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

노동사회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

편집국 0 6,325 2013.05.29 08:25

노동권이란 노동의 능력과 의욕을 지닌 사람이 사회적으로 노동할 기회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노동을 통한 생존권 확보의 권리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차별받지 않으며 노동할 수 있는 일체의 권리 또한 포함된다. 다른 한편 노동권은 노동자로서 자기표현의 권리를 말한다. 즉, 노동자로서 자유롭게 조직을 결성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권리가 노동권이다. 이러한 노동권은 성별, 나이, 고용형태, 그리고 장애유무에 따라 다르지 않다. 모두가 똑같은 노동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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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노동권은 같은가? 정말?”

따라서 “장애인의 노동권은 비장애인의 노동권과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다르다”라고 노골적으로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가 있거나 혹은 없다는 사실은 노동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는 상관없다는 것이 모두가 공감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해 그런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질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실제 각종 조사연구 등은 장애가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 조사나 장애인 전화, 장애인 노동상담소 등의 분석 자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에서부터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내에서도 각종 차별을 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인해 모집 및 채용단계에서부터, 직무배치, 인사, 임금,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여전히 주류의 관심대상에서 비켜서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영역의 노동권에만 관심을 더 보일 뿐,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장애인 노동권은 국가에서도 사회에서도 관심의 영역 저편에 존재할 뿐이다. 더군다나 이 현실을 노동조합조차 외면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노동권 보장 및 보호”라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은 장애의 유무에 따라서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있어서 장애인의 노동권문제는 고민대상이 되지 못했다. 노동운동은 일회성 행사 차원에서 장애운동과 연대했을 뿐이었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개별사업에서 장애인 노동권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인의 고용과 보호를 위한 단체협약 지침을 개별 노동조합들에 내려 보내지만 개별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서는 장애인 보호, 장애인 권리조항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2001년도에 국내 최초로 장애인 노조가 결성되었지만 어느 상급단체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노동조합의 방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장애운동의 영역에서 노동권 문제가 거론되었을 정도로 장애인 노동권 문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많은 걸 시사하는 국제노동기구 역할과 외국 노조 사례들

반면,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장애인의 노동권보호에 접근해 있다. 국제노동기구들을 통한 각종 선언이나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개별 국가들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장애인 노동권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먼저 국제노동단체들의 활동을 보자.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자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을 장애인의 직업적 통합을 위한 정책의 기본적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연합 및 각국의 정책에 있어 노동조합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함을 강조하고, 미래의 행동강령을 위한 제도 마련, 단체교섭 그리고 문화 수준 마련과 같은 강조 항목을 제시하였다. 

국제공공노련(PSI)의 노력도 의미심장하다. 국제공공노련은 모든 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기회부여와 권리보장을 조직의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스스로가 모든 노동자와, 그리고 장애인을 포함한 잠재적 노동자의 권리와 권익보호를 대표하는 기관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각국의 지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장애인 노동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국가기관노동자연맹(AFSCME)의 경우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란 안내서를 발간하여 장애인 조합원이 직장생활에서 부딪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확대와 조합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촉진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영국의 공공서비스노동조합(UNISON)에서도 장애인의 채용, 직업유지 및 승진기회 부여를 목적으로 핵심목표를 선정하여 실천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공공부문에서의 장애인 노동자 비율 확대나 장애인의 승진기회 및 노동기회 확대 등이다. 캐나다공공서비스연합(PSAC)에서는 『PSAC에서의 장애인을 위한 행동』이란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대체미디어, 예를 들어 큰 글씨체/볼드체, 오디오테이프, 점자로 된 활자와 컴퓨터 파일 등에 대한 노조의 정책수립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제시하였다. 

