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활동가 의식조사 결과 분석 및 함의

노동사회

민주노총 활동가 의식조사 결과 분석 및 함의

편집국 0 4,442 2013.05.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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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발주한 『민주노총 상근활동가 연구』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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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자리 잡은 민주노조운동의 밑바탕에는 소위 ‘학출’(학생출신)로 불렸던 활동가들의 현장진출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전노협과 민주노총으로 이어지는 전국조직 건설은 1980년대 내내 노동운동의 주요한 축을 담당했던 각종 연구소와 상담소, 노동운동단체의 기능을 대중조직으로 이전시켰다. 활동가들 또한 정치조직에서 대중조직으로 대거 이동하였으며, 상급조직에서 지도력의 한축을 형성하면서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 역할이 중요한 만큼 관료화에 대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산하조직에 대한 지도력 발휘의 한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단결을 해치는 종파적 행위의 주체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변화하는 환경은 과거와는 다른 질의 사업영역과 활동내용, 그리고 그에 걸맞은 역량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역량은 한꺼번에 대체되거나 단기간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이들 활동가들은 단순 실무자가 아니라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전략적 자원으로서 노동조합 운동에서 지도력의 한축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활동가들은 채용되었다는 신분 때문에 또 다른 지도력의 행사에 의해 관리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성으로 인해 활동가들의 위상은 때로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채용직 실무자, 조직에서 필요하거나 희생을 강요해야 할 경우에는 ‘활동가’로 불리지만, 때로는 ‘관료화의 첨병’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 동시에 열악한 근로조건과 임금에도 자발적 헌신성을 발휘하는 사람들. 늘 자신들의 처지가 더 낮은 처지의 사람들과 비교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 활동가들이다. 그럼에도 정작 활동가들의 ‘실상’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이 조사는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대중조직, 특히 상급단체의 활동가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환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 활동내용, 역량발휘, 일의 보람, 조직 내 활동가들 사이의 관계,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보람,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등 조직환경에 대한 활동가들의 생각을 파악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조사의 목적이다.

Ⅰ. 조사과정 및 응답자 특성

이 조사는 민주노총 중앙을 포함해 산하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상근활동가 450명을 대상으로 2006년 9월에 실시한 것이다. 최종 수거된 유효 설문지는 136부로 수거율은 450명 기준 30%이다. 설문 응답자의 소속 조직단위는 총 19개로 민주노총 중앙과 7개 연맹, 11개 지역본부의 활동가들이 설문지를 보내주었다. 응답자의 주요한 특성은 [표1]에 나타나 있다. 여기서는 특성 중 운동경력과 관련된 사항만 살펴보기로 한다.

응답자의 전체 운동경력은 11.4년이고, 현재 조직에서의 근무기간은 4.8년이다. 연령은 38.8세로 나타나고 있다. 조직별 경력분포를 보면 연맹중앙조직이 운동경력이 가장 높고, 총연맹중앙조직, 연맹지역, 총연맹지역조직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조직근무기간과 연령을 보면 연맹중앙조직이 가장 높고, 총연맹중앙이 가장 낮은 현황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경력사항을 우선 조직경험 차원에서 보면 과반수의 응답자가 현장활동 경험(80.9%), 학생운동 경험(71.3%), 민주노총 경험(72.9%), 노조간부 경험(65.3%), 노동단체 경험(54.8%) 등을 가지고 있어 상근활동가들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경험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노협(산하 지노협 포함)에서의 활동 경험은 그 비중이 16.3%로 매우 낮다.

특징적인 것은 민주노총 중앙을 포함해 산하조직에서의 활동경험에 있어 총연맹지역(82.1%), 연맹중앙(76.5%), 연맹지역(70.6%)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근간부들에 비해 현재 총연맹중앙에서 활동하는 상근간부들의 비율(52.9%)이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총연맹 중앙조직의 인원변동이 가장 크고, 이들이 조직외부에서 충원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장활동 경험에 있어서는 연맹중앙이나 지역조직 활동가들이 총연맹 활동가들보다 더 많고, 노조간부 경험에서는 그 경험 비율 차이가 더 커진다. 전체적으로 연맹에서 상근하는 활동가들의 조직활동 경험이 더 풍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응답자의 현장조직 가입현황을 보면 35.1%가 조직에 가입한 상태이며, 13.0%가 가입은 안했지만 특정조직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으며,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은 11.5%, 특정조직의 구성원과 친하게 지내는 관계라는 비율은 23.7%이다. 스스로 아무런 경향성이 없다는 응답은 16.8%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는 상근활동가들이 유형무형으로 정파조직의 입장을 자신의 활동과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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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설문내용의 구성 및 응답 결과

