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조, 어떻게 싸워왔나

노동사회

비정규직노조, 어떻게 싸워왔나

admin 0 4,340 2013.05.07 10:03

이제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6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의 형태와 유형이 복잡 다양하고, 또한 사업장에 따라 조건과 상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하고, 그에 따라 투쟁방향과 목표를 세우는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전개된 비정규직 사업장의 투쟁 중 대표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에 머무르려 한다. 소개 사례 가운데는 문제가 해결된 사업장도 있고, 여전히 투쟁중인 경우도 있으며, 노조가 해체된 사업장도 있고, 그 전망이 불투명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사례들을 편의상 제조업, 건설업, 통신서비스업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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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조업의 비정규직 투쟁 사례 

1) 볼보건설기계비정규직노조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주)아림이라는 볼보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었다. 3D업종인 도장업을 하는 이들은 IMF 이후 정리해고로 200명에서 40명으로 줄었고, 임금도 1년에 700∼800만원으로 줄었다. 심각한 저임금과 고용불안 속에서 (주)아림 노동자들은 1999년 11월 15일 볼보 비정규직노조를 설립하고, 설립필증을 받았다. 그리고 '볼보'라는 이름을 삭제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볼보 측의 압력으로 노조명칭을 (주)아림노조로 바꿨다. 그러나 볼보는 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보통 볼보는 다른 하청업체와는 1년에 한번씩 계약을 체결했지만 (주)아림과는 사장의 신용도가 떨어진다는 핑계를 대며 3개월에 한번씩 재계약을 하고, 그 때마다 노조해체를 종용했다. 볼보 사측의 지시에 따라 사내하청 업체들은 하청노동자수를 줄였고, 이는 재계약이 있는 지난 12월에 본격화되었다. 볼보는 재계약과 노조해체 중 하나를 강요했으며, 이에 (주)아림노조는 조합원 수련회와 비상총회를 열어 '고용·단협·노동조합 승계와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명칭도 다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직노동조합'으로 바꿨다. 23명밖에 안 되는 조합원이지만 1인당 200만원의 투쟁기금을 결의했고, 결국 볼보와 (주)아람은 12월 7일 이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비정규직노조는 12월 12일부터 정문 앞에서 조합원 15명이 철야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볼보 사측과 직접 대면하기 위해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8명이 지난 2월 1일부터 상경투쟁을 전개했다. 형식적인 도급계약 하에 이뤄졌던 불법파견 문제로 불거졌던 볼보 사태는 지난 4월 2일 사측이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협력업체 취업 노력, 위로금 지급 등을 이행하는 대신에 노조를 해산키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2) INP 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울산 방어진 INP 중공업 공장은 세계평화재단(통일교) 소유로, 사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계약직인 회사다. 생산현장은 모두 10여 개 업체, 300여 사내하청 일당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INP 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평일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을,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8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잔업수당이나 매달 월차휴가 등 기본적인 혜택이 도 누리지 못한다. 4대 보험은 물론 적용 받고 있지 않다. 모든 생산직 노동자가 하청업체 소속이며, 사무관리직도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연봉계약직이다. 

상습적인 임금체불과 일방적인 업체폐업, 잦은 산재은폐 속에서 지난해 10월 12일 울산 최초로 INP 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위원장 김형기)이 설립되었다. 노조설립 후, 수성기업 노동자 20여명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하고, 동우기업 노동자 70여명도 일방적 업체폐업에 항의하며 사장실 점거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진보기업 노동자 30여명도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이런 투쟁으로 체불임금을 지급 받는 등 요구를 관철시켰지만 이들은 결국 계약해지 되었다.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후에도, INP 중공업은 노조간부들의 정문을 출입을 막았다. 이에 김형기 위원장과 김형철 사무장 등이 노동부에 진정서를 보내, 11월 16일 노동부가 조합간부 출입허용 협조공문까지 INP 중공업에 보냈으나 여전히 INP 중공업은 이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오히려 사측은 11월 27일 울산지법에 노조활동정지 및 노조취소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노조를 없애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올해 3월 22일 울산지법은 INP 측이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취소소송에 대해 이유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노조가 12월 1일 울산지방노동사무소 산업안전과에 INP 중공업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 결과, 산업재해 은폐사례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에 명시된 여러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 11일 노조는 INP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현장출입 허용과 노조인정 등에 대한 노동부와 법원의 판결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12일 사측 관리자 50여명이 몰려와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지만, INP 중공업 사내하청노조의 노숙투쟁은 계속되었다. 이들은 최근 5월 16일 동부경찰서에 INP 중공업을 상대로 4월 12일 천막농성 침탈과 관련, 고소고발을 해놓은 상태다. 

