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상태와 조직화 문제

노동사회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상태와 조직화 문제

편집국 0 7,775 2013.05.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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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주노총의 『특수고용노동자 조직화 방안 연구』(2006년) 프로젝트 결과를 일부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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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기술이 발전하고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산업사회에서는 퀵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직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의한 이러한 직종 변화는 연결망이 필요한 유통서비스에서 두드러졌으며, 해당부문들은 특히 신속성을 강조했다. 또한 물류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구축된 전자상거래의 발전은 이러한 직종의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는 운송서비스 중 택배서비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택배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도심을 중심으로 지역 운송서비스를 담당하는 퀵 서비스의 경우, 정보통신의 발전이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던 직종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퀵 서비스는 일정한 지점과 지점을 연결하는 선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물건(load, 점)과 물건(load, 점)을 연결하는 전달자(메신저)” 역할이다. 이러한 퀵 서비스가 한국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초이며, 주로 오토바이(이륜차)를 수단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들의 퀵 서비스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 택배서비스업의 형태로 발달돼 있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퀵 서비스가 포함된 소형 택배서비스업은 지난 10여년간 약 5배 이상(1993년 866개에서 2005년 4,030개)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규모가 성장하다보니 시장 규제와 종사자 처우 등 이들 업종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들이 사회적으로 점차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퀵 서비스 업체와 종사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퀵 서비스 종사자(기사 혹은 라이더)들은 다른 운송 및 건설부문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운송료문제(표준요율제와 알선비/수수료)와 산재보험 문제를 가장 큰 해결과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시장을 합리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시급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온라인상에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해당 주체들의 오프라인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러한 모임들을 통해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주당 노동시간 61.3시간, 월 평균 소득 149만원)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건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게 되었다. 결국 2006년 11월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공식적인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과 조우하게 되었다. 

2. 퀵 서비스 노동시장의 특징

퀵 서비스는 택배서비스(국제택배서비스, 국내-지역 간/지역 내 서비스)의 유형별 구분에 따르면 주로 지역 내 서비스를 담당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륜차를 이용한 택배서비스(퀵 서비스)는 도시지역의 교통체증을 피해 긴급한 배달을 필요로 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생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 택배서비스가 이를 담당하는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이륜차가 주된 운송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개인용달차량이나 소형차 및 자전거를 이용한 퀵 서비스업체도 있다. 현재 이륜차를 이용한 택배서비스 운영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으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지 세무당국에 사업자등록을 마치면 된다.

하지만 퀵 서비스 종사자들은 대부분 현재 운영되고 있는 퀵 서비스 업체의 상당수가 사업체등록을 하지 않은 영세업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퀵 서비스 사업체 및 종사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퀵 서비스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통신업의 소포 송달업에 소속되어 있다. 통계청의 『사업체기초통계조사』(2005년)에 의하면 소포 송달업은 지난 1993년 826개(종사자 5,980명)에서 2005년 현재 4,030개(종사자 22,953명)로 약 5배(종사자 4배) 정도 증가했다([그림1]). 소포 송달업 종사자들의 성비는 남성(77.6%, 17,807명)이 여성(22.4%, 5,146명)보다 3배 이상 많으며, 고용형태로 보면 10명 중 4명(40.1%)은 상용직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1,110개(8,370명), 경기 544개(3,615명), 인천 978개(161명), 부산 319개(1,694명), 경남 298개(1,347명)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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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퀵 서비스 화물배송의 흐름을 보면, △퀵 서비스 사업체가 일정한 지역에 사무실을 보유하고, △고객이 회사에 의뢰한 소화물과 관련된 주문을 해당업체의 기사에게 전달하고, △회사에서 주문을 받은 기사는 이를 고객에게서 인수하여 목적지(혹은 다른 고객)에게 전달하는 형태다. 이들 퀵 서비스 노동자는 고용형태에 따라 사업체 소속(광역/지역) 기사와 사업체 비소속(개인)기사로 구분된다. 전자는 회사에 주 혹은 월 단위의 알선료(40~60만원 내외, 수입의 25~30% 정도)를 대납한 후에 물량을 제공받지만, 후자는 일정한 고객을 확보하거나 기사들의 조합 형태를 통해 개인이 직접 영업을 하는 형태다.

