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현실과 과제

노동사회

전환기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현실과 과제

편집국 0 3,637 2013.05.2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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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7년 1월31일(수) 오후 6~8시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사회: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참석: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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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보  연초라 여러 가지로 바쁘실 텐데 시간들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올해는 사회양극화가 심화 확대되는 속에서 한미자유무역협상과 대통령선거 같은 큰 변화의 계기들이 예비되어 있는 시기다. 그 초입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선출하는 대의원대회가 있었다. 많은 관심 속에서 다행히 무사히 끝났고, 이석행 집행부가 새롭게 탄생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쟁점이 두드러지지 않아 현장의 열기가 낮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과연 이번 대의원대회와 선거과정이 다른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가? 이수호 전 위원장께서는 한때 같은 집행부에서 고생했던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르실 텐데, 먼저 이야기를 열어주시라. 다음으로 하부영 본부장께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말씀해주시길 바라고, 조직 밖에서 냉정하게 본 소감은 이병훈 교수께 부탁드린다.

변화와 단결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선거과정

klsi_05.jpg이수호  저로서는 이번 선거에 깊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파 간 통합지도부 구성을 제안한 사람으로서, 제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2005년 사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던 우리 노동운동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어떻게 극복되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쟁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선거라고 사회자께서 지적한 바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이번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이든 산별연맹이든 산하노조든, 상대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어떤 선거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다. 각 후보들이 평소에는 분명히 주장과 색깔이 달랐음에도 선거 시기에는 그 차이가 ‘좋은 얘기’로 두루뭉술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별되는 주장을 하더라도 표를 고려해 ‘단서’들이 달리고, 그러면서 정책이 엇비슷해지는 식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사회적 대화문제가 그렇게 얼버무려진 부분이 있지 않은가 싶어 아쉽다. 한편, 현장의 낮은 열기 역시 이번 선거에서도 극복되지 못했는데, 최근의 보수반동 물결 속에서 조합원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냉소와 패배주의가 반영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를 돌이켜 봤을 때 소중하게 주목해야 할 사실들이 있다. 먼저 선거관리위원장이 직접 치하할 정도로 선거과정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네거티브 전술이 없이 치러졌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위원장·사무총장과 부위원장 당선자들에 대한 대의원들의 투표성향을 분석했을 때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그간의 고착된 정파구도가 다소나마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맹목적으로 정파만 보고 찍는, 그야말로 번호만 보고 찍던 경향에서 탈피하는 대의원들이 조금이나마 늘어났다는 데 주목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냉철히 그렇지만 섬세하게 주목한다면 노동운동이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계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번 선거 역시 세 개의 정파가 경쟁하는 정파선거였지만, 이제 정파들이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않고 패거리주의나 친소관계 중심으로만 움직인다면 점점 더 힘을 잃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klsi_04.jpg하부영  민주노총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 간선제, 대의원들도 직선으로 뽑히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정확히 말해 간간선제를 통해 이뤄진다. 구조 자체가 현장의 열기를 부추기고 쟁점을 대중적으로 확산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수호 전 위원장께서 지적한 것처럼 고착된 정파구도 때문에 선거에 들어가기도 전에 90%는 이미 ‘자기 편’이 분명한 표들이다. 유동성 있는 10%의 대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후보자들이 전국을 돌며 유세를 하는 건데, 이는 한계가 분명하다. 최근 민주노총 임원 및 대의원 직선제가 운동 내에서 쟁점이 되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을 돌아보면 이구동성으로 이번 선거가 투명하고 깨끗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었겠지만 이석행 위원장 당선자 개인의 노동운동 경력이나 인생역정도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네거티브 전략의 표적이 되기 쉬운 유력 후보였지만,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부터 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고, 전노협 민주노총을 거치는 동안 한눈팔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투쟁 및 교육에 성실하게 헌신해 온 것이 선거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비난과 비방을 줄어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아까 사회자께서 쟁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씀했는데 분명 몇 가지 큰 쟁점이 있었다. 먼저 앞에서 언급한 직선제 문제가 있다. 이 쟁점은 지난 선거 때부터 줄곧 제기되어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는 누가 집행부를 장악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실현하자는 데까지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직선제 도입이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을 끊어낼 굉장한 혁신인 양 포장되어 있는 것은 잘못이라 판단한다. 다음으로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쟁점이 있다. 이 쟁점은 현장에서도 다양하게 토론되었고, 또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이석행 당선자와 이석행 당선자에게서 사회적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던 다른 후보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입장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정부교섭을 하지 않으려면 민주노총 후보로 도대체 왜 출마했는지 의아스러웠다. 민주노총과 같은 총연맹은 대정부 교섭 및 투쟁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구체적인 현실조건을 인정하고서 결과를 평가하고 보완할 점을 찾으면 될 터인데, 아예 교섭 자체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노조활동가로서 심각한 오류라고 본다. 거기다가 지난해를 돌아보자. 비정규입법과 노사관계로드맵 가지고 민주노총이 투쟁을 할 때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니 하는 용어를 써가며 대정부교섭을 거부할 것을 주장했던 단위의 대표들도, 자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교섭을 요구하며 먼저 정부를 찾아간다. 이건 앞뒤가 맞질 않는 행동이다. 