INP 중공업 사내하청노조는 다른 비정규 사업장과 달리 정규직이 없다는 점 때문에 정규직과의 근로조건 차별이 주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임금체불, 일방적인 폐업, 산재은폐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조합활동 쟁취, 조합간부 출입보장, 근로기준법 준수, 임금착취 중단, 하도급 철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요구로 내세우며, 지금도 INP 중공업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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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10일 광주노동청 앞에서 광주지역 노동자들이 캐리어 사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캐리어 사내 하청 노조 ]

3) 캐리어사내하청노동조합

(주)캐리어는 광주하남공단에 있으며, 에어컨과 냉동공조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생산직 사원 808명에 관리직 사원이 400명이 있으며, 사내하청업체에서 온 인원은 비수기에 350여명, 성수기에 700여명 정도다. 사내 하청업체로는 명신실업, 청우, 대명실업, 캐리어냉열, 광진, 한보산업개발 등 6개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다. 남자는 월 기본급 48만원(시급 2,000원)에 상여금 포함해서 64만원을 받으며, 여자는 최저임금법 시급 1,865원보다 낮은 시급인 1,757원을 받고 있다. 또, 연월차 수당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며, 4대 보험의 혜택도 못 받고 있다. 정규직과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1/2 또는 1/3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작업복이나 신발도 정규직이 쓰던 것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2월 20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6개의 하청업체에서 1명씩 모여 이경석 위원장과 함께 총 7명이 중심이 되어 노조를 결성한 것이다. 그러나 22일 오전 6개 하청업체는 이경석 위원장과 6명의 노조간부를 계약 해지했다. 캐리어사내하청노조는 (주)캐리어에 직접교섭을 요구했지만 (주)캐리어가 응하지 않자, 4월 1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449명 중 420명 참가, 378명 찬성)를 거쳐 4월 20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와 노조간부 7명의 복직, 노조활동보장, 남녀동일임금 등 각종 차별철폐를 요구했는데, 하청노조가 파업을 전개하던 중, 지난 5월 1일에는 캐리어직원 100여명이 농성 중이던 하청노조원 8명을 강제로 몰아낸 일이 발생했다. 또, 5월 17일에는 출근투쟁을 하던 하청노조와 회사 용역직원간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그리고, 5월 21일에는 회사측 관리자와 구사대 400여명이 캐리어 정문 앞 하청노조 천막농성장에 들어가 농성자를 폭행하고, 천막농성장을 완전히 철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5월 21일 광주지방노동청은 (주)캐리어에 대해 불법파견 시정조치를 내린 상태다. 

(주)캐리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불법투성이다. 캐리어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감독자의 작업 지시를 받으면서 정규직 노동자와 섞여서 똑같은 일을 해왔다. 즉, 도급계약의 형식을 빌어 불법파견 인력을 사용해왔던 것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생산공정에의 파견근로는 불법이며, 2년 이상 근무한 파견근로자(80명 정도)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캐리어는 이를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각종 불법행위와 함께, 하청노조와 정규직노조와의 갈등도 이 투쟁이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금도 하청노조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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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건설운송노조원들이 5월 28일 생존권 사수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2. 건설업의 비정규직 투쟁 사례 

1)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


지난 해 8월 설립된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위원장 채수봉)은 비정규직 타워크레인 기사들만으로 구성된 노조다. 조합원 950여명이 가입해있으며, 이는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 중 70%에 해당한다. 이들은 IMF 이전까지는 중장비를 건설현장에 임대해주는 장비임대업체 소속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IMF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물량이 대폭 줄어들자 임대업체들은 이들과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거나 공사 만료일까지 계약함으로써 이들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만들었다. 

이들에게 주요한 사안은 비정규직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악화다. 타워 기사들은 계약기간 12개월 동안 월 2회의 휴일만을 갖고, 한 달에 280시간을 일해야 한다. 또, 월 280시간 일해도 경력에 상관없이 월급은 120∼160만원을 넘지 못한다. 한 달에 20회 이상 야근을 하고, 고공작업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은커녕 사회 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불만들이 쌓여, 타워크레인 노조는 지난 4월 10일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재적인원 950여명 중 685명이 참가해, 635명이 찬성(반대 36명, 기권 14명)하여 92.7%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4월 28일 노조가 조직된 121개 사업장에 쟁의조정신청서를 낸 타워크레인 노조는 4월 30일 서울역 집회를 시작으로 파업상경투쟁을 시작했다. 121개 사업장 중 44개 사업장은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에 교섭을 위임했으며, 나머지 77여 개 사업장과는 개별 교섭해야 하는 상황에서 타워크레인 노조는 올 2월 교섭안을 내 5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구했지만 조금도 진전되지 않았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5월 9일∼11일까지 ▷ 임금 10% 인상, ▷ 주휴 보장, ▷ 6월 16일까지 단협체결 등 3대 중심안을 갖고 교섭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41개 사업장이 타워노조의 요구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파업대오를 풀지 않고, 협동조합을 압박하기 위해 5월 24일에는 전국 100여명의 조합원이 서울, 대전 등 5개 지역 30여 개 현장, 40여대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5월 25일,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합의했다. 121개 중 약 80%의 업체가 임금 10%인상(총액기준), 주 1회 휴무 등을 수용했으며, 유니온 샵 도입 및 정규직화 등 남은 쟁점은 10월 15일까지 추가교섭하기로 했다.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나머지 사업장들도 추가로 교섭키로 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노조활동 보장 및 단체협약 체결, 일요일 휴무,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준수 등이었다. 

