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과 노동운동진영의 대응

노동사회

비정규직법 시행과 노동운동진영의 대응

편집국 0 2,781 2013.05.29 08:13

새로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최근에 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두 법률을 통칭하는 경우 ‘비정규직법’이라 하겠음)이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위 법률이 노동시장과 노동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얼마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전환하게 될 것인지, 차별시정 절차를 통해 차별이 실질적으로 해소될 것인지, 불법파견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근절될 것인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정부가 아직까지 비정규직법에 대한 시행령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운동 진영은 비정규직법의 시행이 노동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심각하게 우려를 하고 있으면서도 그 적절한 대응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후 광범위한 토론을 통해 올바른 입장이 도출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현 상황에서 노동운동 진영이 고려해야 할 점과 비정규직법의 해석과 시행령 마련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비정규직문제 대응에서 노동운동이 고려해야 할 요소들

비정규직 문제라고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고용안정 확보, △간접고용 억제, △차별해소 등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운동 진영은 위 각각의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 즉, △기간제의 사용사유 제한, △파견제 철폐, △위장 하도급 근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을 담은 입법안(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2004년 7월12일 제출)을 마련하여 정부의 입법안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내용들은 대부분 입법되지 못했다. 대신 △2년 경과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 △파견 확대, △불합리한 차별의 시정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부안이 입법되었다. 

이제 그 정부안이 시행되기 직전에 있는데, 노동운동 진영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그런 법률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나 두고보자며 좌초되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그 법률의 긍정적 요소만이라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할까? 답은 명확할 것이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에도 기간제 해고제한 판례 유지돼야 

먼저 고용안정 확보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사유제한 입법이 좌절된 지금 노동운동 진영이 다시 사유제한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그런 주장을 하는 단체나 조직이 보이지도 않는다. 현재 상황이 이렇다면 사유제한에 비해서는 미흡하다고 해도 현행 정부안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법원이 현재 기간제 노동자의 해고제한을 위해 채택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다. 즉,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함에 있어 기간 설정은 자유롭게 하더라도 그 종료 시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고 그에 대해 해고제한 규정이 유추·적용되도록(서울행정법원 2005. 6. 2. 선고 2004구합32623,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2두8640 판결 취지 등)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법리는 교수 재임용 절차에 있어서도 채택되어 있다. 이런 방식이 채택될 경우 기간제 노동자들은 기간 만료의 통보를 받은 경우에도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법률적으로 다툴 수가 있을 것이고, 사용자들도 함부로 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는 별도로 현행 기간제한 방식이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어떤 보호기능을 하는 것인지 면밀히 살핀 후 아예 기간설정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간설정을 해봐야 일정 기간 경과 후 일부의 노동자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고 다수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제도가 전체 노동자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 냉정히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사유제한이라는 근본적인 조치를 포기하고 기간제한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택한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기업은 기업대로, 다수의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간제한 방안이 아닌가 싶다. 기간을 1년으로 하는 것 역시 위와 같은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고,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 이익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철폐’가 안 된다면… 다층적이어야 할 간접고용 억제

다음으로 간접고용 억제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파견제 철폐 법안을 제출했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한 현 상황에서, 우선 과제는 파견의 허용범위를 지금 상황에서 더 확대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파견의 허용범위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천명하고 있다.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방식에 따라서는 파견의 허용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파견의 허용범위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한 조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파견이 확대될 것이 목전에 임박한 지금까지 “파견철폐”만을 외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닐 것이다. △상용형 파견제 도입, △파견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 강화 조치 등을 시급히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한편 사내하도급과 관련해서는 그것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킬 입법적 방안이 없기 때문에 위장 하도급을 규제 및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방안 마련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에 대해 검찰이 보인 태도와 그 전에 미포조선에 대해 법원이 보인 태도에서 알 수 있듯, 사법당국은 노동부의 지침조차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장 하도급을 규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최소한 시행령에라도 규정하는 것이 현재 시기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위장 하도급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차별금지 및 차별시정 절차가 적용되게 하는 방안, 원청업체를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와 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로 의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파견제의 확대 여부와 상관없이 사내하청으로의 도피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바, 노동운동 진영은 이에 대비한 법률(「사내하청 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쟁취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 차별시정 절차 결정과정에 적극 개입해야

마지막으로 차별시정 문제에 대해서 보자. 비정규직법에 차별금지의 원칙과 그 시정 절차가 규정된 것은, 비록 그 수준이 노동운동 진영이 요구한 것에 미치지는 못했다고는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자체에 그 구체적인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차별을 판단하는 요소도, 차별시정의 결과가 어느 수준인지도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향후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그 구체적 내용이 결정될 것인데, 노동운동 진영은 냉소적 태도를 버리고 그 과정에 적극 개입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법률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그 내용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방식에 따라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법 시행 시기에 맞춰 공세적으로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2. 비정규직법 해석과 시행령 제정을 둘러싼 문제들

