 기업 내 노조신임자(Vertraunsleute), 노조행정단위의 대표자 등의 수준에서 요구안을 두고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이러한 대표자들에 의해 꾸려진 교섭위원회(Tarifkommission)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가는 현재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것을 노동조합 중앙지도부(Vorstand)에게 신청하고, 새로운 요구안의 수준과 구조를 제시한다. 노조지도부는 이 제안들을 수합하여 다수결을 통해 의결하고, 이를 통해 기존 협약은 적절한 기간 내에 해지된다. 새로운 요구안은 기존 협약의 유효기간이 종료되기 4주 전에 사용자단체에 전달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협상’단계는 요구안이 확정된 이후 교섭위원회가 지구장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사용자단체와 협상을 벌이기 위한 협상단(Verhandlungskommission)을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협상은 기존 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2주 전에 공식적으로 시작되며, 노사 양측이든 혹은 어느 한측이든 협상 중에 ‘협상실패’를 선언할 수 있다. 

‘평화의무기간’은 기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시점부터 시작하여 4주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 기간 동안은 행동을 자제한 협상만이 허용되며, 종전의 단체협약이 여전히 유효하다. 평화의무기간이 지나고 나면 교섭이 재개된다. 이때 필요시 노조원들은 경고파업과 시위 및 기타 단체행동 등의 형태로 협상단의 협상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타결’은 협상의 진행 중 도달하는 단계다. 타결이 이루어질 경우 노조는 교섭위원회에서 협상결과를 추인해야하며, 이를 통해 새로이 유효한 단체협약안이 공식적으로 마련된다. 반면 협상실패라 함은 교섭위원회에서 더 이상 협상으로 타결을 볼 여지가 없다고 판단을 내릴 때를 말한다. 이러한 결정은 중앙지도부가 자기재량 하에 판단하여 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교섭위원회는 지도부측에 파업찬반투표와 파업돌입을 위한 신청을 하게 되며, 이 시점에서 ‘중재’절차 역시 요청되게 된다. 중재는 노사양측 모두의 희망이 있어야 시작될 수 있으며 강제성이 있지는 않다. 

협상 실패 시 ‘파업찬반투표’를 거쳐 노조원의 75%이상이 파업에 동의를 하게 되면 지도부가 파업 시작을 결의할 수 있다. 파업기간 중에도 교섭대화가 진행되며, 더불어 ‘특별중재’가 요청될 수도 있다. 교섭대화가 유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경우 그 내용은 새로운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고, 최소 25%의 조합원들이 그 결과를 수용할 것을 결의하면 이는 신규단체협약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경기호조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요구안  

이번 금속-전기부문의 교섭은 3월31일에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기존 협약을 갱신하려는 것이었다. 노조는 2월 중에 요구안을 마련하여 3월 중순부터 협상에 돌입하였다. 이후 4월 말에 평화의무기간이 지나자마자 1차 경고파업이 1주일 가량 진행되었고, 그러한 가운데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노사 간에 합의가 도출됨으로써 실질적으로 마감되었다. 5월에는 그 내용을 여러 지구들에서 수정하여 수용하는 파급과정을 거쳤다. 요컨대 이번 교섭 과정은 크게 △요구안 마련과 협상개시 단계, △경고파업 단계, △특정지구에서 교섭이 타결에 이르고 그것이 다른 지구로 파급되어 수용되는 타결 및 파급 단계 등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 단계별로 진행양상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요구안 마련과 협상 단계다. 이번 교섭결과에 영향을 미친 가장 핵심적인 배경요인으로는 아마도 독일 경제가 작년부터 근래에 유래 없는 호조의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의 경영실적과 거시경제적인 지표들이 밝은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그에 대한 노조원들의 보상심리가 상당히 높았고, 노조는 그러한 분위기를 타고 요구안을 마련하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해가려 했다. 지도부는 지난 몇 년 동안의 수세적인 분위기를 탈피하려고 노력을 했고, 사용자측에 단호한 태도로 나서며 경영호조에 대한 정당한 분배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역설했다. 

