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운동의 신조류

노동사회

국제노동운동의 신조류

편집국 0 5,081 2013.05.29 08:18
 

*****************************************************************************************************
이 글들은 일본 ILO협회가 발간한 『세계의 노동』2007년 1월호(제57권 제1호)에 실린 특집 “국제노동운동의 신조류: 지구화시대의 노동운동” 중 일부를 옮긴 것이다. 이 특집은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4개국의 최근 노동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노동사회』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며,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


[ 독일 ]

독일 노동조합운동의 현황과 과제

들어가는 말


독일 노동조합운동을 둘러싼 상황에는 여전히 엄중한 것이 있다. 특히 단체협약을 바탕으로 하는 노사관계가 없었던 동부지역(구 동독지역)에는 장기간에 걸친 대량실업의 결과 단체협약체제의 성립이 취약한 채로 지내왔을 뿐 아니라, 서부지역(구 서독지역)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상황은 약간 회복되고 있다. ILO기준에 의한 실업률은 2006년 6월 현재 서부지역 7.0%, 동부지역(베를린 포함) 11.0%, 전체평균 7.8%이다. 

1. 노동자조직의 현황

1) 노동조합원의 감소와 조직통합


독일 노동조합의 특징은 조합 수의 소수성이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중앙조직 독일노동총동맹(DGB)의 산하조합은 8개밖에 없다. 6천여개, 수만의 노동조합이 있는 한국, 일본과는 그 구조가 전혀 다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의 경우 사업장 수준에는 종업원 선거로 선출된 종업원평의회가 존재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기업의 밖에서 사용자단체나 특정 기업과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임금·노동시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밖에 체결권이 없고 일본의 기업별조합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종업원평의회는 사용자단체들과 산별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범위 안에서 각종 노사교섭을 행하고 있다. 

wblee_01.gif

고실업이나 고학력화의 결과 지난 10년여 사이에 조합원 수는 3분의 2로 감소하고 있다. 금속노조(IG Metall)는 통합 전에 320만명이었던 데 비해 2005년에는 238만이 되었다. 약 80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통일서비스노조(Ver.di)는 통합 전에 다섯 개 조합에 370만명 정도였는데, 2005년에는 236만으로 줄어들어 실로 조합원이 134만명이나 사라진 셈이다. 조합원 수의 대폭적인 감소는 전임직원의 대폭적인 삭감과 지역조직의 재편성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조직인원의 감소가 조합통합의 최대 이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금속노조와 통일서비스노조 두 조합만으로 전체의 약 7할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2) 종업원평의회의 존재율과 선거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은 사업장조직법에 의해 5인 이상의 종업원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종업원평의회(Betriebsrat)를 설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모든 사업장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직업연구기구(IAB) 사업장패널조사에서는 2003년에 처음으로 종업원평의회 이외의 노사커뮤니케이션시책(종업원대변자: ein Belegschaftssprecher, 간담회: ein runder Tisch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표2]와 같다.

wblee_02.gif

5~50인의 사업장에서는 동서 양쪽 모두 종업원평의회가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이다. 종업원평의회 설치는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활동비가 모두 기업부담인 종업원평의회를 앞장서서 설치하려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 그에 비해 종업원평의회 사업을 위한 각종 지원활동은 조합의 중요한 영역이다. 

3) 종업원평의회에 대한 노동조합의 영향

종업원평의회에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는가는 노동조합에게 매우 중요하다. 종업원평의회대표의 선거는 4년에 한번 치러진다. 2006년 9월28일에 나온 잠정결과에 의하면 4년 전에도 종업원평의회가 존재하고 있던 사업장에서 DGB 가맹조합원의 점유율은 73.0%로, 2002년의 75.7%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종래부터 선거기간 중에 조합원이 되는 종업원대표가 4~5%가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78%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업원평의회 위원장 가운데 노조대표가 87.3%이다. 또한 신규로 종업원대표를 선출한 사업장에 관해서 보면 약 60%에 그치고 있다. 