이러한 태도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했고, 구체적인 쟁점을 형성했다. 그렇다면 선거라는 대중적 평가기간 동안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대안이 제출됐어야 했다. 사회적 교섭을 하겠다면 또는 안 하겠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그리고 대정부투쟁의 동력은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후보자들이 입장을 분명하게 내놓고 치밀하게 검증받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지 앞으로 민주노총이 지향해야 할 좌표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당선되는 집행부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질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예년과는 다른 주목할 만한 부분도 있었다. 재창립 또는 창조적 파괴 등을 주장하며 모든 후보들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비록 그 구체적인 방향은 다르지만, 기존 민주노총의 조직구조나 체계로는 이제는 안 된다는 데 모든 후보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렇게 변화의 열망이 충만했기에 이번 선거에서 대안이 추상적으로만 제기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근본을 뒤흔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노협이 과감하게 민주노총으로 전환했던 것처럼, 이제 민주노총 10년을 돌아보며 민주노총의 기존 임무와 역할이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은 아닌지 하는 것까지도 깊게 성찰해봐야 한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시대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탄생한 민주노총 이석행 집행부에게는 그러한 산별노조시대에 걸맞은 총연맹의 조직과 재정 그리고 의사결정구조가 무엇인지 리더십의 선출방식은 어떠해야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초석을 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잘 수행해 나갔으면 좋겠다. 

klsi_02.jpg이병훈  앞에서 말씀들을 잘 해주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부분은 먼저 정파 간 통합지도부 제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즉 단지 제안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각 정파들이 통합지도부 제안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양상으로, 이번마저 내부분열로 과잉 충돌했을 때 민주노총이 더욱 심화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선거는 비록 조합원들의 열기는 과거보다 부족했을지라도,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긍정적인 열망이 권력다툼을 어느 정도 제어했고, 정파구분 없이 위기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소위 노동운동 위기논쟁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주목됐던 것이 지도력의 훼손, ‘리더십의 위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공감대는 더욱 중요하다. 이수호 전 위원장께서도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중도하차했고, 이후 집권한 조준호 집행부 역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제도개편에 끌려 다니며 노동자들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짧은 임기를 마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기된 통합지도부 제안은 비록 달성되지는 않았더라도 노동운동 주체들이 리더십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압박을 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기반이 있었기에 선거운동이 깨끗이 치러지고, 또 승리한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하부영 본부장께서 지적했던 것처럼, 각 선본들은 표현은 달랐지만 모두들, 지금과 같이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열망이 ‘선거용’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그 실천을 단지 이석행 집행부에게만 맡기거나 서로 발목잡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마당에 전체 운동차원에서 지도력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소위 ‘국민파’가 세 번 연속 집행부를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평가가 필요하다. 물론 90% 이상 미리 결정돼 있는 선거라고는 하지만 이것이 조합원의 의지를 정반대로 거스르는 것은 아닐 터다. 그렇다면 어찌됐든 조합원들 상당수가 위기, 정권, 정책에 대응하는 기조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온건한 전략적 선택을 갖고 있는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도 조직 안에 상당수 존재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목소리들이 더 힘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경계해야 할 측면도 적지 않다. 특히 노조조직률이 10%도 안 되고, 노동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보수적인 열망이 합리와 현실의 외피를 두르고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 뿐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리더십이 지향해야할 ‘합리적 전략’의 준거는 더 열악한 처지에서 손길을 내밀고 있는 노동자들이라는 점을 저보다 잘 알고계시리라 생각한다.    