광역 퀵 서비스 기사의 경우 회사에 알선료를 지급하고 일을 받지만, 회사 사무실에는 나가지 않는다. 집이나 주요 거점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배송업무 개시가 가능함을 알리고 사무실의 주문을 기다리다가 사무실/상황실(CP)에서 배송주문을 알리면 이를 접수하는 콜(key button)을 먼저 누르는 라이더가 배송을 할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반면 지역 퀵 서비스 기사는 해당업체의 사무실에 출근 후 본인의 순번을 기다리다가 고객의 배송 의뢰가 올 때부터 일을 하게 된다. 이러한 퀵 서비스의 운영 형태 때문에 지역 퀵 서비스의 경우 주로 경력이 오래된 기사들에게 유리한 편이다. 광역 퀵 서비스의 경우에는 업체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기사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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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퀵 서비스 기사들은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60시간을 초과하고, 월 평균소득은 149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2006년 도시노동자 월 평균임금(230만원)의 64%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퀵 서비스 노동자 10명 가운데 5명은 이직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노력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다”(25.7%)거나, “소득이나 일이 불안정하다”(22.9%)고 대답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취약성, 특히 소득수준의 하락은 해당 부문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것 이외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편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일자리 만족도(1.52, 4점 만점)는 다른 운송부문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다소 높았으나, 전체적으로는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작업 환경(0.89)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운송료 인하에 기인한다. 또한 기사들의 소득은 감소 내지 정체하고 있음에도 부대비용(유류비, 차량유지비, 쿠폰비, 무전기 구입 사용비, 핸드폰 사용료, 보험료 등)이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퀵 서비스 기사들의 비용지출에서 알선료(월 평균 38만원)와 유류비(월 평균 27.3만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에는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판매촉진 경품(쿠폰, 평균 17.5만원)도 퀵 서비스 기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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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퀵 서비스 기사들의 노동시장 특성은 주로 퀵 서비스 업체의 운영문제(제도화)와 종사자들의 처우 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기존의 연구결과들은 퀵 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의 주요한 문제와 해결 방안으로, △법제도화 문제(허가제, 시도별 인증제, 공동집배송제, 표준요율제 등), △교통사고 시 보상 문제(산재보험 가입 등), △일방적인 계약관행 문제(서면 계약서 작성 및 교부 문제), △과다한 알선료 책정(알선료 인하), △이륜차에 불리한 도로 교통체계(규제완화), △휴게공간의 부재 등을 꼽고 있다(신태중, 2005; 신태중·정란아, 2006; 이호근·김소영,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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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기존 연구결과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퀵 서비스 기사들의 ‘노동자성’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퀵 서비스 기사들은 본인 소유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종사하지만, 광역이나 지역 퀵 서비스 모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지역 퀵 서비스의 경우 사업체에서 정한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고, 사업체의 규정과 지시에 의해 배송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광역 퀵 서비스에 비해 업무수행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배달업무의 거부 또한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노동자성이 일정정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문제는 대법원 판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더불어 2005년 대법원은 배송업무 중 사망한 퀵 서비스 기사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유족에게 보상금 및 장의비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퀵 서비스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3.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 과정과 지향

2007년 현재 퀵 서비스업체 중에서 노조가 설립된 곳은 없다. 다만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다른 건설 및 화물운송 노동자(레미콘, 화물, 덤프 등)들과는 달리 노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했으며, 여기서 현재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주체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한편, 퀵 서비스 업체 사용자단체로는 한국이륜특송협회(1999년 설립)가 있으나, 모든 업체의 사용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협회는 또한 해당 업종에서 구속력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압력단체로서 법제도적인 개선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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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직화 과정