2. 최저임금제 논쟁의 배경

독일에서는 최근 최저임금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독일에서 최저임금제가 문제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여기서는 네 가지로 요약하고자 하는데, ①단체협약 적용율의 저하, ②EU확대에 따라 동부로부터의 노동자 유입, ③규제완화에 따르는 파견노동의 증가, ④실업수당Ⅱ의 창출과 ‘콤비임금’을 둘러싼 논의 등이 그것이다. 

1) 단체협약적용률의 상황

단체협약적용률은 서서히 저하하고 있다. [표3]은 노동시장·직업연구기구(IAB)가 행한 2005년 패널조사결과이다. 기업 외부에서의 노동조건 결정이라는 기본구조에 변함은 없지만 서부지구에 비해 동부지구의 협약적용률이 낮다. 단체협약적용률(부문별단체협약+기업별협약)은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서부지구 90%, 동부지구 81%로 압도적이지만, 소규모인 10~49인 규모 사업장에서는 각각 53%, 38%에 그치고 있다. 노사의 협약자치, 즉 노사교섭에 의해서 임금을 결정하는 종래의 입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며, 특히 서비스산업에서는 임금의 하한선으로서 최저임금제도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 

wblee_03.gif

2) EU확대와 건설노동자의 최저임금

최저임금제가 주목을 받게 된 두 번째 요인은 2004년 EU확대(체코,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몰타,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의 EU가맹)와 그에 따라서 새 가맹국의 기업이 자국 피용자를 사용하여 독일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1991~2004년의 15년 사이에 독일에 들어온 순유입인구(유입-유출)만도 613만명에 이르렀다. 점차 이러한 유입은 수습되어 갔지만 폴란드인 계절노동자의 대량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2004년에만 폴란드로부터 들어온 계절노동자가 3만5천명이나 증가했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EU의 「서비스공급구조상 노동자파견에 관한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지령」(1996)이 있다. 이 지침은 대상이 되는 기업이 “해당 직업이나 산업에 적용되는 파견자(국)의 법률, 규칙, 행정규정 내지는 단체협약, 중재재정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고, 그 대상이 되는 노동조건의 하나로서 최저임금을 들고 있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단체협약, 중재재정”이란 원칙적으로 “지역, 직역 또는 업종의 모든 기업에 대해 일반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선언된 단체협약 또는 중재재정”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 통일 후인 1990년대 초 대량의 자금이 서부지구에서 동부지구로 유입되고 일대 건설 붐이 일었다. 그 때 동구의 기업에 대량의 저임금 외국인노동자가 이동해왔다. 임금격차가 컸기 때문에 붐이 지난 후 많은 독일인들이 직장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EU지령과 때를 같이 하여, 1996년 건설업노동자파견법(Arbeitnehmer-Entsendegesetz)을 제정하였다. 이것은 단체협약의 일반적용에 의해서 건설업의 최저임금을, 외국기업 안에 파견되어 있는 피용자에게도 강제적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업종의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이를 단체협약을 체결한 모든 업종에 확대하면 업종별 최저임금제도가 된다. 단체협약에 의한 노사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이러한 제도는 금속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06년 8월에는 건물청소업에도 적용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결정하였다. 