설문조사의 내용은 크게 △노동운동과 조직의 전망에 대한 견해,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노동운동과 현재의 조직 복무 예상기간 그리고 이후의 진로 전망, △조직 내 다양한 정치적 입장에 따른 갈등에 대한 인식, △조직에 대한 헌신성과 몰입 정도, △업무의 성격과 업무에 대한 인식, △조직 내 관계,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인식, △의사소통과 정보유통에 대한 인식과 정보유통의 매체 실태, △역량강화의 필요성과 그 방안 △지도력(지도부, 상근간부, 본인)의 특성에 대한 인식 △활동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도 그리고 △기타 문항 등으로 구성되었다.

노동운동 및 민주노총 지도력 미래 전망

전체적인 노동운동과 조직발전 전망에 대해 7개의 문항으로 물어본 결과는 그렇게 밝지 않다. 노동운동의 미래가 밝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49.6%만이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한편 자신이 일하는 조직이 발전 전망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58.2%가 그렇다는 응답을 하고 있어 노동운동 전망에 비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이를 민주노총으로 연결시켜 보면, 61.9%가 민주노총의 조직확대와 발전전망이 있으며, 65.2%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산하조직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36.7%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대외적인 발전전망에 비해 부정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운동의 전망을 공유하고 조합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활동가들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불과 51.1%만이 그렇다는 응답을 하고 있다.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10개 항목으로 나누어 물어보았다. 10개 문항 중 그 정도가 가장 큰 어려움은 △규칙적인 생활 못 해(78.4%) > △산하조직 간부나 조합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해(77.4%) > △재충전 기회 없어(77.0%) >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전문성 부족(76.9%) > △가정생활 불충실(70.9%) >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65.9%) > △입장에 따른 갈등(63.7%) > △조합원과의 인식·정서차이(58.2%) > △생활보장 안 돼(51.9%) > △활동가 간 세대차이(37.0%)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0개 중 가장 어려운 사항 2가지를 고르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앞에서 개개의 문항별 강도를 물어본 것과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앞의 질문과는 달리 여기서는 10개 중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인 셈인데, 가장 많은 응답을 한 것은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42.1%), △재충전 기회가 없다(36.8%), △전문성 부족(36.8%), △가정생활 불충실(23.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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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하고 싶지만 조직은 그만두고 싶어

노동운동이나 현재의 조직에서 얼마나 더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노동운동 복무기간과 현재의 조직 복무기간에서 차이가 있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응답이 노동운동은 2.3%인데, 비해 현재의 조직은 8.6%로 높아지고 있고, 1~2년 더 노동운동을 할 예정이라는 응답이 3.1%인데 비해 현재의 조직에 대해서는 21.1%로 그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5년 이내에 그만둘 예정이라는 부분으로 확대해 보면, 5년 이내에 노동운동을 그만둘 예정이라는 응답이 17.7%인데 현재의 조직은 55.5%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응답결과는 노동운동에 계속 복무하고 싶지만 현재 일하는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이나 다른 형태로 복무하고 싶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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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로서 헌신과 실무자 취급

조직몰입에 대한 질문으로는 본인이 인식하는 위치와 현실적인 대우에 대한 인식, 운동이나 조직에 대한 자부심,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성, 자발적 노력, 가치에 대한 동의 등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자신이 단순실무자인가 아니면 활동가인가 하는 위상에 대해서는 활동가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84.4%이나 현실적으로 활동가로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64.4%가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즉, 본인이 생각하는 위상과 현실적으로 주위에서 대우하는 위상이 달라진다는 점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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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노동운동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79.9%), 현재의 조직과 운동의 가치/규범에 깊이 동의하고 있으며(78.4%), 조직을 위해 어려운 일을 할 의사가 있다(88.8%)는 이들이 다수였다. 또한 내 업무 외에도 조직의 일이면 자발적으로 하는 편이며(78.4%),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는 편이다(94%).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업무를 통해 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67.2%)거나, 활동하는 만큼 조직에서 인정받는다(70.5%)는 인식은 다른 문항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조직 몰입도와 별개로 자신의 활동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에 대한 인식을 보면 다음과 같다. 관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비율이 64.7%로 과반을 넘고 있다. 주어진 일이나 해야 하는 일은 열심히 하지만, 창조적이거나 새로운 발상을 고민하기보다는 습관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자신의 활동과 업무가 관료적이거나(43.3%), 조직과 내가 겉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고(43.3%), 현재의 조직을 그만 둘 생각을 자주 하는 편(41.8%)이라는 응답도 적잖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활동하는 만큼의 임금을 받는다는 생각은 47.7%이다.