‘현장대장정’, 왜 무엇을 들고 누구를 만날 것인가

klsi_03.jpg이원보  이번 선거에서 세 후보 진영은 각자 ‘산별시대 민주노총 재창립’, ‘사회변혁을 책임지는 노동운동’, ‘무기력과 혼란의 민주노총-노동해방으로 진군’ 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나름대로 민주노총의 조직·이념·투쟁을 진단하고 위기를 인식하여 내세운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 가운데 당선자인 이석행 위원장은 당선 후 1월29일 기자회견에서 ‘현장 대장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운동의 힘은 노동자대중에게서 나오며 현장이 무너져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당선자의 운동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이러한 현장대장정이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과제라는 측면에 비추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평가해주시기 바란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계시는 하부영 본부장부터 시작해서, 이병훈 교수, 이수호 전 위원장 순으로 들어보겠다. 

하부영  단도직입적으로 현장대장정은 좋은 선거운동 슬로건이고,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이석행 당선자의 자세 또한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현장활동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길 들어봤더니, ‘오시지 말고 그냥 위에서나 잘 하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대체 뭘 가지고 현장에 오겠다는 건지, 와서 뭘 듣겠다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목적과 목표를 갖고 현장에 가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에 따라 만날 사람과 할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는 정파들을 만나서 민주노총의 발전전망을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한 장정인지, 아니면 정말 조합원들을 만나서 이석행 집행부가 세운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한 건지, 이를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현장대장정의 진정성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진다. 

1997년 IMF 위기와 정리해고 등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의 현실적인 고민 수준은 대단히 깊어졌다. 조합원들은 알 거 다 안다. 민주노총의 한계, 노동운동의 위기, 사회 보수화 이런 것들의 근저에 무엇이 깔려 있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위기극복의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대장정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파들 간 논의를 통해 합의된 대안을 쥐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이 현장대장정의 목소리에 조합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귀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책임감 있는 동의를 보내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석행 당선자는 2월 한 달 동안 준비해서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에 걸쳐 현장대장정을 진행하겠다고 계획을 내놨다. 한 달은 정파들 간 합의를 이뤄내고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러한 종류의 현장활동에 대단히 뛰어난 감각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지만, 이런 식으로 준비 없이 무턱대로 현장으로 갔다가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합의된 민주노총의 전략적 과제를 가지고, 어느 대상을 만날 건지 확실히 해서 내려갈 때만이, 현장대장정이 계획했던 성과를 내올 수 있으리라 본다.  

이병훈  저는 이석행 위원장이 당선일성으로 현장대장정을 외쳤을 때 무척 반가웠고 희망적인 조짐으로 받아들였다. 올해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가 노동이슈들을 삼켜버린 지금이 오히려 민주노총이 시급한 내부정비를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너져왔던 지도력을 곧추세우고, 분열됐던 조직내부의 틀을 강화하며, 괴리됐던 조합원들과 미조직노동자들의 간극을 채워나가기 위한 대안의 모색 또는 실천의 시초로서 현장대장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겠다. 현재 민주노총은 내외부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중첩된 괴리에 허덕이고 있다. 먼저 내부에서는 집행부와 정파, 또는 정파들끼리의 갈등으로 인한 지도력 괴리를 겪고 있고, 외연의 측면에서는 실망을 주는 지도부와 보수화되고 있는 조합원 사이에서의 괴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이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빛 좋은 개살구’로 여기는 미조직노동자들의 불신이 있고, 최근 보수언론의 활약으로 더욱 넓어진 일반국민들과의 간극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 들어선 집행부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이나 재계와의 만남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직면을 통한 자기성찰과 모색이다. 즉, 정파를 만나고, 조합원을 만나고, 미조직노동자들을 만나고, 국민들을 만나서 얘길 듣고, 현재 처한 위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필요한 운동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현장대장정이 의미가 있으며, 이는 한 달이 아니라 조직이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 그리고 단지 위원장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간부들 속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 현장대장정을 가서 할 이야기의 준비와 관련해서 하부영 본부장께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 지금 노동운동은 어느새부턴가 이념과 대안이 없는 운동이 되어버렸는데, 어쨌든 위원장이 이렇게까지 의지를 밝힌 마당에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다시 모여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대장정과는 다른 축에서 새롭게 대안찾기 대장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략, 정책, 이념 지향을 새롭게 다듬는 논의를 치열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만들어진 내용을 갖고 조합원이든, 미조직노동자든, 국민들이든 치열하게 만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수호  현장을 중심으로 현장 속에서 직접 활동을 풀어가는 것은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전통이고, 어느 민주노총 집행부든 그렇게 한다. 저는 앞에서 말씀하신 두 분 이야기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병훈 교수 말씀처럼 현장대장정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되, 정말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이벤트를 하는 식으로 지역본부나 산하연맹에서 그저 몇 명 자리마련해서 만나는 것으로는 될 일도 안 된다. 또 하부영 본부장 말씀처럼 정파들과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가능한 합의된 내용을 갖고 현장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기회를 운동 내부 정파 간 신뢰회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저는 이번 기회가 지도부가 다양한 산별의 특성을 이해하고 큰 틀에서 묶어주기 위한 계기로도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석행 위원장이 1987년 이전부터 온갖 노동자투쟁을 다 겪어왔지만 제조업 금속노동자 중심의 운동이라는, 자기의 출신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인식의 한계를 겪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산별노조시대를 여는 게 과제고,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익숙지 않은 비제조업 부문들, 특히 서비스나 공공부문 등을 운동의 중심으로 포괄해야 한다. 정말 진지한 자세로 다종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고민을 듣고 공유하고 체화할 때 지도력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현장대장정이 지도부에게 그런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      

