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수도’ 회복을 위하여 거침없이 비정규조직화!

노동사회

노동운동의 ‘수도’ 회복을 위하여 거침없이 비정규조직화!

편집국 0 2,274 2013.05.29 08:24

*****************************************************************************************************
“우리같은 비정규직은 노조를 만들 수도 가입할 수도 없는 줄 알았어요.” 
*****************************************************************************************************


ydlee_01.jpg
[ 지난 4월18일 울산과학대에서 ‘울산과학대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 출처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

전국 비정규 여성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상징이 된 울산과학대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이 한 말이다. 노동자라고 누구나 다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아마도 기업별 노조만 보아온 탓에 중소기업, 그것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단결해도 결코 사용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여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이 중년 여성노동자들이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행사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흔히 해고 등 갖가지 방식의 탄압을 초래하여 노조에 가입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다면, 노조에 가입하여 그야말로 홍역을 치루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가 비정규노동자에게 ‘그 길’을 가라했는가

누구 한 사람 가르쳐준 사람 없으나 대부분 비정규노동자들이 보아온 노동운동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열심히 하면 해고·구속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죽음에 내몰리기도 하는 매우 위험한 것. 불온하고 과격한 것. 경제를 좀먹는 운동이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운동이며 이기적인 운동.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노동자들 사이 단결과 연대는 어려운 것이다. 노동기본권은 책 속에 잠자고 있지만 사장님의 말씀은 현실 속에 살아있는 법이다. 등등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뇌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이와 같은 인식은 엄연한 현실로부터 배운 것이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바로 비정규직 조직화를 가로막은 큰 장애물이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지 않고는 다수의 비정규직노동자를 속도 있게 조직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울산과학대투쟁으로부터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여성노동자들이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는 데만 있지 않다. 몇 명 되지 않는 중년의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이지만 단결해서 열성으로 도전하니까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죽어 있는 권리도 살아나고 하늘에 계신 사장님도 땅 위로 내려오더라는 사실을, 많은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확인시키는 데 있다. 비정규노동자 투쟁의 승리가 갖는 이 같은 가치 때문에 사용자들은 쉬이 물러서지 않는다. 비정규노사분쟁이 장기화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늘 고민하는 주제이지만 참 어려운 과제여서 무어라 말하기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뭐,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고 아래를 살펴주시기 바란다.

울산시 조직률 25% … 조합원은 거의 다 대공장정규직 

울산시는 인구 약 110만이 사는 광역시이고, 5개의 군·구(중구 236,207명, 남구 348,639명, 동구 186,680명, 북구 146,944명, 울주군 176,635명)로 구성되어 있다. 임금노동자는 약 40만명이고, 이중 약 10만명(민주노총 5만, 현대중공업 2만, 한국노총 2만, 기타 1만)이 노동조합원이다. 약 25%정도의 조직률을 보이고 있다. 즉, 75%의 노동자가 미조직노동자이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이하 ‘울산민주노총’)의 입장에서는 약 90%의 노동자가 민주노총의 멤버십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2006년 울산지역 기업규모별 종사노동자 수 현황』을 보면 1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3만명(34.4%), 10명~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약 6만8천명(18.0%), 50명~30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8만6천명(22.8%), 300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9만4천명(24.9%)이다.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조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처럼 규모 있는 비정규직노조가 있기는 하지만 울산민주노총 조직구성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10만명의 조합원들은 거의 대부분 종사노동자 수가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공장 정규직노동자들로 보면 틀림이 없다. 75%(민주노총의 입장에서 보면 약 90%)의 노동자들은 모두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노동자이다.

ydlee_02.jpg
[ 2007년 제 12차 울산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모습 ▶ 출처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

함께 열어 가야 할 ‘조합원 10만명 시대’

울산의 노동자들은, 정확하게는 대공장 정규직조합원들은 회사작업복을, 노조간부들은 투쟁 조끼를 입고 출근 또는 외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것은 단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해서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정치·사회적 지위가 타 도시 노동자들의 그것보다 높은 데서 비롯된 울산 노동자들의 특유한 복장문화다. 울산의 대공장노동자들은, 즉 조합원들은 1987년부터 자신들이 만들어온 대중적·정치적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대하여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들 스스로 가졌던 자부심만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부터의 부러움과 존경도 받았다.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이렇게 잘나갈 수 있었던 것은 대중투쟁을 통하여 성장해온 대공장 민주노조운동이 있었고, 타 지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조직률(전국 평균은 약 11%, 울산은 25%)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교섭력, 또 권위주의 시대에 노동운동이 갖는 사회적 정당성에서 나오는 정치적인 힘 때문이었다.