3) 파견노동의 확대와 산별협약을 뛰어넘는 협약 체결

최저임금제가 논의되는 세 번째 배경은 파견노동의 규제완화다. 파견회사는 1967년 헌법재판소에서 합법화되고 1972년에 ‘노동자파견법’(Arbeitnehmeruberlassungsgesetz)에 의해서 법제화되었다. 규제완화와 기업체 슬림화의 흐름 가운데 이 법도 완화되었다. 비교가 가능한 노동자와 파견기업 노동자의 동일처우가 요구되었던 건설업을 제외하고, 파견노동자에 관한 종래의 보호규정이나 제한이 철폐되고 인재파견회사가 속속 설립되었다. 2003년 IAB사업장패널조사에 의하면 파견노동(Leiharbeit)에 종사하는 피용자가 전체 피용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서부지구에서는 0.7%, 동부지구에서는 0.5%에 머물고 있지만 증가추세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파견노동의 규제완화는 산업별 단체협약이라는 시스템에 일종의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파견노동이 산업을 초월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노동자의 고용주는 파견노동자를 여러 가지 산업에 파견한다. 거기에서 노동조합은 연합체를 꾸려 통일협약을 파견모기업의 사용자단체와 체결하게 되었다. 현재 DGB 가맹조합은 두 개의 사용자단체와 파견노동자의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첫째, 파견노동·인재서비스연맹(Bundesverband Zeitarbeit Personal-Dienstleistungen e.V. BZA)과의 단체협약이다. DGB에 가맹한 8개 조합이 노동조합측의 주체가 되어 있다. 즉 DGB가 사실상의 체결주체라고 할 수도 있다. 적용범위도 독일 전국에 걸쳐 있다. 물론 서부지구와 동부지구는 각기 협약임금이 다르지만, 어쨌든 하나의 협약으로 독일 전체의 산업을 포괄하는 단체협약인 것이다. 전산업에 걸친 파견노동자의 가장 단순한 임금등급의 임금이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파견기업의 사용자단체가 등장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견노동자의 임금을 정하는 것은 바야흐로 개별노동조합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만큼 최저임금의 의미도 커지고 있다. 

4) 실업수당Ⅱ와 콤비임금

최저생활수준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법정최저임금이 논의되는 측면도 있다. 일본에서는 생활보호기준과 최저임금의 역전이 논의되고 있지만, 독일은 이른바 ‘콤비임금’과의 관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콤비임금은 하르츠 제Ⅳ법에 의한 실업수당Ⅱ의 수준보다 낮은 임금률의 일에 취업하고 있는 자에게 행정이 일정한 임금보조금을 내는 것으로, 취로를 촉진시키려 하는 것이다. 미국의 취로촉진수당(EITC)모델 등 복수의 모델들이 검토되고 있다. 최저임금이냐 최저수준까지의 임금보조급이냐, 실업수당Ⅱ와 최저임금수준과의 관계에서 논점이 얽히고 있다. 

3.조합내의 온도차와 정당의 입장

전면적인 최저임금제의 확립을 시도하는 것은 통일서비스노조(Ver.di)와 식료음료레스토랑노조이며 공동으로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우선 전국일률최저임금으로 시간당 7.5유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9유로까지 인상하라는 것이다. DGB도 7.5유로의 전국일률최저임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요구의 중심은 DGB가 아니라 통일서비스노조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IG Metall)는 협약자치를 중시하고 법률에 의한 일률적인 최저임금제도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단체협약상 최저임금등급의 일반적용이라는 형태로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노사의 자주성을 약화시키는 법정일률최저임금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더욱이 제3대 노조인 광산·화학에너지노조는 협약자치의 관점에서 단체협약의 일반적용이 아닌 법정일률최저임금 그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광산노조도 그와 유사하다. 

정당의 입장도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집권정당인 기사당-기사당 연합의 주류파는 법정 최저임금제도 도입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당내의견은 다양하다. 메르켈 수상도 기사당 당수인 슈토이버도, 수준을 별개로 하면 최저임금에 반드시 반대하지는 않는다. 단체협약의 일반적용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9월 말 시점에서는 다소 의견을 후퇴시키고 있다. 기민당의 노동조합파(CDA)는 법정일률최저임금을 지지하고 있다. 단지 7.5유로는 너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립정권 안에서는 6유로 안이 나오고 있다. 

기사당은 보수파로서 DGB가 말하는 최저임금에는 부정적이다. 또한 기사당은 동구와 인접한 바이에른주의 중소기업 이해의 관점에서, 폴란드기업 등이 값싼 자국 노동자를 계약노동자로 파견함으로써 야기되는 타격을 막기 위해, 건설업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도 단체협약을 확대적용하여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입법에는 적극적이다. 연립여당인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DGB의 입장에 가장 가깝게 최저임금에 찬성하고 있지만, 주류파는 단체협약의 일반적용업체 확대 쪽에 열심이다. 사민당 안에서도 통일된 의견은 없다. 야당 가운데 좌파인 ‘녹색 사람들’은 최저임금 도입에 적극적인 데 반해 자유민주당은 최저임금 도입에 부정적이다.  