저는 새롭게 지도부가 선출됐고 내부정비를 시급히 요하는 상황이라면, 다소 준비가 덜 됐어도 뭔가 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장대장정을 통해 조합원들 속에서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시도와 시작은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앞에서도 말씀들을 하셨듯이 철저하고 확실하게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힘 있고 즐거운 총파업, 책임감의 정치를 위하여

이원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가 연중행사처럼 벌어지는 ‘총파업 남발’인 듯하다. 노동자계급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투쟁을 위한 투쟁, 현장의 지지와 열기가 준비되지 않은 채 위로부터 내리꽂기 식으로 성과 없이 기력만 쇠진시키는 투쟁이라는 내부 비판도 많다. 민주노총의 투쟁은 총연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정립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며, 필연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정책참가 또는 대정부교섭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수호 전 위원장 시절에는 교섭과 투쟁, 준비된 투쟁을 주창하였는데 앞으로 이석행 집행부는 민주노총의 투쟁기조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원칙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답하기 만만치 않은 과제인 듯하다. 이 문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셨던 이수호 전 위원장부터 말씀을 열어주시고, 그것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을 하부영 본부장께, 그리고 밖에서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을 이병훈 교수께 들어보도록 하겠다. 

이수호  지역본부나 산하연맹 또는 단위노조에서 민주노총 곧 총연맹이 해주길 바라는 역할 중에 ‘해결사 노릇’이 있다. 자기 단위에서 해결하다가 안 되는 투쟁들을 총연맹으로 가져와서 해결해주시오 하는 건데, 안타깝지만 이게 정말 서로에게 힘든 거다. 이젠 총연맹 단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해결사 노릇이 맡겨져도 어떤 경우에는 어렵더라도 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총연맹은 노동운동이 나아갈 전략적 방향의 결정, 우리사회 법제도 변화의 주도,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과 관계된 구조적 문제들의 해결 등을 기획하는 단위로서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어떤 형태로든 대정부교섭이 중요하다. 사회적 여론형성을 위한 언론작업, 국제연대를 포함한 연대활동 등의 기능을 총연맹이 확실하게 틀어쥐고 교섭을 배치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투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한편, 이석행 집행부는 현장대장정을 약속하면서 투쟁력이 확보되는 만큼 교섭하겠다고 말했다. 저는 그렇게 하는 게 원칙적인 일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교섭을 먼저 시작하고 투쟁을 조직해나갈 필요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부영  중요한 부분은 이수호 전 위원장께서 지적해주신 것 같다. 먼저 민주노총이 직면해왔던 법제도개선 문제는 거의 다 민주노총이 요구하거나 주도했던 것이 아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언뜻 떠올려 봐도 1998년 정리해고법에서 작년의 비정규확산법과 노사관계로드맵까지, 헌법에 보장된 내용마저도 후퇴시키는 내용들이 민주노총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돼 왔다. 총파업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건 말건, 금속중심의 파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건 말건, 이러한 것에 저항하기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하는 조건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석행 집행부도 아마도 3, 4월경 산재법 개악을 막기 위한 총파업 때문에 현장대장정을 도중에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동력이 고갈된 상태더라도, 도저히 설득 불가능한 방향으로 법제도가 고쳐지고 있기 때문에 긁어모아서 나설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민주노총의 처지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총파업이 남발되는 거다. 1996~97 노동법개정투쟁 때처럼 산업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남발할 필요가 없고, 정부나 자본도 지금처럼 함부로 도발하지는 않을 거다. 정부나 자본은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해 가는 거다. 없는 힘 가지고 저지라도 하려고 국회일정에 따라 그때그때 전술을 짜다보니 남발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총파업 관련해서 민주노총이 비판받을 때마다 뭘 고쳐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드는 생각이 있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약속과 책임을 지키자 이런 두 가지 정신이 어느새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파업을 하기 어려운 사업장이나 단위의 대표들이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막상 총파업에 돌입하면 자기 단위는 안 한다.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거짓말과 무책임이 남발되는 게 지금 민주노총의 풍토다. 대표자들의 약속과 책임이 검증되지 않는 체계와 조직운영으로는 민주노총은 지금처럼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현장대장정 관련해서 정파 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른 거 없이 이 부분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만 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행부가 먼저, 우리 파업 갖고 거짓말 안 하겠다 파업하기로 하면 한다, 그래 놓고 책임 못 지면 사퇴한다 뭐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다른 정파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요구하고 이런 분위기를 갖고 현장대장정을 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년의 큰 투쟁 떠올릴 것도 없이 당장 올해 닥친 산재법 개악, 전교조 교사 징계, 현대자동차 사태 등을 돌아봐도 정부와 자본은 우리 실력을 충분히 무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2007년을 열고 있다. 이석행 집행부는 이런 부분과 역사적 과제를 알고서 당선된 것이고 고민 끝에 현장대장정을 꺼낸 만큼, 어렵지만 그 속에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한다.      
     