울산민주노총의 높은 조직률은 지역 노동운동의 양대 축 중 하나였던 현대중공업노조의 어용화를 막지 못하면서, 그리고 2001년 화섬 3사 투쟁의 패배로 태광·대한화섬노조와 효성노조를 잃어버리면서 심각하게 하락했다. 그리고 지역 노동운동이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심화되는 차별을 막지도 개선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채용비리 등 각종 부패사건이 지속적으로 드러나면서부터는, 자부심은커녕 노조간부가 입는 조끼는 시민과 조합원들에게 부끄러움과 특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더불어 지역사회로부터 받았던 존경도 사라졌고 노동자들(노동운동)이 누린 사회·정치적 지위도 하락했다. 

따라서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현대중공업노조를 민주화하고, 잃어버린 태광·대한화섬노조와 효성노조를 찾아오면 과거에 울산민주노총이 누렸던 조직률을 회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잃어버린 지역 내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되찾고, 상실한 신뢰와 존경을 회복할 수 없다.

지역과 현장에서 눈만 뜨면 마주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해를 바르게 대변하고 조직하여, 조직화된 조합원 중 중소기업·비정규직·여성노동자의 비중을 비상히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 규모의 측면에서 이들이 조직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노조는 젊은 피로 정화되고 건강해질 것이다. 양극화된 우리사회와 노동현장에 대한 이들의 개혁의지는 이들이 받고 있는 설움과 차별의 깊이만큼이나 깊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합원 10만명 시대를 연다”는 울산민주노총의 기치는 단순한 숫자 키우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울산민주노총이라는 조직 내에서 건강하게 단결토록 만들고, 상실한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반드시 회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다. 또한 울산민주노총의 10만 조합원 시대라는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노동자들의 지방정부 집권을 가능케 하는 대중적 토대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노동운동의 수도 울산’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내하청 조직화? 원·하청 공감하는 고용정책이 제시돼야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보겠다”는 것은, 의지는 좋으나 어찌 보면 ‘부실’을 약속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한된 시간과 역량으로 모든 것을 다 잘하려 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당위와 현실적 요구에 밀려 늘 거품 많은 계획을 수립하고 앙상한 성과를 확인하는 사업방식을 거듭해왔다.

올해 우리 지역본부는 ‘87년 노동자대투쟁정신계승 20주년 기념사업’과 ‘10만 조직화사업’을 2대 특별사업으로 확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사실 매년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설정하여 추진했으나 재정의 한계로 사업예산을 배정할 수 없었고, 다양한 현안에 밀려 사업이 유실되거나 후순위 사업화되는 경우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과거와는 다르게 각 특별사업에 1억원씩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고, 그 재정은 모두 조직 분담금과 조합원 모금방식을 통하여 조달하고 있다. 여러 사안이 병렬로 놓여 경합할 때 특별사업을 우선하고, 이 특별사업에만 전념할 활동가를 특채하여 다른 업무 부담을 전혀 주지 않고 오로지 이 특별사업에만 전념케 하려 한다. 사무처 각 부서의 사업도 이 사업에 힘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하여 가급적 미조직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사업이 전조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중장기 전략에 기초하여 조직화사업 추진토대 구축토록 할 것이다. 손 따라 두는 바둑이 승리할 수 없듯이 현실에 정확히 부응하는 전략 없이 추진되는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지역 내 산별노조(연맹)와 그 산하조직들로 하여금 누구를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하여 조직할 것인지를 보다 분명히 하도록 하려 한다. 