이처럼 사태는 혼란스럽다. 최저임금제의 도입에 긍정적인 조사결과도 있고 사태는 유동적이다. 다양한 이해, 경제환경이 최저임금제도의 행방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는가 아니면 소멸하는가, 또 실현된다면 어떤 형태로 귀결될 것인가는 현시점에서는 아직 예단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다. 

[ 프랑스 ]

프랑스 노동조합과 노사대화에 관한 법

‘노사대화의 현대화’ 제안


프랑스에서는 작년 4월 청년고용제도의 도입이 노동조합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 실패로 끝난 후, 그 반년 후인 10월에 시라크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대해 정부와 노사전국조직에 사전 교섭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사대화의 현대화 방침’을 제기하였다. 노사합의의 법제화를 기본으로 하는 EU 사회정책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청년을 위한 최초고용계약(CPE)이란 채용 후 2년간은 이유를 붙이지 않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계약제도로서, 공식적으로는 경영자의 채용의욕을 높여서 청년의 고용을 촉진하는 것을 노린 규제완화책이었다. 그러나 작년 2월부터 법안 심의가 시작되자 고용의 불안정화를 초래한다고 하여 학생들이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주요한 노동조합도 5차례에 걸친 전국적인 항의 공동행동을 전개하였다. 이 때문에 드 빌팽 총리는 제정 직후 법률의 철회라는 이례적인 대응의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그 반년 후에 내놓은 ‘노사대화의 현대화’는 CPE가 노사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발표되고 1968년 5월 혁명 이래 가장 심각한 사회위기를 초래했다는 데 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 

학생과 노동조합의 CPE 거부

고용회복을 목표로 내걸고 2005년 6월에 취임한 드 빌팽 총리는 그해 8월에 종업원 20인 미만의 소규모영세기업에서는 채용 후 2년간은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도 해고할 수 있는 고용제도 신고용계약(CNE)을 도입하였다. 이것이 고용조치의 제1단계이었다. CNE는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CPE의 기초가 되는 제도였다. 정부에 의하면 CNE 계약은 제도가 발족한 2005년 8월부터 2006년 3월까지 8개월 사이에 41만 건에 달했다. 

이어 드 빌팽은 이민자 젊은이들의 폭동을 계기로, 2006년 1월 고용조치의 제2단계로서 젊은이의 고용계약제인 CPE의 창설을 돌연 발표하였다. 프랑스의 15~24세의 청년실업률은 20%를 넘어 동구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CPE는 소규모영세기업의 고용에 이어 청년고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겨냥했다. 

프랑스의 고용계약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CDI)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CDD) 두 종류가 있다. 양자는 일본의 ‘정사원’과 ‘비정사원’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문제의 CPE는 CDI와는 다른 형태의, 채용 후 2년간 시용기간이 이어지고 젊은이에만 한정해서 정사원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는 시용기간 중의 노동자에 대해 능력·적성이 결여되었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본채용을 거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시용기간 중의 해고는 대부분 있을 수 없다. 프랑스는 시용기간이 평균 1.5개월 정도로 짧다고 할 수 있고 사용자가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 자유로이 해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다르다.

CPE의 목표는 공식적으로는 능력·적격성을 판별하는 2년이라는 긴 시용기간을 둠으로써 경영자의 채용의욕을 북돋고 청년 정사원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능력·적격성이 판명되면 2년 이내에 정사원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러나 CPE가 정사원 이행을 반드시 보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가 청년을 정사원으로 올릴 것처럼 위장하면서 최장 2년의 유기고용에 그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 때문에 무권리의 단기고용이 증가하는 결과로 끝나고 말 가능성도 있다. 청년고용이 늘어나도 그 질이 열악하게 되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증가와 유사하게 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비정규직사원에 해당하는 CDD나 파견 등 유기고용의 이용은 노동법전에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예컨대 CDD나 파견은 휴직자의 대체, 사업확대를 위한 일시적 대응, 업무의 계절적 변동 대응에만 한정되고 “상태적이며 항상적인” 기업활동에서의 이용은 금지되어 있다. “상태적이며 항상적인 유기고용의 이용”이란 정사원을 늘리지 않은 채로 유기고용을 계속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은 유기고용의 “남용”으로 간주되고 있다.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사협의기관인 기업위원회가 근로기준감독관서에 고소할 수 있다. CFDT노조가 노동자용으로 간행한 『노동자 - 당신의 권리수첩』(2005년)에 의하면 유기고용의 갱신은 1회에 한하고 그 경우에도 고용기간의 합계는 길어야 3~24개월이다.