내 일은 경험과 책임감이 필요해…  그러나 인정은 덜 받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보면, 자신의 업무가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92.6%인데, 조직 내에서 중요하게 인정받는 것에 대한 인식은 78.4%로 그 비율이 낮아진다. 자신의 업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은 긴밀한 협력과 조정이 필요한 일이라는 응답이 83.7%, 상당한 독립성과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응답은 69.6%이다. 또한 자신의 업무가 다양한 경험, 지식이나 숙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88.2%가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63.7%로 떨어지고 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태도 측면에서는 97.8%가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업무를 수행하고 난 뒤 그 결과를 평가받을 기회가 있다는 응답은 53.7%에 불과하다.

조직 내 갈등구조 오히려 더 커지리라 전망해

조직 내 다양한 입장이나 의견불일치 등 갈등적 요소에 대한 평가는 아래와 같다. 운동 내부에 활동가들 사이의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이 크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63.7%가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 내 구성원들 사이의 입장 차이에 따른 긴장이 존재한다는 견해에 대한 동의 정도는 42.8%, 사무처 내에 파벌이 존재한다는 응답은 46.6%로 운동진영 전체의 갈등구조가 조직 내에서는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율도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며, 이러한 긴장관계는 다음과 같은 문항에 대한 응답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활동에 대해 성과나 노력보다는 자기 입장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48.9%), 입장 차이가 있는 성원 간 의견 불일치가 크게 나타나며(47.3%), 조직내부의 회의나 토론 시 거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나누어지는 것(43.9%)으로 표출된다는 인식이 절반에 가깝다. 더욱이 조직 내의 주요 정보가 소수에 집중되어 있고(50.7%), 소수가 실질적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60.7%)고 인식한다.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하기가 껄끄럽다는 응답은 44.0%, 조직 내에서 솔직한 의견이나 반대의견을 내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는 응답은 34.8%, 부서나 업무 배치에 있어서 정치적 입장(관계)이 크게 작용한다는 응답은 30.5%이고, 자신이 조직 내에서 소수파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1.3%로 나타나고 있다. 

40% 정도 되는 응답자들이 일관되게 조직 내 정치적 입장에 따른 갈등적 분위기에 노출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갈등양상이 표출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인식하는 갈등적 요소들이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할 때 응답자의 80.6%가 활동가 간 혹은 활동가 조직 간 분열과 대립이 심해질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조직 내 활동가(조직)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식차이와 의사소통 부재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기는 주된 원인 2가지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의사소통의 결여가 42.2%로 가장 많고, 가치와 목표에 대한 인식차이 39.8%, 활동방법 상의 차이 29.7%, 집행권력을 둘러싼 경쟁관계 24.2% 등이 주요하게 지적되고 있다. 가치와 목표의 차이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상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그나마 이러한 차이를 좁히기 위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조직 내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의사소통의 결여는 단순한 소통부재가 아니라 조직 내 정보공유와 이를 기초로 한 의사결정 과정상의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절차상 민주주의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의사결정과정 절차적 민주성 더 강화해야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의 정도나 영향력, 환경,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을 주 내용으로 질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방침이나 주요 결정에 참가한다는 응답이 64.2%, 주요한 결정 시 나의 영향력이 높다 32.1%, 임원 등 소수가 실질적인 결정을 한다는 60.7%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요결정을 하는 회의에는 참가하지만 나의 영향력은 크지 않으며 대체로 임원 등 소수가 결정권한을 주로 행사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회의나 토론과정에서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2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사결정에 대한 환경적 요인으로는 2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의사결정 과정에 참가하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응답은 56.0%, 조직 내에 의사결정 규칙/절차가 분명히 정해져 있고 잘 지켜진다는 응답은 48.1%이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응답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에 관한 문항으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사전에 잘 제공되고 있다는 응답은 43.7%, 주요한 방침 결정이나 제안 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는 응답은 62.7%,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 시 민주적 토론이 활발하다는 52.3%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를 촉진하는 환경, 의사결정과정, 결정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과반 이상이 부정적 응답을 하고 있다.

정보공유의 비공식성 탈피해야

조직에서의 정보유통에 대해서는 조직 전체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69.6%이고, 조직상황이나 업무 공유가 잘 된다는 의견은 56.3%이다. 지도부가 주요 결정에 대해 잘 전달해준다는 비율은 62.2%이지만, 정보가 소수에게 집중(50.2%)되어 있거나 공식조직보다 비공식조직을 통해 활발하게 유통된다(41.0%)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경우도 낮은 비율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보의 소통과 의사결정의 무대가 되는 회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응답자들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다루어지는 안건의 성격과 관련해서 방침 등에 대한 결정이나 토론을 한다는 응답은 60.2%에 불과하고, 결정이나 일정을 통보하는 쪽에 가깝다는 응답은 39.8%이다.