이병훈  앞에서 두 분이 잘 짚어주셔서 부연만 좀 하겠다. 객관적으로 정치민주화가 이뤄졌을지라도 민주노총이 투쟁을 안 할 수 없게끔 만드는 노동배제적이고 반노동적인 면면이 우리사회에 깊숙하게 존재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보수언론이 이런 부분을 과대포장해서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적인 지형만 탓하면서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을 무책임하게 남발하게 만드는 ‘내부관성’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어느 틈엔가 형성된 그러한 내부관성이 전체 운동을 굉장히 맥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하셨던 것처럼 지금 민주노총의 투쟁은 국민이 보기에는 시끄럽기만 하고, 투쟁대상인 정부와 자본이 보기에는 우습고 위협이 안 되고, 투쟁에 나서는 조합원들에게는 별 의지나 관심을 유발하지 못하고, 투쟁을 기획하는 사람들조차 실제로는 실현 안 되는 싸움이라고 믿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이렇게 되풀이되는 것은 관성의 작용이 크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지도부가 현장에 등 떠밀려서 벌이는 맨땅에 머리박기 투쟁을 더 이상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성취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엄밀하게 판단하고, 시기와 역량 투입 등을 주체적으로 조율하는 자기제어력이 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투쟁이 투쟁답게 준비될 수 있고 상대방에게도 겁을 줄 수가 있다. 등 떠밀려 치르는 불감증적인 투쟁은 과감하게 끊어낼 필요가 있다.

둘째, 투쟁동력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 관성을 넘어서는 근본적이고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운동론은 그 운동이 참여자들에게 이해관계를 해결해준다는 도구적 인식을 심어주거나, 또는 참여자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지만 정의로운 것으로 인식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참여자들이 그 운동의 핵심주체들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이 동원된다고 주장한다. 지금 노동운동이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모이는 사람만 모이는 투쟁, 신바람을 잃은 투쟁, 어떤 사람 표현처럼 ‘내가 춤출 수 없는 투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근본적인 고민과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씀드린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고착된 정파구도의 고리 끊어야 

이원보  매일노동뉴스는 이번 선거에서 ‘좌우구도’ 안주시대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아마 위원장 선거와 부위원장 선거에서 정파의 합종연횡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인 듯하다. 그 변화는 두고 볼일 이지만, 의견그룹 또는 정파는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조직운영과 리더십 구축에 심각한 역작용을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 점을 가장 중요한 핵심고리로 보고 냉혹한 비판을 가하고 ‘통합지도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고, 하부영 본부장, 이병훈 교수도 그 폐해를 누차 지적했다. 이석행 집행부는 ‘노동운동혁신위원회’를 통해 정파 간 갈등을 통합과 단결로 이끌어 발전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성숙한 합의정신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은데, 이렇게 내부갈등을 발전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대안이 무엇일지 고민들을 말씀해 달라. 우선 현장의견그룹을 가장 많이 경험했을 하부영 본부장께서 말문을 열어주시고, 이수호 전 위원장과 이병훈 교수 순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하겠다.