드 빌팽이 제시한 소규모영세기업이나 청년에 관한 고용촉진책은 유기고용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온 프랑스에서 단기고용을 증가시킬 우려가 컸다. CPE에 대한 학생, 노동자의 거부감이 국민 사이에서도 지지를 얻었던 것은 이 제도가 정사원고용을 감소시키고 단기고용을 증대시켜 고용의 불안정을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에 대한 2대 노조의 이의 제기

시라크 대통령이 경제사회심의회(CES)에서 ‘노사대화의 현대화’의 방침을 제안했던 것은 CPE 철회로부터 꼭 반년이 지난 2006년 10월10일이었다. 경제사회심의회는 노동조합, 경영자단체 등 직업대표로 구성된 자문기관이다. 대통령은 제안에서 정부·노동조합·경영자의 3자에 의한 새로운 책임의 구조물을 찾아서, 정부는 “정책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노동조합은 “종래 이의제기의 전통에서 자유로워지며”, 기업은 자기의 이해라는 “편협하기 그지없는 견해”를 버리고, 전체적으로 “계약을 늘리고 법률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제안은 직접적으로는 3개월에 걸친 사회위기를 초래한 CPE를 계기로 하고 있지만, 제안의 골자는 이미 전해인 2005년 말 총리 편에 제출된 노사대화에 관한 두 가지 보고서에 나타나 있었다. 하나는 라파엘 아다스 르벨의 보고서 「유효하고 정당한 노사대화를 위하여: 직업 노동조합 조직의 대표성과 재정」이며, 다른 하나는 도미니크 세르띠에의 보고서 「노사대화의 현대화를 위하여」이다.

아다스 르벨의 보고서는 노사교섭, 협약의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서 조합대표성 기준의 수정, 대표적 조합의 교체, 협약 정당성의 강화, 중소기업 부문 대표성의 방식, 조합재정의 투명화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제안하였고, 세르띠에의 보고서는 노사정 3자의 합의형성이 훌륭하게 조직되어 있지 않은 프랑스의 정치사회 상황과 관련하여, 3자의 합의형성을 위한 새로운 구조를 제안하였다. ‘노사대화의 현대화’의 방침에 기초하여 작성된 법안도 이 두 보고서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6년 11월22일에 의회에 제출된 노사대화의 현대화에 관한 법안은 노동개혁 때 정부와 노사의 사전협의 의무만을 규정하였고, 현안인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협약의 유효성’ 문제는 다루지 못했다. 12월 초 2대 총연맹인 CGT와 CFDT는 양 조직 사무총장 취임 후 처음이라고 알려진 공동성명에서, 법안이 노사의 입장과 역할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일보 전진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단체협약의 유효성에 관한 룰을 개정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정부에게 촉구하였다.

노조의 대표성과 협약의 유효성

노조의 대표성과 협약의 유효성의 문제는 프랑스가 낮은 조직률에다 5개로 분립된 노조 전체를 단체교섭의 당사자로 인정해온 노사관계정책의 특이성에서 유래한다. 프랑스의 조직률은 전통적으로 낮아 1970년대와 1980년대의 20% 정도에서 10% 대로 반감하였다. 10%대라는 조직률은 일본이나 미국을 밑도는 선진국 최저의 수준이다. 이 적은 규모의 조합원이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CGT, CFDT를 비롯한 5개의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다섯 조직은 누구나 대표적인 노조 자격을 인정받아 왔다. 

wblee_04.gif

복수노조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당시 최대노조인 CGT의 교섭권 독점을 경영자가 싫어했기 때문에 성립한 정치적 타협에서 유래했다. 노동법은 교섭권을 인정받는 ‘대표성’의 근거를 조합원 수, 독립성, 조합비, 경험과 역사, 점령 시의 애국적 자세 등 다섯 가지로 해왔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1966년 3월31일 정령으로 다섯 조직을 전국수준의 대표조직으로 인정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1968년 12월27일 법은 다섯 조직에 속하는 노동조합에 무조건적으로 기업수준의 대표성을 인정하였다. 

