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성과금투쟁에 대한 언론의 원색비난 폭격이 남긴 것

노동사회

현대차노조 성과금투쟁에 대한 언론의 원색비난 폭격이 남긴 것

편집국 0 4,029 2013.05.24 12:53

연초부터 노동계와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시무식 폭행사건과 뒤이은 파업사태는, 노동계의 허점이 발견되면 얼마나 여론의 칼바람이 얼마나 매섭게 몰아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반’노조, 정확히 말해 반현대차노조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데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은 언론이었다.

반면 현대차노조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힘겨운 싸움 와중에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여론의 지지를 별로 받지 못했다. 이는 임금·단체협상 등 개별 현안 뿐 아니라 한미FTA 반대 투쟁 등 거대담론까지, 이후 노조가 투쟁을 진행함에 있어 적잖은 과제를 남겨준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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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사태는 “노조의 폭행”, 성과급 미지급은 “귀족노조 투쟁”

지난 1월3일 울산 현대차 시무식장에서 발생한 노조의 소화기 살포 사건은 대다수 언론에서 “시무식장의 난동”으로 묘사됐다. 특히 이날 신문들에 실린 사진은 기사들의 주장을 극대화가 전달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기사제목들도 자극적이었다. <난장판된 현대차 시무식>(조선 12면), <시무식부터 아수라장>(중앙 2면), <“성과급 내놔라” 시무식장 소화분말 뿌려>(동아 4면), <현대차 새해벽두 또 노사갈등>(한국 2면), <현대차 노조 잔업거부>(세계 10면), <현대차 노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시무식 ‘난장판’…연초부터 파업 위협>(문화 4면), <“시무식 폭력 노조원 고발”>(문화 2면) 등으로, 충돌 그 자체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췄다.

물론 기사내용에 폭행사태까지 벌어진 이유에 대해 약간 언급되긴 했으나, 이미 이날 신문의 보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뛰어넘어 ‘반현대차노조’ 여론몰이를 작동시켰다. 언론을 통해 그 원인이라고 제시된 것도 ‘성과급 미지급’이라는 문제였고, 이는 네티즌들이 격한 반응을 일으키기 좋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조중동, 문화, 경제지 등 보수신문의 작업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현대자동차가 대주주로 있는 한국경제는 현대차노조를 비판하기 위한 ‘기획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고, <귀족노조의 돈타령…떼쓰기 노조>(문화), <일할 시간에 파업하고 성과급 강요>(동아), <회사는 이번 폭력행위에 민·형사상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중앙) 등 주요 보수일간지들의 현대차노조에 대한 뭇매가 이어졌다.

이렇게 악화되는 여론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회사에 대해서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노조에게는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중재안을 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 노조의 목소리에 상대적으로 더 귀를 기울여온 경향과 한겨레도, 1월9일 1면 머리기사로 각각 <길잃은 현대차> <“현대차 노조 시무식 폭력 사과하라” 민주노총 울산본부>라는 기사를 냈다.

1월10일 현대차노조의 상경투쟁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전 노조 부위원장, 회사 공장장 등이 현대차 노조의 투쟁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실었고, <수백배 손실을 끼쳐 성과급을 받겠다니>(중앙), <노조 상경타격대 시위 현장서 본 현대차의 운명>(조선) 등의 사설을 쏟아냈다. 한편 문화일보는 이날부터 ‘현대차 노조 해부시리즈’를 시작해, 첫 회로 <노조핵심 1000명이 4만3000명 쥐락펴락> 기사를 통해 현대차노조가 “이론무장을 통해 활동가를 양성하면서 현장조직을 통해 노동운동을 주도하지만 매우 경직돼 있어 합리적인 노동운동은 발을 붙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파업결정 이후 신나게 퍼부어진 원색비난