① 모임 발흥 시기: 2003년~2006년 상반기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퀵라이더연대’(2001년 개설)라는 온라인 모임이 만들어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온라인 모임이 개설된 지 2년 후인 2003년, 가입 회원들 중 일부가 노조건설을 위해 민주노총 화물연대를 찾아갔다. 그러나 당시 화물연대는 노조 내부 사정과 퀵 서비스와 여타 운송업과의 관계문제 등을 이유로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가입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퀵라이더연대 회원들은 민주노동당에 찾아갔으며, 담당자는 이들과의 면접 후 노회찬 의원실로 연결시켜주었다. 하지만 당시의 모임은 법제도 개선 노력을 넘어서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퀵라이더연대 회원들 속에서 노조건설을 위함 모임이 다시 나타나, 2005년 여름 퀵라이더연대 회원들 중 일부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YMCA 앞)에는 약 10명의 퀵 서비스 기사들이 참석했으며, 향후 정기적(월 1회)으로 모임을 갖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모임을 알리는 홍보수단(헬멧 부착 스티커 제작)을 논의했으며, 민주노총 조직실과도 연결되어 노조건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내부동력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고, 다른 퀵 서비스 기사들의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모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편, 이처럼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자체적인 모임이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2005년 12월 퀵 서비스 사용자(퀵서비스업체 대표)들이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이 모임을 통해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언론에 제기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06년 1월14일 대학로에서는 퀵 서비스 기사들이 대규모로 참여한 첫 집회(<퀵 서비스 종사자 생존권보장 촉구대회>, 약 50여명 참석)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 모임에는 퀵라이더연대 회원 중 일부도 참석했으나 노조의 건설을 주도한 회원들은 노사관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로 집회 이후 퀵 서비스 종사자들의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퀵 서비스 기사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문제 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가 중심이 된 당일 집회는 퀵라이더연대 회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또한 이전에 노조건설을 위해 활동했던 여러 주체들이 다시 재결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 특수고용직 문제가 노사관계의 주요쟁점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시의적절한 것이기도 했다. 

② 초동 주체 형성기: 2006년 하반기~2007년

2006년 1월 <퀵 서비스 종사자 생존권보장 촉구대회> 이후 언론보도 내용은 퀵 서비스 기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이러한 조건은 이전부터 노조 건설을 위해 자생적으로 움직여왔던 내부주체들의 활동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퀵 서비스 노동조합을 준비하는 초기 주체들은 지난 2006년 10월27일 예비모임을 갖고 퀵 서비스 종사자들의 모임을 알리는 내용을 해당 온라인 카페 및 기사들에게 공지했다. 첫 모임은 퀵라이더연대와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퀵 서비스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었으며, 제1차 모임(2006. 11.6, 서초 서울고등학교 인근 식당)에서 16명이 모였다. 당일 모임의 취지는 다음 날 민주노총 방문을 앞두고 퀵 서비스 종사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당일 참석한 이들 중에서 임시 대표와 간사를 선출했으며, 노조로 전환하기 이전까지 모임의 이름을 ‘퀵 서비스 노동자협의회’(가칭)로 정했다.

퀵 서비스 노동자협의회는 2006년 11월7일 민주노총을 방문하고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실태와 모임의 취지 등을 전달했다. 이후 민주노총 산별연맹 중 서비스연맹으로 소속 단위를 배정받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에 배정된 퀵 서비스 노동자협의회는 노조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진행했다. 퀵 서비스 노동자협의회의 주요 활동을 보면, 민주노총 총파업 시기인 2006년 11월 노동자대회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문제와 관련한 파업집회 참석(2회, 10여명), 대구 대리운전노조 파업결의대회 참석(2006. 12.20)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서비스연맹 담당자들을 통해 간부교육을 주 1회 받았으며, 자체적으로 주 2회의 정기모임과 비정기 모임(화상채팅)을 가졌다. 한편, 퀵 서비스 노동자협의회는 이후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이라는 조직명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의 주요 사업은 퀵 서비스 기사들이 모여 있는 주요 거점지역에서 홍보 및 서명 운동이다. 노동조합(준)의 주요 요구사항으로는 △퀵 서비스 법제도적 보호대책 마련, △이륜차 통행금지 완화, △퀵 서비스 노동자 4대 보험 적용 등이다. 또한 이들은 노조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후원금 모집을 병행하고 있다. 초기에 온라인 카페 회원들에게서 걷은 후원금(약 70만원)으로는 홍보물(전단지 800장, 꼬리표 500개)을 만들었다. 이중 꼬리표는 퀵 서비스 기사들의 오토바이 뒤편에 매달려 노조의 요구사항을 홍보하고 있다. 