독일 금속노조(IG Metall) 중앙지도부가 교섭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기본적인 데이터들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12일이었다. 이후 지도부는 곧 꾸려질 교섭위원회 논의에서 필요한 기초자료를 작성하여 노조내부에 배포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교섭안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 변수를 토대로 마련되었다. 첫째, 생산증가 변수였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 독일의 금속산업은 약 5%의 생산증대가 예견되었다. 근래에 들어 금속산업은 전체 독일경제의 성장세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고, 2007년에도 그 연장에서 호황이 예견되었다. 둘째는 생산성 및 임금비용의 변수로, 금속부문의 작년 실질임금은 4% 하락하였으며 이는 2000년 수준 밑으로 후퇴한 것이었다. 셋째는 지불가능성의 여지였다. 올해 물가가 약 2.3% 올랐고 시간당 생산성은 1.8% 가량 증가했다. 이는 거시경제적으로 약 4.1%의 중립적인 분배증가의 여지를 사고케 하는 것이었다. 

2월6일 각 교섭지구의 대표자들이 참가하는 교섭위원회가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노조 중앙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교섭안을 제출했고, 같은 날 기존 협약 해지를 위한 결의가 이루어졌다. 교섭위원회의 교섭안 심의는 약 20일간 지속되었고, 그 결과 6.5%의 임금인상을 기초로 하는 교섭안이 확정되어 사용자단체에 전달되었다. 이후 3월 중순부터 각 지부별로 교섭에 돌입했다. 평화의무기간이었던 4월 한 달은 교섭지구별로 협상은 진행하되 협상단 이외에 다른 채널을 통한 노조원들의 압력행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용자단체측은 6.5% 요구는 수용이 불가하다며 2% 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호경기에 임금인상 자제까지 요구하는 난센스”라며 강하게 맞섰다. 결국 몇 차례씩 진행된 협상은 평화의무기간 내에 매듭지어지지 못했다. 

불꽃놀이와 함께 시작된 경고파업 

4월28일 평화의무기간 종결을 기점으로 노조원들은 지부별로 주요 사업장들에서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사실 동독지역의 경우 산업평화의무를 규정하는 ‘노사분규 중재조약’이 아직 체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기존 단체협약 시효가 마감되는 시점부터 곧바로 경고파업과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협상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네 번째 협상을 앞둔 상태에서, 이미 4월27일 동독지역의 튀링겐 주와 작센 주에서 경고파업이 개시되었다. 튀링겐 주의 주도인 에르푸르트에 위치한 지멘스(Siemens Power Generation)에서는 약 200명의 노조원들이 오전 1시간 동안 일손을 놓았고, 라이프치히에서도 키로브(Kirow)와 미크로자(Mikrosa)의 약 150여 노동자들이 1시간 이상 경고파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4월28일 자정을 기해 노동법상에 규정된 산업평화의무시한이 종료를 고하여 노조가 합법적으로 경고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되자, 4월29일 새벽부터 바덴뷔르템베르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그리고 바이에른 등 3개의 주요 주에서 즉각 경고파업이 개시되었다. 바이에른 주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6.5% 인상안의 정당함을 외치며 IG Metall 지부의 주도로 자정부터 ‘불꽃놀이’를 벌이면서 경고파업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렸다. 이렇게 시작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그 주 내내 독일 전국에서 대규모로 확산되어 갔다. 

특히 5월1일 노동절을 거치면서 불이 붙은 경고파업의 열기는 5월2일과 3일에 이르러 파죽지세로 확대되었다. 5월2일에는 독일 전국에서 10만여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경고파업에 참가했고, 5월3일에는 그 수가 30만명으로 늘어났다. 짧은 시간 동안 IG Metall 노조원들이 전국 각 지부에서 엄청난 응집력을 보이며 협상단을 응원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사용자들에게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5월4일에도 당일 진행 중이었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의 단체협상에서 노조측 협상단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수천명이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결국 노동절 직후 사흘간 급격히 고양되었던 단체행동이 효과를 보았다. 

시금석 합의가 전국으로 퍼지기까지   

5월4일에도 노조원들이 전국적으로 강한 응집력을 보이면서 파업의 기운을 높여가자, 사용자대표측은 더 이상 파업의 피해를 좌시할 수 없었다. 결국 당일 협상이 진행되었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진델핑겐에서 노사가 약 20시간의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 주의 금속-전기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80여만명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에 관한 것으로, 1주일간 전국적으로 총 40여만명이 경고파업에 참가한 데에 힘입은 결과이자 사실상 이번 교섭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이 “시금석 협약”의 핵심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협약의 유효기간은 총 19개월로, 올 4월1일부터 2008년 10월31일까지로 정해졌다. 임금보상의 내용은 2단계로 구분되었다. 제1단계는 올해 6월1일부터 내년 5월31일까지 1년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사측은 현재에 비해 4.1% 상승된 임금을 지급토록 정하였다. 제2단계는 내년 6월1일부터 협약유효기간이 만료되는 10월31일까지 5개월간에 해당하며, 이때는 다시 추가로 1.7% 인상시켜 적용하기로 하였다. 이에 더하여 소위 “경기보너스(Konjunkturbonus)”의 명목으로 제2단계의 기간 동안 사용자들이 0.7%의 보너스를 추가로 일괄지급하기로 정하였다. 이미 지나간 2007년 4~5월 2개월의 인상분은 사용자들이 400유로씩의 일괄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단, 훈련생은 125유로).   