1월12일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15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자 대부분의 신문은 이를 1면에 비중 있게 처리하면서 “파업결정 절차상 문제”, “지역경제 악화”, “귀족노조 이기주의”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특히 한국경제는 1면 머리기사 <현대차 노조 내주부터 파업>과 4면 <비판여론 외면…결국 파국으로 “경제도 어려운데 다 죽자는 거냐”>이라는 해설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불만을 전했고, 사설 <현대차노조의 파업은 파렴치의 극치다>에서는 “회사와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결딴나든 말든, 나라경제야 흔들리든 말든,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든 말든 내 뱃속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집단이기주의에 정말 말문마저 막힐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는 각각 3면 <반대 대의원들 퇴장…투표없이 통과>와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지도부 강행>이라는 해설기사를 통해, 파업결정 과정에서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집행부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자기들 이권을 지키려고 5만명 현대차 가족과 53만 협력회사 가족까지 천길 낭떠러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참 나쁜 노조”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8면 머리기사 <울산시민, 현대차 노조 ‘15~17일 부분 파업’에 분노/ “20~30만 참가 노조 규탄집회”>를 통해 울산지역 115개 시민·사회·경제단체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중앙은 파업결정의 배경으로 “다음 달 치를 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노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고 다소 뜬금없이 주장했고, 사설에서는 “이번 파업 결의는 명분도 없을 뿐더러 절차적으로 불법이며, 불법 파업에 가담하면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도 12면 <현대차 노조 찬반투표 없이 파업결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서도 노사 합의서에 상관없이 성과급을 모두 내놓으라는 것은 한마디로 막가파식 요구나 다를 바 없다”며, “비리의 책임을 지고 중도퇴진하기로 했던 현대차노조의 파업결의는 설득력이 없다”고 과격하게 비판했으며,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귀족노조의 이기주의에 염증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후 현대차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첫날(15일자), 문화일보는 1면에만 머리기사 <현대차 ‘파업금지’ 가처분 신청>과 하단기사 <현대차노조 집행부 ‘무법·특권지대’?>를 통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집행부의 특혜를 비난했다. 여기에 더해 4면과 5면 머리기사까지 동원해 “모두가 등 돌린 ‘그들만의 파업’”, “현대차 노조 갈 데까지 가나”, “‘명분·실익·지지 3무’ 파업”라며 혹평했다. 한국경제는 2면 머리기사에서 “검경이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고, 매일경제는 사회면 머리기사로 “현대차 빨간조끼만 보면 화가 난다”는 일부 시민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이들 경제지는 16일자에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 때리기를 이어갔다. 한국경제는 <노조, 녹취록도 조작?>(2면), <“법·국가경제·국민정서 무시한 불법파업”>, <경찰 파업주도 간부 검거 나서기로>, <현대차 가처분신청 어떻게/ 법원 받아들인 뒤 계속 파업 땐 위원장 하루 5000만원 물어내야>(이상 3면), <현대차 해외주력시장 ‘흔들’>(14면), <‘불법’ 알면서 파업한다는 현대차노조>(사설) 등 현대차 파업기사에 5개 면을 할애했다. 매일경제도 1면 머리기사 <귀막은 노조 멈춰선 현대차>와 2면 <“내가 사장이면 싹 갈고 싶다”> 3면 머리기사 <노조 특혜는 다 받고 회사위기는 모르쇠>, <기회는 왔다 현대차 잡아라>, <경영진도 불법에 타협 말아야> 등을 통해 파업 비난기사를 쏟아냈다.

또한 언론들은 1월17일자에는 이헌구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지난 2003년 파업과정에서 회사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을 비중 있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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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손실’ 걱정이라더니 “왜 타결했느냐” 질책

이러한 여론몰이의 칼바람에 중에 1월17일 저녁 의외의 노사협상 타결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조중동과 경제지는 이번엔 엉뚱한 논리를 들이댔다. 이들의 1면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현대차, 또 노조에 밀렸다>(조선), <노조에 밀려 또 물러선 현대차>(중앙), <노조에 또 물러선 현대차>(매일경제), <현대차노조 파업철회…정상조업 돌입>(한국경제).

