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하는 삼성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을 소개합니다!

노동사회

투쟁하는 삼성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을 소개합니다!

편집국 0 3,878 2013.05.29 08:27

다들 알다시피 삼성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삼성 노동자들만 유독 노동조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아닐 터다. 이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경영이념으로 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탄압을 해왔고, 그렇게 노동자탄압을 하고서도 권력기관과의 유착으로 늘 그 책임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jrlee_01.jpg

무노조 삼성의 신화, “삼성무죄 노동자유죄”

삼성은 이렇듯 반헌법적 무노조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기미만 보이면, 개인정보 수집, 미행과 도청, 개별면담을 통한 금품회유와 협박, 감금·납치 및 폭행 등 온갖 탄압을 자행했다. 그리고 이러한 탄압을 숨기기 위하여 법조계, 정치계, 언론사, 경찰, 검찰, 안기부, 시청, 노동부 등 권력기관과의 더러운 유착으로, “삼성은 언제나 무죄 노동자는 유죄”라는 공식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기막힌 삼성왕국 속에서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고 억눌려 살아왔다. 

이는 삼성 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삼성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간접고용된 사내하청노동자들과 협력업체, 외주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까지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전수되었다. 삼성이 노동자들을 탄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삼성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된다. 하청업체 부품 생산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 혹사시키면서도 최저임금만을 지급해도 되는 것, 높은 이윤을 위해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삼성의 무노조경영의 이유이고 결과였다.

그러나 정리해고, 무노조 신화에 신음하던 삼성 노동자들이 원한이 뭉치고 있다. 삼성이 가장 먼저 버리고 소모품 취급한 비정규직·하청노동자들이 “무노조 삼성”의 신화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투쟁하는 삼성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을 소개합니다

여기 신화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들을 소개한다. 먼저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울산 삼성SDI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있다. 삼성SDI 울산공장 브라운관 사업부는 올해에만 대략 3천여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하이비트, 영성전자, 명운전자, 그린전자 노동자들이 고용보장투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급증하는 PDP 수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내 최대 규모인 약 4만평 규모로 생산라인이 건설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PDP 공장을 짓고 한쪽에서는 무더기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 이것이 삼성의 방식이다.

이들은 한 달 고작 100만원밖에 되지 않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해 왔다. 그러나 삼성SDI는 이러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구조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약간의 위로금으로 이번 정리해고사태를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 중 일부는 지난 4월2일 공장 진입 시도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고, 또 최근에는 삼성SDI 정문 앞에 집회신고를 내는 과정에서 이를 방해하는 삼성측의 ‘덩치 좋은’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평택의 삼성 외주하청업체 코레노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다가 해고되고, 현재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활동과 노숙농성 중인 이를 소개한다. 일본 자본과 삼성의 합작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약칭 ‘코레노’, 1,200여명의 노동자 고용, LCD 필름생산)은 노동자들이 불철주야 일한 결과 매달 400억, 1년에 4,000억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반면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상식 이하였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하여 통계를 내고, 그것을 현장 게시판에 공고하는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또 잔업과 휴일특근을 강제하고, 생리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쫓아내고 하루 종일 벌을 세우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으나, 노조를 제대로 만들기도 전에 회사는 비공개로 진행된 노동조합 준비모임단계부터 눈치를 챘다. 결국 삼성코레노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노민추) 위원장은 개별면담, 감시, 사무직 발령을 통한 생산사원과의 격리 등을 거쳐 해고되고 말았다. 현재 코레노 사측은 삼성의 노조파괴공작 수법 그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해놓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는 민주노조 추진위원회의 투쟁을 가로막고 있다. 해고된 노경진 노민추 위원장은 수개월째 지켜온 천막농성장이 두 번씩이나 강제 철거당하는 바람에 현재는 회사 앞의 거리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 군포의 삼성 외주하청업체 (주)쎌콤의 노동자들을 소개한다. 삼성의 핸드폰 배터리를 생산해온 삼성 외주하청업체 (주)쎌콤(경기도 군포 소재)은 올해 1월 말, 집단 사직강요의 방식으로 최저임금조차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성실하게 일해 온 40~50대 여성노동자들을 순식간에 정리해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3월 말에는 생산직 노동자 전원을 정리해고하고 ‘폐업선언’을 했다. 순식간에 300여명이 일하던 회사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삼성 애니콜핸드폰은 쎌콤 노동자와 같은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그 동안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 쎌콤에서 10년째 근무한 노동자의 월 통상임금은 약 68만원(200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렇듯 삼성의 핸드폰 신화의 바탕에는 바로 쎌콤과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은 부품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청거래를 중국으로 전환하겠다며, 300여명 쎌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이다. 현재 쎌콤 노동자들은 회사 앞에서의 경영정상화 투쟁과 함께, 삼성본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jrlee_02.jpg
[ 5월 10일 삼성본관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회,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삼성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공동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시사저널노조, 이마트분회, 한국합섬 HK지회 등 삼성자본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삼성자본을 규탄했다.   ▷ 금속노조 ]

삼성본관 앞에서 공동투쟁단이 집회를 벌이기까지

코레노, 쎌콤, 울산 SDI 사내하청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3월, 삼성코레노 원청회사인 천안 삼성전자 앞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의 근원인 삼성을 상대로 공동투쟁을 진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해당 지역본부 등에 공동투쟁 및 장기적 대책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함께하는 첫 공동투쟁의 장소로 ‘집회의 성역’인 삼성본관을 정하였고, 집회신고 한번 얻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그 삼성본관 앞 집회신고를 성공하기 위하여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5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의 집회신고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공동 집회에 앞서서는, 4월26일 울산SDI 앞에서 열린 정리해고 분쇄 결의대회에 함께 참여하고, 5월1일 노동절에는 공동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5월10일, 삼성본관 앞에서 “정리해고분쇄,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삼성비정규직·하청노동자 공동투쟁 결의대회”가 노동자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힘 있게 진행되었다. 이날 집회에는 공동투쟁을 결의한 쎌콤, 코레노, 울산SDI 하청노동자를 비롯하여 시사저널분회, 이마트분회, 한국합섬 HK지회, 이건희 학위수여저지 투쟁을 한 고려대 학생들 등 삼성자본의 횡포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결의대회는 억눌려 살아온 삼성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투쟁의 장이자, 무노조 노동탄압에 대한 분명한 경고였다. 또한 이 공동투쟁의 장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이 함께 참여하여 이후 삼성에 민주노조 건설을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출하기도 했다. 

진보진영, 노동조합의 씨앗을 뿌리러 삼성으로!

삼성 비정규직·하청노동자 공동투쟁단은 이후 각 지역 집회투쟁에 함께함은 물론이고, 삼성의 횡포와 삼성노동자 투쟁의 중요성을 알리는 토론회, 길거리집회 및 선전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은 오늘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의 정당한 집회를 가로막기 위하여 엄청난 재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1년 365일 24시간 각 경찰서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삼성그룹 앞 집회를 막기 위하여 웃지 못 할 희비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권력에 맞서 자유롭게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고 또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 

초일류기업, 세계적 기업이라 일컬어지는 삼성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진보진영, 특히 노동계에게 부끄러운 기록이다.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삼성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뒤에 노동조합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노동조합을 건설할 용기와 힘을 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