다른 측면에서 장애인 노동권 확보와 관련한 사회적 협약의 사례를 볼 수 있다. 사회적 협약을 통해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서는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노동법의 주요 쟁점 등에 대한 사회협약 체결에 있어서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고용안정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아일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는 사회협약 기구의 주도적 참여자로 장애인단체를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노동조합과 기업 그리고 사업장내 위생관련 위원회 등이 합동으로 공장 내 작업환경 시설을 개선한 프랑스 사례나, 산별노조에서 고용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장애인에게 직업경험 및 취업알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권에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또 그 보호에 앞장서야 함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외국 노동조합의 사례들은 장애인인가 장애인이 아닌가 하는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은 더 취약한 계층의 더 많은 권리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접근들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에게 시사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협약 적용범위는 10% 남짓에 불과해, OECD 국가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노동조합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 동안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미조직 노동자나 시민사회로부터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노동조합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결국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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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노동권을 사회적 합의의 의제로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장애인의 노동권보호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마르크 뒤퐁(Marc Dupont)은 노동조합이 장애인의 노동권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노선으로 다섯 가지를 거론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혹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입법 책임자들로 하여금 장애인 문제를 고려하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법률과 규제를 개정하도록 의무화시킬 수 있다. 둘째, 정부가 행하는 각종 수당과 보상과 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장애인들의 노동시장 통합을 지원한다. 셋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서비스 정책의 방향설정에서 노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업무 및 작업장환경 변화에 대한 문제에서, 노조는 생산 공정의 핵심에 있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애관리’하에서 고용과 채용에 관한 기업들의 법적 의무와, 직업상의 건강과 안전, 장애 예방 등과 같은 사회적 목표에서 혁신을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기반으로 우리사회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장애인 노동권과 관련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장애인 고용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기구 등과 긴밀한 협조 및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국제노동단체 및 노동기구 등과 사안 및 주제별로 직접적 연대망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장애인 고용관련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국제 선언이나 권고 등을 수용 및 모니터링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7년 3월 ‘장애인권리 협약’이 비준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우리 노동조합의 대응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적 합의 과정에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완전하지만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합의기구에 장애인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다루는 의제에 장애인의 고용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노동자 문제가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특수고용 종사자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고용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이러한 점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며, 특히 노사정위원회의 주요 당사자들인 노동단체는 보다 더 심각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고 논의 의제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장애인의 고용 및 애로사항 청취 등과 관련하여 노동조합 내에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산별노동조합인 전기연합의 지부에서는 자체적으로 고용지원기구를 설립하여 정신장애인의 고용 및 직업적응 훈련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은퇴한 노동자를 ‘직무지도원(job coach)’으로 활용하거나, 지방정부의 예산 지원 등을 확보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를 원용하여 장애인위원회나 장애인 노동상담소 등과 같은 기구를 설립, 운영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노동권을 위한 단체협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넷째, 최근 들어 관심이 매우 높아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하여 장애인의 노동권 보호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의 이익과 관련 이해관계자 및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행위규범을 정하는 동시에, 그에 따라 기업의 의사결정 및 활동을 하는 책임으로서, 이를 통해 사회적 재화를 창출하도록 노력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장애인 고용의 차별해소 및 노동권보호 등의 문제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일본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는 부담금 납부를 선호한 기업의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일종의 감시역할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노동조합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기업이 객관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독립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역할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장애인 노동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핵심적 사안이다.

다섯째, 단체협약에서 장애인 노동권 보호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장애인 관련 독소조항을 적극적으로 폐지해야 할 것이다. 국가 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는, 회사의 인사규정에서 신체기능 및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 직권면직이나 해고·퇴직을 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갖고 있는 경우가 거의 80%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체결하는 노사 간의 단체협약에서도 이러한 불합리한 조항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 노동자의 보호나 차별금지 등의 조항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반면, 장애인으로 판명될 경우 해고 및 퇴직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버젓이 단체협약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몇몇 단체협약에서는 “의사의 진단” 등과 같은 전제를 달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단체협약은 장애인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수수방관하며 그대로 존치시켜 놓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독소조항을 시급히 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부분을 단체협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PSI에서는 단체협약에 포함되어야 할 장애인 관련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권고하고 있다. 첫째, 장애의 원인이 무엇이든가에 상관없이 적절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와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 둘째, 장애인에 대한 어떤 차별적인 관행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셋째, 필요한 경우에는 근로자에 대한 보상혜택을 보완하는 것, 넷째, 장애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적인 메커니즘을 동원하거나 일터를 개조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의 위치에 해당하는 업무 중에 ‘비필수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더 다양한 신입사원 업무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국제공공노련은 이것은 장애 노조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또한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장애인들에 대한 고용기회를 제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의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개별 노동조합에서의 개선작업이 시급히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바람직한 장애인 고용상황 개선과 차별금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는 단체협약 지침을 개발하고, 이를 개별 노동조합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합도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대상 

마지막으로 제언하고자 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노동조합의 인식개선 노력이다. 장애인은 다만 ‘차이’를 가진 존재라는 점, 장애인 노동권은 장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노동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 노동자라는 차원에서 장애인 노동자든 비장애인 노동자든 모두의 노동권은 중요하다는 점 등에 대한 노동조합의 인식 전환과 노동조합원들의 편견 해소를 위한 실천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별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 등의 과정에서 장애인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장애인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장애인 노동권 및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안 등이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지난 3월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었다. 그 조항 중에는 노동조합의 가입, 조합원의 권리 및 활동에 있어서의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노동조합에서 장애인 차별은 법적인 구속력과 강제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장애와 비장애 구분으로 인해 노동권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장애의 유무가 노동의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한 삶이 얼마나 가치를 갖는가에 대한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은 우리 현실을 돌아봤을 때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다. 장애인의 노동권은 그만큼 더 보호받지 못하고 그만큼 더 취약하다. 더군다나 같은 노동자에 의한 차별까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그 현실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 노동권 보호 문제에 있어 더 이상 노동조합은 방관자거나 혹은 제3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이 사회의 가장 취약계층인 장애인 노동권을 외면한다면, 그 노동운동의 주체와 주장은 어쩌면 그 크기만큼 공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에서 장애인 노동권은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운동이 장애운동과 연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