노동조합(준)의 집행부는 지난 2007년 1월4일 서비스연맹의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단위노조 대표자수련회에도 참석했다. 이후 퀵 서비스 기사들의 2차 모임(1월16일 퀵 서비스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만남의 날, 15명)과 3차 모임(1월20일 퀵 서비스 노동조합 결의대회, 17명)을 갖고 노조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차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대리운전기사 노조건설 사례와 노동조합(준)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교육받았다. 더불어 기사들의 애로사항과 노동조합(준)에 대한 요구사항을 서로 얘기하며 이후 모임 일정을 공유했다. 3차 모임에서는 레미콘, 화물, 덤프 노동자들의 조직화 사례를 교육받고 향후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3차 모임에서는 조직화를 담당할 주요 주체로서 서울 및 경기지역 주요 지자체(구)의 지부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2) 조직화 방안 및 경로

지난 몇 년 동안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다양하게 움직여 왔다. 이에 따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퀵 서비스 노동자 10명 중 8명 정도는 일자리 권리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대변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78.5%). 하지만 이러한 노동자 대변단체의 바람직한 형태로는 노동조합(50.8%)과 비노조 단체/협회(49.2%)에 대한 지향이 뚜렷하게 양분되어 나타났다.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여기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에 대한 소식을 알고 있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노조활동 홍보 자체가 거의 온라인게시판을 통해서만 소통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한계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에 대한 필요 요구 정도는 다소 미흡한 편으로 보인다. 다만 퀵 서비스 기사 10명 중 8명 정도가 대변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게 되고 노동조합을 통한 제도개선의 기대치가 반영될 경우 조직화 여지가 높다 하겠다. 이는 2005년 9월 설립 초기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던 대구지역 대리운전기사 노조 역시, 2006년 8월 서비스연맹에서 노조간부를 파견한 이후 약 30명이던 조합원이 5개월 사이에 1,000여명으로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다.

현재 노동조합(준)의 주요 주체들은 개인적인 현업활동으로 인해 노조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노조 조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상급단체와 관련 노조의 지지와 지원(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퀵 서비스(자전거 메신저) 관련 노동조합의 조직화가 성공한 요인은 해당 주체들의 리더십과 기존 노조들의 지지가 핵심이었다고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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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직화 전략과 방안

① 조직화 전략과 계획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서 법제도 개선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부터 구체적인 전술까지 다양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조직화 사례들을 보면, 해당 산업이나 업종의 법제도 개선문제가 조직화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화물이나 덤프 등에서 조직화의 초기 주체들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하나로 이끄는 법제도 개선 요구사항을 찾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이는 퀵 서비스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퀵 노동자들의 주요한 불만이나 애로사항 또한 대부분 법제도적인 측면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퀵 서비스 허가제, 표준요율제, 알선료/수수료 등 시장 규제방안과 관련된 것과, 산재보험 도입과 같은 문제가 핵심이다. 때문에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은 해당 노동자들을 규합하고 조직하는 데 현장이나 거점을 찾아가는 방법과 함께, 현장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찾아오도록 법제도 개선 요구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퀵 서비스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조직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화 과정은 “노동자 규합 → 노조 결성 → 노조 인정 → 단협체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실제 특수고용노동자 조직화의 성공사례인 화물연대나 덤프연대의 경우, 초기 조직화 및 투쟁 과정(조직 및 준비단계 → 조직적 동원 및 대정부 압박단계 → 전면적 투쟁-협상 병행 단계 → 제도화 시기)을 거쳤다. 퀵 서비스 노조(준) 또한 화물연대나 덤프연대와 동일한 조직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건설 및 운송부문 특수고용직의 조직화 경험들과 비교해 볼 때, 현재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은 ‘조직화 준비단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선시해야 할 것은 퀵 서비스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목표 및 요건 그리고 기타 여러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실질적인 조직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며, 이러한 판단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노조 조직화의 주요 전략은 △목표설정, △조직화 요건과 고려사항, △동맹 및 반대세력 파악, △전술 수립 등으로 구분된다.
 

