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에게 힘을 주는 교육 스스로 확산되는 교육

노동사회

활동가에게 힘을 주는 교육 스스로 확산되는 교육

편집국 0 3,599 2013.05.29 08:17

전교조는 교육자들의 조직이다. 그래서 전교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전교조가 그 어느 노조보다 교육사업이 활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참여교육, 강사부족과 활동가훈련의 해결방법 

전교조가 활발히 펼쳐나가는 교육사업은 크게 두 종류이다. 하나는 ‘참교육 실천’ 관련 강좌들이다. 전교조에는 국어, 수학, 역사 등 중등교과모임, 환경, 통일, 놀이 등 주제별 연구모임, 동화읽기, 성평등교육 등 초등학교의 각종 분과연구모임이 있다. 이들 모임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주관하는 각종 참교육실천 강좌는 조직 활동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교육 사업이다. 또 하나는 홍세화, 하종강, 박노자 씨 등을 초청하여 교육문제, 노동문제, 사회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는 ‘교사 아카데미’식의 강좌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2~03년 서울지역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있다. 적어도 283개 지회에서 1년에 서너 개의 강의 정도를 유치하여 소화해내고 있다.

참교육 실천을 주제로 하는 강좌, 교사 아카데미 식의 교양 강좌는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교사들의 특성에 잘 맞는 사업들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정착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노동조합 조직활동에 헌신하는 분회장, 지회간부, 지회장 이상의 조직간부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내가 2007년 전교조 교육선전실장을 맡으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조직간부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조직간부에 대한 교육은 ‘사업선전’으로 대치되었다. 사업선전은 있으나 교육은 없고, 강의는 있으나 훈련이 없는 것이 전교조 교육사업의 가장 핵심적 문제였다.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283개 지회, 9천개가 넘는 분회에 강사를 파견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의식들에 기초하여 전교조 교육사업의 변화를 도모하자면, ‘참여형 교육프로그램’의 도입이 절실하였다. 이는 강사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의 객체였던 활동가들을 교육의 주체로 만들어나가는 의미도 있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몇 가지 변화를 시도하였다.

전국일꾼연수프로그램의 변화와 긍정적 평가

전교조 지회장급 이상의 간부 300여명을 대상으로 연 2회 진행되는 ‘전국일꾼연수’는 대체로 주제강연, 사업평가, 사업계획을 듣고 분임조를 편성하여 몇 가지 주제를 토론한 후 다시 이를 종합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런데 몇 년째 반복되는 연수프로그램 속에서 연수에 참여한 전교조 핵심일꾼들의 의견이 전교조 사업 평가와 계획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부분 존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2007년 1월에 진행된 전국일꾼연수에서 두 가지 주제를 놓고 참여형 토론을 진행하였다. 사전에 전교조 본부 상집위원들에게 참여형 토론을 실시하여 훈련하도록 한 후, 연수에서는 이들이 안내자 역할을 맡도록 하였다. 연수 참가자 200여명을 20명 정도씩 10개조로 묶어서 토론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 주제는 “2007년 전교조가 꼭 해야 할 일, 꼭 해서는 안 될 일”로, 게시판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올해의 사업기조를 잡는 데 있어서 현장간부들의 의견을 깊이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각 조별로 토론을 마친 후 전체적으로 토론결과를 종합하여 보니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영역을 잘 모아볼 수 있었다.

둘째 주제는 “2007 성과급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고, 설문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2006년 전교조는 성과급의 차등폭 확대에 항의하며 1천억원을 모아서 교육부에 반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교육부의 일관된 무시전략으로 반납하지는 못했고, 결국 성과급을 본인들에게 돌려주었다. 2007년에는 더욱 확대될 성과급 차등폭에 대한 투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당시 2월 중에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보고 전국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토론을 풍부하게 하기 위하여 참여형 토론으로 진행하되, 투쟁 방식에 대한 이견이 많을 것으로 보고 상호침투형 토론을 기획하였다.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2007년 성과급 투쟁방식을 선택하게 하고, 그 방식의 장점과 약점, 보완점을 쓰게 하였다. 여러 가지 방식이 제안되면 각 방식에 대하여 1안, 2안, 3안 등으로 명명하고, 1번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2번 안의 입장에서, 2번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3번 안의 입장에서, 3번 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1번 안의 입장에서 역할극 하듯이 논쟁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조직간부들의 통일성을 높여보자는 의도였다. 이러한 토론방식은 일부 참가자들에게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에게 좋게 인정받았다.

이렇게 진행된 참여형 토론은 전국일꾼연수에서 참신한 방도로 평가되었고, 연수평가 설문지에서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매우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 간부들은 참여형 교육과 훈련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으라차차 분회장 힘내기’의 전국적 확산

전교조에서 참여형 교육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서울지부에서 개발한 ‘으라차차 분회장 힘내기’가 소개되면서였다.

2005년 전교조 서울지부에서는 교육훈련연구팀이 구성되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뒤늦게 교직에 들어온 이광석 동지를 팀장으로 하여, 몇 차례에 걸쳐 외국 및 다른 노조의 교육사례를 공부하고 전교조 현실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 결과 2005년 12월 이 프로그램이 완성되어 서울지부 7개 지회에서 실시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15시간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고, 전국적 확산을 위하여 실제 진행되는 교육을 캠코더로 촬영하여 영상 편집한 후 CD로 제작되어 누구나 클릭만 하면 이 교육과정 전체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이 전국일꾼연수에서 소개되면서, 마땅한 분회장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고민하던 조직간부들이 대거 이 프로그램을 배우고 확산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15시간 전체를 수행하기보다 4시간 정도 두 개의 강좌를 선택하여 진행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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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한 번 참여만 해보면 스스로 강사가 되어 지회에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먼저 강사단들이 훈련하는 시간만 갖는다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3월14일에는 전교조 경기지부에서는 18개 지회의 40여명 조직활동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한 강사단 훈련을 하였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7개 권역에서, 전남지부는 5개 권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도하겠다고 요청이 들어왔으며, 향후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전교조 본부에서는 이 프로그램 이후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중급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80% 정도 완성된 상태다. 이를 상반기 내에 완성하여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전파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준비 중인 중급교육과정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으며, 모두 참여형 교육프로그램으로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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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인천지부 지회장 연수

참여형 교육프로그램의 확산 분위기 속에서 전교조 인천지부도 3월25일 참여형 교육으로 지회장 연수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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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과정에서 ‘전교조 전망세우기’를 참여형으로 진행하였는데, 만약 강의형으로 진행했다면 강의내용에 대하여 시시비비가 붙을 수 있는 주제였다. 이런 경우에 참여형 프로그램은 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작은 전진’을 동지들께 보고드립니다

아직 전교조는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이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제 막 도입되고 확산이 시작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 원고청탁이 들어왔을 때 거절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작은 전진이라도 노동조합 활동에서 자라나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부족하나마 이렇게 보고드린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