2)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레미콘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22일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위원장 장문기)을 세우고, 현재 23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있다. 원래 건설사 소속이었던 레미콘 노동자들은 80년대 중후반부터 레미콘 회사들이 낡은 레미콘 차량을 강제로 불하함에 따라 지입 차주가 되었으나, 실상은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사측의 이런 결정은 레미콘 업계의 평균 근속기간이 10년으로 장기근속자들이 늘어갔고, 이에 따라 임금도 높아지며, 차량 노화로 수리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입 차주가 되면서 레미콘노동자들의 상황은 악화되었는데, 이는 차량관리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했으며, 월 급여도 80만원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근로조건보다 더 큰 문제는 사측이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데에 있었다. 한국레미콘연합회 소속 업체들은 지입 차주가 된 레미콘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주로 보고, 이들이 노동자라는 것도, 이들이 조직한 노조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지정한 업체에만 물건을 운송하고, 회사가 지각이나 무단 결근자를 징계하는 상황에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주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2월 1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건설운송노조 미화분회 소속 노동자들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회사측의 계약해지를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하고, 원직복직 결정을 내렸다. 또, 4월 19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민사2부도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담당하는 레미콘 운반업무가 회사측 사업에 필수적이고, 운송기사들이 사측에 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만큼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건설운송노조는 4월 2일∼5일간 재적조합원 2,034명 중 1,432명이 참가, 1,226명(86%)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그리고, 4월 1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종료결정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하여 현재(5월 30일)까지도 진행 중에 있다. 이들은 노조인정, 단체협약 체결, 매주 일요일 휴무, 시간외 수당지급, 도급계약서 철폐, 운반단가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소속인 전국건설운송노조는 노동조합 설립신고 필증을 받은 합법적인 노동조합이나, 사측이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노조인정도, 교섭도 진전되지 않는 것이다. 

3. 통신·서비스업의 비정규직 투쟁 사례

1)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위원장 홍준표)의 투쟁이 170여일을 넘고 있다. 한국통신에는 약 1만 여명의 계약직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주로 선로보수, 유지, 가설 및 실험실에서 일했으며, 일부는 114, 100, 110번의 안내를 맡았다. 이들의 임금은 IMF 이후 145만원에서 85만9천원으로 줄었고, 이는 경력 10년차나 1년차나 동일했다. 계약기간도 1년에서 1개월까지 줄었다. 계약직노동자들의 주된 요구는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계약직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작년 2월 29일 한국통신계약직노동자 협의회 설립 이후, 6월 10일 한국통신계약직노조를 세웠지만 합법단체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통신노조의 규약상 조직대상에 계약직노동자들도 포함되어 있어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저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직 노동자들이 한국통신노조에 가입원서를 제출했으나, 한국통신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와 계약직 노동자들 간의 정서 차이 및 해고된 계약직 노동자들의 해고자 구제기금 감당을 부담으로 여겨 이들의 원서를 반려했다. 이 상황에서 계약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조를 만들었지만, 복수노조금지 규정 때문에 법외단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직 노조는 한국통신노조에 규약개정을 요구했고, 9월 30일 임시대의원대회와 10월 1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비정규직을 조직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규직 노조의 규약개정안이 통과되었다(참가 222명 중 찬성 211명, 반대 4명, 무효 7명). 이어 10월 13일 서울지방노동청이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함으로써 조합원 500명의 한국통신 계약직노조가 합법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조가 합법화된 후에도 한국통신은 이들을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직 노동자들이 노조결성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통신은 재계약 월수를 점차 줄여나갔고, 결국 2000년 기획예산처의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지침을 이유로 12월 말까지 7천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계약직 노조는 11월 25∼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재적인원 500명 중 300명이 참가, 280명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게다가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통신과 계약직노조의 노사분규를 직권중재에 회부하지 않음으로써 계약직 노조는 합법파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통신 계약직노조의 투쟁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계약해지 된 인원이 7,000여명이었지만 10월 노조가 합법화되기 전, 법외단체라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참여가 낮았으며, 한국통신노조의 지원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3월 29일 200여명의 계약직노동자들은 화곡전화국 목동분국을 점거하기도 했다.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7,000여명을 해고한 한국통신은 114 분사화를 통해 계약직을 완전히 정리하려 한다. 얼마 안 남은 실업급여로 버티고 있는 계약직노조는 지난 5월 13일부터 지역거점투쟁을 통해 제2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5월 24일부터 114분사화 저지를 위해 한국통신노조와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2) 이랜드노동조합