조선은 6면 기사에서 “‘울면 준다’는 종전 관행을 되풀이했다”고 평가했고, 중앙은 1면 기사에서 “파업으로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노조에 변칙적으로 성과급을 주는 관행을 또 깨지 못했다”고 했다. 매경은 사설에서 “노조에 매년 강경대응을 다짐하고도 굴복하는 …… 현대차가 이렇게 노조에 질질 끌려 다녀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는커녕 생존을 도모하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경도 사설에서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 폭력과 업무 방해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은 …… 결코 유야무야돼서는 곤란하다”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현대차 불매운동’에 불을 지피는 냉소를 퍼붓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도 대다수 국민은 국산차를 사줘야 일자리가 늘고 부가가치가 나라 안에 남는다는 애국심 하나로 수입차를 외면했지만, 현대차 노조의 끝없는 파업과 무원칙하게 대응하는 사측을 보면서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현대차 노사는 지금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바로 전 날(16일)까지만 해도, <현대차 해외주력시장 ‘흔들’>(한국경제), <기회는 왔다 현대차 잡아라>(매일경제)라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막상 파업이 타결되니 “왜 타결했느냐”고 시비를 걸고 있는 셈이다. 노사화합을 원하는 것인지, 파국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조를 궁지에 몰아 와해시키려는 목적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일관성도 진정성도 없는 주장들이다.

한편 한겨레는 현대차 노조 시무식 충돌에 이은 파업사태 과정에서 현대차노조의 폭행을 비판하기는 했으나 진행과정 내내 ‘갈등’ 보다는 ‘사태해결’ 쪽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다고 자평했다. 한겨레 김광수 기자는 지난 1월25일 저녁 인터넷 한겨레에 올린 <취재후기>에서 “시무식 폭력 사건을 알고도 사건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1보를 놓쳤다”면서도 “장고 끝에 ‘이 싸움의 승자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시무식 폭력사태의 선정성을 부각하기보다는 왜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차분히 분석했으나 ‘역시 한겨레는 할 수 없다’는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그 뒤 각계의 중재노력이 없는지를 살펴 기사화했다”고 했다. 또 김 기자는 노사협상이 조기에 타결된 이유에 대해 이헌구 전 위원장의 구속,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형 등이 협상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노사가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 싸움은 어느 쪽도 승리할 수 없다’고 분명히 인식한 게 조기타결을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노조 발목 잡는 사회적 ‘반감’ 진지하게 성찰해야 

이번 사태 과정에서 보수 일간지들의 집요한 여론몰이는 분명 공정하지 못했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실제 여론의 다수는 현대차노조의 투쟁에 지지는커녕 “귀족노조”, “떼쓰기 노조”라고 비난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왜 그랬을까? 그 답은 여론몰이에 나섰던 보수일간지들의 ‘주장’이 실제로도 어느 정도 먹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고임금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평균 100만원도 안 되는 성과급을 추가로 더 받겠다고 파업에 돌입한 것을, 지금 우리사회의 정서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현대차노조의 주장이 합리적이고 정당한가 여부를 떠나 있는 ‘원초’적인 것이다. 단적으로, “현대차 노동자들은 뺑이치고 연 5000~6000만원을 받지만 똑같이 일하고도 3000~4000만원, 또는 이보다 못 받는 노동자들도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 그런데 100만원 더 받겠다고 파업을 하니, 그 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의 시선이 고울 수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한편, 산업노동정책연구소는 지난 1월25일 『주간 자동차동향』에서 “현대차 노사는 매년 관행처럼 성과급 차등지급에 합의했으나, 성과 여부와 상관없이 성과금이 지급됐다”며, “노조나 사측 모두 이해할 수 없는 합의와 지급을 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바로 ‘이면합의’ ‘담합’으로 얼룩진 낡은 노사관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당하지 못한 낡은 노사관계를 그대로 인정하고 성과금에만 집중한 것도 문제다. 따라서 성과급 투쟁을 하기 전에 먼저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한 반성과 실천을 고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러한 비판은 노조가 처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고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분노는 노동조합의 책임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반노조 여론’이 노동운동의 건강한 활동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조합운동은 이를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8호