한편, 이번 협약에는 소위 “개방조항”이 담겼다. 이는 기업 내에서 경영진과 노사협의회 대표자들 사이 협의를 통해, 기업의 경영상황을 고려하여 제2단계의 시행을 최장 4개월간 미룰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 조치였다. 이와 함께 이번 협약에서는 소위 “인구확정적인 인사정책(demographiefeste Personalpolitik)”에 관한 의견도 담겼다. 이는 노동사회 고령화에 대한 교섭당사자들의 공동의 이해를 확인한 것으로, 양자는 내년 6월까지 고령자들의 연금지급과 연동된 유연한 임금모델을 개발키로 하였다. 

이러한 내용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타결안은 금세 기초답안으로 간주되어 다른 교섭지구에 파급되어 갔다. 북부지역인 연안교섭지구(K?ste)의 노사는 곧바로 이 방안을 똑같이 수용하겠다고 선언했고, 5월 중순까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 바이에른 등 다른 주요 교섭지구들에서도 큰 수정 없이 이 시금석 타결안을 받아들여 협약을 체결했다. 

독일노조의 응집력과 합리적 대응에 주목해야

무엇보다도 이번 협약에서 4% 대의 임금인상을 쟁취한 것은 노조 쪽 입장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인상률 앞자리가 ‘4’라고 하는 숫자로 시작하는 것은 특히 노조원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심리적인 만족감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IG Metall 위원장 페터스는 이번 협약이 한 마디로 “제대로 된 타협(ordentliche Kompromisse)”이었다며 그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교섭이 노조의 승리로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는 경고파업의 힘이 결정적이었음을 역설했다. 그는 “경고파업은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노조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장이자 단체교섭에 큰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기폭제”라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다고 강조하였다. 

협약 체결 직후 사용자측 대표 역시 그 결과를 수용하면서, “무엇보다도 파업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 다행”이라며 자신들의 업적(?)을 강조함과 동시에, “근로자들에게 풍족한 물질적인 보상을 해주게 되어 기쁘다”며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 주요 언론들 역시 일단 교섭이 장기화되지 않고 신속히 마무리되었으며 임금인상도 경기호조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평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다만 일부 보수언론들이 “IG Metall의 승리”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쓰면서 사용자측이 양보한 것으로 간주했으나, 결국 호경기의 상황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지적했다. 

한편, 이번 금속노사의 협상과 타결에서 당장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함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첫째, 근래 들어 한국의 보수언론과 사용자들은 독일 노사관계의 변동, 특히 노조의 수세적인 태도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이는 거의 ‘이데올로기 공세’ 수준으로 매우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다. 이번 교섭은 독일에서 정상적인 산별교섭, IG Metall 위원장의 발언대로 “제대로 된 타협”을 동반한 교섭과정이 버젓이 살아서 작동하고 있으며, 여전히 커다란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개방조항을 도입하여 기업별로 유연성을 가미하고자 한 사용자들의 시도를 노동조합이 일부 수용하였으나, 그것이 산별교섭 전체의 중심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어디까지나 산별노조의 개입과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금번 노조의 승리는 호경기라고 하는 긍정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러한 물질적 조건이 자동적으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노조가 응집력 있고 합리적으로 대응을 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노조의 교섭요구안은 타당하고 실증적인 근거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된 역량과 정치력 역시 신중하게 발휘해 나갔다. 

즉, 지도부 차원에서 합리적인 내용을 준비했고 노조 내부에서는 이를 충실히 공유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었다. 이는 노조 내부적으로 상층과 하층이 유기적으로 신뢰해야 할 필요를 강조한다. 능동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일치시켜 가는 조율과정을 잘 제도화시켜내야 하는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이번 협상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사용자들로부터 백기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1주일간 40만명의 조합원들이 경고파업에 동참한 결과임을 백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노조지도부와 지역과 현장노조원들의 긴밀한 소통과 일상적인 신뢰관계의 신장이야말로 강한노조, 협상력 있는 노조의 필수조건이다. 이는 산별시대의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원칙일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