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1년, 공무원 노사관계 현황과 과제

노동사회

법 시행 1년, 공무원 노사관계 현황과 과제

편집국 0 4,224 2013.05.29 08:11

2006년 1월28일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된 후, 벌써 1년 3개월 가까이 경과했다.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한국 노사관계의 지형에 변화를 몰고 오고, 또 국가를 중심으로 수직서열화된 한국의 정치사회 분야에 커다란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무원 노사관계는 법제정 이전과 마찬가지로 답보상태에 있다. 

먼저,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자체가 매우 더딘 양상이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 3월 중순 현재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 수는 86개, 가입 조합원 수는 8만 2,614명으로, 가입대상 29만명 중 28.5%에 불과한 상태다. 또한 공무원 노사관계의 핵심 기능이라 할 ‘중앙 단체교섭’은 창구단일화 문제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지 7개월이 되는 올해 3월까지 공식 상견례조차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 노사관계는 규율할 법은 제정되었지만 ‘합법노조’와 ‘법외노조’라는 이중적 노사관계 속에서, 단체교섭은 형해화된 채 거리의 투쟁만 반복되는 법 제정 이전의 파행이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글은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법 시행 후 1년을 경과하고 있는 공무원 노사관계의 실태와 현황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직장협의회에서 반쪽 합법화까지, 공무원노조가 걸어온 길

공무원노조는 1999년부터 설립된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출발했다. 공무원직장협의회는 1998년 2·6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노사정은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을 위해 먼저 직장협의회 제도를 도입하고, 이후 국민여론과 관련법규의 정비 등을 고려하여 노동조합을 인정키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공무원직장협의회의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어 1999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직장협의회를 결성하였던 6급 이하 공무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관별 직장협의회 조직의 법률적 한계를 깨고, 전국단위 공무원노조 건설에 나서게 된다. 즉, 공무원직장협의회들이,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의 활동을 기반으로, 정부의 엄단 방침에도 불구하고 2002년 3월16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대공련)과 3월2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이후 대공련은 전국목민노동조합총연맹과 2004년 7월2일 통합하여,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을 건설하였다. 이처럼 공무원노조운동의 주체들은 법 시행 이전에 전국단위 공무원노조를 자주적으로 건설하여, 각 기관(및 부처)별로 공무원의 권익향상과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2005년 1월27일 공무원노조법의 입법화를 계기로, 공무원노조들은 변화를 보이게 된다. 즉, 공무원노조법의 수용인가 아니면 거부인가라는, 법안에 대한 대응 전략의 차이에 따라 입장이 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는 전공노와 공노총 양대 공무원노조들은 모두 정부입법안의 한계를 지적하며 ‘노조 설립신고 거부 방침’을 표명하였다. 다만 전공노가 ‘노동3권 완전보장’을 요구하며 전면반대를 주장한 반면, 공노총은 ‘단체행동권의 일시유보는 인정’하되, 단결권의 완전보장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났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공무원노조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설립신고를 거부하였던 공무원노조들은 2006년 8월을 경과하면서 입장의 변화를 보였다. 설립신고 유예방침을 갖고 있던 공노총이 9월4일 설립신고를 하고 합법성을 획득한 것이다. 그 이후 공무원노조들은 전국단위 공무원조직의 법내와 법외라는 이원 구조가 확립된 속에서,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소규모 전국조직들이 난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연맹, 한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연맹,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 한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이 그 예라 할 것이다. [그림]은 1999년 공무원직장협의회부터 공무원노동조합 합법화까지, 공무원노동조합들의 결성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 전국단위 공무원노동조합 결성과정 흐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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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특별법 거부를 조직 방침으로 하였던 전공노도 2006년 10월부터 조직진로를 둘러싸고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법외노조 고수 방침에 반발하는 일부 지부들이 노조 설립신고를 통해 법내 노조로 전환했고, 또한 “조합원총투표를 통해 조직진로를 결정할 것”을 주장하는 입장이 대의원대회에서 제기되는 등 조직진로를 둘러싸고 조직적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전공노에 소속되어 있었던 경남지역 11개 공무원노조(경남도청, 창원, 진주, 통영, 김해, 거제, 의령, 창녕, 하동, 고성, 합천군)는 경남지역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하여 사실상 별도로 조직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본부는 2007년 3월29일 중앙행정기관노조 창립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사실상 전공노의 방침을 전면 거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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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7년 2월24일 대의원대회에서는 전국공무원노조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공무원노조 조직진로’라는 특별안건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 안건은 당시 일부 대의원들의 단상점거로 회의가 유회되면서 결정이 유보된 상태다. 이렇듯 법내 전환을 둘러싼 전공노 내부의 갈등이 향후 공무원노동조합의 조직 진로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공무원 노사관계가 법제도로 규율되지 않는 이유  