하부영  투표란 복잡한 선택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결과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어떻게 개표결과를 분석했길래 ‘정파구도가 완화됐다’고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파들이 결국 가져갈 표 다 가져간 것 같다. 과반수 득표로 당선되는 부위원장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정파색이 약한 주봉희 후보와 허영구 후보만이 일차로 확정됐는데, 이는 선거홍보포스터가 붙는 순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예상하는 결과였다고 본다. 대의원들은 부위원장을 뽑을 때 다른 정파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해 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에서 정파구도가 완화됐다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석행 당선자가 인사탕평책을 실시하겠다, 정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저도 정파문제와 관련해서 맹비난을 퍼부어왔던 사람이지만 정파 자체는 자연스럽고 권장할 만한 것이다. 문제는 선거줄서기나 패거리문화와 같은 퇴행적인 모습이다. 주장을 솔직하게 꺼내놓고 논쟁하고 정당하게 책임을 지는 선의의 경쟁구조 속에서 상호 발전해 가면 좋을 텐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사실 정파활동가들을 만나보면 스스로들도 많이 혼란스러워 한다. 지난 10여년 민주노총의 동력이 고갈되고, 정부는 일방적으로 개악안을 통과시키고, 위기가 현실화되는 동안, 어떤 정파도 설득력 있는 실천을 벌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젠 어떤 정파가 잘하고 못하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런 조건 속에서 이석행 집행부가 인사탕평책과 정파 간 소통구조를 제의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 진정성이 다른 정파들에게 신뢰를 받아 현실화될 수 있다면, 이번 집행부는 내부갈등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아주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제대로 됐으면 한다.     

노골적으로 말해, 문제의 핵심에는 정파활동가들의 ‘일자리’가 있다. 지금의 승자독식 선거구조 하에서는 자기정파가 집권해야만 임원급 정파활동가들이 일자리를 갖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단순한 의견차이 문제를 왜곡시킨다. 이와 관련 이수호 전 위원장께서는 통합집행부 구성을 제안하셨는데, 저는 러닝메이트 선거제도를 과감하게 깨버릴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선거 같으면 후보자들이 구분 없이 등록해서 1등 위원장, 2등 수석부위원장, 3등 사무총장, 나머지 몇 명 부위원장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한 집행부 안에 여러 정파들이 골고루 섞여들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만 내부갈등도 적절한 수준에서 수렴되고 각 정파들의 다양한 의견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상임집행부들도 지금처럼 지도부에 따라 물갈이 되는 식으로는 안 된다. 기획실장이나 정책실장 등 일부 상집은 그 자리가 직장이라면 프로의식을 담은, 혹은 활동의 공간이라면 전망과 신념을 담은 자기계획을 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에 제출하고, 선출되거나 인준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 많은 국가에서 그렇게 한다. 실력과 열정이 없으면 하질 말아야 한다. 누구 당선시켜서 자기가 뭘 해보겠다는 생각이 통용돼서는 안 된다. 지금 상집간부들 중에는 전망을 잃고 혼란스러워하거나, 무기력하고 관료화되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럴 때만이 실무진 개인들도 발전할 수 있고 조직도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병훈  민주노총, 민주노조운동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게 정파분열, 심하게 표현하면 파당적 내부갈등문제다. 주체가 스스로 분열되고 있는데 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석행 집행부도 어느 한 정파를 대표해서 당선됐다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있다. 지난 이수호 위원장 임기 시절, 위·수·사부터 부위원장까지 한 정파가 독식해서 보다 안정적인 지도부를 구성했음에도 오히려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정말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노동운동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형식적으로 위원회 하나 만들어 놓고 알아서 되겠지 하면 될 일도 안 되고 임기만 흘러가는 구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이념과 대안을 재창립하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노조정치가 권력다툼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종종 받는 것도 지향해야 할 이념과 대안이 명확하지 않아서라고 본다. 운동이라는 게 목표를 가지고 먹고사는 것인데, 그게 흐릿해졌으니 남은 것은 권력다툼뿐이고, 그러다보니 정파들이 서로가 서로의 진정성을 못 믿고 소모적으로 갈등하게 되는 악순환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파 간에 이념과 대안을 두고 활발하게 토론이 이어지고 그 결과물들이 조직의 목표과제로서 통합되는, 지금 노동운동 안에 고인 썩은 물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는 논의구조를 재창립해야 한다. 물론 격변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정파들이 고민해야 할 이념과 대안은 19세기나 20세기의 것과는 달라야 할 터다. 노동운동혁신위원회가 이런 구조가 확립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소통 그 자체에 대해서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05년 대의원대회 폭력사태가 있었을 때, 저는 밖에 있는 사람이지만 하도 답답해서 각 정파활동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랬더니 하나의 현실을 두고 너무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더라. 이렇게 켜켜이 쌓인 오해를 풀기위해서는 공식 회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술자리도 하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인간적인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혁신위원회가 정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정파들에게 이러한 공식·비공식의 소통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직 위원장들께서 다양한 정파들을 대표해 오셨으니, 원로회의를 가동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데, 노동운동이 처한 현실이 어떤데, 우리가 이렇게 사소한 문제로 다툼을 벌여서야 노동운동이 망조밖에 더 들겠느냐, 우리가 함께 지향할 수 있는 목표가 없겠느냐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수호  두 분 말씀에 큰 이견 없다. 우선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갖고 있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회적 대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조직의 통합과 단결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 두 가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제 나름대로 노동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둘 다 역풍을 맞으며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파운동의 역기능 내지는 폐해가 정말 심각하구나, 이걸 건강하게 재정립시키고 부작용을 줄여가지 않으면 위기극복이라는 게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제 임기 때 한 정파가 지도부를 독식했다. 이건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 사실 당시에는 내부에 끝까지 반대하는 세력이 없으니 힘을 모아서 뭔가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병훈 교수께서 지적했던 소통구조의 문제를 절실하게 느꼈다. 내부에서는 잘 소통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여러 대표자 회의단위에서 더욱 저항이 심했고, 상임집행위원회에서 내려진 결정과 태도를 불신하더라. 예컨대 사회적 대화 문제만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추진하겠다, 내용은 이러이러하다고 여러 번 되풀이해서 강조했지만 그 말을 신뢰하질 않았다. 