특히, 울산지역에서 비중이 높은 사내하청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선 노조가입의 문턱을 낮추고 현실적인 설득력을 갖는 고용안정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울산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노조처럼 산별노조로의 전환에 성공한 사업장에서 ‘1사 1노조’ 원칙을 세운 산별노조 규약 정신에 걸맞은 규정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정규직과 비정규직들의 직·간접적 접촉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 고용불안문제에 대하여는 원·하청 노동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정책을 개발하려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 설득력은 2차적 문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장 내부 원·하청 노동자들로부터 그 현실적 적합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 고용보장 방안을 개발하여 제시할 수 있을 때 사내하청노동자 조직화의 가능성이 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어디에선가 모범을 창출해야 하는데 울산에서만큼은 그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현대자동차 현장이다. 이곳에서 원·하청노동자의 건강한 연대에 기초한 대중투쟁과, 대중투쟁을 통한 조직화 성공이라는 신화를 창조하여 비정규노동운동을 전면화하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누가 뭐라고 해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조직화는 울산지역노동운동의 집중공략 과제이다.
연고자 찾기운동, “산별노조가 미조직노동자를 찾습니다!”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우리 조합원 가족 중 미조직 임금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조합원들만큼이나 많다.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 여성노동자이거나 중소기업노동자들이다. 이들을 조직하는 것이 곧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내하청노동자들과 더불어 ‘산별노조 가입운동’의 1차 대상자들이다. 곁에 있는 피를 나눈 가족 중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를 조직해내지 못하는데 어딜 가서 누구를 조직한단 말인가. 

이들에게는 노조가입 안내서 등을 전달하고, 가칭 ‘예비조합원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비정규직은 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 방패막이다”라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인식,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에 대한 차별에 도전하기보다는 정규직 노동운동에 기대를 갖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의존성, “정규직 노동운동은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고 그 운동을 보호하는 등의 능동적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신 극복 등을 목적으로 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을 자극하고 실생활에도 유용한 정보 등이 제공되는 신문 형식의 홍보물을 꾸준히 제공하려 한다.

또한 이렇게 연고자 찾기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노조운동에 대한 우호도, 업종, 사업장, 지역별로 미조직노동자를 분류하여 활용코자 한다. 즉 각급 조직이 미조직노동자 접촉과 간담회 등의 조직화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데 이용하게 하려 한다. 그리고 종이 홍보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도권 방송이 갖고 있는 공신력을 활용해 TV와 라디오 광고를 이용한 노조가입 캠페인도 상당한 수준에서 추진해보려고 한다. 

업종과 조직 경계를 넘어 ‘10만 조직화특위’가 간다!

울산민주노총은 기능에 있어 중복성이 강함에도 이원적 구조로 운영되었던 미조직특별위원회와 비정규직노조대표자회의를 10만 조직화사업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로 통합하고, 특위 내부에 교육선전팀과 정책기획팀을 설치·운영키로 했다. 특위 교육선전팀은 △산별노조를 소개하는 전단지 제작·공급, △노조가입 캠페인 방송광고 기획, △예비조합원 학교 등과 같은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용 등, 이렇게 각 산별 지역조직 모두에게 필요한 공통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내용이 동일한 사업을 각 산별 지역조직들이 다발적으로 고민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고자 한다. 또 각 산별 지역조직 또는 그 산하조직의 조직화사업 담당자의 활동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그가 조직화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이는 우리 지역본부가 각급 조직의 조직화사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과거와는 다른 수준에서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 특위는 각 산별 지역조직별로, 그 명칭을 무엇으로 하든 조직화사업을 고민·기획하고 추동하는 조직화사업기획팀을 구성하여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를 목적으로 공공노조 조직활동가와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의 노동담당자, 울산 북구 비정규직지원센터 상근자, 전교조 지역지부 및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청지부 담당자가 결합하여 운영하는 이른바 ‘공팀’(공공부문 조직화전략 기획팀의 약칭)이 산별 지역조직 조직화사업기획팀의 견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공팀 내에서 상호 협력하면서 학교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를 위하여 관련 실태를 조사하여 공유하고 있다 또 홍보물이나 전단지를 제작하여 학교현장을 순회 방문하는 등 조직화 대상노동자를 접촉하기도 하고, 전교조 조합원의 소개로 학내 비정규직노동자를 만나 상담을 행하기도 한다. 

다른 산별 지역조직과 그 산하조직들도 공팀처럼 특별할 것은 없지만 조직화사업의 대상을 분명히 설정하고, 관련 사업의 적절한 협력단위를 구성하여 매주 회합을 갖고 지혜를 모아가는 실천을 성실하게 전개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보다 적합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