공무원노조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노사관계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첫째 원인은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공무원노조들의 반대에 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단체행동권 보장 여부는 차지하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에 있어서도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직장협의회조직과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대내외적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 양대 전국조직인 전공노와 공노총은 법 제정 및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렇듯 공무원노조법 제정을 통해 공무원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입법 취지가 현장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노조법 자체가 결과적으로 제도적 게임규칙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노사관계 파행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사용자로서 정부 역할 미비 및 준비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공무원 노사관계가 초기부터 파행과 갈등 양상을 보인 이면에는 행정자치부의 “불법노조” 규정과 이에 따른 노조 탄압 및 배제 전략이 큰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노조가 ‘법외노조’에 따른 행정적 그리고 단체교섭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불법노조’로 매도되거나 탄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노사관계의 상식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노동부의 태도(법외노조로 인정)와는 반대로, 2006년 3월『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추진지침』을 통해 “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활동하는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이후 이들 노조와는 일체의 대화 및 교섭을 불허하고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을 적극 유도하되, 이를 거부하거나 불법 집단행동 시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할 것을 분명히 하면서, 공무원노조와의 일체의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였다. 이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준수해야 할 ‘모범사용자’로서 역할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거기에다가 정부는 법 시행 이후에도 중앙 단체교섭의 정상화를 통해 공직사회의 갈등 요인을 단체교섭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하반기부터 부상한 △공무원연금 개정, △공무원 강제퇴출, △총액인건비제 도입 등을 둘러싼 공직사회의 갈등양상은 합법적인 단체교섭의 틀이 아닌 ‘거리의 투쟁’ 속으로 급격히 비화하고 있다. 

셋째, 단체교섭 구조 및 의제, 그리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에 따르는 문제들이다. 단체교섭이 노사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사관계의 단체교섭은 노사 당사자의 전략 부재 및 제도상의 미비점으로 사실상 불구화되어 있다. 2007년 1월 현재 법내 노조 84개 중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는 13개(15.5%)에 지나지 않으며,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곳은 23개이나 그 대부분의 교섭이 지지부진하다. 이처럼 단체교섭이 실속 있는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원인은 “노조의 설립신고가 늦어졌기 때문”(84개 노조 중 과반 이상의 노조가 2006년 8월 이후에야 설립신고를 받음)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인 원인은 현행 공무원노사관계의 ‘단체교섭 구조 및 의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그리고 ‘노사 당사자들의 전략 부재’에 있다. 

공무원단체교섭은 중앙교섭과 기관교섭이라는 이원적 교섭구조를 갖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주요의제들 안에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거나 정치적인 판단을 요하는, 또는 법률 및 조례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기관별 교섭보다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하는 전국수준의 중앙교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6년 공무원단체교섭을 살펴보면 중앙교섭과 기관교섭이 조율되지 않은 채, 중앙교섭은 교섭창구단일화의 문제에 막혀 공전되고 있으며, 기관교섭은 직장협의회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처럼 중앙교섭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로 “노조 측이 창구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책임”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현상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단체교섭 구조의 비합리적 설계가 가져온 제도 자체의 문제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에서는 교섭창구단일화의 대상을 별도로 설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직대상이나 조직형태의 동일 여부를 불문하고 노동조합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이것이 2006년 중앙교섭의 진전을 가로막은 핵심적 원인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제도상의 한계뿐만 아니라, 시간끌기나 형식적 법령에 얽매이는 정부(행정자치부 등)의 수동적인 자세 역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 ILO권고와 교원노조 창구단일화를 참고해야    

다음으로, 이러한 원인 인식 속에서 공무원 노사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겠다. 공무원 노사관계의 정상화와 순기능 확대를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질곡으로 빠뜨리고 있는 ‘제도’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노사관계 주체들의 ‘인식 및 내부 정비’가 관건이다. 

첫째, 먼저 제도개선의 문제를 살펴보자. 우선 법 제정 초기부터 논란이 되었던 공무원노조법을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를 위한 노사 당사자 간 협의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3월29일 제295차 이사회 본회의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문을 채택하였다. 그 권고문은 “공무원에 대한 파업권을 보장하고, 5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과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도 조합 결성권리를 보장하라. 공무원노조 전임자에 대한 무급휴가 처리는 교섭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시하면서, 한국정부에 대하여 공무원의 완전한 권리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추가조치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ILO의 요구를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국제노동기준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 공무원노조법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무원노조법 시행 1년을 경과하면서, 법 제정 시에는 정부가 인식 못했던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라도 더욱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법 개정의 방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겠다. 먼저 ‘단결권의 확대’이다. 국제적으로 살펴보면,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에서는 제약이 있더라도 공무원의 단결권은 예외 없이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직무의 성질 때문에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더라도 단결권은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동기준과 외국의 사례를 종합하면 단결권은 가능한 한 넓게 보장하는 것이 공무원노조법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교섭창구단일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노조법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교섭 시 복수노조의 창구를 어떤 방법으로 단일화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의 대상을 별도로 설정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조직대상이나 조직형태의 동일 여부를 불문하고 노동조합이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창구단일화 문제는 중앙교섭에서만 집중적으로 표출되었지만, 이후에는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모든 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청의 경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문제를 노조 자율적으로 해결하였지만, 단일화의 기준이 없어 자율적 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었고, 이것이 단체교섭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복수노조에 따른 소모적 노노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노조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교원노조는 교섭단 내부의견 조정의 원활화 등의 견지에서 ‘비례대표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교원노조의 경험을 참고하여, 조직률의 일정한 비율(예를 들어 5~10%)을 하한선으로 하여 이를 충족할 경우에만 교섭단에 참여시키되, 조합원 수의 확인은 조합비공제(check-off)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내부통합’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