이러한 경험이 이번에 제가 통합집행부를 제의하는 밑바탕이 됐다. 즉 여러 정파들이 하나의 집행부에 소속되어 함께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룰을 만들고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성숙한 합의정신을 발휘해야만 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통합집행부라는 임의적인 울타리를 만들어 놔야 정파들이 좀 더 진지하게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물론 처음부터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만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쨌거나 이러한 제안이 작은 계기가 돼서 각 정파들이 앞으로 통합의 정신을 갖고 활동해가자, 최소한 선거를 인신공격 네거티브 전술로 치르지 말자고 합의한 부분들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희망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 우리 노동운동이 바닥을 쳤고 이제는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본다. 좀 전에 하부영 본부장의 선거결과 분석을 들으면서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지만, 저는 판단을 좀 달리한다. 물론 일반부위원장의 선거결과는 다른 정파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투표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이 당선된 여성부위원장 선거결과는 그와는 양상이 상당히 달랐다. 또 일반부위원장 후보들이 득표수를 보면 제각각이고, 각 정파들의 소위 ‘표분석’과 일치하지 않는다. 대의원들이 고착된 정파구도를 벗어나서 어느 정도 인물중심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후보는 보지도 않고 번호만 외어서 하는 ‘묻지마 투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긍정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서거에서 상당한 희망의 단초를 본다. 인사탕평책 제안에 다른 정파들이 신뢰를 갖고 참여해서 기존과는 다른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지친 활동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이원보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해서는 제도, 관행, 구조, 의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어쨌든 그 추진 주체는 간부 또는 활동가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이 마치 시들어가는 것처럼 힘을 잃고, 또 ‘현장에 가는 것이 편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간부기피 현상도 빈번하게 토로된다. 각 조직단위의 활동가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중요한 문제다.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이 전망을 갖고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할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지 대안을 이야기해 달라. 학자의 시각에서 많은 노조간부들을 만나오신 이병훈 교수께서 먼저 이야기를 열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이후 하부영 본부장, 이수호 전 위원장 순으로 말씀을 듣도록 하겠다.