4. 글을 나가면서
 

퀵 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 문제는 기존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조직화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 창의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기존 운송 및 건설부문 특수고용형태 노동조합의 조직화 성공요인은 기업별 혹은 지역적인 형태보다는 ‘전국적인 단일조직’ 건설이 효과적이었다는 데 있으며, 이들 조직이 단시간에 전국화 될 수 있었던 것은 노조 이전에 존재했던 상조회 등 ‘자발적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물론 민주노총이나 기존 정규직노조 등 ‘기존 조직’의 도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세력화를 통한 조직화 방안으로, 노동자성에 대한 투쟁보다는 ‘제도적인 문제’를 둘러싼 대정부투쟁을 취했다는 점 역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다음은 이러한 기존조직들의 성공요인을 기반으로 퀵 서비스 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사안과 조직화 방안을 요약한 것이다. 첫째, 노동조합(준)은 조직화 전략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노조 주체의 여건과 상황 그리고 접근성 및 사용자의 태도(억압)와 교섭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럴 경우 퀵 서비스 노동조합의 주된 조직화 전략으로는 ‘포트폴리오식(portfolio) 조직화 방안’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퀵 서비스가 포함된 우편송달업의 65.5%(종사자 52.9%)가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을 조직화의 주요거점(target)으로 선정하고, 이후 노동조합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전국적인 조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준)은 퀵 서비스 기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지역의 주요 거점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조직화 활동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보면 1차 조직화 목표로는 수도권의 지역 퀵 서비스와 광역 퀵 서비스 노동자들을 설정하고, 2차 목표는 개인 퀵 서비스 노동자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앞에서 언급했던 기존 조직화 성공사례는 전국사업장과 사용종속성이 약한 노동자들을 주요 조직화 대상으로 했지만, 퀵 서비스는 초기에 전국단일조직으로 조직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사용종속성이 약한 것 판단한다면 광역 퀵 서비스 노동자를 조직화의 1차 대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은 조직화의 주요요건과 고려사항을 판단해야 한다. 이는 우선 자원동원의 측면에서 보면 투입자원의 문제다. 노조 조직화를 위해서는 예산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스텝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해당 주체들을 보다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에게 노조건설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종사자들을 최대한 많이 가입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주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들과 함께 조직화 활동을 전개할 활동가나 간부의 배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노동조합(준)은 조직화의 동맹 및 반대세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우선 노동조합(준)은 노조건설을 위한 사전모임에 참석을 했거나 서명을 통해 노조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라이더들이 적극적인 지지세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의 노조활동 참여 이외에도 직장 동료기사들을 노조활동에 참여시키거나 최소한 노조 홍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셋째, 노동조합(준)은 외부환경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개별화된 노동과정으로 인해 조직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다. 하지만 덤프연대와 마찬가지로 TRS(주파수공용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사들이 있는 만큼, 향후 이를 활용해 노동자들 간의 일상적 의사소통과 결집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퀵 서비스 노동조합(준)에서 확보하고 있는 퀵 라이더들의 핸드폰 번호 약 6,000여개를 활용하여 노조 홍보(문자서비스 SMS)를 하는 방법도 활용해야 한다. 한편, 노동조합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서 쉽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이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노조활동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외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업종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반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주요한 기제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조건은 화물과 덤프연대에는 갖추어지지 않았던 좋은 외부환경 중 하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