기간제 노동과 관련하여


기간제 노동과 관련하여 해석상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된 현재 판례 법리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될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2년부터 계속 기간제로 재직 중이던 노동자가 2007년 7월1일에 새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년이 되기 직전인 2009년 6월30일에 기간 만료의 통보를 받았을 경우, 이 노동자는 비정규직법에 의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여지가 없지만 기존 판례 법리상으로는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반복갱신에 의해서든 혹은 계약 갱신의 기대가능성 보호에 의해서든). 이 경우 법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대답을 하자면, 비정규직법이 노동자의 확보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런 경우에도 기존 판례 법리는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집단적 해고를 규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노동부가 이런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 재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령에 담고자 한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혹 그런 반(反) 노동자적 조치를 취한다면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기간제 노동과 관련하여 마련되어야 하는 시행령으로는, △상시 4인 이하의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의 선정(제3조 제2항),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의 범위와 기타 예외사유의 설정(제4조 제1항 제5호와 제6호)이 있다. 노동부가 4인 이하의 사업장에 대해 어느 조항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할 것인지는 그 윤곽조차 밝혀진 것이 없는데, 어차피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상의 해고보호 조치조차 적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기간제한 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별시정 조치만이 남는데, 영세사업장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조항만이라도 적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기간설정 예외 사유와 관련해서, 노동부는 가급적 그 범위를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 내용은 역시 아직 밝혀진 것이 전혀 없다. 노동운동 진영은 노동부가 임시고용을 무한히 확장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해야 하겠지만, 기간제한이 그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노동부의 예외 사유 확대에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 이익의 관점에서 세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파견제 노동과 관련하여

파견제 노동과 관련하여 해석상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방안’에 대한 것이다. 간접고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그에 관한 조항이 기존에는 “고용한 것으로 본다”(이른바 고용의제)라고 규정되어 있었는데 반해 개정 법률에는 “고용하여야 한다”(이른바 고용의무)로 바뀌어서 그 의미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것이다.
개정 법률에서와 같이 고용의무 형태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노동자가 사용자에 대해 직접 채용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거나 채용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경총은 사업장에 배포한 ‘지침서’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봐야 할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법파견 및 장기파견을 금지하고 파견노동자의 고용 존속을 보호하고자 고용강제 규정을 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파견제 노동과 관련하여 마련되어야 하는 시행령으로는, △시행령 별표1의 파견대상업무를 조정하는 것(제5조 제1항),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를 정하는 것(제6조의2 제2항),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보의 범위 및 제공방법을 정하는 것(제20조 제2항), 그 외 △파견과 도급의 구별근거를 마련하는 것 등이 있다. 파견대상업무와 관련하여서는 노동부가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법률에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이 허용될 수 있도록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요건을 충족시키는 범위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정 법률에는 사용사업주가 불법파견을 행한 경우에도 “대통령령이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도대체 어떤 경우를 염두에 두고 그런 조항을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노동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사유를 예시한 바가 없다. 만약 그 사유를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고용의무의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경우에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 불법파견을 묵인·조장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부가 현재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있는데, 검찰과 법원의 시각을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파견과 도급을 엄정하게 구분하지 않을 경우 위장 하도급 형태의 사내하청이 횡행할 것이고, 그것은 간접고용을 규제하는 파견법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차별시정 제도와 관련하여

차별시정 제도는 각 조문 하나 하나가 모두 수많은 ‘해석거리’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차별’인 것인지, 차별일 경우 그 시정절차를 통해 시정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차별인지 여부를 비교하는 대상은 누구이며, 그 대상은 어떤 시점에서 어느 곳을 기준으로 특정되는 것인지, 노동위원회 외에 법원에 대해서도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는지, 만약 그것이 가능할 경우 그 근거규정은 무엇이며 소송상 다투는 쟁송물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쟁점이 각 조문 속에 숨겨져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해석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차별시정 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유용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무익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차별시정 제도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정규직 간의 차별 및 정규직과 기간제 법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자 사이의 차별은 무엇을 근거로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차별을 시정하는 것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차별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차별의 시정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 제5조가 일차적인 근거규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예를 둔 두 가지 경우 중 후자, 즉 정규직과 기간제 법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자 사이의 차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과거 기간제 노동자였던 것을 이유로 하는 차별로서, 비정규직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규직과 기간제법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자 사이의 차별도 비정규직법에 의해 시정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차별제도와 관련하여 마련되어야 하는 시행령은 없다. 다만 차별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및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부과되는 과태료의 산정방법 및 부과절차에 관한 세부규정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과연 과태료를 어느 단위로 부과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