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이 기념하고 즐기는 명절

노동사회

북한 사람들이 기념하고 즐기는 명절

admin 0 6,976 2013.05.07 09:55

 


riddle_01.jpg어느 민족이나 저마다의 명절이 있어 온 국민이 이날을 기리고 즐긴다. 우리에게도 오랜 세월 전해오는 명절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절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는 시간적 변화말고도 분단조건이 만들어낸 공간적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남북한은 생활풍습에서 각기 다른 변화를 만들어 왔다. 과연 북한은 우리의 '성탄절'같은 국경일이나, 공휴일은 아니지만 '망년회'나 '시무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 사회가 어떤 날을 명절로 규정하고 있으며, 남한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북한의 1년 명절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명절'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이 구분에 의하면 북한의 명절은 첫째 나라와 민족의 융성 발전에서 매우 의미있고 경사스러운 날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경축하는 기념일, 둘째 사회의 일정한 부문이나 인민경제의 한 부문에서 경축하는 기념일, 셋째 국제노동계급과 세계인민들의 사회·계급적 해방 및 전투적 연대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축하는 기념일, 넷째 민속으로 즐겨오는 명절로 정의된다. 따라서 북한의 명절은 남한의 국경일과 같은 사회주의 명절과 민속 명절로 구분된다. 즉 사회주의 명절은 국가나 사회가 의미있는 날을 설정하여 경축하는 기념일이며, 민속 명절은 음력으로 해마다 지키며 민속으로 즐기는 날이다.

사회주의 명절

첫째, 나라와 민족의 융성 발전에서 매우 경사로운 날로 국가나 사회가 경축하는 기념일에는 대표적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 생일이 있다.  

북한은 지난 1974년부터 김 주석의 생일(4.15)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제정한 데 이어 1982년부터는 김 총비서 생일(2.16)도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고, 이틀을 공휴일로 정했다. 이외에 국가 기념일에는 당 창건일, 군 창건일인 건군절(4.25), 광복절(8.15), 정권수립일인 국경절(9.9), 헌법 제정일인 헌법절(12.27) 등이 있으며 모두 공휴일이다. 다만 기념일이 5∼10년 주기 일 때에는 특별히 이틀을 쉬는 경우가 많다. 

둘째, 사회의 일정한 부문이나 인민경제의 한 부문에서 경축하는 기념일이다. 소년단 창립일(6·6절), 토지개혁법령 발표일인 농업근로자절(3.5), '사회주의교육테제' 발표일인 교육절(9.5), 식목일에 해당되는 식수절(3.2), 공군절(8.20), 해군절(8.28), 청년절(8.28) 등 수십여 개의 부문별 기념일이 있다. 이런 기념일은 '명절'에 속하지만 국가적으로 공휴일이 아니며, 이날에는 해당 부문 근로자들만 휴식을 취한다. 

셋째, 국제 노동계급과 세계 인민들의 사회계급적 해방 및 전투적 연대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축하는 기념일이다. 국제 노동자절인 5·1절, 세계 여성의 날인 3·8절(국제부녀절) 등이 그것이다. 이 날은 국가 명절로,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한편 북한의 각종 기념일을 통상 '사회주의 명절'이라고 표현했으나 북한에서는 이런 호칭을 전혀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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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명절

북한에서는 신정, 구정, 한식일, 단오, 추석 등 해마다 민속적으로 즐겨온 날을 명절로 쇤다. 남한과 같은 의미의 명절이다.
북한의 민속 명절은 1967년 "봉건 잔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김일성의 교시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강조하는 속에서 공식적으로 일단 사라졌다. 그러나 생활 정서 상 농촌 일부 가정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이어져 왔다. 그 뒤 명절의 긍정적인 측면도 나오면서 민속 명절이 북한 사회에 맞게 변화되기에 이르렀다. 고유한 민속 명절들이 본격 복권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1988년에는 추석, 1989년에는 설날과 단오가 각각 공식 복권되었다. 특히 1990년대 들어와서는 민속 명절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적극적이 되었다. 