둘째, 공무원노동조합의 내부정비 및 운동노선 정립이 필요하다. 공무원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국단위 공무원노조의 체계화와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공노, 공노총 등 전국단위 공무원노조들은 현재 모두 조직내홍을 겪고 있다. 공노총은 2007년 2월, 3대 임원 선거 과정에서 내부갈등이 표출되어 위원장 후보로 나섰던 박성철, 김찬균 양 후보 모두를 위원장으로 하는 공동위원장 체제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였다. 전공노는 설립신고(합법화)를 둘러싸고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는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갈등은 수습되지 않은 채, 현 집행부측과 대립되는 입장을 갖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정상화와 대통합 추진준비위(통추위)’가 출범하는 등 조직이 양분되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양대 공무원노조의 내부갈등 및 혼란은 공무원 노사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노총은 기관별노조에 기초한 연맹구조를 산별노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의 지난한 역사에서 보듯, 노동자의 대표성과 교섭력은 단일한 산별노동조합으로 조직될 때 극대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직구조가 바탕돼야 중앙 집중화된 교섭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공노총은 특히, 2006년 중앙정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대다수가 공노총 소속 조직이었음에도, 교섭권 위임을 통해 대표권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곱씹어야 한다. 기관(기업)별노조에 뿌리를 둔 공노총의 조직구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교섭력을 높이는 데 취약하다.
 
다음으로, 전공노는 노조법 수용을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조직 진로에 대한 ‘개방적인 토론’을 통해 조직적 합의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현재 상황은 이유야 어쨌든, 갈등 초기에 비한다면 집행부측과 통추위측의 입장을 조율하여 합의안을 도출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다. 집행부측이든 통추위측이든 가장 경계해야 것은 현재의 갈등이 전공노 조직의 분리나 파괴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진영 모두 2007년 2월24일 대의원대회 이전으로 되돌아가, ‘특별법 수용(설립신고)’을 포함하여 향후 공무원노조의 조직진로 및 운동전략에 대한 내부논의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의원대회에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집행부는 소속 지부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여야 하며, 통추위측도 대의원대회 유회에 따른 책임규명 요구와 조합원 찬반투표 방침을 유보하여야 한다. 양측 모두 인정하는 것처럼 현재 전공노는 조직결성 5년 만에 조합원 수가 절반으로 축소되고 활동의 집중성 및 투쟁력이 심각히 훼손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 교체기인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어떻게 조직을 안정시키고 도약의 계기를 찾을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제까지의 논의 구조 및 내용을 탈피하여, △설립신고가 정말 필요한지, △설립신고를 할 경우 어떻게 법 개정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 △설립신고는 본조와 지부 모두 하는 것인지, △합법화할 경우 그 시점은 어느 시점이 좋은지, △해직자와 징계자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핵심간부들인 본부장과 임원들이 함께 논의하여 결정하지 않고서, 소속 지부 조합원들에게 그 결정을 떠넘기는 것은 조직 혼란만 불러일으키는 행위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양측 간부들 모두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논의의 공통점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공공성 실현하는 노조와 모범 사용자 정부가 만날 때…

셋째, 전공노와 공노총 모두 공무원노조의 공직사회 정착을 위해서 부단한 일상활동 강화와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공무원노조의 성공 여부는 공무원노조가 지닌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데 달려 있다. ‘공공성의 확장’을 통해서 국민의 지지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노조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노조는 이제까지 국민 위에 군림해온 국가부문의 비민주성을 타파하는 정부 내 조직으로 활동해야 한다. 행정조직의 민주화를 통하여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의 호응성(accountability)을 높이고, “시민을 위한 행정”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이루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 노조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때 공무원노조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무원노조는 국가와 시민사회 중간에 위치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시장의 역할이 강화되는 변화를 막고, 사적인 이해의 지배를 받는 시장 대신에 공공성의 지배를 받는 국가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무원노조운동의 이념을 정립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모범 사용자’로서 자기역할을 정립하여야 한다. 정부(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노동조합의 탄생을 공직사회 변화와 개혁 그리고 민주주의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공무원 노사관계에서의 단체교섭은 공무원노동자의 동의를 통해 변화를 합리화시키는 수단이다.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를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동의를 바탕으로 한 참여적 노사관계로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적 의사소통의 제도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공무원 노사관계의 사용자들은 “노동조합은 관리의 실패에 따른 소산이 아니라, 단체결성을 통해 보다 많은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노동자의 신념에 의한 산물이기 때문에, 현명한 경영자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건설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