대표성의 문제가 부곽된 것은 1980년대 이후 조직분열로 생겨난 연대통일민주노동조합(USD)이나 독립조합전국연합(UNSA)과 같은 새로운 조합들이 공무·공공부문 종업원의 지지를 넓혀가고 있음에도 단체교섭이나 직업선거에의 입후보에서 방해받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CGT·CFDT 공동성명은 기업수준의 대표성을, 종업원의 대표를 선출하는 직업선거의 결과에 기초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단체교섭은, 산업수준의 경우 정부가 경영자단체와 대표성을 가진 노동조합을 소집하고 동일한 테이블에서 산업에 적용되는 ‘법’을 제정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였다. 그 때문에 원래 교섭에 부정적인 경영자는 조직도 크고 요구수준도 높은 CGT와 같은 조합과의 교섭에서 이탈하거나 합의를 거부한 후, 경영자에게 협력적인 소수파조합과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CGT의 산업별협약의 체결률은 1990년대에도 3할 정도로 꽤 낮았다. 그러나 사용자의 체결유무를 기준으로 하여 협약적용을 결정하는 1950년 협약법은, 하나의 조합만이 체결한 ‘소수파 협약’도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사업전체로 효력확장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내용을 수반하지 않은 ‘형태만의 협약’도 생겨났고, 또한 이로 인한 협약에 대한 불신이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다수파를 제외하고 성립한 소수파 협약의 유효성의 문제는 조직률 저하와 함께 심각성을 증폭시켰다고 볼 수 있다. CGT·CFDT 공동성명은 협약의 효력을 피고용인의 다수파를 대표하는 조합과의 체결을 근거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단체인 프랑스기업운동(MEDEF)나 CGT, CFDT를 제외한 세 노조는 대표성이나 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wblee_05.gif

프랑스 노동조합의 동향  

최근 노동조합 조직의 상황에 대해 보자. 조합원 수는 전통적으로 노조발표 데이터에 기초하여 추정되어 왔다. 그러나 조합발표에는 거품이 많고 더욱이 조합원 감소추세 속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에, 1990년대에 들어서는 조합원을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이 고안되었다. 

우선 도미니크 라베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그룹은 1990년대 초에 조합비의 징수기록이나 종업원대표 선거에서 조합별 투표결과를 가지고 조합원 수를 추정하였다. 또한 1996년 이후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의한 「가계의 생활조건에 관한 계속조사」의 결과가 조직률 계산에 사용되게 되었다. 이 조사는 매년 15세 이상인 8천명을 대상으로 “조합 또는 직업조직의 멤버”인가 아니가, 또한 조합에의 관여의 정도, 즉 “단순한 조합원”인가 “적극적인 참가인가, 책임자(임원)인가”도 묻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통해 조합원 수의 추정이나 조합원 분석이 행해지고 있다.

이 조사에 기초한 조합원 수 추정에 의하면 취업 중인 조합원은 현재 190만명으로 고용자 가운데 차지하는 조직률은 8%대이다. 프랑스에서는 퇴직자 등도 조합에 가입하고 있고 조합원의 2할 정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조합원수는 이것보다 40~50만명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의 감소는 1990년대 중반에 바닥을 치고, 최근에는 조합원의 안정화 내지는 미증경향이 보인다. [표2]는 2005년 8월 CGT본부에서 브리핑할 때 입수한 자료이다. 1997년 대회와 2001년 대회의 조합원 수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CGT 계열 산업별조직 조합원이 증가하고 있다. 금속, 농산물 가공, 임업과 같은 고용자가 감소하는 산업에서도 조합원이 늘고 있다. 이 이외에 1990년대보다 조합지부의 증가도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35시간제 교섭과 같은 노동조합(지부)을 상대로 하는 기업교섭이 1990년대 이후 확산된 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