전문적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방안 시급히 마련해야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93.3%가 그렇다고 응답해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직 차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응답자의 93.3%가 전문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조직 차원에서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량강화를 위해 개인적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어떤가를 살펴보았을 때, 없다는 응답이 36.8%였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63.2%였다. 프로그램 중에는 선배나 동료들과의 학습모임이 21.8%였고, 노동관련 연구소나 단체에서 개최하는 세미나 참가가 15.8%이고, 기타가 12.8%이다. 대학교나 대학원 등 상급학교 진학은 9.8%, 비노동강좌는 3.0%에 불과했다.

이처럼 그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이들 프로그램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4.0%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수행할 만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5.3%이고, 교육비 등 재정적 부담 때문이라는 응답은 6.1%였다. 따라서 본인이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이수할 경우 가장 필요한 지원도 당연하게 시간배려라는 응답이 52.3%로 가장 많고, 다음 적합한 프로그램의 배치가 28.0%를 차지하고 있다. 비용지원은 13.6%, 이러한 프로그램 이수를 백안시하는 분위기 해소는 5.3%이다.

여전히 중요한 의식성, 그러나 부족한 혁신성, 민주성, 통합력

상급단체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지도력 특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13개 항목으로 물어보았을 때 다른 항목들에 비해 낮은 응답률을 보인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지도부는 혁신성(운동이나 활동상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하려는 태도, 40.5%), 민주성(결정에서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참여를 중시하는 태도 37.3%), 연대성(연대활동에 앞장서고 조합원 참여를 조직하는 태도, 35.9%), 통합력(조직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려는 태도, 34.2%), 실천성(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태도, 31.9%), 성실성(충실한 업무수행과 언행의 일관성, 31.6%)이 지적되고 있다. 

상근간부 전체에 대해서는 혁신성(41.4%), 통합력(36.8%), 연대성(30.8%)이, 본인에 대해서는 통합력(29.4%)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도력 특성 평가의 전체 결과는 지도부와 상근간부, 본인으로 갈수록 평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문응답에서 자신에 대한 관대성의 편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어쨌든 간부들에게 가장 필요한 특성은 의식성(노동운동대의에 대한 이해와 노동자계급의식)이 43.2%로 가장 높고, 실천성과 연대성이 각각 20.5%, 민주성 19.7%, 투쟁성이 18.9%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운동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특성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의 간부들이 이러한 소양은 가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특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실리주의 경향 커질 것, 한국노총과의 통합은 안 돼 

최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향과 조직 내부의 활동가(조직) 간 갈등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향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89.6%로 나타났다. 양 노총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응답이 68.4%이고 그렇다는 응답이 31.6%이다.

사회적 교섭 방침, “절반이 조직 내 토론 안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방침에 대해 사무처 토론을 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1%가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조직 내에서 첨예한 쟁점이 되었고, 대의원대회의 파행까지 불러왔던 사안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응답은 의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Ⅲ. 문항의 요인분류와 요인별 상관관계

여기서는 지금까지의 개별 문항들을 타당도가 높은 정도에 따라 하나의 요인으로 묶어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앞에서 살펴본 8개 분야의 문항들을 묶어서 추출한 여러 요인들은 총 15개로 22쪽 [표8]에 제시되어 있으며 그 상관관계 분석결과는 24쪽 [표9]에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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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전체 결과 요약 및 시사점