이랜드노조는 2000년 6월 16일부터 2001년 3월 5일까지 263일 동안 파업을 전개했다. 1993년 10월 노조가 세워진 이래 1,500명이 노조에 가입했지만 탈퇴회유 등으로 조합원 수는 200여명을 넘기 어려웠다. 전체노동자 2,480명 중 220여명이 조합원인 이랜드노조는 사무전문직분회, 식품분회, 2001아울렛분회, 비정규직분회로 구성되어 있었다. 220여명의 조합원 중 비정규직 조합원은 80여명이었다. 이 중 비정규직분회의 부곡분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부곡분회 노동자들은 IMF 이후 두 차례 시급을 삭감당하면서도 냉난방 시설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일했고, 이들이 노조분회 결성을 준비하자 2000년 2월 25일자로 이들을 도급업체 소속으로 넘긴다고 회사측이 밝혔고, 이랜드노조는 6월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실제 조합원 150명 정도가 파업에 참가했는데 이 중 비정규직이 60명, 정규직이 90명이었다. 부곡분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대우와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문제도 있었다. 또, 군부대 서비스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기도 했다. 파업을 시작한 노조는 각 아울렛에서 거점농성도 전개하고, 이랜드불매운동도 시작했다. 작년 11월 21일에는 전국 6개 지역으로 전국 순회투쟁에 나섰으며, 12월 8일에는 조합원 30여명이 중계동 2001 아울렛을 기습 점거하여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파업 263일만인 2001년 5월 3일에서야 이랜드노조는 파업을 정리했는데, 사측과의 합의에 따라 만 3년된 비정규직 사원은 전형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부곡분회의 경우 2년 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또, 부곡 분회원들에 대한 일방계약해지를 금지하고, 도급해지자 15명은 타결직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또, (주)이랜드 부곡물류센타를 외주로 전환할 경우 사전 노사합의하기로 했으며, 도급, 파견, 용역계약 체결을 체결할 경우 30일 전에 노사간에 협의하기로 했다. 또, 성희롱 예방책으로 성희롱 예방을 제도화하고, 성차별, 성희롱 담당 여성관리자를 임명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이랜드노조의 투쟁은 비정규직 차별문제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성희롱 문제까지 겹친 투쟁이었으며,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이끌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더불어 비정규직을 도입할 경우 노조와 사전 협의토록 하는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전체 종업원의 1/10도 안 되는 조합원 수를 늘리고, 계속될 사측의 고용조정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4. 글을 맺으며 

앞에서 지금까지 전개된 비정규직 관련 투쟁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거칠게 살펴보았다. 제조업의 경우 불법적인 사내하청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 형식은 도급에 따른 간접고용이되, 내용은 직접 고용된 정규직과 다름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정규직을 써야 할 일자리에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형태로 불법파견근로가 이뤄져왔던 것이다. 이 경우, 해당사업장의 정규직노조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비정규직노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건설업에서 비정규직이 문제가 된 사례인 타워크레인노조나 건설운송노조의 경우로, 업무 특성상 독립 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으로 전환되었지만, 실제 하는 일이나 근무실태는 노동자와 다름이 없었고, 이 때문에 사용자는 특수고용이라는 노동자의 지위를 악용하여 임금과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경우였다. 

통신서비스업에 해당하는 한국통신계약직노조와 이랜드노조의 경우는 비정규직을 일차 목표로 삼은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에 대항한 (노조로 조직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랜드노조의 경우에는 일정한 성과를 얻어냈지만, 한국통신계약직의 경우 조합원을 포함한 7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계약해지를 당했고 노조 역시 사측의 공세 속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실정이다. 

투쟁 사례들을 정리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단초가 기업별노조체제의 전망 속에서는 나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만의 임금인상·고용안정 중심이라는 기존 노조활동 패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활동과 사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느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비정규직 사업의 방향을 잡고 모범을 세우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열기에 비해 제대로 된 투쟁 평가는 아직 없는 듯 하며, 관념적이고 근본적인 처방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점에서 투쟁 사례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석·평가가 시급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