이병훈  제가 몇 년 전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함께 연구해서 책을 낸 적이 있다. 그 책 이름이 ‘노동조합 상근간부 연구’다. 최근 기업들도 다양한 자원 중에서 특히 인적자원의 개발을 강조하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시켰을 때 조직의 성과가 최대치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부분은 노동조합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게 이 연구가 진행되게 된 기본 문제의식이었다. 사람 말고는 특별한 자원이 별로 없는 노동조합에서 그 사람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또 얼마나 기를 살려주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결과가 정말 너무 형편없더라.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고용 및 임금 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곳인데, 그 조직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동기와 의욕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이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도부의 이야기는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체계적으로 선발, 채용, 육성, 보상 등의 조건을 갖춰 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제도적으로 노력하는 지도부는 본 적이 없다. 정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동조합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간부들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얘기해 온 노동운동의 위기를 제가 가장 실감나게 느끼는 것은 바로 활동가들의 모습을 통해서다. 10년 전에는 눈이 살아 있고 의욕에 넘쳤던 사람들이, 어느새 푸념과 한탄을 입에 달고 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의욕을 잃은 지는 오래지만 갈 데가 없어서 노동조합에 버티고 있고, 떠밀리는 사업만 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여기에는 방금 말씀드린 노동조합의 형편없는 인적자원 관리의 문제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줄곧 지적해 왔던 노동운동의 목표 상실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전체 노동운동 속에서 개인들도 좌표를 잃어버리고 왜 자신이 이일 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소모되고 고갈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에게 가장 큰 보상은 운동적인 지향성이다. 지도부는 이러한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하부영  이러한 문제를 고민할 때 부류를 나눠서 봐야 한다. 우선 연맹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간부들을 보면 정파갈등 속에서, 스스로 지쳐버린 것 같다. 그 갈등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1987년 대투쟁이 벌써 20년 전 일이다. 이제는, 그때 내가 너 뒤통수 쳤다 정말 미안하다, 그래 알고 있다 이젠 다 잊었다, 뭐 이런 식으로, 누적된 상처들에 대해 서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예전 같았으면 어려웠을 텐데 나이가 마흔들을 넘어가니까 또 이런 게 풀리더라. 서로 자기가 대안이라고 다른 놈을 밀쳐냈는데 지금은 모두 대안이 없긴 마찬가지니까. 같이 운동하다가 적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걸 풀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장을 상급단체에서 마련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현장 간부들의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다. 솔직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부들의 도덕성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강력한 비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니까 활동가로서 대의명분을 상실하게 되고, 또 한때 꿈꿨던 나름의 이상과 사회적 위상이 망가져버리고, 그러다보니 하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전망을 잃어버리니 열정은 당연히 존재할 수가 없고, 무기력증으로 나타난다. 광범위하게 그런 현상이 있다. 

어쨌건 첫 마음을 회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정파갈등의 폐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조직에 평생을 바쳐 충성하고 그에 따라 조직에 대가를 바라는 그런 관계가 없어져야 할 거다. 보상심리는 커져만 가는데 조직이 보상해줄 수 있는 거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운동도 어그러지고 사람의 마음도 어그러진다. 보상을 바라지 않았던 순수한 초심을 회복하기 위한 고백과 성찰이 필요하다. 저부터 그렇게 풀어가는 작업을 해야겠다 싶다.    

이수호  저는 먼저 간부들의 적체문제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저야 직업이 교사니까 별 무리 없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비제조업 서비스직이나 일반사무직 같은 경우 노조활동을 오래 하시던 분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분들이 지금 새로운 활동영역을 찾아 진출하지 못하고 노동조합운동 내부에 적체되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정파문제나 다른 문제들을 왜곡시키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지쳐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또 이번 선거과정을 보면 공교롭게도 서로 임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부들의 진출구조, 퇴출구조가 없으니, 지쳐하면서도 권력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분들의 진출구조에 대한 고민과 연구, 대안마련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저는 우리 운동이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그 폭을 넓히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간부들의 진출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 활동가와 간부들이 진출하는 길은 거의 민주노동당이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의 갈등구조와 문제점들을 민주노동당에 전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노동운동의 충원구조 역시 진출구조와 마찬가지로 좁다. 인력충원의 풀이 상당히 메말라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전문가집단이 더욱 양성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정파구조가 지금보다 훨씬 건전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정파가 집행부를 장악하더라도 자기분야에서 노동조합 일을 평생직업으로 생각하고 해낼 수 있는 그룹이 노동운동 내에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의구조에서도 정말 자기가 선출된 선거구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하고 활동하는 대의원들이 늘어난다면, 다시 말해 지금처럼 대의원을 위원장이 임명하는 논리적 모순이 없어진다면,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어려움이 다소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부분들에서부터 활동가들의 열망과 어려움을 고려하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희망의 결실을 거두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되길 

이원보  긴 시간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19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1997년 IMF 위기로부터는 10주년 되는 해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노동의 위기가 너무 팽배해져서 사회발전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에 대해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큰 상황에서 이석행 집행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민주노총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도부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구조, 전략전술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일 터다. 확고한 목표와 전략전술을 확립한 위에서 흔들림 없이 전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오늘 많은 말씀들을 나눠주셨는데, 이 이야기가 혁신의 단초들을 제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주제 하나하나마다 몇 시간을 해도 얘기가 모자란 중요한 것들이었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하겠다. 장시간 수고 많으셨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