1. 전체 결과 요약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운동에 대한 전망은 운동과 조직에 대한 자부심, 이후의 생활에 대한 전망과 상당한 정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이념적 혹은 정치적 지향성에 따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불규칙한 생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동력은 운동을 한다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활동가(조직)사이의 분열과 대립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운동전망과는 유의미한 부적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재의 활동가들이 전체적으로 노동조합운동에서의 지도력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곧 상층 지도부간의 분열과 대립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조직 내 통일된 행동을 제한함으로써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보다 상관관계의 정도는 작지만, 업무의 성격과 의사결정의 민주적 절차, 정보소통 사이에도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 즉, 의사결정 자체에 참여하는 것보다 의사결정 과정을 나타내는 민주적 절차와 조직 내 다양한 정보를 유통시키는 정보소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상호소통의 결여로 나타난 것은 최소한 공식조직의 활동과정에서 정보의 소통과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상호토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현안에 대한 판단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충분히 토론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조직 구성원 전체를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다시 조직 내에서 활동에 대해 인정받고 있는지 여부와 연결되며, 의사결정을 이루는 절차나 과정이 민주적일수록, 그리고 이러한 민주적 절차를 안정시키는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이 활발할수록 조직 내 헌신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조직 내 관계와 갈등주체의 존재가 실제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에서 (정치적 입장에 따른) 관계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 정도와 정보소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치적, 조직적 입장에 따라 조직 내 갈등이 존재할 경우 소수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조직정보와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고 따라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조직 내에서 활동하는 상근간부들이 주어진 일, 혹은 당장 해야 할 일을 관성적으로 하는 것과 일관되게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조직의 전략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창조적으로 고민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나가기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탐색적 활동보다는 기존의 역량에만 의존하면서 수동적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을 위해서도, 더 나아가 조직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활동하면서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전문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76.9%에 달하고 있고, 응답자의 93.3%가 전문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조직 차원에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여기서 필요한 전문역량의 내용과 수준이 어떠한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종류나 수준에 대한 수요는 별도로 파악해야 하겠지만, 활동가들은 조직차원의 프로그램 마련과 이러한 프로그램 수행을 위한 시간배려가 가장 필요한 지원 사항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상급단체의 역할이 다양한 정책 생성과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자료의 마련이고, 부서별로는 이러한 정책을 보다 구체화해 설명하고 조직화를 위해 특화된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때, 전문역량의 부족은 결국 하부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데 대한 자신감 결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급단체 활동가들은 조직화의 영역에서, 정책생산의 영역에서, 모두 전략적 인적자원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결정되고 일상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전문역량 강화는 결국 조직의 전략적 자원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체 조직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된다.

2. 결론

우선 활동가들은 자신의 생활전망과 운동전망을 일치시키면서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만큼의 대우나 인정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운동전망이나 조직에 대한 복무전망은 밝은 편이 아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조직 내 활동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이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활동가들은 전문분야별로 세분된 업무 외에도 전체 조직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여러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조직적 의사결정에 따르는 세부업무의 수행을 전제로 하는데, 조사결과는 조직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40% 정도가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사결정, 정보소통, 조직 내 관계에 따라 규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에 각각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가치와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상의 차이가 존재하면서 다른 견해들끼리 상호소통이 잘 되지 않음에 따라 갈등이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공유와 의사결정이 형식적으로는 공식체계에서 이루어지지만,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비공식체계의 결정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빚어지는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조직 내 과정이 운동전망이나 조직발전전망, 그리고 이러한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조직 전체의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모든 조직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또한 갈등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따라서 현재 민주노총 내에 가치와 목표의 차이가 존재하고, 이러한 경향성에 따라 활동방법을 달리하고자 하는 비공식조직(정파)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으로 보면,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정파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항변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또 다른 책임 주체 혹은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진단은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규약 등을 포함한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조직구조? 관행? 제도와 구조, 관행이 조직 내 구성원들의 행위를 일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들을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주체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책임’이 아니라 상당부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접근한다면 여전히 정파적 구조가 문제이고, 더 정확하게는 정파 간 상호작용하는 과정의 문제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 주체들이 전체 조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전략방향과 전술에 대해 상호침투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을 강조하는 일방통행식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결론과 결과만을 중요시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아예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무장한 채 규정지어 놓고 모든 행동과 말을 자신들이 규정한 틀에 꽂아놓고 결론을 예단하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끼리는 상식인데, 니들이 하면 몰상식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보더라도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상당수 갈등이 간단한 사실 확인만 하거나 아니면 약간의 설명만 덧붙이면 해소될 수 있는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정파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이렇게 본다면 오히려 과정을 민주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과 조직 내 다양한 의견(그룹) 간의 조직 내 협상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 또한 조직을 권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쪽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권력이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저항이 있을 수 있고, 다수가 원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이것 또한 권력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어떤 조직이든 ‘단일한 색깔’만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운영한다면 그 조직은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가 어딘지, 어디로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할 때 매우 편협한 시야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안을 모색한다는 의미는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선택한다는 것이며, 조직에서 이것은 조직구성원 최대 다수의 합의를 이룰 때 물적이든 인적이든 조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자신들이 걸치고 있는 편견으로 주변을 보게 되면 결정 또한 편견에 파묻힐 가능성이 크다. 오죽하면 돈 주고 일을 시키며 위에서 내리꽂는 정부조직이나 기업조직에서도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을 항상 가까이에 두라고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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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1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