결국 북한의 명절에 대한 생활 정서는 여전하나 단지 사회주의 사회에 알맞은 방향으로 명절을 지내는 내용이 변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간소함'으로 나타난다. 가령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한다든지, 애국열사릉을 찾는 방식으로 쇠는 것이다.

명절에는 뭘할까

riddle_02.jpg북한에서는 명절에 각 가정마다 명절 음식을 먹는 모습이나 민속 놀이를 즐기는 풍습 등을 방송을 통해 방영하는데 우리의 명절 모습과 유사하다.

음력설의 경우, 어른에게 세배를 하고 떡국 등 설음식을 먹는 모습과 윷놀이·썰매타기·팽이치기·제기차기·연날리기·장기 등의 놀이가 주로 소개되고 있다. 단오날에는 근로자들이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씨름이나 그네뛰기·널뛰기·윷놀이·활쏘기 등을 하는 모습을 방영한다. 추석에는 성묘 모습과 윷놀이·씨름·소놀이·거북놀이·강강수월래 등 다양한 민속 놀이를 하고, 햇곡식으로 만든 송편 등 명절 음식을 먹는다.

구정과 추석 때 농촌과 일부 도시민들 사이에서는 차례를 지내는 풍습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차례상에는 따로 장만한 제수라기보다는 평소 아껴 두었던 음식물을 있는 대로 올려놓는다. 또, 성묘 때 큰절을 하는 모습은 대체로 사라지고 일어선 채로 묵념을 하는 것이 보통이며, 제사 때의 지방과 축문도 거의 사라졌다.

민속 경기로는 여자의 경우 널뛰기·그네뛰기·길쌈놀이, 남자는 씨름·소놀이·거북놀이·줄당기기 등이 있다. 각각 새로운 운영방식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송년회와 신년회

이제 곧 연말연시가 된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한해를 어떻게 보낼까. 북한에는 성탄절이 없다. 다만 남한에서 한해를 보내는 자리인 연말모임을 '망년회'라고 부르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도 예로부터 우리와 마찬가지로 12월31일 즈음 가까운 친지나 직장단위로 모여 조촐한 송년모임을 갖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경제난이 심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각급 기관·기업소에서 공식적인 송년회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송년회를 치르면서 식량을 낭비하고 술판을 벌이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이에 따라 일반 주민들 대부분은 공개적으로 송년모임을 갖고 있지 않으나 수십년간 이어온 이른바 '망년회' 관습을 무시할 수 없어, 생활에 여유가 있는 일부 주민들은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을 모아놓고 술, 떡, 국수 등을 마련하여 간단한 송년모임을 갖고 있다. 

또한 각급 공장, 기업소의 경우에도 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부분은 송년회를 하지 않고 있지만, 직장별 사정에 따라 일부 직장에서는 책임자 묵인 하에 종무식 형태의 조촐한 송년회를 열고 있다. 

요즘에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이 집에서 술과 약간의 먹을 것을 준비하고 춤과 노래 등을 즐기며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회상하는 정도다. 송년회에서는 보통 장만한 음식을 먹으면서 지나간 해를 반성하면서 서로간에 덕담을 나누거나 춤과 대중가요를 즐기기도 한다. 

설날 풍습으로 12월31일 가정마다 밤을 지새우며 새해를 맞이하는 설맞이 밤샘, 새해에 쓸 복조리 사기, 설빔과 설음식인 세찬과 세주, 서로 만나서 상대방의 소망이 이루어지라고 인사하는 덕담, 대표적인 오락거리로써 윷놀이와 널뛰기 등이 있다.

이렇게 한해를 보내고 신년을 시작하는 북한은 1월1일이 되면 고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를 해왔다.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부터는 공동사설로 신년사를 대신해 왔다. 설맞이행사는 북한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행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평양시를 비롯, 각 도시에서 매년 12월31일 학생소년, 청년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평양시 청년학생 설맞이행사에는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석하며, 청년들도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다. 또 학생소년들과 청년들은 음악과 무용, 재담, 각종 장기자랑 등의 무대를 꾸며, 가는 한해를 아쉬워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한다. 

한편 북한에서도 연말이면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며, 연하장은 12월초부터 우체국에서 판매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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